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우가 떨어지는 밤이었다.
여행자로써 세상을 쏘아다니는 천사, 라파엘이 그녀를 만난 밤.
"...알몸으로 그러고 안 부끄러우심?"
"...?"
그녀는 산에 버려진 인간이었다. 그날, 라파엘은 그녀에게 카멧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유성우 사이에 섞인 혜성같은 존재라는 뜻에서.
"우우..."
그리고 그는 그녀에게 말을 가르쳤다.
"라바에?"
"라파엘임."
"으음!"
"알아듣긴 함?"
"으응! 라파에!"
라파엘이 그녀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라."
"라!"
"파."
"파!"
"엘."
"엘-!"
"한번에 해보셈. 라파엘."
"라바에!"
그리고 그렇게 세월이 지나고 그 어린 아이는 어느새 성인이 되었다.
"라파엘! 왜 이제 왔어요! 제가 양들 먹이 줬어요!"
"그건 원래 네 할 일 아님?"
"그렇긴 한데..."
카멧이 몸을 배배꼬며 라파엘을 바라보자, 라파엘이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쓰다듬었다.
"잘했음."
"네!"
사실 라파엘이라면 그녀를 천사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인간의 몸으로 천사들의 수장이 된 메타트론이 대표적인 예였고, 그 뿐 아니라 수많은 천사들이 인간이었다가 천사가 되었으니까.
하지만 라파엘은 어느새 자각하지 못한 채,
"나도 같이 가면 안돼요?"
"...너는 안됨. 얼른 갔다옴."
"왜 안돼요?"
"...그냥 안돼."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유성우들이 떨어져 박힌듯이 하늘에 별들이 향연한 밤이었다. 그날 밤, 결국 라파엘은 천사의 규율을 어겼다.
다시 아침이 왔을 때, 라파엘은 절망했다.
"내가 미쳤어... 내가...!"
"왜, 왜 그래요! 라파엘?"
그녀가 라파엘에게 손을 내밀었으나, 라파엘은 그 손을 탁 치고서 밖으로 나갔다.
"■■..."
* * *
"이거... 먹고 삐진거 풀면 안돼요?"
카멧이 양고기와 찻잎을 같이 구워서 가져왔다.
"...이건 끓이는데 쓰는거임. 그리고 안 삐졌음."
"삐졌잖아!"
"안 삐졌음!"
카멧이 그를 잠시간 노려보더니,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근데 왜 나랑 말 안 해주는데!"
"..."
라파엘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때 내 옷 벗기면서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그랬으면서!"
"너, 너는 왜 그런 말을 부끄럽지도 않게 하셈? 여자가 부끄러운줄을 알아야 됨!"
"그럼 남자 하면 돼! 네가 [심의 규정상 기명할 수 없는 언어]를 떼주면 할 수 있어!"
"미, ■쳤음?"
라파엘이 기겁한 표정으로 뒷걸음질쳤고, 카멧도 그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자, 잠깐만...! 옷 벗지 마! 하지 말라고!"
"시끄러워!"
"이거 강간이야! 살려줘!"
"안 죽여! 얼른 벗어!"
"싫다고!"
.
.
.
"별들이 참 예쁘네요. 그렇죠?"
"나도 저 별들 중 하나였음."
그 말이 장난이라고 생각한건지, 카멧이 깔깔댔다.
"근데 지금은 왜 여기 있어요? 별은 하늘에 있는데?"
"별이... 떨어졌거든. 유성우가 떨어진 날."
유성우가 떨어진 날. 그녀를 만난 날. 이미 그 별은 떨어지고 있었고, 또한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떨어진 별은 어느새 황혼에 다다랐다.
"라파..엘..."
"...가는거?"
"한번만 사랑한다고 해줘요. 한번만."
"사랑함."
카멧이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녀의 눈물이 코를 타고 옆으로 흘러내렸다.
"난 너무 사랑했어요..."
어느새 늙어버린 그녀에게, 늙었지만 그 늙음을 체감할 수 없는 라파엘은 그 어떤 말조차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끝내 그녀는 그의 앞에서 눈을 감았다.
카멧이 죽고, 그녀를 집 앞에 묻은지 하루가 지났다.
라파엘은 그저 평소와 같이 염소와 양들에게 풀을 뜯기고 감자를 삶아먹었다.
두번째 날, 아침마다 자고있던 카멧을 깨울 필요가 없다는 것에, 그녀의 방 앞에 찾아갔던 라파엘은 무언가 허무감을 느꼈다.
마침내 세번째 날.
그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는 그녀를 사랑했다. 단지 그 사랑이 더 큰 증오로 가려져 몰랐을 뿐.
그리고 그 증오 속에 감춰진 사랑이 사라지는 순간, 그 안에서 슬픔이 봇물처럼 흘러나와 증오를 감췄다.
그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몇날 며칠 밤을 새며 그녀의 무덤 앞에 있던 그가 잠시 잠에 들었다가 일어났을 때, 그에게는 다시 날개가 돋아나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에덴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 상처가 낫는 데에는, 그녀와 보냈던 100년이라는 시간이 다시 지나야만 했다.
"라파엘? 너 어디갔다 왔어!"
우리엘이 달려나와 라파엘에게 묻자, 라파엘이 그녀를 바라보고 웃었다.
인간의 삶이란, 어쩌면 그들이 겪는 영겁의 세월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나 다름없는 시간. 그럼에도 그들이 그 인생을 길게 느끼는 이유를
그제서야 라파엘은 깨달았다.
그리고 그는 말했다.
"진짜 여행을 하고 왔음."
+찐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