어쩌면.
나는 너무 오랫동안 갇혀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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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르륵...
여기.
남자가 있다.
이름은 흔한 김씨에, 이름은 독자요.
아침 일찍 일어나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는
던 그런 평범한 남자가.
그는 지금 병상에 누워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살짝 건드리면 부러져버릴 것만 같은 나무젓가락 같은...아니, 이쑤시개 같은 가느다란 팔다리.
좋게 말하면 백옥같이 깨끗한, 나쁘게 말하면 시체러럼 창백한 피부를 가진 남자. 김독자.
그는 창밖에서 불어오는 여름의 바람을 맞으며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다.
드르륵.
병실의 문이 열리는 순간에도 그는 바깥에서 시선을 뗄 줄 몰랐다.
"좋은 점심이에요. 독자씨. 식사는 잘 하셨어요?"
의사가운을 입고, 차트를 들고 들어오는 백발의 여성. 그의 동료, 이설화였다.
"...........네. 좋은 점심이군요. 설화씨는요?"
그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설화를 향해 대답했다.
대답이 조금 늦었지만, 뭐.
설화는 그가 대답을 해줬다는 것에 기뻐하며 미소 지었다.
"네, 전 동료들끼리 맛있게 먹었답니다."
병원을 찾아오는 남성들은 미녀인 설화의 미소에 종종 얼굴을 붉히거나 쑥스러워하는 반응이 있었다. 그러나 김독자. 그 남자는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마치.
감정이 없는 인형 또는 로봇처럼.
그는 현재 감정을 상실한 상태였다.
설화는 질문했다.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 잘 모르겠으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도 괜찮아요."
독자는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떴다.
"......꿈속에 있는 것처럼 몽롱합니다. 물 속에 있는 것처럼 먹먹해요."
설화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 설화는 환자 앞에서 이런 반응은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재빨리 표정을 고쳤으나.....
설화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던 독자는 표정 변화를 눈치챈 상태였다.
설화는 짧게 사과한 뒤, 질문을 이어갔다.
대부분 감정과 기분, 또는 느낌에 관한 질문이었다.
대답이 오갈때마다 차트에 무언가를 써내려갔다.
그는 그것에 큰 신경을 두지 않았다.
"그렇군요...오늘도 고마워요. 무슨 일 있으면 바로 간호사 호출하세요. 알겠죠? 저는 이만 가볼게요."
독자가 고개를 끄덕이곤 인사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드높게 펼쳐진 창공이 시야에 들어왔다.
어디론가 날아가는 비둘기들.
가족들과 산책하는 환자.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자동차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이었으며, 그가 간절히 바라왔던 것이었다.
일상.
그는 2만년의 항해 끝에.
마침내 일상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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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탁탁
독자는 멀리서 들려오는 발소리를 느꼈다.
드르륵!
미닫이 문이 거칠게 열리며 3명이 들어왔다.
아니, 정확히는 3명과 하나의 도깨비였다.
"아저씨!"
"형!"
그의 아이들이었던 신유승과 이길영은 매일매일 그의 병실에 면회를 왔다.
"요즘은 좀 어떠니 독자야."
[이설화는 뭐라 하던가요?]
오늘은 그의 어머니인 이수경과 그의 딸인 비유도 함께 면회를 왔다.
"차도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네."
무덤덤한 대답에 분위기가 살짝 가라앉았다.
비유가 한 숨을 쉬며 말했다.
[시간이 해결해주는 수 밖에 없는 건가봐요......]
눈치를 보던 이길영과 신유승이 산책을 가자고 말했다. 독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저 이런것도 일상이라는 것이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유의 [도깨비 감투]에서 휠체어가 나오자 둘은 독자를 조심조심 휠체어 위에 앉혔다.
"가자꾸나."
수경이 천천히 휠체어를 밀며 나아갔다.
그의 옆에서 길영과 유승이 재잘재잘 떠들자 독자는 가만히 그들의 말을 들으며 가끔씩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 끄덕임은 기계가 정해진 프로그램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어딘가 어색하고 지극히 작위적이었다.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근심이 쌓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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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아가 고민하며 입을 열었다.
"독자씨는 사벽님과 합쳐진 상태인 것 같아요. 아니, 더 이상 사벽님의 자아는 존재하지 않으니, [제 4의벽]이란 스킬의 파편이 심장에 박힌 거라고 생각해야 해요."
유중혁이 받아쳤다.
"그러니까, 김독자는 2만년의 시간 동안 제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제 4의벽]을 극도로 사용했기에 무감정이란 후유증이 남았다는 것인가?"
상아가 안타까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수영이 물었다.
"그 파편을 없애려면....어떻게 해야하는데?"
"그건......"
다음에 계속
ㅡㅡㅡㅡㅡ
4벽의 파편 때문에 감정과 공감수준이 한계까지 낮아진 김독자
그런 그를 되돌려 놓으려는 김컴의 이야기
※이 글의 커플링은 독상을 향해 전개될 것임(본인은 골수까지 독상파이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