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퍼... 또 같은 실수를 저지르는구나."
우리엘이 창백한 입술을 바들거리며 호선을 그려냈다.
"산달폰과 미카엘의 이야기를 말하는 거라면, 말도 안 되는 소리지."
"너를 죽이는 데에는 나 하나면 충분해."
우리엘이 그의 장창을 꽉 잡더니, 그녀의 전신에서 염화의 불꽃을 피워냈다.
화르르륵!
그녀의 온 몸에서 쏟아져 나온 염화의 불꽃이, 아니. 그건 더 이상 불꽃이 아니었다. 염화 그 자체. 그 찬란한 염화가 창을 타고서 루시퍼에게 전해졌다.
모든 악(亞)을 멸(滅) 하는 창대한 불꽃이, 가장 거대한 악에게 쏟아내렸다.
"끄아아아아악!"
"나는 미카엘이 아니라 우리엘이야."
우리엘이 제 날개로 루시퍼를 꽉 껴안았다.
"너는 오늘 여기서 무(無)로 돌아간다."
"말도 안되는 소리! 나는 루시퍼다! 신이 될!"
루시퍼의 눈에서 붉은 안광과 함께, 마기가 솟아나왔으나 이내 우리엘의 염화에 사그라들었다.
"제, 제발 그만해...! 여기서 멈춘다면 내가 너를 2인자로써... 아니, 내가 너를 따르마! 네가 신이 되는거야!"
우리엘은 말없이 염화를 루시퍼에게 쏟아냈다. 그리고 이내 루시퍼의 몸이 녹아들기 시작했다.
"아파! 아프다고! 싫어! 죽기 싫어!"
루시퍼의 비명이 울려퍼졌으나, 그 누구도 루시퍼를 구하러 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런것이 대체 누가 저 염화에 뛰어들것이란 말인가.
그 염화 마저 사그라들었을 때, 이미 루시퍼의 형상은 사라져있었다.
우리엘은 날개가 탄 채 바닥으로 떨어졌다.
"엄마!"
"죽여!"
악마들과 제로가 동시에 우리엘에게 달려드는 순간,
쾅!
굉음과 함께 그들이 나타났다.
"형...!"
"구원의 마왕이다!"
"맞아, 여긴 73번째 마계잖아!"
"으으으...! 도망쳐!"
김독자가 입에 싸늘한 미소를 머금었다.
"누가 도망치게 놔둔다고 했지?"
[성좌, '구원의 마왕'이 격을 개방합니다.]
김독자의 격이 일대를 감쌌고, 그 격의 장벽 사이로 수많은 초월좌들이 뛰쳐들어왔다.
"오늘이야말로 모든 악을 멸한다!"
"우와아아아!"
그리고 그의 격의 구석에서 제로가 우리엘을 안아들고 있었다.
"엄마... 엄마 정신 차려봐요!"
"미... 안..."
우리엘이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다.
* * *
"모든 천사들은 들으셈."
"저걸 저런 말투로 말하니까 우리가 부끄럽죠, 이브."
"그러니까요, 아담. 내가 한다고 했는데."
"..."
라파엘이 부부를 째려보자, 둘은 헛기침을 하며 천장을 바라봤다.
[그럼 이제 다시 말하겠다. 모든 천사들은 들으라.]
라파엘이 메타트론을 향해 염화의 검을 겨눴다.
[나는 지금 이 순간, 하나님의 대리인의 자격을 잃은 서기관을 참하고 새로운 에덴을 만들 것이다.]
"당신이 권력을 잡겠다는 소리군요."
메타트론이 실소를 흘리자, 라파엘이 그를 비웃었다.
"내가 너인줄 암? 나는 투표로 에덴의 수장을 결정할거임. 대천사 뿐만 아니라 하급 천사들까지 에덴의 수장이 될 수 있도록."
"궤변이군요. 메시아의 대리인을 바꾼다는게 말이 됩니까?"
메타트론의 양 손에서 강력한 파동이 일어났다.
그리고 메타트론이 라파엘에게 달려드는 순간, 누군가가 메타트론의 뒤에서 그의 목을 꿰뚫었다.
"커억...!"
"애초에 전투력으로만 따지면 미카엘을 웃돈다는 평가를 받는 너를, 내가 단신으로 상대하겠음?"
쓰러져 기울어진 메타트론의 시야에, 유중혁이 사각에서 나타나더니, 뒷모습을 보이며 라파엘에게 걸어갔다.
"■■...."
그 중얼거림을 끝으로, 메타트론의 수명이 끝났다.
"이 자의 시신을 지옥에 유기하셈."
"예... 예?"
꽤나 늙어보이는 얼굴의 천사가 경악한 표정으로 라파엘을 바라봤다.
천사의 시신이 지옥에 유기된다는 것.
그건 그 시신을 타락천사로 규정했다는 것이고, 천사로서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모욕이었다.
"그건 좀 너무한게 아닐...까요?"
"선에 미쳐 그를 위해 악을 행하는 자는 천사로서의 자격이 없음."
"...네, 알겠습니다."
노천사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서기관의 비서였다. 그렇기에 메타트론이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이해했고, 또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그가 마지막으로 본 그의 모습은 나락으로 빠져드는 모습이었다.
"난 지구로 가봐야겠음."
* * *
라파엘이 지구에 도착했을 때, 이설화 덕분에 겨우 목숨을 잡은 채로 누워있는 우리엘이 보였다.
"우리엘... 너 설마!"
라파엘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너 자신을 매개체로 염화를 불러온거임?"
"...응."
우리엘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라파엘이 주먹을 꽉 쥐며 치유의 힘을 쏟아냈다.
그리고 저 멀리에서 달려오는 제로가 그의 눈에 보였다.
"엄마는, 엄마는 괜찮아요?"
"해봐야 5분 남았음."
라파엘의 눈과 입에서 피가 흘러나오며 우리엘의 왼손을 적셨다.
"나 덕분에 10분 남았으니까 나중에 갚으셈."
제로가 우리엘의 오른손을 꽉 잡았다.
"엄마... 엄마 죽지 마... 죽으면 안돼..."
그리고 그의 눈물이 우리엘의 손 위로 툭툭 떨어졌다.
이제야 사랑할 수 있게 되었는데, 너무나도 가혹했다.
"우리 아들."
"응, 엄마...!"
"엄마 없다고 밥 안 먹지 말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해야돼. 알았지?"
"엄마가 왜 없어! 엄마가..."
제로의 손을 잡은 우리엘의 손이 떨렸다.
"우리 아들 예쁜 사람이랑 결혼하고 잘 사는 것도 봐야되는데..."
하늘이 너무나도 가혹하다.
"엄마도 항상... 사랑해."
그 말을 끝으로, 우리엘이 눈을 천천히 감았다. 그리고 깊은 잠에 빠진 듯, 그녀에게서는 어떤 소리조차 들려오자 않았다. 숨소리도, 심장소리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엄마... 엄마!"
그리고 3일 후,
성마대전의 승리자는 선(善)이었다.
그들은 죽어간 이들을 위해 장례를 치뤄줬다. 우리엘 역시 그들과 함께 무덤에 묻혔다.
우리엘의 묘비에는 이런 글귀가 써있었다.
-신이 아닌 선을 따른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