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빛 안개가 뿌옇게 앞을 가리우고 그 앞에 김독자가 홀로 서있다
" 야 김독자! 거기서 혼자서 뭐하냐? "
무엇을 하는지 제자리에서 조금씩 움직이는게 흐릿하게 보여왔다.
다가갈수록 안개는 서서히 걷히고 김독자와 옆에 있는 또 하나의 형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옆에 흐릿하게 보였던 형상은 다름아닌 내가 잘 아는 친구, 유상아였다
" 야 둘이서 뭐하는... "
둘을 부르려다 말문이 막혔다. 조금씩 움직이던 움직임 그 움직임은 서로가 서로의 입술을 탐하고있는 애정행각이였다.
다가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그 자리에서 둘의 모습을 잠시 지켜보았다. 행복해보이는 듯한 유상아의 표정, 적극적으로 리드하고있 그모습에 무슨 말도 할 수 없었고, 발 또한 움직이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둘은 애정행각은 멈추었고 유상아는 얼굴을 돌려 내쪽을 쳐다보았다.
이제는 많이 걷혀진 안개사이에서 슬며시 올라가는 유상아의 표정, 무엇인가 승리한듯한 희열감에 찬 그 표정에 자연스럽게 입이 열렸다.
" 야! 유상아, 뭐하는거야 "
손에는 땀이 쥐어졌고, 시야는 흔들렸다. 김독자쪽을 쳐다보려고 했지만, 아무리 집중을 해보아도 이제는 많이 뚜렷해진 시야에서 김독자의 얼굴만이 여전히 안개에 가린듯 뿌옇게 보였다.
" 수영아 "
그렇게 집중하던중 유상아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억울해하지마. 내가 먼저 좋아했거든 "
"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거야 유상아 "
유상아의 말에 몸이 떨리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깊이 숨겨두었던 비밀을 들킨것마냥 목소리는 내 목소리를 떨리고있었다.
" 수영아 나는 알아 너 독자 좋아하고있잖아 우리엘이 고백했다가 차인것 때문에 고민하고 있지만 근래 독자에게 고백할까도 생각하고있고, 계속 너만의 독자였으면 하잖아 "
" 하지만 어쩌지 이미 늦어버렸어~ 이미 독자는 나랑 사귀고있거든, 너무 억울해하지는 말아줘 네가 좋아하는 기간 몇배는 내가 좋아했으니 "
" 이제는 그만가줘 수영아 이제 독자랑 슬슬 진도를 더 빼야하거든 "
유상아의 말이 끝나자 다시 주변의 안개는 다시금 짙어지고 김독자와 유상아의 모습은 멀어져갔다
" 야 유상아 그게 무슨 개소리야, 야 ㅁ발 기다려 "
" 멈춰!1 멈추라고오 !!! "
급격하게 눈앞이 어두어지더니, 이내 환해지는 시야와 함께 몸을 일으켰다. 몸에는 땀이 흥건했고 주변을 둘러보니 어재 저녘에 쓰다가 둔 소설이 눈에 들고,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 하하ㅏ 다 꿈이였구나.. "
" 아니 씨발 뭔 이딴 꿈이 나오고 지랄이야 아이 씨ㅣ "
모든게 꿈이였다는 사실을 인지하게되고 짜증이 몰려왔다. 시계를 보니 학교에 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이 기분, 이 상태로 학교로 가야한다는것에 더욱이 짜증이 났다.
" 아 그냥 오늘 하루 쉴까? "
그냥 하루정도는 확 쉴까하고 생각했지만, 꿈에서 보았던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괴롭힌 결과 결국에는 학교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평소랑 같은 골목길, 같은 고양이들 하지만 그냥 다 실증이 났다. 머릿속에서는 이상한 망상만이 싫음에도 계속해서 재생되고있었고, 업친데 덮친격으로 학교로가는 삼거리 길에서 김독자와 유상아를 만나게 되었다.
평소와 똑같은 김독자와 유상아임에도 꿈에서 본 그 장면이 계속에서 겹쳐져서 보였다.
" 어? 수영아 안녕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늦게 등교하네 "
" 오 한수영이 왠일이래 맨날 나에게 준비는 조금씩 더 일찍하는거라고 놀리더니 "
" 오늘은 늦잠을 좀 자서 "
' 평소랑 같은 대화인데 왜이렇게 대화가 어색한지, 아니 정확히는 내쪽에서 어색해 하고있는거겠지. '
계속해서 머릿속에서 이상한 말 한마디가 맴돈다 둘이 혹시 사귀냐고 진짜 문맥도 없고 뜬금도 없는 소리인 이 한마디가 머릿속에서 떠나지가 않는다.
학교로 같이 걸아가는 와중에 나의 걸음걸이는 둘의 걸음의보다 약간은 떨어져서 들려왔다.
조금씩 알게모르게 계속 올라오는 이 감정에 휘둘리다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삼거리를 지나 학교앞의 신호등에 도착해있었다.
신호등의 불은 초록색불은 가르켰고, 김독자와 유상아를 포함한 많은 학생들이 일제히 학교로 걸어간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내 발걸음은 움직이지 않았고, 같이 걸어가는 유상아와 김독자를 바라보았다.
과거 김독자에 대한 내 마음을 처음으로 인지하였던 그 때 보았던 만화같이 빛나던 유상아와 김독자 둘의 모습이 다시금 떠올랐다.
' 김독자의 옆자리는 역시 유상아의 자리인것일까? 내가 얻을 수 없는 자리인것일까? '
" 야 한수영 뭐해? 안 와? "
" 수영아 어서 무슨 생각해?? 어서 뛰어 우리 지각해 "
" 아 미안미안, 잠시 딴 생각하느라 "
다시 뛰어갔지만, 여전히 내 발걸음은 두 사람의 약간 뒤를 따랐다.
학교에 들어가 반을 향하던 중 우리엘의 반이 창문을 넘어서 슬며시 보였다. 언제나 시끄러웠던 우리엘의 자리는 조용했고, 그 자리의 주인인 우리엘 또한 보이지않았다.
" 그거 들었어? 오늘 우리엘 학교 빠진다는데? "
" 왜? "
" 어떤 남자애에게 차여서 그런다는 소문이 있긴한데.. "
" 에이, 우리엘이 남자에게 차여? 감기라도 걸렸나보지 "
시끌벅적한 애들 틈세를 지니가다 보니 우리엘이 학교에 오지않는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 그 우리엘도 차였는데 내게 가능성이 있을까? '
하루종일 잡생각에 머리가 차 어떻게 지나는지도 모르게 한교시 한교시가 지나 어느새 점심시간이 왔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 입맛이 있을리가 없었고 결국 유상아와 김독자에게는 속이 안 좋다고 말하며, 화장실안에서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기로했다.
내가 지금 바라는 미래는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하고싶은것일까?
나는 김독자를 좋아하는걸까?
' 그녀석 생각만해도 얼굴이 빨개지는데 무슨 부정할 길이 있나? 당연히 좋아하지 나에게 있어서 첫 독자이자, 첫 친구 좋아하는것 이상의 감정이 나에게 있어. '
' 그리고 만약에 사귀면 내 첫 애인이기도 하고... '
김독자의 생각에 얼굴은 계속 붉어졌다.
하지만, 본래의 성격상 머리는 다시 냉철하고 차갑게 돌아갔다.
김독자를 좋아하는 이는 나뿐이 아니다. 우리엘, 그리고 유상아또한 김독자를 좋아한다.
우리엘은 화려한 외모와 엄청난 친화력을 가졌고 유상아 또한 수려한 외모와 김독자와 함께한 기나긴 추억이 있다.
나에게는 무엇이 있지?
전학와서 만난 우연히 서로 글을 좋아하기에 맞물린 인연, 유상아 만큼의 관계, 그리고 추억은 나와 김독자 사이에는 없다
남들의 눈길을 한번에 잡아끌고 모두의 이상형이 될만한 그런 우리엘과 같은 외모도 내게는 없다
내 손에는 들려있는것은 오직 소설, 글을쓰는 능력뿐이다.
우리엘은 차였고, 유상아는 그 오랜기간동안 김독자를 손에 넣지 못했다
과연 나에게 이 둘을 재치고 김독자와 사귈 그럴 매력이 있을지..
생각하면 할수록 자신감은 심해 저 끝으로 내려가는듯했다.
그렇게 몇분인가 고민을 하던중 화장실에는 익숙한 목소리가 끼어있는 한 무리가 들어왔다
" 상아야 그거 아까 그거 진짜야?? 네가 김독자를 좋아한다고? "
" 어 맞아, 지금 어떻게 고백할지 고민이 돼서 너네에게 조금 조언을 구해보려고 "
" 우와아 뭐야뭐야 농담이 아니였구나 유상아가 연애라니. 솔직히 네가 고백하면 바로 오케이 아니야 무슨 조언까지야 "
유상아가 김독자에게 고백을 하려고한다 그 사실 하나에 머릿속에서 고민하던 내용이 통채로 날아가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