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독자는 공허한 눈으로 길거리를 바라보았다. 하루 전 사고가 난 거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북적이고 있었다. 이날 있어야 했던 결혼식의 예비 하객들 만큼이나 많은 인파였다.
신부가 사라진 결혼식은 취소되는 것이 당연했다. 설령 시나리오를 끝나게 했더라도, 그들의 경우 또한 다를 것은 없었다.
김독자는 말없이 길거리를 바라보았다. 도로 한 편에서 부서진 차 사이로 흘러나오는 피가 희미하게 보였다가 사라졌다. 흘러내렸던 피가 흔적도 없이 지워진 이 길거리에서는 한수영이 죽었다.
결혼식의 하루 전이었지만 차를 타고 함께 데이트를 하던,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날이었다. 오늘만큼은 운전을 하고 싶다고 하던 한수영의 목소리가 잊히질 않았다. 바람이 선선해서 좋다던, 장난스럽게 웃던 얼굴이 아직도 생생했다. 신호등의 빨간 불마다 멈추어 스킨십을 하던 감각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한수영이 봉지를 풀고 입에 물던 레몬사탕의 향이 아직도 옷에 배여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피로 물든 붉은 시야에 보였던, 차의 파편에 찔린 채로 힘겹게 웃어주던 얼굴은 잊을 수 없었다.
하얀 색의 천장을 보며 일어난 병원에서 가장 먼저 찾은 것은 한수영이었다. 손 등에 붙어있던 링거를 떼어내면서, 성치 않은 다리로 한수영을 찾아 넘어질 듯이 뛰며 병원을 돌아다녔다. 사고가 난다면 운전대를 잡은 사람은 본능적으로 운전대를 자기를 살리는 방향으로 튼다고 했었으니까, 제발 이번만큼은 그랬기를 바랐다. 그래서 무사하길, 크게 다치지 않기를 바랐다.
그리고 한수영은, 가장 바라지 않던 방법으로 자신을 한 번 더 구했다.
간신히 내용물만이 무사하던 블랙박스의 내용에 따르면 한수영은 조수석에 있던 사람을 살리는 방향으로 틀었다고 했었다. 둘 중 하나가 죽어야만 한다면, 운전대를 잡은 사람이 죽는 방향으로.
한수영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죽었다고 했었다. 괴롭기보다는 후련하게 웃는 얼굴로. 아마도 독자 씨는 살아남을 것을 알아서 웃었던 것 같다고 말하던 이설화의 말이 귀를 떠나질 않았다.
붙잡으려 하던 손들을 뿌리치고 이 길거리를 향해 달려 나갔다. 마지막으로 함께 했던, 이 곳으로.
한수영을 살려낼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신화급 성좌의 전체를 갈아 넣어 얻을 수 있는 개연성은 한수영을 살려내기에 턱없이 부족할 뿐이었다. 신화급 성좌라 해도, 가장 바라는 것을 이룰 수는 없었다.
한수영의 별이 있어야 했던 자리는 더이상 빛나지 않았다.
자신이 한수영한테 소중한 사람이 아니었다면, 연인이 아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다.
김독자는 한번 더 거리를 바라보았다. 사고의 흔적은 티끌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아무런 사고 하나 없었다는 듯이.
거짓말처럼 사라진 흔적처럼, 사고도 거짓말이기를 바랐다. 아무런 일이 없었다고 말하는 도로의 말처럼, 아무런 일이 없었던 게 사실이기를 바랐다.
"...수영아."
이름을 부르면 언제나처럼 대답 해주기를 바랐다.
바라는 것은 그저 바라는 것에 불과할 뿐이었다.
한수영이 죽었다는 것도, 한수영과 접점 자체가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는 것도 모두 사실이었다.
그리고, 신화급 성좌의 전체를 갈아 넣어 얻을 수 있는 개연성은 적어도 시간을 되돌리기에는 충분하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너무나 감정적인 판단일지도 모르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후회하지는 않을 길이었다.
살아있는 한수영 옆에 다른 사람이 서 있을 결말으로 이어지는 길이라해도, 그 길을 걷는 것에 후회란 없을 것이다. 결국 쓸쓸하게 혼자 서 있게 되더라도, 한수영이 죽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자신의 삶보다는 한수영의 삶이 더 소중했다. 행복에 관련되어서도 다를 것은 없었다.
사고가 났던 길거리의 한 구석에서 푸른 빛의 스파크가 일어났다. 뒤덮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강한 스파크가.
스파크가 꺼진 자리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 다음편도 써올 게 좀 기다려줘. 밀린 글이 너무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