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출처:https://arca.live/b/reader/39007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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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이 내리는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밤 10시. 여느 집처럼 크리스마스 맞이가 한창인 김독자 가족의 집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러 온 유중혁 가족 덕분에 그 온기가 한층 더해졌다.
“서아야, 공 다 달았어?”
“거의 다 달았어! 그쪽은 어때 성준아? 전구 다 감았어?”
“진작에 다 감고 너 기다리고 있었지.”
“치이.”
유성준이 씩 웃자 김서아는 입술을 한번 삐죽인 후 트리에 공 장식을 마저 달았다. 그 광경을 한수영과 이설화가 소파에 앉아 보고 있었다.
“어휴, 나이가 몇 살이라고 벌써 눈꼴 시려운 짓을 하는지.”
“둘 다 귀엽기만 한데 왜 그러세요.”
“모르는 소리 마. 꼬맹이들이 저러다 연애의 연자도 모르면서 널 좋아한다느니 내가 더 좋아한다느니 하는 거 많이 봤어.”
“아하하…그래도 성준이랑 서아 정도면 잘 어울리지 않아요? 둘 다 인물도 빼어나고, 처음 만났을 때부터 친하게 지냈잖아요.”
“뭐 그건 그렇지.”
이설화의 말에 한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딸인 김서아의 자랑은 말할 것도 없었고, 유성준도 제 아빠의 뺨을 한 대 때릴 정도의 외모의 소유자인데다 이설화의 성격을 물려받아 또래와 두루 친하고 어른에게는 예의 바른, 말 그대로 엄친아의 표본이었다. 그리고 김서아와 유성준은 갓난아기 때부터 지금까지 7년 동안 소꿉친구로 잘 지냈으니, 훗날 서아에게 남자친구가 생긴다면 생판 처음 보는 남자보다는 유성준이 나을 거라고 한수영은 생각했다.
“뭐, 한 가지 문제만 넘을 수 있다면 말이지.”
“문제요?”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해 수영아?”
한수영이 말한 문제, 김독자가 코코아 컵이 놓인 쟁반을 들고 나타났다. 한수영은 손을 휘휘 내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김독자의 딸바보, 아니 딸등신력은 한수영이 가장 잘 알았다. 서아가 갓난쟁이 시절부터 서아의 모든 걸 기록하겠다며 한 시간이 멀다 하고 사진을 찍는 건 양반이요 서아 이유식은 좋은걸로 만들어야 한다며 옛 시나리오 지역을 한달씩 뒤지질 않나, 유치원 입학식 날 서아가 남자애 옆에 서기만 해도 눈을 부라렸으니, 당시 김독자 컴퍼니 사람들은 진지하게 김독자의 정신병원 입원을 고민했다. 그런 판국에 서아에게 애인이라, 김독자가 이 사실을 알면 당장에 꿈 장악력으로 유성준의 존재를 지워버릴 것이라는 거에 한수영은 뭐든 걸 수 있었다. 그때 서아가 오른손에 별 장식을 들고 오도도 뛰어왔다.
“아빠, 아빠! 나 별 달래!”
“우리 서아 트리에 별 달고 싶어요?”
“응응!”
“우리 딸이 원한다면 달아야지.”
김독자는 무릎을 꿇어 서아를 자신의 오른쪽 어깨에 태웠다.
“아빠 성준이도!”
“아, 아니야. 나는 괜찮아. 아저씨 힘드실 텐데.”
“그러지 말고, 같이 별 달자!”
“그래 성준아, 올라오렴. 너희 아버지만큼은 아니지만, 아저씨도 제법 힘 쎄.”
김독자의 말에 유성준은 우물쭈물하며 다가갔다. 김독자는 마찬가지로 유성준을 들어 자신의 왼쪽 어깨에 올리고 두 아이를 받쳐 들며 천천히 일어섰다. 김독자가 트리에 가까이 가자 서아는 별의 별을 유성준에게 내밀었다.
“하나 둘 셋 하면 같이 트리 꼭대기에 올리는 거야.”
“그래 알았어.”
“자 하나, 둘, 셋!”
서아와 유성준은 각자 별 장식의 한쪽 끝을 잡아 트리 위에 올렸다. 온갖 알록달록한 장식들과 주황색으로 빛나는 전구, 갖가지 크기의 양말들로 꾸며진 트리가 완성되었다.
“트리 완성!”
서아는 트리를 보고 방방 뛰며 기뻐했고 유성준 역시 자신들의 작품이 만족스러운 듯 활짝 웃었다.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을 보며 김독자와 한수영, 이설화도 미소 지었다. 그때 유중혁이 다 구운 생크림 케이크와 쿠키가 한가득 담긴 접시를 들고 나타났다.
“우와 과자다!”
“뛰지 말고 조용히 자리에 앉아 기다리도록.”
“네에…”
쟁반을 보자마자 달려들던 서아는 유중혁의 엄한 한마디에 기가 죽어 조용히 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김독자가 뭐라 말하려 했지만, 교육의 필요성을 알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런 날까지 김독자와 유중혁이 한판 하는 꼴을 보기 싫었던 한수영의 제지에 막혔다. 모두가 앉자 유중혁은 케이크를 6조각으로 나누고 쿠키도 똑같은 양으로 분배해 접시에 담아 나눠 주었다. 유중혁이 만든 요리답게 케이크와 과자는 입 안에 넣자마자 달콤함을 내뿜으며 사르르 녹았다. 서아가 양손 가득 과자들 들고 먹다 가루 때문에 재채기하는걸 보며 모두가 웃고 있을 때(유중혁 제외), 김독자의 집의 벨 소리가 울렸다.
띵동 띵동!
“응? 누구지? 올 사람은 더 없을 텐데.”
김독자와 유중혁 가족을 제외한 다른 김독자 컴퍼니 사람들은 가족여행, 단둘이 데이트, 시험, 갑작스러운 추가 업무 등 갖가지 이유로 참석 못하는 상황이었고, 택배 따위가 오기엔 늦은 시간이었다. 김독자가 인터폰 앞에 섰다.
“누구세요?”
“독자야 나와써어어!!!”
“우리엘???”
인터폰 너머로 들려오는 우리엘의 목소리에 화면을 확인하자 우리엘과 제천대성, 흑염룡이 대문 앞에 서 있었다.
“나도 왔다 막내야.”
“이 몸도 있다.”
“아니 다들 이 시간에 어쩐 일로…일단 들어오세요.”
김독자가 문을 열어주자 JUS 3인방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현관으로 들어오는 우리엘을 본 서아가 한달음에 달려갔다.
“우리엘 이모!”
“서아야!”
서아를 안아 든 우리엘을 자기 뺨을 서야의 뺨에 대고 마구 비비적거렸다.
“아하하 이모 술 냄새 나!”
“우리 서아 못 본 사이에 더 귀여워졌네에!”
“이모도 여전히 예뻐!”
“오는 내내 서아 서아 노래 부르더니 아주 살판 났구만. 잘 지냈느냐 막내야?”
“저야 잘 지냈습니다만…내일까지 제주도에서 공연 있는 거 아니셨어요?”
“그랬지. 근데 저 또라이가 술 마시더니 서아 보겠다고 난리를 쳐서 근두운 타고 날아왔다.”
“하하…고생하셨습니다. 따뜻한 거 한잔씩 가져올 테니 앉으세요.”
“이 몸은 차 같은 건 마시지 않는다.”
“달콤한 코코안데 염룡아?”
“...마시멜로도 띄워 주면 고맙겠군.”
제천대성과 흑염룡이 코코아를 마시며 몸을 녹이는 동안, 서아와 우리엘은 트리를 구경하고 있었다.
“이거 나랑 성준이랑 엄마랑 설화 아줌마가 꾸몄다 이모?”
“멋있다아~! 에덴에 있던 것들보다 이게 훨씬 멋져! 그런데 이 엄청나게 큰 양말은 뭐야 서아야?”
우리엘이 가리킨 것은 트리에 매달린 다른 양말들의 몇 배는 되는, 거의 성인의 상반신만 한 크기의 양말이었다.
“응 그거 내 선물 양말! 산타 할아버지한테 제일 큰 선물 달라고 하려고!”
“막내의 딸답게 통이 크구나 껄껄.”
“겨우 저 정도 가지고, 이 몸은 저것보다 더 큰 양말을 달았었다. 산타 그 망할 자식이 선물을 두고 가진 않았지만.”
제천대성이 머리털을 잡았다 놓았다 하며 웃었고 흑염룡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는 동안 우리엘의 표정은 미묘하게 변했다. 그리고 그들은 몰랐다. 이때 무슨 짓을 써서든 우리엘의 말을 막았어야 했다는걸
“산...타? 세 자루 황금의 주인 말하는 거야? 걔, 죽었는데??”
우리엘의 폭탄 발언에 집안의 분위기가 일순간 싸늘해졌다. 서아의 눈이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죽...어? 산타 할아버지가?”
“야 우리엘 닥ㅊ...”
제천대성이 우리엘의 입을 막으려 했지만 누가 그랬던가, 손은 눈보다 빠르고 입은 그 손보다도 빠르다고.
“우웅. 옛날에 시나리오때 성마대전이라고 엄~청 큰 전쟁이 있었는데. 거기서 죽어써어...”
“이...이 미친X 기어이 사고를 치네.”
“수영아, 보이. X된거 같아.”
“X발.”
제천대성이 손에 쥐고 있던 머리털 한 움큼을 그대로 쥐어뜯었다. 흑염룡이 김독자와 한수영을 바라보자 한수영은 나지막이 욕설을 내뱉었고. 김독자는 머리를 싸매고 수습할 방법을 찾았다. 그러는 동안 두 눈 가득 눈물이 차오른 서아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으아아아앙!!!!!”
“서, 서아야 왜 울어??”
“너 때문이잖아 미친X아!”
“난 서아한테 사실을 알려준 거 뿐인데...”
“그게 문제라고 이 비둘기 대가리야!”
“아니 그럼 죽은 걸 죽었다고...!”
“닥쳐!”
열받은 제천대성은 우리엘이 또 무슨 말은 하기 전에 여의봉으로 우리엘의 머리를 내리쳐 기절시켰다. 양쪽에서 우리엘을 부축한 제천대성과 흑염룡이 집에서 나왔고 유중혁 가족도 급히 채비하고 집을 나섰다. 김독자가 배웅하러 따라 나가는 동안 한수영은 서아를 달래느라 정신없었다.
“서아야 울지마, 응? 울면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안 주신다?”
“산타 할아버지, 큼, 산타 할아버지 죽었다며어어!”
“그건 우리엘 이모가 술 먹고 이상한 소리 한 거야! 너 엄마 말 믿어 이모 말 믿어?”
“우리엘 이모는 거짓말 안 해! 그리고 엄마는 저번에도 피망 가지고 과일이라고 거짓말했잖아!!!”
서아의 비수 같은 한마디에 한수영은 속으로 얼굴을 구겼다.
하 X발. 그 대천사를 어떻게 조져야 잘 조졌다고 소문이 나냐.`
한편 바깥에서는 제천대성과 흑염룡이 김독자에게 사과하고 있었다.
“정말 미안하다 막내야. 우리가 우리엘을 어떻게든 말렸어야 했는데...”
“얜 우리가 책임지고 족칠게 보이.”
“김독자, 너랑 한수영 둘만으로 괜찮겠는가?”
“서아가 충격 많이 받은 거 같은데...저라도 남아서 도울까요?”
크리스마스 이브에 터진 대참사에 이설화는 물론 유중혁마저 누군가를 걱정하는 말을 했다.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는 걸 의미했지만 김독자는 제안을 거절했다.
“괜찮아요. 시간이 늦었는데 잡아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해결할 방법이 하나 있긴 합니다.”
“알았다.”
“도울 일 있으면 말하거라 막내야.”
“네 형님. 갈 길이 멀 텐데 조심히 가세요. 중혁아 너도 조심히 들어가라.”
“서아 잘 달래주세요. 아저씨.”
“그래 고맙다, 성준아.”
제천대성이 부른 근두운에 올라탄 JUS는 곧 하늘 너머로 사라졌고 유중혁 가족도 차를 타고 자신들의 집으로 향했다. 그들을 배웅한 김독자는 몸을 돌려 베란다 창문을 바라보다 쓴웃음을 지었다.
“연기를 좀 전문적으로 배울걸 그랬다...”
[`꿈 장악력`을 사용합니다.]
[당신의 현재 `꿈 장악력`은 58.91%입니다]
[.....
*
“흑.....흡.....”
“우리 딸 울지마, 응? 내일 엄마 아빠랑 놀이공원도 가고 선물도 많이 사줄게.”
한참 동안 계속되던 서아의 울음이 잦아들자 한수영은 필사적으로 서아를 어르고 달랬다. 진정되는 것인지 서아의 눈물이 멈춰가고 있었다. 한숨 돌린 한수영은 시계를 바라보니 11시 59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김독자는 여전히 들어오지 않았다.
얘는 배웅을 제주도까지 따라갔나, 왜 안 들어오는 거야?`
그리고 1분 후, 12월 25일 00시 00분 크리스마스가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베란다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똑똑
“뭐지?”
한수영이 베란다를 바라보자 다시 한번 똑똑 소리가 나더니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똑똑
“안에 아무도 안 계시오?”
나이가 지긋한 노인의 목소리였다. 한수영은 누군지 확인하려 일어나 베란다로 향했다. 하지만 베란다의 창문은 반투명 유리라 실루엣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창이었고, 그마저도 바깥이 어두컴컴해 보이지 않았다. 한수영은 문을 열어줘야 할지 잠깐 고민했지만, 창밖의 상대에게서 적대적인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걸쇠를 풀고 창문을 열었다. 창밖에는 한 노인이 둥둥 떠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빨간 옷을 입고 빨간 모자와 장갑을 쓴 풍채 좋은 노인은 흰 수염을 배까지 닿도록 기르고 있었고, 한 손에는 커다란 빨간 자루를 들고 있었다. 그 노인을 본 한수영은 깜짝 놀랐다.
“오호호호, 메리 크리스마스!”
“산, 산타??”
“산타 할아버지??”
한수영의 목소리에 베란다로 나온 서아는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산타의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산타는 서아를 보더니 인자하게 웃었다.
“오, 네가 서아로구나!”
“진, 진짜 산타 할아버지세요?”
“그럼요. 가짜 산타 할아버지도 있나요?”
“하지만...우리엘 이모가 산타 할아버진 돌아가셨다고...”
“어허, 그런 나쁜 말을 하는 사람은 이 산타 할아버지가 혼을 내줘야겠어요.”
점짓 무서운 표정을 짓다 다시 웃는 산타를 보며 서아는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그럼 진짜...진짜로...”
“엄마가 뭐랬어, 산타 할아버진 있다고 했지?”
한수영이 서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산타를 힐끗 바라보자 산타는 오른쪽 눈을 찡긋 감으며 윙크를 했다.
“원래는 아이들이 자고 있을 때 몰래 선물을 주고 가야 하지만, 우리 서아는 올해 착한 일을 많이 해서 이 산타 할아버지가 직접 선물을 주러 왔어요.”
산타는 메고 있던 자루를 열어 뒤적이다 상자 하나를 꺼내 서아에게 건네주었다. 하늘색 리본으로 장식된 초록색 상자는 서아의 키만큼 컸다. 선물 상자를 건네받은 서아는 감격한 표정을 짓다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흘흘흘. 앞으로도 착한 일 많이 하고 부모님 말씀도 잘 들어야 해요?”
“네!”
“그럼 선물을 나눠줘야 할 아이들이 아직 많아서 할아버진 이만 가볼게요.”
그말과 함께 산타는 몸을 돌려 날아오르려 했지만, 등 뒤에서 들려오는 서아의 목소리에 멈추어 섰다.
“근데 할아버지, 궁금한 게 있는데요...”
“궁금한 거? 그게 뭔가요?”
“루돌프랑 썰매는 어디 있어요?”
서아가 똘망똘망한 눈빛을 발사하며 묻자 산타는 일순간 당황한 기색이 얼굴에 드러났다.
“루, 루돌프랑 썰매요?”
“네에. 산타 할아버지는 루돌프가 끄는 썰매를 타고 다니시잖아요.”
“그렇지요. 그런데 오늘은...그...그, 그래요, 사실은 지금 루돌프가 많이 아파서 썰매를 끌 수가 없어요. 그래서 산타 할아버지 혼자 다니는 거예요.”
“정말요?”
서아는 산타의 말에 걱정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루돌프 아프면 안되는데...빨리 낳았으면 좋겠어요.”
“서아가 걱정해주니 루돌프도 금방 나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럼 할아버진 진짜로 가볼게요.”
산타는 그 말을 넘기고 하늘 위로 사라졌다. 서아는 산타가 사라진 자리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때 현관문이 열리며 김독자가 들어왔다.
“우리 서아 거기서 뭐 하고 있어?”
“아빠 이거 봐!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주고 가셨어!”
서아가 선물 상자를 가리켰다.
“우와, 정말이네? 우리 서아 좋겠다!”
“나 이거 지금 풀어봐도 돼?”
“지금 풀지 말고 있다가 아침에 풀어보자. 지금은 시간이 늦었으니 자야지? 일찍 자는 착한 어린이가 되어야 내년에도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주신다?”
김독자가 시계를 가리키자 서아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응! 잘자 아빠! 엄마도 잘자!”
“우리 딸도 잘자~”
“늦게 자도 똑같은 시간에 깨울 거다?”
서아가 자신의 방에 들어가자 한수영은 김독자에게 다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잘했어 김독자.”
“연기가 어색할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잘 넘어갔네.”
“어색은 무슨, 나까지 깜빡 속인 네 연기실력이 어디 가겠냐?”
그렇다. 조금 전 나타났던 산타는 김독자가 변장하고 연기한 것이었다. 꿈 장악력을 이용해 외모와 목소리, 복장까지 모두 바꾼 변장은 정말 감쪽같았고, 덕분에 무사히 서아를 속일 수 있었다.
“그땐 어쩔 수 없었잖아...”
“에휴 그래, 틈만 나면 꺼내는 얘긴데 오늘 같은 날까지 꺼내서 뭐 하겠니. 그보다 내년엔 루돌프랑 썰매도 알아봐야겠다?”
“그러게. 서아가 루돌프랑 썰매 물어봤을 때는 진짜 간 떨어지는 줄 알았어.”
“뭐 어쨌든 무사히 넘어갔으니까 된 거지. 수고했어 김독자. 이제 들어가자.”
“잠깐 수영아, 그전에 한가지 더.”
“응?”
한수영이 눈을 깜빡이자 김독자는 바지 주머니에서 손바닥 만한 상자 하나를 꺼내서 열었다. 그러자 상자 속에 있던 목걸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푸른색 사파이어가 별 모양으로 세공된 목걸이를 손에 쥔 김독자가 한수영에게 다가가 그녀의 목에 걸어줬다. 가슴께에서 빛나는 목걸이를 말없이 바라보는 한수영을 보며 김독자가 웃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수영아. 내 선물이야.”
“뭐 이런걸 준비하고 그러냐...”
말투와 달리 한수영의 얼굴엔 기뻐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고마워 김독자.”
“뭐 이런걸로. 너를 위해서라면 더한 것도 해줄 수 있어.”
“사실 나도 준비한 게 하나 있는데.. 널 만족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네.”
“뭔데?”
“여기서 3분만 기다려.”
한수영은 그 말을 남기고 침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정확히 3분 후 한수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됐어 김독자, 이제 들어와도 돼!”
한수영의 부름에 문을 열고 침실에 들어간 김독자는 들어가자 모인 광경에 그대로 굳었다. 침대에 산타 옷을 입고 있었는데, 모자는 평범한 산타 모자였지만 바지는 한 뼘 정도 되는 숏팬츠를 입고 있었다. 상의는 더욱 충격적이었는데, 한 뼘도 안 되는 너비의 리본으로 묶은 매듭만이 한수영의 가슴을 간신히 가리고 있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김독자, 너만을 위한 산타야.”
“어..그..”
얼빠진 얼굴의 김독자를 보던 한수영이 오른손으로 매듭의 한쪽 끈을 잡고 흔들며 웃었다.
“뭐 하고 있어? 선물을 받았으면 풀어서 확인해야지.”
그 말에 김독자는 홀린 듯 상의를 벗고 침대에 앉았다. 그리고 리본을 잡고 있는 한수영의 오른손에 자신의 왼손을 마주 포개며 그대로 한수영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두 사람의 혀가 섞이는 동안 끈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이 가해지자 끈이 잡아당겨지며 매듭이 풀렸다. 리본이 떨어지며 한수영의 가슴이 드러났고, 두 사람은 입술을 떼며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말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한수영.”
“메리 크리스마스, 김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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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준이는 산타가 없다는 말에 충격받지 않은 이유 : 유중혁 밑에서 컸는데 동심이 남았을리 있겠음?
크리스마스 정각 되자마자 올리는걸 목표로 했는데 쓰다가 책상에서 잠들어서 지금 올린다. 글자수 세보니 공백 미포함 6000자가 나와서 이걸로 크리스마스 축전이랑 600명 축전 동시에 때움. 전붕이들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