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설화팩들 가져와요!"
"서, 선생님! 설화 팩이 지금 2개밖에 남지 않은 상황입니다!"
"무슨...! 그걸로 어떻게 이걸 수술해요!"
아일렌이 경악한 표정으로 메스를 떨궜다. 그리고 그녀가 절망에 빠져드려는 순간, 또 다른 의사 한 명이 달려왔다.
"빨리 와요, 중혁 씨!"
"싫, 싫다! 나는 유중혁이다!"
그 옆에는 창백한 얼굴로 끌려오는 남자 하나도 있었다.
"헉... 헉... 중혁 씨 설화는 넘쳐나니까 그거 몇 개 뽑아서 쓰시면 될거에요!"
마침 아일렌이 수술하고 있던 사람 역시 주먹으로 살아온 사람이었다.
이설화 역시 그걸 알고 유중혁을 데려온 것일테고.
"...뭐해요! 얼른 피 뽑으세요!"
"다가오면 베겠다!"
"베면 이혼할거에요."
이설화가 싸늘한 목소리를 하며 유중혁을 응시하자, 그 유중혁이 꽁지를 내리고 팔을 내밀었다.
"아, 아프게 찌르지 마라."
"그럼요~"
아일렌이 씨익 웃음을 지었다.
"언제 넣을거지? 장난치는거면 죽이겠다."
"이미 꽂았어요."
유중혁이 그 말에 흠칫하며 제 팔을 내려다보자, 팔에 줄 하나가 꽂혀 피가 나가고 있었다.
"그럼 다들 장갑 낍시다! 수술 시작할게요!"
"네!"
아일렌의 손이 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쪽 장기 잡아줘요. 잘못하면 설화 다 터집니다."
"넵!"
그 모습이 신기한지, 이설화가 아일렌에게 물었다.
"대체 어떻게 사람 손이 이렇게 움직여요?"
"음..."
아일렌이 빠르게 터져나온 장기를 수복하며 말했다.
"그냥 재능이에요."
"...되게 재수없으시네요."
"...대신 저는 설화 씨 만큼의 환자 상태 파악을 못 하니까요. 각자의 재능이 있는거겠죠."
아일렌이 마침내 수술의 마무리 작업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오늘도 설화 씨 없었으면 진작에 이 환자는 죽었을거고요."
"...뭘 그렇게 치켜세워주시고..."
이설화가 배시시 웃었다.
* * *
"그놈, 깡패였다."
"알아요."
"왜 살렸지? 나를 협박까지 하면서."
유중혁이 툴툴대자, 이설화가 쿡쿡댔다.
"지금 삐진거에요? 피 뽑았다고?"
"...아니다!"
"에에? 맞는 것 같은데?"
이설화의 짖궂은 장난에 유중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다."
"...뭘 정색하시고 그러세요. 그럼 설명해줄게요."
이설화가 가운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 사람이 깡패던, 아니면 우리 엄마를 죽인 살인자더라도 나는 그 사람을 살렸을거에요."
"...왜지?"
유중혁이 살짝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이설화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의사라는 직업은 그런 직업이에요. 의사가 수술을 할 때, 세상의 모든 것들은 어떤 영향도 끼칠 수 없어요. 그 순간만큼은 사람과 사람이 아니라 의사와 환자만이 남거든요."
"...네 어머니를 죽인 사람이 수술받고 나오면 내가 그 즉시 그 놈의 목을 베지."
유중혁이 고개를 돌리며 큼큼대자, 이설화가 유중혁에게 몸을 기댔다.
"오늘 왜 이렇게 귀여워요?"
"...금시초문이군."
말은 그렇게 했지만, 유중혁의 볼이 붉게 물드는걸 보고 이설화는 그의 볼을 찔렀다.
"아 진짜 너무 귀여운데?"
"하지 마!"
"사라...!"
"하지 마라!"
그리고 순간 유중혁의 몸이 멈칫했다.
"다시 한 번..."
"하지 말라면서요?"
"...미안하다."
"먼저 사랑한다고 해봐요."
"..........사랑한다."
유중혁이 뚱한 표정으로 이설화에게 말하자, 이설화가 비슷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진심이 안 느껴지는데...?"
"...사랑한다고!"
"나도 사랑해요."
그 말을 하고서 이설화가 앞서나가자, 유중혁이 뚱한 표정으로 생각했다.
'...손해본 기분이군.'
앞서나가는 이설화의 얼굴이 붉어진것도 모른채 말이다.
'진짜 뭐 저런식으로 말하는데 설레지?'
그리고 둘은 동시에 다른 의미로써 같은 생각을 했다.
'짜증나는군.'
'진짜 짜증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