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https://arca.live/b/reader/38772443  

1편: https://arca.live/b/reader/38925924  

2편: https://arca.live/b/reader/39079079 


“자자, 여러분! 다들 진정하시고. 침착하게 심호흡부터 하세요. 진정들 되셨습니까? 다들 하던 행동 멈춰 주시고, 잠시만 저한테 주목해 주십시오. 아시다시피 국가 재난 상황에서는 작은 소란이 큰 인명 피해로 번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현 상황은 지금부터 제가 통제하도록 하겠습니다.”


5분정도 지났을 때 건장한 체격의 청년이 앞으로 나와 말핬다. 


“뭐야, 당신 누군데!”


“국가 재난 상황? 뭔 개소리야!”


몇몇 사람들이 ‘통제’라는 말에 강하게 저항하며 일어섰다. 


그러자 청년이 지갑 속에서 공무원증을 꺼내 보였다. 


“저는 현재 6502부대에서 근무 중인 육군 중위입니다. 방금 전, 부대로부터 메시지가 날아왔습니다.”


군인의 스마트 폰 앞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나는 인파를 뚫고 가 내용을 읽었다.


―1급 국가 재난 상황 발생. 전 병력은 신속히 부대로 집결.


옆에서는 누군가가 스마트폰으로 국무총리의 연설을 보고있었다. 


나도 옆사람의 스마트폰을 같이 보았다. 


그 순간 화면에서 총성이 울리면서 국무총리가 죽고 도깨비가 나타났다. 


[여러분, 제가 말했잖아요. 이건 ‘테러’ 같은 장난이 아니라고. 아직도 못 알아들은 모양이죠? 안 되겠네. 지금도 이 상황이 게임처럼 느껴지나 봐요? 하하, 자료 조사에 의하면 이 나라 사람들은 게임에 능하다던데, 그럼 어디 난이도를 좀 올려 볼까?]


삐빅. 하는 소리와 함께 허공에 거대한 타이머가 떠올랐다. 


[잔여 시간이 10분 감소했습니다.]

[현재 남은 시간 10분.]

[앞으로 5분 안에 최초의 살해 행위가 발생하지 않을 시, 해당 칸의 모든 생명체는 절멸합니다.]


그 때 주변을 보니 어떤 남고생으로 보이는 녀석이 할머니를 때리고 있었다. 


나는 그를 말리러 다가갔다. 


“어린 노무 시키가 지금 어르신한테......!”


그러나 나에게 돌아온 것은, 비웃음 섞인 목소리였다.


“아저씨, 죽고 싶어?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돼?”


“뭔 개소리야 이 막돼먹은 새끼가!”


“저거 안 보여?”


그는 천장에 도깨비가 켜 놓은 홀로그램 화면을 가르키며 말했다. 


화면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죽어나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아직도 모르겠어? 군대는 우릴 구하러 오지 않아. 그리고 누군가는 죽어야만 해.”


“무, 무슨 말을.......”


“우린 죽을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고. 물론 아저씨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 살기 위해 동족을 죽이다니. 그건 개새끼들이나 하는 짓이지. 하지만 말이야, 이건 불가항력이라고. 불가항력. 죽이지 않으면 우리가 죽는데, 누가 우릴 탓해? 아저씬 끝까지 도덕 타령하다가 죽을 거야? 잘 생각해. 지금까지 아저씨가 알던 세계는 방금 끝난 거라고. 그리고 새로운 세계에는 새로운 법칙이 필요한 법이야.”


그 말을 듣고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까지의 도덕이 쓸모가 없다는 걸 깨달은 나는 할머니를 죽이는 일에 동참했다. 


그때였다. 


“다들 멈추세요. 그 할머니를 죽여 봤자 당신들은 살 수 없으니까.”


김독자였다. 


김독자는 할머니를 죽이는게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할머니를 죽이지 않고도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듣고 나는 김독자가 던진 채집망의 벌레들을 향해 몸을 던졌다. 


누군가는 나를 때리고 누군가는 애원했지만 난 나의 목숨을 위해 벌레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생명체를 살해했습니다.]

[보상으로 100코인을 획득합니다.]


하, 됐다. 살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그때 주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제한 시간이 경과하였습니다.]


퍼버버벅― 하는 소리와 함께, 주변 사람들의 머리가 폭발했다.


[유료 정산이 시작됩니다.]


씨발.


방금전까지 나와 벌레를 놓고 다투던 인간들이 모두 벌레가 된것처럼 터져나갔다. 


하지만 이제는 살아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도깨비에게 말했다.


“이, 이제 저흴 풀어 주시는 겁니까? 원하는 조건도 들어드렸지 않습니까?”


[흐음, 풀어달라뇨? 바깥 광경을 제대로 못 보셨나 보죠? 진짜로 내보내드려요?]


나는 바깥의 광경을 보고 경악했다. 


내가 알던 서울의 모습은 사라진 채 괴물들이 날튀고 있었다. 


나는 잔뜩 쫄아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아무튼 감탄했습니다. 사실 이 칸은 별로 기대를 안 했는데, 용케도 첫 번째 시나리오를 통과하셨네요. 이로써 벌레도 살아남을 자격이 있다는 걸 증명하셨군요. 고난을 이겨낸 만큼 보상도 있어야겠죠? 이제 여러분은 첫 번째 시나리오의 보상으로 무려 ‘성좌’님들의 후원을 받을 자격을 갖췄어요. 와아아! 어때요, 기대되죠? 흠, 다들 시큰둥하네요. 이거 정말 대단한 일인데.]


져게 무슨 소리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머리가 터질까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흠, 다들 어리둥절한 얼굴들이시네. 쉽게 말씀드릴게요. 지금의 당신들은 아주 형편없게 약해요. 당장 이어질 시나리오 속에 던져 놨다간, ‘크루크’는커녕, 약해 빠진 ‘땅강아쥐’만 만나도 살해당할 정도란 말입니다. 그런데 친절하게도, 이 우주에는 그런 당신들을 가엾게 여겨 후원하고자 하는 위대한 분들이 계시거든요.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까?]


옆에 있던 건장한 사내가 입을 열었다.


“그게 대체 무슨 말입니까? 누가 누구를 후원한다는.......”


[흠, 말귀 더럽게 못 알아 처먹네. 한국 속담에 그런 게 있었죠. 백 번 듣느니 한 번 보는 게 낫다. 그러니 직접 겪어 보시죠. 뭐, 운이 없는 사람은 겪을 기회도 없겠지만 말입니다. 하하핫!]


갑자기 눈 앞에 이상한 선택지가 떠올랐다.




<배후(背後) 선택>


―당신의 배후를 선택하세요.


―선택한 배후는 당신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줄 것입니다.


1. 은밀한 모략가


2. 절름발이 사기꾼




배후? 나를 지켜준다는 놈들인건가? 아무튼 나는 살아남기 위해 깊이 생각했다.


'이 위험한 세계 속에서 나를 지켜줄 놈을 골라야 한다면 이왕이면 강하고 똑똑한 놈을 골라야겠지? 은밀한 모략가라... 뭔가 머리는 좋아보이지만 힘은 약해 보이는군. 절름발이 사기꾼? 뭔가 산전수전 다 겪으며 살아온 티가 난다. 이런 위험한 세계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기도 중요한 덕목이다. 절름발이라는 말이 마음에 걸리지만 소싯적 읽은 무협지에서 엄청난 고수였던 파천신군이란 자도 부하의 배신에 다리를 잃었지만 실력만은 진짜가 아니던가.(웹툰 '고수' 참조) 소설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으니 실제로 존재할 지도 모른다. 이녀석을 선택하자.'


[당신은 '절름발이 사기꾼'을 선택했습니다.]

['절름발이 사기꾼'이 당신의 배후성이 되었습니다.]


주변을 돌아보니 다른 사람들도 모두 선택을 마친 것 같았다.


[하하, 이것 참······ 흥미로운 선택을 한 분이 계시네요? 뭐, 그래요. 기회는 또 있으니까요. 자자, 그럼 다들 선택도 끝나셨을 테고, 여기서 잠시 쉬고들 계세요. 저는 이만 다음 시나리오 준비하러 가봐야 해서. 10분 뒤에 뵙죠!]


<배후 선택>이 끝난 후, 도깨비는 그딴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앞에서는 김독자와 건장한 청년이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김독자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하하, 우리 계약직이 큰 건 하나 했네. 독자 씨, 내 이름은 알지?”


“압니다, 한명오 씨.”


“어허, 한명오 씨라니? 부장님이라고 해야지?"


“여긴 회사가 아닙니다만.”


“하, 이것 보게. 이제 출근 안 하려고? 그런 버르장머린 어디서 배웠어?”


“그리고, 아깐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했어. 응? 벌레 같은 게 있었으면 나한테 귀띔이라도 해 줬어야지. 그렇게 함부로 내던지면 어떡해? 김독자 씨 나한테 잘 해야 돼. 계약 얼마 안 남았지?"


“한명오 씨. 그만 닥치세요.”


“뭐, 뭐?”


“아직도 상황 파악 안 됩니까? 아까 그 애새끼한테 맞았어야 정신 차릴 겁니까? 미노 소프트? 이 사단이 났는데, 아직 그런 회사가 남아 있겠습니까?”


나는 얼굴이 희게 질린 채 입을 뻐끔거렸다. 충격으로 김독자가 하는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가 이 말을 하기 전까진.


“여기서 나가야 합니다.”


“나, 나가다니. 지금 제정신이야?”


저 녀석이 드디어 미쳤구나. 


바깥이 괴물들 천지인데 나간다니.


“다들 부모님 생각은 안 하십니까? 이 사달이 났는데 부모님들은 무사하실까요?”


그 말을 들은 유상아가 말했다.


“나가요. 나가야겠어요.”


“아, 안 돼! 아까 그 새끼 말 못 들었어? 여기서 쉬라잖아! 함부로 움직이면 대가리 깨진다고!”


“······저도 자대로 가보긴 해야 합니다만, 그래도 이 상황에서 함부로 움직이는 건 위험할 것 같습니다. 아까 경고도 들었고요.”


“씨발, 니들끼리 나가! 난 안 나가! 안 나간다고!”


나는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때였다.


쿠웅!


두꺼운 철판이 우그러지며 굉음을 냈다. 옆칸으로 통하는 철문이 찌그러지고 있었다.


“뭐, 뭐야?”


쿠웅!


“뭐, 뭐해! 다들 막아!”


나는 고함을 지르며 문에서 멀어졌다. 


정신 차려보니 건장한 청년과 김독자가 말하고 있었다. 


건장한 청년이 말했다.


"다른 칸에서 넘어온다면 생존자일 가능성이 높을 텐데요. 한 번 만나보는 것도······.”


김독자는 대답 대신 피투성이가 된 객실을 훑어보았다.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움직인 청년과 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제가 경솔했습니다.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보죠.”


“나, 나가자! 빨리 나가자고!”


순간 나는 자각했다. 


다른 칸의 생존자들도 우리와 같은 일을 겪었으리라는 것을. 


그리고 그들에겐, ‘곤충’이라는 행운이 없었을 것이라는 것도.




그나마 희망이 있어 보이는 출입구 앞에서 청년이 기합을 넣었다.


“흐아아아아압!”


“뭐야! 이 친구 완전 장사였잖아!”


청년의 힘에 열린 문틈 사이로 우리는 빠져나갔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 뿐이 아니었다.


[······이것 참.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아까 제가 말했죠? 아무데도 가지 말라고. 젠장! 아직 시나리오 준비가 안 끝났는데―]


화가 난 듯한 모습의 도깨비가 동호대교 상공에 떠 있었다.


“으아아!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나오지 말자고 했잖아!”


머리가 터질 거라고 생각한 나는 관자놀이를 감싸 쥐었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휴······ 뭐 어쩔 수 없죠. 정말 운이 좋은 인간들이라니까.]




[두 번째 시나리오가 도착했습니다!]


<서브 시나리오 - 탈출>


분류 : 서브


난이도 : E


클리어 조건 : 끊어진 다리를 건너 옥수역으로 진입하시오.


제한시간 : 20분


보상 : 200코인


실패시 : ???




뭐지? 다리는 아직 끊어지지 않았는데, 하지만 김독자의 상관 말고 뛰라는 말에 나는 자연스레 뛰게 되었다. 


뛰는 도중에 다리를 다쳤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뛰었다. 


하지만 곧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다리가 끊어진 것이었다.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누군가가 성좌의 가호를 받았습니다.]

[성좌의 가호로 시나리오에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발동합니다.]


목소리와 함께, 끊어진 동호 대교의 사이로 눈부신 빛의 다리가 생성되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 – 짝수 다리]


설명 : 성좌의 가호로 만들어진 빛의 다리. 오직 ‘짝수’의 인원만이 다리를 건너갈 수 있다. 홀수의 인원이 다리를 건너려 할시, 다리는 즉시 소멸한다.


나는 이 창이 뜨자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했다. 


마침 김독자가 좀비같은 것들이랑 싸우고 있었으므로 나는 옆에 있던 유상아를 들쳐매고 뛰기 시작했다. 


한발이 다쳐 다리를 절며 뛰었지만 평소보다 오히려 더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었다.


'뭐지? 이게 그 배후성이란 놈의 힘인가? 무협지의 보법같은 스킬인가보군. 그놈을 선택하길 잘한 것 같아.'


다리를 건너자 알림같은 것이 떴다.


[절대선 계통의 성좌들이 당신의 행위를 비난합니다.]

[절대악 계통의 성좌들이 당신의 행위를 좋아합니다.]

[200코인을 후원받있습니다.]


나는 지쳐서 주저앉았다. 


옆에서 유상아가 나에게 소리쳤다.


"부장님, 미쳤어요? 독자씨를 버리고 오면 어떡해요!"


"내, 내가 유상아씨를 살린거야. 고마워하진 못할 망정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되지."


그 후로도 유상아가 나에게 소리를 쳤지만 나는 그녀를 무시한 채로 휴식을 취했다.


잠시 후 다리쪽에서 웬 잘생긴 청년이 건너왔다. 


옆에 있던 유상아가 그에게 물었다.


"혹시 김독자씨 못보셨나요?"


"그녀석이라면 아마 살아있을거다. 어서 금호역으로 들어가지."


나는 그들을 따라서 금호역으로 들어갔다.


[옥수역에 진입했습니다.]

[서브 시나리오 – 탈출이 종료되었습니다.]

[클리어 보상으로 200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