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끄적이는~나아아~
타다다닥!
“잡아, 저년 잡아!”
철갑을 입은 병사가 분노하며 뛰어나갔다.
그 뒤에는 그를 따르는 듯한 병사가 열명 남짓 달려가고 있었다.
오직 한 여자를 잡기 위해서.
방금전
“아무도 없겠지?”
한 여자가 꽤가 화려한 집으로 들어왔다.
“그럼 본격적으로 찾아 볼까~”
물론 평범한 방법이 아닌 창문이라는 아주 이상한 방법으로.
그녀의 이름은 한수영, 도둑이다. 물론 평범한 도둑은 아니고, 굳이 따지자면 의적쯤 될 것이다.
오늘은 이 귀족 집에 숨겨진 왕관이 있다고 하여 들른 것이었다.
“옆마을은 쫄쫄 굶고 있는데 여긴 엄청 호사스럽네.”
그녀는 식량이 가득 차 있는 창고를 지나 중앙 홀까지 걸어갔다. 분명 이 집은 집주가 여행을 떠난 터라 대부분이 휴가를 가 있는 상태였고, 이런 큰 집에 남은 원은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문제는 그 10명중 한명이 중앙 홀을 쓸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꺄아아악! 도둑이야!”
시녀의 외침이 이 큰집을 뒤흔들어 놨다. 집안일을 하는 집사라면 몰라도 호위대는 분명 이 집에 남아있을터 한시라도 빨리 도망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젠장!”
처음 들어왔던 곳으로 잽싸게 도망간 한수영은 옆 나무로 이동하여 땅으로 내려왔다. 그 후 미리 봐둔 개구멍으로 저택을 탈출하였다.
“잡아라!!!”
그러나 불행히도 시녀의 목소리는 4옥타브를 넘나드는 최고금 소프라노와 비견될 정도였고 호위무사들은 이미 추격 준비를 완료한 상태였다.
“으엑, 이 집 오늘 비었다고 한 새끼 누구야악!”
한수영은 달렸다. 저 앞에 길게 파여있는 도랑이 있었다. 한수영은 그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저자가 구덩이 속으로 들어간다 조심해라!”
호위무사들 역시 그 개울 속으로 하나 둘 몸을 던졌다. 순식간에 모든 호위무사가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아악, 호위대장님. 이거 물이 아니라 늪입니다 늪!”
“나도 알고 있다 그걸 누가 모르냔 말이아!”
“독자들이요!”
도랑…아니 늪 안은 아수라 장이었다. 그리고
“그년, 도둑 고양이년은 어디 있나? 혹시 벌써 늪에 빠진 건…”
“나 여깄다 이 빡대가리들아.”
모두의 얼굴이 도랑 위를 향했다. 그곳에는 여유롭게 웃고 있는 한수영이 있었다.
“어…어떻게…”
“그 옆 벽에 붙어있다가 빠져나왔지. 하여간 무식한 놈들. 그걸 속냐 이 병신들아.”
한수영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보이며 웃어보였다.
그러곤 뒤돌아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으아아아아아!!!”
호위대장의 절규소리가 들려왔다.
그 이후로도 여러 병사들이 한수영을 쫒아왔다.
“하여간 꼴통 귀족. 대체 호위병이 얼마나 많은 거야?”
그러나 통칭 도둑고양이라고 불릴 만큼 많은 곳을 털어본 한수영은 그들을 모두 따돌리는 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마지막 한 명은 도저히 떨쳐낼 수 없었다.
“젠장할…왜이렇게 끈질겨? 어쩔 수 없지, 연극이라도 해야겠다.”
한수영이 절벽 끝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곤 절벽 아래 강을 향해 몸을 던졌다.
눈 앞에서 한수영을 놓친 병사는 그녀가 죽었으리라 생각하고 돌아갔다.
*
“으음…으어어!”
한수영이 눈을 뜨자마자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세워 주변을 살폈다. 자신이 누워있는 곳은 병실, 그것도 꽤나 호화스러운 병실이었다.
“정신이 들어?”
한 남자가 한수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우어아악!”
찰싹!
반사적으로 한수영의 손바닥이 그의 뺨을 강타하였다.
*
“우으으”
“저…저기 미안…생명의 은인한테…”
“아냐, 괜찮아.”
남자의 볼이 빨갛게 부어있었다.
“그러니까 네가 강가에 떠밀려온 나를 발견해서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시켰다?”
“그렇지.”
“그리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다?”
남자가 고개를 위 아래로 끄덕였다.
“에휴…내 팔자야…야”
“응?”
“넌 이름이 뭐야? 아니아니 그보다 여긴 어디고 나는 얼마나 잠들어 있었지?”
“난 김독자고 여긴 슈베린(독일의 지역) 상부야. 넌 지금 나흘만에 일어난 거고”
생각보다 한 곳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었단 생각이 든 한수영은 곧장 짐을 챙겼다.
“자 잠깐.”
김독자가 한수영을 잡았다.
“수영아, 제발 여기 있어주면 안될까? 나 너무 외롭단 말이야.”
몇일 전 한수영이 털러갔던 곳과 비슷한 크기에 저택. 그러나 그의 가족은 모두 사망한 것인지 이 집 안에는 김독자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휴…”
도둑이 된 입장으로써 한 장소에 오래 머무는 것은 현상금 사냥꾼들과 경찰에게 ‘나 여기있어요’하고 외치는 것과 다름 없었다. 그러나 지금 가기에는 이 사람이 너무 안쓰러웠다. 다시 생각해보니 벌써 소문이 돌아 한수영이 사망했다고 공지가 내려왔을 수 도 있는 노릇이었다.
“그럼…잠시만 신세좀 질게.”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
“수영아, 밥먹어!”
김독자가 그녀를 불렀다. 이런 생활을 한지도 별써 1년이 다 되어간다. 요즘 한수영은 오전에는 김독자와 산책과 운동 등을 하고 오후에는 서재에 와서 책을 읽었다. 계속 읽다보니 쓰고 싶어져서 쓴 책만 3권이나 된다.
그의 부름에 그녀가 책을 덮고 쪼르르 달려갔다.
“우와아…”
양고기 스테이크가 영롱한 자태을 뽐내며 빛나고 있었다.
“이거 더 있냐?”
“얼마든지.”
둘은 맛있게 양고기를 섭취하였다. 배도 부르니 슬슬 피곤함이 밀려온다.
“졸려?”
“으응…”
“그럼 자자.”
김독자가 한수영을 들어 침대로 데리고 갔다. 한수영을 눕힌 김독자가 그녀의 옆에 누웠다.
“잘자 수영아.”
*
다음날 아침 김독자는 눈을 부비며 잠에서 깼다. 한수영은 이미 식탁에 나와 있었다.
“김독자”
“왜?”
“넌 왜 그렇게 나한테 잘해주냐?”
“왜? 그러면 안돼?”
“아니 그게 아니라…난 쌩판 모르는 이방인이잖아.”
“그게 뭐 어때서? 넌 한수영이잖아.”
“아니 내가 너한테 해코지라도 하면 어떻게?”
“어쩌긴 어째? 그냥 하나님 만나러 가는 거지.”
“에휴, 저런 답없는 자식. 아니다 본인이 괜찮다고 하는데 뭘 어쩌겠어.”
“그러는 넌 괜찮아?”
“뭐가?”
“너도 잖아 여기서 쌩판 모르는 사람이랑 같이 사는건”
“네 대답 똑같이 돌려보네줄게. 그러면 어때 뭘~”
김독자와 한수영은 서로를 마주보고 웃었다.
*
“여기냐?”
“네, 그년, 살아있는 것이 확실합니다.”
“그럼 당장 사람을 모으지. 20명 정도면 되려나?”
“그럼요. 빠른 시일 내에 구하겠습니다. 그럼 이제 뭘 할까요?”
“그냥 꺼져”
“…넵”
*
저벅 저벅
두 남녀가 공원을 걷고 있었다.
“수영아.”
“응?”
“넌 나 좋아해?”
“그게 또 무슨 소리야?”
“난 너 좋아하는데.”
한수영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적잖아 놀란 듯 하였다.
“어…이, 이따가 보자 김독자!”
한수영은 공원을 가로질러 집 안으로 들어갔다. 붉어진 얼굴을 가리며 그녀가 읊조렸다.
“난 김독자한테 마음 가지면 안되, 난 쫒기는 중이야. 말하면 안돼, 안돼…”
그 이후로 한수영은 김독자를 피했다. 잠도 따로 자고 밥도 늦게 먹었다. 그렇게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수영아!”
김독자가 가방을 들고 다금하게 뛰어왔다.
“지금 당장 이 가방 들고 뒷산으로 달아나!”
“어? 김독자? 왜?”
“지금 너 잡으려고 사람들이 오고있어. 빨리 빨리!”
한수영은 서둘러 집을 챙기고 김독자가 준 가방까지 챙겨서 달아났다. 그 사이에 김독자는 집사로 위장하였다. 그러곤 그들을 찾아갔다. 그의 눈에서 굳은 결의가 피어올랐다.
“페이그런씨”
“네? 아 도르자익(김독자)씨. 한수영은요?”
“주인이 우리들의 행동을 알아챈 것 같습니다. 주인은 도망갔고 어쩔줄 모르던 한수영은 집 안 어딘가에 숨었습니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
“정문으로 나오는 사람이 있으면 그곳에 숨어있는 사람이 새소리를 낸다고 하였습니다. 따라오시죠 저택으로 안내하겠습니다”
김독자가 그들을 저택으로 이끌었다.
“샅샅이 찾아라! 그 년 목에만 1500만 프랑이 걸려 있단 말이다!”
“넵!”
“페이그런씨도 함께 찾아 보시죠. 이곳은 꽤나 넓답니다.”
“알겠습니다.”
페이그런이라 불리우는 사람 또한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김독자 도한 따라 들어가 문을 잠갔다.
*
“없습니다!”
“아무 데도 없습니다!”
부하들의 보고에 페이그런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였다.
“도르자이크…이게 대체 어떻게 된거냐?”
“흠, 이제 말해도 되겠군요. 그녀는 이미 달아났습니다. 자유로운 세상으로요.”
페이그런의 손이 분노로 부들 부들 떨렸다.
“왜…왜 이런 짓을 한거냐?”
“그녀를 사랑하니까. 사랑하니까 이러는 거야. 오늘 밤. 아무도 이 집에서 나갈 수 없다.”
“젠장할, 열쇠! 열쇠를 뻬앗아라!”
“이미 없어, 태워버렸거든.”
“뭐?”
김독자가 손잡이 부분만 남은 열쇠를 흔들었다.
“자 이제 어떻게 할거야?”
그때 페이그런의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불! 불을 지펴라! 문을 불태우면 나갈 수 있을거야!”
여러 부하들이 구석에 있는 난로로 달려갔다.
“벽을 뜯어 나무 꼬챙이를 만들어라!”
“네!”
“그렇게 둘 순 없지”
김독자가 자신의 옆에 있던 물 양동이를 가져다가 난로에 던졌다.
“안돼에에에에!”
페이그린의 비명소리가 다른 이들의 비명소리에 묻혔다.
“젠장할, 여자 한명 붙잡는데 왜 이렇게 고생해야 하는지…이봐 이렇게 된 이상 분이라도 풀어야 겠다. 우리의 1500만 프랑을 날려먹은 놈아!”
김독자를 제외한 모두가 품에서 단검을 꺼내 들었다.
“죽지 않을 만큼만 찔러라.”
*
아침해가 뜨자 페이그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도 분이 안풀리는 구먼. 도르자이크, 아니 김독자 이제 후련한가?”
“…한수영, 아니 수영이는 멀리 멀리 도망갔으려나?”
“네놈이 이렇게 한다고 해서 우리가 그년을 포기할거란 생각은 버려라.”
“하, 이렇게 빌어도 안되겠는가?”
김독자가 손가락이 잘려나가서 손바닥만 남은 오른 손을 위로 들었다.
“아 손가락이 없어 욕을 하지 못하는 군. 칭찬해주지 손가락 자른건 현명한 선택이었어.”
“네놈은 아직 웃음이 나오는가? 한수영 그 이방인을 위해서 네가 그렇게나 해 줘야하느냔 말이야.”
“난, 걔가 좋거든. 그 한마디면 충분하지 않나?”
“하…미친 녀석…이봐! 거기 너! 문좀 두드려 봐. 안부서질 것 같아?”
무리중 한 사람이 문을 두드렸다.
끼이익
문이 열렸다.
페이그런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김독자를 바라보았다.
“이게 대체 뭐지?”
“이걸 속냐? 병신아.”
평소 한수영이 김독자를 속인 후에 장난처럼 하던 말
“예들아…이 집을 불태워라. 이 새끼를 태워 죽여야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가라앉을 것만 같다.”
“”엡!“”
몇시간 지나지 않아 집은 점점 불에 타들어갔다. 한 번 번진 불은 다시 꺼지지 않았다. 힘겹게 벽에 몸을 기댄 김독자가 천천히 고게를 숙였다. 마지막이라도 그녀가 보고 싶었다. 그녀의 웃는 모습, 앙탈부리던 모습, 맛있는 음식을 먹을때만 나오는 반짝이는 눈, 너무도 아름다운 그의 사랑을 그는 보고싶어 견딜 수 없었다. 김독자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아직…대답 못들었는데.”
불길이 더욱더 타올랐다. 이제는 숨쉬는 것마저 힘들다.
“보고 싶다 수영아.”
그때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넌…”
“오~아직 살아있었군요?”
“한수영의…담당의사.”
“꼴이 말이 아니군요 vip고객님.”
“하…하하하, 내가 수영이를 더욱 힘들게 했구먼. 자 여긴 왜 온거냐?”
“당신의 최후를 보고 싶어 왔습니다. 몰락한 나의 옛 주인이시여.”
김독자의 가족은 엄청난 부자였다.
그때 누군가가 김독자의 집에 들어돠서 부모님을 암살하였다. 당시 14살밖에 안되었던 김독자는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여 모든 하인들을 몰아내고 혼자서만 살았다. 그렇게 고독하게 10년이라는 세월을 버튀었다. 그러나 세월도 부모님에 대한 추억을 떨쳐낼 순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산책을 다녀왔다가 만났다. 그녀를. 그리고 그녀를 조금이나마 믿음직한 전 담당 의사였던 사람에게 가져다 준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화근이었다.
“나는 너를 믿었는데…”
“죄송해요.”
네 글자, 그 안에는 당연하게도 아무런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아프구나…”
몸도, 마음도
“아무튼, 볼건 다 본 것 같네요, 전 이만 안녕~”
문이 닫히고 그녀가 나갔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김독자는 죽어갔다. 곧 피에 불똥이 튀겼고 그 피를 따라 몸을 불태웠다.
또륵
김독자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나왔다. 이 눈물이 타오르는 저 불길을 잠재울 수 있을까? 그럴수 만 있다면 당장이고 달려나가 한수영을 끌어안았을 것이다.
김독자에게 죽음이 다가왔다.
뜨겁게 타오르는 겁화가 김독자의 몸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
“김독자는 괜찮으려나?”
길을 걸으며 한수영은 생각하였다. 그에 대한 걱정이 끊이질 않았다.
“대답…해 줘야 하는데…”
'나도 사랑한다'는 그 대답은 그에게 전해지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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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예은님 노래는 왜이리 좋을까...그거 참고해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