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과 다름없는 날이었다. 적의 거의 모든 군단을 섬멸하고, 마지막 전투만을 남겨둔 상황.


"뭐지? 여긴 내 자리니까 꺼져라."

"하, 매몰차시긴. 어차피 가려고 했거든?"


미카엘의 말에 산달폰이 툴툴대며 절벽에서 일어섰다.


"...그냥 장난이었다."

"그럴 줄 알았어!"


그녀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더니, 다시 절벽에 걸터앉고서는 제 옆 자리를 손으로 툭툭 쳤다.


"앉아."

"싫다."

"앉으라고."

"싫다."

"이 씨■ 그냥 앉아."

"...싫..."


산달폰의 미간이 구겨졌다.


"한번만 더 싫다고 하면 니 아■창에 내 대검 꼽아버릴거야."

"...알았다."


미카엘이 그제서야 옆에 앉자, 산달폰이 미카엘의 어깨에 제 머리를 기댔다.


"히야... 좋다. 별들도 많고 베게도 있고."

"꺼져라. 무겁다."

"아저씨 너무 매정한데? 싫어요."


산달폰이 킥킥대며 미카엘의 목에 제 팔을 감았다.


"루시퍼가 죽으면 넌 뭘 할거야?"

"일상으로 돌아가야겠지. 또 다른 악마들을 죽이고, 또 죽일거다."

"너무 각박한 삶이네."


산달폰이 "츳."하고 혀를 차더니 다시 하늘을 바라봤다.


"너 나 좋아해?"

"...너 천사다."

"사랑에 빠지는게 죄는 아니잖아?"


산달폰이 살짝 목소리를 떨며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벅차오름인지, 설렘인지, 아니면 뭔지 모를 홍조를.


"루시퍼... 죽이면... 난 에덴을 떠날거야."

"...왜지?"

"오빠 따라서 천사가 됐지만 이런 식으로 사랑도 못하고 살기는 싫어서. 그냥 인간이 되고 싶어. 사랑하는 사람이랑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그렇게."


산달폰이 고개를 푹 숙였다.


"나랑 같이 가자."

"뭐?"

"이 전쟁이 끝나면 에덴을 떠나는거야. 떠나서 아무도 모를 곳으로 숨어들어서 평생을 사는거지."


그 말에 미카엘의 볼이 달아올랐다.


"무, 무슨 소리를..."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며 산달폰이 씨익 웃음을 지었다.


"나 사랑해?"

"...전우로써는."

"재미없는 ■■. 눈치는 또 ■나 ■같아요."


그 욕설들에 미카엘이 몸을 흠칫 떨었다.


"그... 왜 같이 떠나는거지? 나는 딱히..."

"너를 사랑하고 싶어서?"

"..."

"천사는 그걸 못하잖아."


그녀가 그 말을 내뱉더니 미카엘의 무릎 위로 올라탔다.


"나랑 같이 갈래?"

"..."

"싫어?"

"그게 잘..."

"싫으면 좋을 때 까지 맞으면 되지 뭐."


산달폰이 낄낄대며 미카엘의 머리칼을 쥐어뜯었다.


"아! 갈게! 간다고!"

"존재 서약서에 싸인 해!"

"미■ 년!"


그리고 그 다음 날,


산달폰은 루시퍼의 창에 심장을 꿰뚫려 죽었다.


*  *  *


천사들이 죽으면 가게 되는 무(無)의 공간. 세상을 돌본 천사들의 영원한 안식의 장소.


그 곳의 문에, 그녀가 서있었다.


미카엘의 가슴에서 벅차오름이 느껴졌고, 이내 그 벅차오름은 눈물로 승화되었다.


"왜 이제 와? 너무 늦었는데?"

"..."


씨익 미소를 짓는, 여전히 머릿속에 선명히 기억되는 그 모습에 미카엘이 그녀에게 달려가 그녀를 꼭 안았다.


"천사들은 영원한 안식을 가지거나, 다음 생을 살 때 단 하나의 소원을 이룬 채로 살 수 있대."


산달폰이 미카엘의 손을 꽉 맞잡았다.


"가자, 소원 빌러!"


+후기:


처음에 그냥 어떤 게이가 아스모데우스가 우리엘 강간하는거 보고싶다고 한거 보고 썼는데 뭔가 스케일이 커져버린 그런 작품... 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