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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다. 독수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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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ing

 

 

[‘최후의 방주가 세계선에 돌입합니다.]

 

어두웠던 긴 포탈을 지나고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8612 행성계에 진입합니다.]

 

바깥을 보니 우리가 있었던 똑같은 지구가 보였다.

 

여기가 김독자가 구한 그 세계선이구나.’

 

바깥 풍경을 한참 바라보던 한수영이 방주를 둘러봤다.

김독자의 설화로 봤던 본래 세계선에서 김독자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했던 일행들부터 시작해서 희생하거나 구하지 못했던 모든 일행들까지 모두 살아있었다고작 한 사람의 희생과 노력으로 만들어낸 결과였다.

 

도대체 넌 뭘 위해서 이렇게까지 한 것일까.’

 

한수영은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쉽사리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원했던 결말이고그가 원했던 마지막 이야기였기에 그의 의지를 끝까지 잇기로 마음을 굳게 먹었다.

일행들을 만나기 위해 다시 비극을 시작했던 한 사람의 이야기가 이렇게 막을 내리고 있었다.

 

왤까항상 같이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왜 넌 항상 마지막에 없을까.”

 

그녀의 눈에서 물방울이 하나 둘씩 또르르 떨어졌다.

 

이게 뭐야내 남자친구면내 남편이면 항상 내 곁을 지켜줘야지!”

 

서러움이 맺힌 목소리로 그녀가 울분을 토해냈다.

 

왜 항상 너 혼자…….”

수영아…….”

 

유상아가 그녀 옆에 다가와 어깨를 토닥였다.

그리고 시스템 창이 하나 떠올랐다.

 

[8612 행성계에 도착했습니다.]

 

방주의 움직임이 멈췄고문이 열렸다환한 빛이 눈이 부셨다.

주변을 돌아보니 서울의 모습이었고 [공단]이 보였다.

그리고 본래 세계선에서 살아남았던 기존 일행들이 보였다.

 

뭐야…… 저건 나……?”

 

본래 세계선의 한수영이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리고 우리의 모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정확히는 본래 세계선에서 살아남았던 중복되는 일행들에게만.

 

[8612* 행성계가 붕괴되었습니다.]

[당신은 제8612 행성계의 평행우주에서 차원 이동을 하였습니다!]

[당신은 본래 세계선의 당신들을 마주했습니다!]

[‘끊어진 필름 이론이 발동합니다!]

[‘가장 오래된 꿈의 가호로 당신의 영혼과 모든 기억이 공존을 이룹니다!]

 

방주를 타고 왔던 우리의 일행들이 본래 세계선의 일행들에게 스며들고 있었다본래 세계선에서 살아남았던 우리와 평행우주의 우리가 합쳐지고 있었다.

 

뭐야!”

 

본래 세계선의 일행들이 당황스러워 했지만이내 본래 세계선의 기억들과 평행우주의 기억들이 합쳐졌다그리고 이내 한 몸으로 합쳐졌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본래 세계선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던 우리들이 하나 둘씩 눈물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존나 어이없네왜 여기로 오지 않고 평행우주의 나랑 사귄 거야……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못 할 거면…… 사랑한다고 하지 말던가…… 진짜 나쁜 새끼…….”

 

내가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유중혁도 놀란 표정으로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

그리고 일행들 모두 울기 시작했다.

 

씨발!”

 

정희원이 땅을 쾅 내리치며 울분을 토해냈다이현성이 눈물을 삼키며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유상아가 숨을 죽이며 조용히 눈물을 흘렸고 이설화와 장하영도 작게 눈물을 훔쳤다아이들도 목이 쉬도록 펑펑 울었다김남운이 쭈뼛쭈뼛 다가오더니 이지혜를 작게 끌어안았다그의 눈가에도 눈물이 고여있었다두 초월좌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한참을 서 있었고, JUS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평행우주에서 돌아온 일행들도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울기 시작했다.

 

[설화, ‘가장 오래된 꿈이 이야기를 멈춥니다.]

 

*

 

조금 진정을 한 뒤 우리는 [공단]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본래 세계선에서 살아남은 우리들과 평행우주에서 김독자가 모두 구해낸 김독자에게 호의적인 마음을 가지고 그를 도와준 모든 사람들까지 이곳에 돌아왔다그리고 이내 하나의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현재 제8612 행성계에 가장 오래된 꿈의 가호가 내려져 있습니다.]

[외부의 존재들로부터 안전합니다.]

 

김독자가 평행우주로 오기 전에 소멸하면서까지 외부 존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내렸던 가호만이 이곳에 남아있었다우리는 몇 번이고 김독자의 별자리를 찾으려고 애썼다하지만 들려오는 메시지는 한결같았다.

 

[성좌, ‘구원의 마왕은 스타 스트림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성좌, ‘빛과 어둠의 감시자는 스타 스트림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성좌, ‘긴고아의 죄수는 스타 스트림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성좌, ‘가장 따듯한 어둠의 왕자는 스타 스트림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성좌, ‘에르하벤의 마지막 심장은 스타 스트림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의 별이 너무 멀리 있어서찾을 수 없는 것일까.

그리고 또 다른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가장 오래된 꿈이 사라집니다.]

[‘가장 오래된 꿈이 공석이 되었습니다.]

[〈스타 스트림의 시스템이 붕괴됩니다.]

 

허공에 떠오른 시스템 창과 함께 우리의 모든 설화들이 이야기를 멈추기 시작했고이내 힘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그리고 저 메시지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던 비유와 비형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뭔데…… 왜 우는데…….”

 

이지혜가 자신이 생각했던 가정을 부정하듯 화를 내며 그 둘을 타박했다.

 

뭐라고 말 좀 해봐왜 우는데아니잖아내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잖아!”

 

그녀의 외침에도 그 둘은 말없이 눈물을 계속 흘렸다.

 

아니잖아……. 살아있잖아아저씨 안 죽었잖아!”

 

이지혜의 눈에서도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스타 스트림의 시스템 붕괴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단단했던 설화가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것은신이 더 이상 세계선을 바라보지 못한다는 것.

신의 죽음을 뜻했다.

 

시스템의 붕괴라는 것은…… 신이 더 이상…….”

 

시스템의 붕괴로 더 이상 진언을 사용할 수 없는 제천대성이 말하고 있었다.

 

씨발 말하지 마!”

 

정희원이 듣기 싫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소리쳤다.

 

말하지 마……. 그렇게 말하면 진짜 죽은 것 같잖아…….”

 

정희원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그리고 방에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갑자기 눈물을 삼키던 한수영의 몸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방에 있던 모든 일행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꽃혔다.

 

[‘가장 오래된 꿈이 모든 힘을 소진하여 당신에게 가호를 내립니다.]

[전용 스킬, ‘4의 벽이 당신에게 계승됩니다.]

[전용 스킬, ‘4의 벽이 생성되었습니다.]

[‘가장 오래된 꿈의 힘 일부가 계승됩니다.]

[당신은 가장 오래된 꿈의 대리인이 되었습니다.]

[〈스타 스트림의 시스템이 일부 복구됩니다.]

 

허공에 뜬 시스템 창이 떠오르더니 이내 한수영이 울컥했다.

 

이게 뭐야……. 어떻게 마지막으로 이딴 선물을 주고 가.”

 

한수영이 고개를 숙인 채 울기 시작했다그리고 허공에서 스파크가 튀며 벽이 나타났다그리고 그 벽에서 중절모를 쓴 쳥년이 나타났다.

 

츠츠츠츠츳!

 

[4의 벽]이었다.

허공에 뜬 유중혁이 작게 입을 열었다.

 

그 벽인가……. 뭐지?”

 

「……무사히 도착하셨군요다행입니다.」

 

어떻게 여기에 나타난 거지?”

 

그분께서 창조신에게 모든 권한을 넘기셨습니다그리고 저도 마찬가지로요.」

 

“……그 녀석은 어떻게 됐지?”

 

유중혁의 질문에 일행들 모두 [4의 벽]에게 귀를 귀울였다.

한수영도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분께선…… 아주…… 아주 깊은 잠에 빠지셨습니다.」

 

[그렇게 말고 똑바로 얘기해독자는…… 독자는 어떻게 된 건데?]

 

시스템의 일부 복구로 진언을 사용하며 우리엘이 검을 치켜세우며 소리쳤다옆에서 가브리엘이 그녀를 만류했다.

 

정말…… 정말로 그분의 마지막을 보고 싶으신 겁니까?」

 

[4의 벽]의 말에 일행들 모두 조금 머뭇거리는 눈치였지만 이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정 원하시다면.」

 

그 말을 끝으로 허공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그리고 김독자의 모습이 보였다.

 

[전용 스킬, ‘4의 벽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설화 파편, ‘신의 마지막 이야기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김독자의 마지막 모습이 보이며 설화가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김독자가 사라지면서 설화가 크게 손상되어 설화 파편이었지만 그 정도로 충분했다.

 

·

·

·

 

일행들 모두 숨을 죽이며 설화에 집중했다김독자의 모습이 변하면서 거대한 황금색 날개를 펼치고 묵시룡에게 날아가 끝까지 일행들을 지키려고 하는 모습들까지하나도 빠짐없이 그의 마지막 이야기를 읽었다.

묵시룡의 최초의 꼬리짓을 모두 막고신화급 성좌들 모두 죽이고 마침내 묵시룡의 심장을 찌르고 피를 토해내며 쓰러진 김독자의 모습이 보였다.

흑염룡이 눈을 질끈 감으며 책상을 쾅하고 내리쳤다.

 

[씨발……. 내가 더 강했으면…….]

 

우리엘이 붉게 물든 눈으로 흑염룡을 다독였다.

시스템 창에서는 김독자의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그리고 그의 전신이 넝마가 되고온몸이 그을리고 다리가 부러지고 팔이 부러지고 온갖 상처가 가득한 김독자의 몸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김독자의 숨소리가 점점 잦아들고 있었고그의 눈에서 흘린 물방울 하나가 뺨을 타고 또르르 떨어지면서 이야기가 멈췄다.

 

[설화 파편, ‘신의 마지막 이야기가 이야기를 멈춥니다.]

 

「……이게 그분의 마지막이었습니다.」

 

방에서 적막한 고요가 흘렀다김독자의 마지막을 지켜본 일행들 모두 쉽게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정적을 깬 것은 [4의 벽]이었다.

 

그리고…… 이건 그분께서 당신들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입니다저는 이만 졸려서…….」

 

[전용 스킬, ‘4의 벽이 잠에 빠집니다.]

 

[4의 벽]이 사라졌고허공에서 활자들이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행들 각각에게 활자들이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었다김독자가 남긴 마지막 편지였다그의 편지를 읽은 일행들 모두 웃거나 울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나에게도 활자들이 몰려왔다나는 방을 빠져나와, [공단옥상으로 올라갔다.

 

후우…….”

 

나는 레몬사탕을 입에 물고 심호흡을 한번하고 활자들에 손을 갖다댔다.

그리고 활자들이 나에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To. 한수영

안녕 수영아지금쯤이면 네가 내 편지를 읽고 있겠지.

근데 너는 아마 어디 건물 옥상이나 어디 방에 들어가서 혼자서 이 편지를 읽고 있을 거야그렇지?』

 

지극히 김독자다운 편지에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놀랐을 수도 있는데평행우주의 너와 본래 세계선의 너가 합쳐진 이유는 평행우주는 [아바타같은 개념이 아니기에 내 가호로 영혼이 온전히 기억을 나눌 수 있도록 한 거야만약에 네가 소멸할 수도 있었으니까.』

 

그제서야 본래 세계선에서 살아남았던 우리가 합쳐진 이유를 깨달았다.

나는 묵묵히 계속 편지를 읽었다.

 

결코 이 편지가 너에게 가지 않길 바라지만혹여 만에 하나 지금 네가 이 편지를 읽고 있다면 나는 너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어.』

 

걱정하지 말라는 약속.』

 

일행들 부탁한다그리고 부탁한 것들도 준비해주고.

걱정 마몸 조심해.

나 걱정해주는 거야?

뭐래넌 내 배후성이니까 그렇지!

 

다치지 않겠다는 약속.』

 

그래도 조심해내 남친이 어디 가서 맞고 다니는 거 질색이니까

뽀뽀 한번 해주면 안 다칠 수 있을 거 같은데.”

뭐라는 거야!”

빨리.”

 

다시 너에게 돌아가겠다는 약속.』

 

다시 돌아와꼭 다시 돌아와서 나에게 고백해!!!”

 

절대 죽지 않겠다는 약속.』

 

안 죽을게걱정 마.

―……진짜지?

너랑 결혼식 올려야지.

몸조심해절대 죽지 말고.

알겠어.

 

그리고 너와 결혼식을 올리겠다는 약속.』

 

결혼식은 언제 올릴까?”

“……시나리오 끝나고.”

그때까지는 소멸 안 할 거지?”

약속할게.”

 

난 하나도 지키지 못했어정말 미안해.』

 

나는 울음이 새어 나왔다.

 

김독자라는 나한테 있어서 한수영 너는 언제나 환하게 빛났어.

그런 너를 만났고그런 너를 사랑했고그런 너와 이렇게 헤어져서 정말 많이 미안해.』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염치없지만 네가 오랫동안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누구보다 환하고너의 그 아름다운 미소로 나까지 대신해서 잘 살아줬으면 좋겠어.』

 

나는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내가 밉고원망스러운 거 알아하지만 나도 너에게 가고 싶었을 거야죽을 힘을 다해 너에게 가려고 했을 거야.』

 

어흑…… 안 왔잖아…… 훌쩍근데 안 왔잖아!”

 

얼마나 울었을까내 목이 쉰 것이 느껴졌다.

 

이게 뭐야……. 이딴 게 무슨 남자친구냐고!!!”

 

직접 너에게 말해주고 싶었지만이렇게밖에 말해주지 못하서 미안해.

사랑해 수영아어렸던 나를 구원해준 멸살법’ 작가 한수영을나와 함께 시나리오를 해쳐 나간 화신 한수영을그리고 나의 부인인 명계의 공주 한수영을그리고 사랑스러운 나의 하나뿐인 작가 여자친구 한수영을 정말 좋아해.』

 

나도 직접 말해주고 싶었다정말 좋아한다고하나뿐인 나의 독자인 너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까 다시 돌아오라고수백 번 수천 번이고 너에게 사랑을 속삭이고 싶었다.

 

정말 사랑해수영아꼭 행복하게 지내야 해안녕천재 미소녀 작가님.』

 

끄흑…… 나도…… …… 진짜 사랑해 멍청아…….”

 

그렇게 나는 한참 동안 울면서 김독자의 편지를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

 

김독자가 죽은 지 어느새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시스템이 일부 복구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늙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살아가고 있었다.

김독자 컴퍼니의 일행들은 모두 큰집에서 살고 있었다다들 제 일 때문에 바빠서 모두 집에 있지는 못했지만모두가 그 자리에 있었다하지만 오직 한 사람만 자리에 없었다.

 

하아…….”

 

입김을 부니 하얗게 김이 나왔다어느새 겨울이 찾아왔고 오늘은 12월 24일인 크리스마스 이브였다본래 세계선 그대로 대학 교수 일을 계속 했다.

모처럼 24일과 25일 이틀 연속으로 쉬는 날이라 집에서 안 나오려고 했지만 집에서만 있기 싫어서 잠깐 바람 쐴 겸 밖에 나왔다어느새 하늘이 어두워져 있었고 크리스마스 이브가 끝이 나고 크리스마스가 시작되고 있었다.

 

“……조금 춥네.”

 

나는 하얀 코트와 목도리만 걸치고 나왔다코트는 김독자가 선물해줬었던 김독자와 똑같은 [무한 차원의 아공간 코트]였다그와의 추억을 잃기 싫어서 매일매일 코트를 입고 다녔다심지어 여름에도일행들이 안 덥냐고 좀 벗으라고 뭐라고 한 적도 있었지만 이내 나를 이해해줬다.

 

“……크리스마스까지 30분 남았네.”

 

김독자에게서 가장 오래된 꿈의 힘을 일부 물려받았지만나는 온전히 힘을 사용할 수 없었다조금의 힘만 쓰려고 하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내가 쓸 수 있는 힘은 그저 약간의 날씨를 조정하는 게 다였다그래서 나는 이지혜의 부탁으로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 동안 눈이 내리게 했다.

하늘에서 새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예쁘긴 드럽게 이쁘네.”

 

환하게 빛나는 달과 함께 수많은 별들도 빛나고 있었다.

나는 5년 동안 김독자의 별을 찾으려고 계속해서 꿈의 권능을 사용했었다.

하지만 그의 별은 여전히 찾을 수 없었다아무리 불러봐도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에휴집이나 가야지.”

 

나는 다 먹은 레몬사탕 막대기를 던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누군가가 나를 불러세웠다.

 

한 교수님!”

 

뒤를 돌아보니 대학교 동기 교수가 서 있었다. 3년 전부터 나에게 찝쩍댔던 교수였다몇 번이고 거절하고 밀어냈지만 그는 계속해서 들이댔었다.

나는 슬슬 짜증이 날 참이었다.

 

오 교수님여긴 어쩐 일이세요?”

그냥 바람 좀 쐬러 나왔다가 익숙한 뒷모습이 보여서…….”

…… 그러세요?”

한 교수님은 이곳에 무슨 일로……?”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요.”

기다리는 사람이요?”

.”

 

나는 하늘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래전부터 계속 기다리고 있는데 야속하게도 대답이 없네요.”

…… 정말 나쁜 사람이네요한 교수님 같은 분을 계속 기다리게 하다니…….”

나쁜 사람……? 그냥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찢어 죽여도 모자를 그런 사람이에요.”

 

나는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동기 교수가 살짝 겁먹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살짝 웃더니 입을 열었다.

 

그렇군요저 그럼 한 교수님.”

왜 부르시죠?”

그럼 오늘은 그 사람 기다리지 마시고 저랑 같이 놀지 않으실래요?”

 

동기 교수의 얼굴을 보니 살짝 볼이 상기되어 있었다.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그래도 동기 교수였기에 정중하게 거절했다.

 

죄송해요저에겐 그 사람이 더 중요해서.”

 

차라리 저런 말을 해준 사람이 저런 교수가 아니라 김독자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을 했었다.

 

에이계속 기다려도 안 오는 그런 사람을 뭐하러 기다려요한 교수님이 더 아까워요!”

 

동기 교수가 내 말은 제대로 들은 체도 안 하고 내 손목을 붙잡았다.

 

아니 저는 분명 싫다고……!”

그러지 말고 저랑 같이 놀아요제가 더 많이 좋아해 드릴게요.”

 

나는 혐오감이 들었다교수의 손을 뿌리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시스템이 온전한 힘을 내지 못했기 때문에 교수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슬슬 내 손목이 아파질 참이었다.

내가 성좌의 격을 개방하여 교수에게서 벗어나려는 순간 누군가가 나타나 내 손목을 교수의 손에서 떼어줬다그리고 사내가 나를 자기 품속으로 끌어안았다어두운 밤거리였기에 사내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뭐야당신 누구야!”

 

당황한 동기 교수가 소리치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사내가 입을 열었다나는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울컥 눈물이 나올 뻔했다잊으려야 절대 잊을 수 없는 그 목소리.

 

가기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끌고 가는 게 과연 옳은 행동일까요?.”

무슨 소리야내가 언제 억지로 끌고 갔다고 그래그보다 넌 누군데 그래한 교수님 남자친구라도 돼?”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동기 교수가 괜히 소리치며 사내를 타박했다.

사내가 싱긋 웃더니 내 허리를 끌어안고 말했다.

 

제가 이 사람 남자친구입니다.. 불만 있으신가요?”

그냥 좀 반반하게 생겨서 좀 갖고 놀다 말려고 했는데 짜증 나게 진짜.”

 

동기 교수가 바닥에 침을 뱉으며 말했다.

 

너 씨발 방금 뭐라고……!”

 

울컥한 내가 그에게 따지려고 나서는 순간 사내에게서 전신이 오싹해질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그의 기운에 나는 온몸이 얼어붙었다.

 

“……방금 뭐라고 했냐?”

 

사내가 싸늘한 목소리로 교수에게 천천히 다가갔다겁에 질린 교수가 바닥에 주저앉아 오줌을 지리고 있었다사내가 허리를 숙여 교수에게 눈높이를 맞추고 작게 속삭였다.

 

진짜 죽어서 명계〉 구경하고 싶지 않으면 교수직 그만두고 다시는 그녀에게 접근하지 마알겠어?”

 

가장 깊고 어두운 그림자가 주변을 감싸기 시작했다.

사내의 눈동자에서 환하게 빛나는 3명의 심판관들의 눈동자가 보였다.

교수가 벌벌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꺼져.”

 

그림자가 사라지더니 교수가 매우 빠른 속도로 도망쳤다천천히 일어선 사내가 나를 쳐다봤다나는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눈물이 새어 나왔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얼굴이 세계에서 하나뿐인 나의 독자이자 남자친구.

사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안녕 수영아오랜만이야.”

 

그리웠던 한결같은 농담능글맞은 표정김독자다분명 김독자다.

나는 김독자에게 달려가 그의 품속에 안겼다그리고 엉엉 울었다.

 

“……진짜 김독자야진짜 너야?”

 

내 질문에 응답하듯 시스템 창이 떠오르더니 하늘에서 그 무엇보다도 환하게 빛나는 별자리의 따듯한 시선이 느껴졌다.

 

[성좌, ‘구원의 마왕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성좌, ‘빛과 어둠의 감시자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성좌, ‘긴고아의 죄수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성좌, ‘가장 따듯한 어둠의 왕자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성좌, ‘에르하벤의 마지막 심장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진짜 나야.”

 

김독자가 내 머리를 살짝 쓸어 넘기고 나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보고 싶었어 수영아.”

 

김독자의 눈에서 한줄기의 물방울이 흘러내렸다나는 김독자의 볼을 쓰다듬으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었다.

 

왜 울어 멍청아……. 네가 제일 힘들었을 텐데.”

 

김독자가 아이처럼 서럽게 울고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이런 생각 하면 안 되지만 우는 거 존나 이쁘네.’

 

미안해…… 미안해 수영아…….”

사과하지 마돌아왔으면 된 거야.”

 

나는 김독자의 얼굴 쓰다듬으며 말했다.

 

근데…… 어떻게 돌아온 거야?”

 

김독자가 눈물을 삼키고 말했다.

 

설명하려면 길어모두 어딨어?”

 

김독자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우리는 김독자 컴퍼니 하우스에 들어왔다.

나는 일행들에게 지금 당장 집에 오라고 연락을 보냈다.

일행들 모두 의아해했지만 김독자가 돌아왔다는 얘기를 하자마자 연락이 끊겼다.

 

“……크네.”

 

김독자가 집을 둘러보더니 말했다.

 

엄청 크지이제 너도 같이 살 곳이야.”

 

김독자가 싱긋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내 방은 어딘데?”

…… 그게 아직 없어…….”

괜찮아너랑 자면 되지.”

뭐라는 거야!”

 

나는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뭐 어때부부인데.”

“……아직 결혼 안 했잖아.”

 

김독자가 나를 보더니 싱긋 웃으며 말했다.

 

얼른 결혼식 올리자.”

그래.”

 

나와 김독자에게서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그리고 그 기류를 깨듯 엄청난 굉음과 함께 집의 한쪽이 무너져내렸다.

자욱한 연기 속에서 유중혁의 모습이 보였다김독자를 본 유중혁의 동공이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그리고 그가 작게 말했다.

 

“……어떻게.”

너 그 말 엄청 싫어하는 거 아니였냐.”

 

김독자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다가갔다.

 

그보다 문이 있는데 왜 멀쩡한 벽을 부수고 오냐?”

 

김독자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유중혁을 맞이했다.

 

오랜만이다 중혁아잘 지냈냐?”

 

유중혁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또다시 굉음이 들리며 유중혁이 부셨던 벽이 마저 무너져내렸다그리고 일행들의 모습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다일행들 모두 붉게 물든 눈으로 김독자를 쳐다봤다.

김독자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입니다 여러분.”

 

[거대 설화, ‘마계의 봄 다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거대 설화, ‘신화를 삼킨 성화 다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거대 설화, ‘빛과 어둠의 계절 다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거대 설화, ‘잊혀진 것들의 해방자 다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아직 이름이 없는 거대 설화가 다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독자 씨!!!!”

독자야!”

!”

아저씨!”

 

일행들 모두 김독자에게 달려들었다.

 

·

·

·

 

김독자와 다시 재회한 일행들을 진정시키고 거실에 옹기종기 모였다.

본래 세계선의 일행들과 평행우주에서 김독자가 구한 일행들 모두 모여있었다.

 

어떻게 돌아온 거야……? 그때 분명 독자 넌…….”

 

우리엘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일행들 모두 김독자를 바라봤다.

김독자가 작게 심호흡을 한 뒤입을 열었다.

 

*

 

묵시룡과 마지막 전투를 치르고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내 몸은 완전히 소멸하여 느껴지지 않았고영혼도 느껴지지 않았다.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그저 깊은 늪에서 깊은 잠에 빠진 느낌이 들었다몸을 일으키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눈도 떠지지 않았고 몸도 꼼짝하지 않았다그렇게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을까내 의식이 차츰 생기기 시작했다.

 

하아…… 도대체 몇 년이 지난 거야.’

 

의식만 차렸을 뿐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느낌 한번 별로네.’

 

지금까지 부활을 몇 번 한 적 있었지만 이런 기분은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모두 무사히 잘 도착했을까괜찮겠지?’

 

방주에서 울부짖는 일행들의 모습이 생각났다.

나는 쓰게 웃었다그때 뒤에서 기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후회할 거라고 했잖아.】

 

난 그 목소리의 정체를 깨달았다.

 

은밀한 모략가어떻게 여기에…….”

 

은밀한 모략가는 말없이 나에게 다가왔다.

 

여기서 너를 보게 될지는 몰랐는데아는 얼굴이 한 명 있어서 다행이네.”

 

나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근데 여기는 어디야?”

 

【‘()의 공간’. 말 그래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다.】

 

그렇구나나 진짜 죽었구나.”

 

은밀한 모략가가 말없이 나를 바라봤다.

 

나 심심한데조금만 더 여기에 있어줄 수 있지?”

 

【……후회하지 않는가?】

 

후회라…… 왜 안 하겠어나도 사람인데.”

 

그럼 왜 그런 선택을 한 것이지?】

 

그럼 너는 왜 999회차에서 그런 행동을 한 건데?”

 

은밀한 모략가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짓었다.

 

말 못하겠지나도 그래누군가가 꼭 희생하는 이야기는 없을 줄 알았는데그게 아니더라고.”

 

【……왜 그들을 위해 너의 삶은 버린 것이지?】

 

그들의 존재가 내 삶의 이유니까.”

 

나의 대답에 은밀한 모략가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후회는 하겠지왜 그랬을까나만 살면 되는데 라고 후회할 때가 있겠지분명 너도 그런 때가 있었을걸?”

 

은밀한 모략가는 묵묵히 내 말에 집중했다.

 

근데 내 선택에는 후회하지 않아아까도 말했지만 그들의 존재가 내 삶의 이유니까.”

 

그들의 삶에서 네놈은 존재하지 않는데 무슨 이유가 있는 거지?】

 

거기에서 이유가 있다는 거야비록 내가 없지만 그들은 행복하게 살 수 있잖아.”

 

네놈의 일 떄문에 행복하지 못 할 수도 있는데?】

 

물론 그렇겠지내가 원망스럽고 트라우마가 남을 수도 있겠지하지만 나를 아는 사람들이내가 구했던 사람들이 나를 잊지 않고 끝까지 날 대신해서 살아남아 줄 거니까.”

 

【…….】

 

그냥 그렇게 믿는 거야식상하지근데 그게 다야그들의 이야기 덕분에 난 살아남을 수 있었고 구원받았으니까.”

 

【……하지만 네놈은 구원받지 못하지 않는가?】

 

내 수식언이 괜히 구원의 마왕이겠어너도 999회차에서 일 때문에 조금은 이해가지 않아?”

 

나는 죽으면 회귀한다하지만 네놈은 단 한 번뿐의 기회 아닌가.】

 

그 녀석도 똑같은 말 했었는데누가 회귀자 아니랄까 봐.”

 

「“김독자기회는 한 번뿐이다.”

내겐 늘 한 번뿐이었어.”」

 

나는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내겐 늘 한 번뿐이었어.”

 

은밀한 모략가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나를 보며 말했다.

 

【……그런가난 아직 멀었군.】

 

은밀한 모략가가 나를 일별하더니 서서히 그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만 눈을 떠라김독자.】

 

그의 말과 함께 어딘가로 빨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눈이 떠졌다.

 

*

 

눈을 떠보니새하얀 공간이었다.

그리고 저기서 천사 날개를 가진 한 사람과고등학생 정도 키의 두 남녀와거구의 사내그리고 로브를 뒤집어 쓴 사람과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독자야이건 이렇게…….】

아저씨 왔어못 본 사이에 좀 수척해졌네?】

그게 할 소리야 김남운아저씨이리 와서 앉아.】

 

나는 얼빠진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뭘 그리 멍하니 서 있나여기 와서 앉아라.】

 

이게…… 무슨…….”

 

나는 그들을 정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회차의 주인공들이자또 다른 나를 구원한 존재들.

999회차의 이계의 신격들의 왕들이었다.

 

어떻게 당신들이…….”

 

어린 독자나어른 독자나무력하고 슬픈 삶을 사는 건 똑같네.】

 

우리엘이 나에게 천천히 다가오더니 내 머리를 쓰다듬고 말했다.

 

말했잖아시나리오가 있던 말던 세상은 똑같다고.】

 

김남운도 나에게 다가왔다.

 

그 이야기를 읽고 살아와서 그런가희생하는 건 사부랑 똑같네.】

쓸데없는 말 하지 마라 이지혜.】

 

유중혁과 이지혜도 나에게 다가왔다.

 

독자 씨의 이야기는 세상에서 가장 환하게 빛나고 아름다운 이야기였습니다.】

 

이현성도 거구한 체구를 움직이며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이현성의 거구한 체구 뒤에서 작은 사람이 천천히 다가왔다.

나는 심장이 크게 뛰었다.

 

독자야인사해야지.】

 

안녕너가 그 이야기의 주인공인 또 다른 나구나?”

 

전대 가장 오래된 꿈이었던 어린 내가 그곳에 있었다.

 

그때 네놈이 물었지그곳에서의 는 잘 지내냐고.】

 

[거기의 는 잘… 지내고 있냐?]

 

보다시피잘 지내는 중이다.】

 

나는 어린 김독자를 살펴봤다항상 상처가 가득했던 몸에서는 더 이상 상처를 찾아볼 수 없었고제대로 먹고 다니지 못해뼈만 있었던 몸이 이제 살이 붙어있었다너무나도 잘 지내고 있었다.

 

“……그래그런 것 같네다행이다.”

 

나는 눈물을 삼키고 한쪽 무릎을 꿇고 어린 김독자에게 눈을 맞췄다.

 

안녕반가워.”

!”

 

나는 어린 김독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린 김독자가 내 손길을 느끼며 헤실헤실 웃었다.

그리고 우리엘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어?】

 

“……왜 없겠습니까저도 그들과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싶죠.”

돌아갈 수 있어!”

 

어린 김독자가 해맑은 표정으로 말했다.

 

어떻게…… 아니하지만 나는…….”

 

돌아갈 수 없다왜지?】

 

은밀한 모략가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거야…….”

 

네놈은 구원받을 자격이 없다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지?】

 

내 속내를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은밀한 모략가가 말하고 있었다.

 

내가…… 내가 구원받아도 될까감히 내가…….”

 

내가 뭐?】

 

김남운의 말에 나는 그와 눈이 마주 쳤다

 

도대체 아저씨가 생각하는 기준이 뭐길래 구원받을 자격이 없다고 하는 거야그딴 건 누가 정하는 건데?】

 

김남운의 말에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행복해져도 되는 걸까……? 나로 인해 불행해진 사람들이…….”

 

뭐야, tls123이 말했잖아아저씨가 그 이야기를 읽어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고아저씨 잘못 없다고.】

 

언젠가 한수영이 나에게 말했었다이 이야기는 너로 인해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고넌 아무 잘못 없다고.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너는 홀로 오랜 시간을 견뎌왔거만여전히 너는 이 우주에서 가장 무력한 존재구나.】

 

우리엘이 내 눈가에 눈물을 닦아주었다.

 

독자 씨는 구원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적어도 저희는요.】

 

이현성도 나의 어깨를 토닥였다.

 

어린 독자는 우리에게 구원을 받았고어린 독자는 너로부터 구원을 받았다어린 독자가 주인공인 너의 이야기를 꿈꿔왔고너가 그 이야기를 해온 덕분에 살아올 수 있었다.】

 

우리엘이 어린 독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어린 독자도 이제 행복해지기 시작했는데아저씨라고 불행해질 이유는 없잖아?】

 

이지혜가 어린 독자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

 

평행우주에서의 아저씨 이야기는 이 우주에서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고가장 멋진 이야기였어.】

 

김남운이 어린 독자를 등에 없으며 말했다.

 

나는 내 배후성을 만나기 위해 지금까지 달려왔다그리고 1863번의 회귀 끝에 네놈을 만났다. 1864회차의 그 놈도네놈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유중혁이 어린 독자에게 따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곳은 네놈이 있을 곳이 아니다.】

 

나는 울음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어떻게…….”

그건 내가 해결할 수 있어!”

 

어린 독자가 환하게 웃으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변의 모든 기운이 어린 독자에게 모여들기 시작했다.

 

[전대 가장 오래된 꿈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전대 가장 오래된 꿈이 당신의 죽음을 바라지 않습니다!]

[전대 가장 오래된 꿈의 마지막 꿈 장악력을 사용합니다!]

[당신의 영혼과 화신체가 복구됩니다!]

 

내 몸이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

일정한 심장 박동이 느껴졌고숨이 쉬어지고 있었다.

 

[당신의 모든 설화가 다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당신의 별자리가 다시 환한 빛을 내기 시작합니다!]

 

내 별자리가 환하게 빛나더니 나에게 스며들고 있었다.

 

[성좌, ‘구원의 마왕의 별자리가 환하게 빛납니다!]

[성좌, ‘빛과 어둠의 감시자의 별자리가 환하게 빛납니다!]

[성좌, ‘긴고아의 죄수의 별자리가 환하게 빛납니다!]

[성좌, ‘가장 따듯한 어둠의 왕자의 별자리가 환하게 빛납니다!]

[성좌, ‘에르하벤의 마지막 심장의 별자리가 환하게 빛납니다!]

 

그리고 내 뒤에서 하나의 포탈이 생성됐다.

 

[전대 가장 오래된 꿈이 당신에게 가호를 내립니다.]

[당신은 가장 오래된 꿈이 되었습니다!]

[‘가장 오래된 꿈의 힘이 완전히 회복됩니다!]

 

이제 너에게 맡길게나의 신.】

 

어린 독자가 우리엘의 품에서 잠들었다.

마지막 힘을 모두 사용하여 나에게 힘을 건네준 것 같았다.

 

이제 진짜 이 우주의 신은 아저씨야꼭 행복해야 해어린 독자는 우리가 잘 키우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가끔 놀러오고 싶으시면 놀러 오셔도 됩니다어린 독자도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가끔 놀러 오겠습니다.”

 

그렇다고 힘 너무 막 쓰지 말고잘 지내 아저씨그곳에서의 나에게 안부도 전해주고.】

 

은밀한 모략가가 나에게 다가왔다.

 

이제 작별이군이현성 말대로 가끔 놀러 와도 상관없다.】

 

나는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고맙다.”

 

은밀한 모략가도 살짝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포탈을 가르키며 말했다.

 

지구로 돌아가라 김독자.】

 

그래안녕모두 고마웠습니다.”

 

우리엘와 이현성이지혜김남운이 나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간다.”

 

유중혁에게 인사하고 포탈로 들어갔다.

 

[꿈의 포탈에 진입합니다!]

[8612 행성계에 진입합니다!]

[차원 이동을 시작합니다.]

 

내 몸이 빨려가는 느낌이 들었고 이내 우주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당신은 가장 오래된 꿈이 되었습니다.]

[〈스타 스트림에 당신의 존재를 각인시킵니다.]

[‘가장 오래된 꿈이 제8612 행성계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내가 떠났던 나의 세계에서 눈이 떠졌다.

 

*

 

“……그렇게 해서 돌아오게 된 것니다.”

 

내가 이야기를 마치자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일행들 모두 무언가를 말하려는 눈치였지만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고요한 정적을 깨고 유중혁이 입을 열었다.

 

“……그곳에서의 나는…… 어땠지?”

 

모두의 예상을 깬 질문에 일행들 모두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한수영이 유중혁의 뒤통수를 때리며 말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질문이 나오냐!”

그냥 궁금할 뿐이다.”

 

나는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곳의 너는 그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어.”

그렇군.”

 

유중혁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우리엘이 말했다.

 

저기그곳의 어린 독자는…… 어떻게 생겼어?”

 

우리엘이 살짝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했다.

 

우리엘!”

 

정희원이 그녀를 노려보자 쭈굴거리며 말했다.

 

아니…… 어린 독자는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

 

한수영이 살짝 웃으며 우리엘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린 독자진짜 엄청 귀엽게 생겼지키는 요만한데똘망똘망한 눈이 얼마나 귀여운데~”

그러보니 저희는 어린 독자 씨의 모습을 본 적이 있죠.”

 

유상아의 말에 본래 세계선의 일행들이 기억을 더듬었다.

 

그때 그 마지막 지하철에서!”

 

이지혜가 번뜩이며 말했다.

 

확실히 아저씨 되게 귀엽게 생기시긴 했죠.”

맞아나보다 키도 작았어!”

 

유승이와 길영이도 말했다.

우리엘이 정희원의 어깨를 앞뒤로 흔들며 소리쳤다.

 

나도!! 나도 어린 독자 보고 싶어!!!!”

 

우리엘의 모습에 일행들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이내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가장 오래된 꿈이 우주의 섭리를 다시 이어갑니다.]

[〈스타 스트림의 시스템이 완전히 복구됩니다!]

 

시스템이 복구되며 점점 힘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멈췄던 설화들이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고우리에게 깃들고 있었다.

 

[아직 이름이 없는 거대 설화가 새롭게 개화합니다!!]

[거대 설화, ‘김독자 컴퍼니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우리가 마지막에 얻었던 이름이 없던 거대 설화가 발아했고우리를 맞이했다.

유중혁이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진작에 성운 이름을 바꿀 걸 그랬군.”

아직도 그 소리냐.”

 

나는 유중혁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유중혁이 잠시 나를 노려보더니 이내 웃음을 지었다.

 

돌아온 걸 환영한다 김독자.”

 

유중혁의 말에 일행들 모두 나를 바라보며 축하해줬다.

돌아왔다다시 돌아왔다아직 나의 마지막 이야기는 막을 내리지 않고 계속해서 이야기해 나갈 것이다.

 

그보다 집이 엉망이네요.”

 

유상아가 집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까 온갖 난리를 치며 집을 부수고 들어온 일행들의 흔적이었다.

 

이설화가 유중혁을 째려보더니 이내 유중혁이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나는 피식 웃으며 힘을 사용했다.

 

[‘가장 오래된 꿈의 힘을 사용합니다!]

[‘꿈 장악력을 사용합니다!]

 

내가 집중해서 상상을 하고 꿈을 꾸기 시작하자무너졌던 벽의 파편들이 천천히 떠오르더니 원상복구가 되었다.

일행들 모두 놀란 토끼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이게 그 꿈의 권능이구나……. 신기하다.”

 

정희원이 벽을 짚더니 말했다.

그리고 페르세포네와 나의 어머니가 나와 한수영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그럼 이제 남은 건…… 결혼인가?”

 

두 어머니의 말에 한수영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명계의 왕자와 공주니결혼식은 명계에서 하지결혼 예복도 있단다.”

 

하데스도 한술 더 뜨자일행들이 신나게 웃으며 거들었다나는 신난 일행들을 뒤로하고 한수영을 끌어안고 사라졌다일행들은 사라진 우리를 찾기 시작했다나와 한수영은 김독자 컴퍼니 하우스 옥상에 올라왔다.

 

날씨 좋네.”

 

한수영이 옥상 난간에 기대며 밤공기를 맡았다.

나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진짜 꿈만 같아이렇게 너를 다시 보는 게.”

 

한수영이 내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진짜 힘들었어. 5년 동안 버티기 힘들었다고.”

 

나는 그녀를 살짝 끌어안았다그녀의 코트에서 은은한 레몬향이 내 코끝을 찔렀다.

 

이제 어디 안 갈게항상 네 곁에서 너의 작품을 읽을게.”

“……약속이야.”

 

그녀의 새끼 손가락이 나의 새끼 손가락을 걸더니 손가락 도장을 찍었다.

나는 이때다 싶어꿈의 권능으로 눈을 내리게 했고한쪽 무릎을 꿇고 그녀를 올려다봤다환하게 빛나는 달빛이 우리를 비추고 있었다.

 

수영아.”

 

한수영이 살짝 당황했지만이내 마음을 다잡고 나의 눈을 마주 봤다.

 

사랑해 수영아어렸던 나를 구원해준 멸살법’ 작가 한수영을나와 함께 시나리오를 해쳐 나간 화신 한수영을그리고 나의 부인인 명계의 공주 한수영을그리고 사랑스러운 나의 하나뿐인 작가 여자친구 한수영을 정말 좋아해.”

 

내가 그녀에게 썼던 편지의 마지막 구절직접 말로 하지 못했지만지금은 직접 얘기해줄 수 있었다.

 

나랑 결혼해줄래?”

 

코트 속에서 반지 케이스를 꺼내들었다.

환하게 빛나는 두 개의 보석이 달빛을 받으며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한수영의 눈에서 눈물이 고였다그리고 이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당연한 걸 뭘 물어봐좋아 김독자결혼하자.”

 

그녀가 눈물을 훔치며 반지를 받아줬다나와 한수영은 서로의 약지에 반지를 끼워줬다그리고 새하얀 눈을 맞으며 달콤한 그녀의 입술이 내 입술에 포개졌다.

 

*

 

결혼식 당일 날이 되었다.

나는 옷가지를 정리했다.

 

우리 아들 잘생겼네.”

 

문이 열리고 내 어머니 이수경이 들어왔다.

 

오셨어요?”

그래, 〈명계의 예복도 나름대로 멋이 있구나.”

 

우리는 명계에서 결혼식을 진행했다.

기존의 새하얀 웨딩 예복과 다르게, 〈명계의 예복은 짙은 어둠을 연상시키는 한걸음 옮길 때마다 어둠 자락이 허공으로 흩어지는 그런 예복이었다.

 

우리 아들 정말 남편이 되는구나.”

조금 어색하네요.”

이제 수영이에게 가보렴.”

.”

 

나는 그렇게 신부 대기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수영의 모습이 보였다.

곳곳에 꽃무늬가 있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화장까지 마친 한수영이 나를 반겼다.

 

김독자!!”

“……진짜 예쁘네.”

 

나는 무의식적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한수영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뭐라는 거야!”

우리 며느리 예쁘구나.”

 

이수경이 한수영에게 다가갔다.

 

어머님 오셨어요?”

이제 좀 호칭에 적응이 된 것 같구나.”

하하…….”

 

한수영이 어색하게 웃었다.

어머니가 대기실을 빠져나갔고 대기실에는 우리 둘만 있었다.

 

내 남편 이렇게 꾸미니 훨씬 잘생겼네.”

 

나는 말없이 한수영에게 다가갔다.

 

왜이래.”

 

나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와 얼굴을 가깝게 마주 봤다.

 

“……진짜 너무 예뻐서.”

 

그렇게 그대로 나는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 김독자!”

말리지 마 지금 네 남편 미치기 일보 직전이니까.”

 

나는 다시 한번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

 

하아… 진짜 김독자 미쳤어.”

 

그녀가 지워진 립스틱을 다시 바르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문을 두들기더니 김컴 일행들이 하나 둘씩 들어왔다.

 

독자 씨이렇게 보니 진짜 잘생겼는데요?”

수영 언니 오늘 너무 예쁘다!!!”

두 분 너무 잘 어울리세요.”

자자다들 모여이런 날에 사진이 빠질 수는 없지!”

 

그렇게 우리는 사진을 여러 장 찍었고그 뒤로도 계속 일행들과 성좌들도 찾아왔다.

 

어우결혼식은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힘들어.”

조금만 참아금방 끝날 거야.”

!”

 

나는 그녀를 바라보고 작게 중얼거렸다.

 

“……지금 또 키스하면 안 되겠지?”

내가 그렇게 예쁘냐?”

진짜 너무 예뻐.”

푸흡결혼식 끝나고 질리도록 해줄게.”

 

한수영이 내 입술을 손가락을 툭툭쳤다.

나는 그녀를 확 끌어당겼다힘없이 그녀의 몸이 내 품에 안겼다.

 

뭐야!”

“……역시 지금 아니면 안 되겠어.”

 

나는 다시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그녀도 손을 내 목에 두르고 찐한 키스를 마쳤다.

그리고 심판관 한 명이 문을 두들기고 나타났다.

 

왕자님공주님입장하실 시간입니다.”

알겠어가자 수영아.”

!”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으로 향했다.

주례는 페르세포네가 맡았다.

 

두 사람이 사랑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제 연인이 아닌 부부로서 삶을 시작하는 거룩한 자리입니다.

신랑신부 입장하겠습니다.”

 

나와 한수영은 손을 잡고 식장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디오니소스가 공연을 하는 것이 보였고 일행들 모두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신랑 김독자 군과신부 한수영 양의 혼인서약을 하겠습니다.

먼저 신랑에게 묻겠습니다신랑 김독자 군은 신부 한수영 양을 아내로 맞이하여 기쁠 때나슬플 때나괴로울 때나즐거울 때나한결같이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내가 한수영에게 결혼반지를 끼워주며 힘차게 말했다.

 

맹세합니다.”

 

[성좌, ‘단 한 사람을 위한 독자가 자신의 배우자를 바라봅니다.]

 

다음은 신부에게 묻겠습니다신부 한수영 양은 신랑 김독자 군을 아내로 맞이하여 기쁠 때나슬플 때나괴로울 때나즐거울 때나한결같이 사랑할 것을 멩세합니까?”

 

한수영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결혼반지를 끼워주며 말했다.

 

예 맹세합니다.”

 

[성좌, ‘단 한 사람을 위한 작가가 자신의 배우자를 바라봅니다.]

 

오늘 내빈 및 친지 여러분이 지켜보는 가운데신랑 신부가 혼인을 서약했습니다이에 주례는 두 사람의 청혼이 원만히 이루어졌음을 엄숙하게 선언합니다.”

 

그렇게 나와 한수영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키스를 했다.

 

[설화, ‘작가와 독자가 환한 빛을 내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평생의 사랑을 약속한 두 남녀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로 이야기의 막을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