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컥.


방문이 큰 소리를 내며 열렸다. 꽤나 다급하게 열린 것이라 방 안의 사람이 움찔하기 딱 좋은 것이었다. 그럼에도 정희원은 시선 하나 주지 않고 방안으로 들어섰다. 아니, 시선 하나 주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럴 틈이 없던 것이다.


"희원아!"


혼란스러움과 반가움이 뒤섞인 목소리에도 정희원은 그저 묵묵히 나아가기만 했다. 이상할 정도로 화가 나 있는 것으로만 보이는 그 모습에 우리엘이 놀라 몸을 흠칫 떨었다.

방을 가로지어 나아간 정희원은 다급하게 창의 커튼을 쳤다. 설마 기자들이 이곳까지 왔을 줄은 몰랐다. 돈벌이가 되는 것을 하나라도 더 늘리기 위해선 남의 인생을 시궁창으로 처박아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자들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서울 돔이 해방되었을 때 한 번 겪었고, 그보다 한참 후에 아이돌이 된 우리엘이 얼굴을 가리고서 평범한 시민처럼 거리를 걸었을 때조차 몰래 따라온 카메라에 진절머리를 냈다.

그렇다 해도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알아야 할 권리라는 허울 좋은 헛소리를 내걸고서 창 밖에서 이 방을 찍고 있을 카메라가 얼마나 많은 지 정희원은 알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공단 안에도 있지 않을까. 쳤던 커튼을 떨릴 정도로 세게 쥐여 잡은 정희원이 헛웃음을 흘렸다.


"...희원아."


울음 섞인 목소리에 정희원은 뒤를 돌았다. 이불을 꼭 쥔 채 파르르 떨리는 두 손이 보였다. 잘게 흔들리는 녹안의 푸른 우울에 숨이 막히는 듯했다.


"미안해요, 우리엘."


방 안에 혼자 남겨진 우리엘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묻고 싶은 게 있어도 번호를 알 수 없으니 전화는 사용할 줄을 몰랐을 것이고, 공단 안에는 설명을 해줄 사람이 없었다. 단 하나 할 수 있는 것은 기다리는 것 뿐이고, 한참을 기다리다 드디어 들어온 사람은 설명 한 마디 없이 알 수 없는 행동을 했다. 했던 행동 하나하나는 전부 불안을 느끼게 하기 딱 좋은 것이었다.

굳게 굳은 표정을 풀었다. 우리엘이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것은 어렵다 해도 적어도 불안은 느끼지 않게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우리엘, 어디서부터 듣고 싶어요?"


"...전부 다."


"알겠어요."


정희원은 이설화한테 들었던 주의사항과 현재 추정되는 상태를, 그리고 우리엘이 잃어버린 기억을 말했다. 전부를 듣고서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고서 정희원은 전부를 말하지 않은 게 그나마 나은 판단이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했지만, 우리엘이 바라는 대로 해주는 게 옳았다고 생각했다. 당사자한테 알고 싶어 하는 것을 알려주지 않는 행동은 한 번으로도 족했다.

정희원은 혼란스러워 하는 우리엘을 껴안으며 천천히 등을 토닥였다. 혼란스러워 하는 것은 우리엘 뿐만이 아니었지만, 가장 혼란스러워 하는 것은 우리엘일 것이다. 우리엘을 꼭 껴안은 정희원은 우리엘이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를 듣지 못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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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상실, 두통, 묵시룡, 마지막 시나리오, 외신왕, 비형, 999회차, 도깨비왕, 혹부리왕, 오징어 포획 작전, JUS, 아이돌, 한수영의 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 방주, 성공, 공연, 조명, 구급차, 사고, 공단.


툭툭 끊어진 단어가 허공을 떠다니는 것만 같았다. 윙윙거리는 이명이 들리고 머리가 아파왔다. 윙윙거리던 이명은 그저 단순한 기계음 같은 소리가 아니라 언젠가 들었던 목소리 일지도 몰랐지만 전혀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잃어버린 기억은 상당히 말도 안되는 것들이었고, 애써 떠올리려하면 말했던대로 두통이 찾아왔다. 애쓰며 떠올린 기억은 황당한 것들 뿐이었지만, 전부 다 사실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물 밀려오듯이 밀려온 기억에 머리는 복잡해졌다.


우리엘은 정희원한테 가만히 기대 안겼다. 기대어 안긴 정희원의 품은 따뜻했다. 복잡해진 머리 탓에 그대로 기대어 안기고만 싶은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