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링크:https://arca.live/b/reader/44546030
그 후로 시간은 흘러갔다.
대한청년단연합회, 독립군, 한족회등이 통합되어 간도 부근에 자리를 잡았고 이것을 광복군사령부라 부르기로 하였다. 광복군 사령부를 중심으로 모인 독립투사들의 수만 해도 일천을 가볍게 넘겼다.
한 편, 독립투사 대부분이 만주로 넘어간 것을 알게 된 일본은 만주 지역으로 병력을 보낸다.
그 수는 무려 일만을 상회하였다.
1920년, 6월 일본군에 대한 반격을 준비하려 많은 이들이 존을 잡았고. 6월 7일. 그 날에 봉오동으로 일본군을 유인한 독립군이 일본군을 포위하며 일제히 그들을 사격해, 아군 사상자에 두 배가 넘는 일본군을 죽음에 이르게 하였다.
(독립군 사망자 수십명-70명 정도로 추정, 일본군 사망자 150여명)
봉오동 전투로 인해 독립군에 위험성을 알게된 일본군은 곧장 대책을 마련하게 되고. 만주 지역의 모든 조선민들을 죽여 독립군의 씨를 말리려 한다.
김독자 무리는 무기를 건내주고선 곧 일어날 전쟁을 대비하기 위해 광복군 사령부로 들어가 훈련을 시작하였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유중혁은(설정상 30대) 청년들의 훈련을 맡았고-김독자 역시 유중혁에게 훈련받았다.-한수영은 다른 이들과 함께 전투에 대한 작전을 짜기 위해 임시정부 말단 직원으로 임명되었다. 정희원과 이현성은 청년들보다 조금 더 나이가 많은 이들을 전문적으로 훈련시켰고-이현성과 정희원은 대한제국 군인이었다.-그리고 이지혜는 한수영이 공부를 시키고자 끌고갔다.
“벌써 9월이네…”
“시간 참 빠르다니까.”
“요즘 왜놈들 동태가 어때?”
“간도 지역으로 군사를 보내고 있어. 너도 알거 아니야, 곧 전투가 일어날거라는 사실을.”
“장소는?”
“한 곳 밖에는 없지.”
청산리
*
“유격장전(게릴라 전법)으로 상대방의 힘을 빼 놓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힘을 뺀 후에 김좌진 장군께서 저들을 쓸어주시오.”
“그리 간단히 할것이 아닐세, 저들의 군세는 우리에 10배가 넘어.”
여러 의견이 오고가는 이곳은 직전실. 한수영은 이곳에서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으…10배가 넘는 적군을 어떻게 이기냐고…”
“뭐 어쩌겠어, 걍 부딪혀 보는거지!”
“지혜야 머리에 바람구멍이 뚤려야 정신을 차리겠니.”
한수영의 한마디에 곁에 있던 이지혜가 입을 다물었다.
“지혜말이 맞을지도 몰라, 방법이 없으면 그냥 부딪히면 되지.”
김독자가 엿을 가져와선 말했다.
“엿 먹을래?”
“…왜 기분이 나쁘지?”
한수영은 김독자가 손에 들고 있던 엿을 낚아채어 입에 물었다.
“소식 들었어, 너도 전투인원이라며?”
“뭐, 방아쇠 당길줄은 아니까.”
“괜찮겠어?”
“왜? 내 이쁜 얼굴에 상처날까봐?”
한수영이 장난이 서린 얼굴로 김독자에게 물었다. 하지만 김독자에 대답에 그녀의 얼굴은 완전히 바뀌었다.
“응”
한수영의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김독자가 능글맞게 웃었다.
“저기요들, 연애질은 나가서 하세요.”
잠시 이지혜의 존재를 잊고 있었던 한수영이었다.
“아무튼 난 6팀. 홍범도 장군과 같이 가야해.”
“나는 8팀. 나도 홍장군 소속이야.”
“잘됬네. 자주 만나겠다.”
“그러게 너 지켜줄수 있겠어.”
“아! 연애 나가서 하라고!”
“니가 나가!”
괜히 서러운 이지혜였다.
*
“중혁씨, 괜찮을까요?”
“잘 될거다.”
그다운 짧은 말이었지만 힘을 내기에는 충분한 말이었다.
“알겠습니다.”
이현성이 유중혁에게서 멀어졌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이현성이 걸어가자 유중혁은 혼자 길을 떠났다.
산을 넘어서 시내로 나가 백두산 인근으로 전차를 탔다. 한 시진쯤 가니 백병원…이 아니라 작은 병원이 있었다.
그 병원 안으로 들어간 유중혁이 산부인과로 몸을 움겼다. 조용히 문을 열자 그 안에선 백발에 여성이 책을 읽으며 쉬고 있었다.
“나 왔다.”
백발의 여성이 고개를 들었다. 하얀 머리와는 다르게 30대 중반에 얼굴, 머리카락과 별반 차이가 없을만큼 새하얀 피부, 그리고 그 위에 한송이 매화가 피듯 도드라진 입술. 의원 이설화가 유중혁의 부름에 답하였다.
“오셨어요?”
이설화의 입술이 함박웃음으로 번져나갔다. 그와 오래 일한 이현성조차 몇 번 보지 못한 유중혁의 웃음이 그녀를 향해 모습을 드러내었다.
조금 각별한 신혼 1년차 부부였다.
*
“전쟁에…나간다고요?”
이설화의 목소리엔 힘이 없었다.
“우리 애기…1달 정도면 나올텐데…”
“그 전에는 돌아오겠다.”
“당신이 거짓말을 한 적은 없지만…이번엔 모르잖아요.”
“나는 너를 두고 죽지 않는다. 결코 죽지 않겠다.”
“…약속해줘요.”
“약속하겠다.”
“…몰라요. 다녀오세요 기다릴 테니.”
“이 전쟁이 끝나면 바로 너를 만나러 가겠다.”
이설화가 유중혁을 조심히 안았다.
“꼭이에요.”
이설화를 눕혀두고 나온 유중혁은 다시 차를 타고선 식재료를 사러갔다. 바빠서 많이는 못해주지만, 적어도 이틀에 한 번은 자신이 만든 밥을 먹여주리라는 유중혁의 다짐 때문이었다.
고등어등 등푸른 생선과 채소를 산 유중혁은 이설화가 좋아하는 딸기를 조금 사서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오늘은 입덧이 심하지 않아야 할텐데…
병원 내에서 유중혁을 위해 마련된 작은 요리 공간이 있다. 이 병원 의사의 남편이라서 주는 특혜라고 한다. 유중혁은 채소를 썰어 들기름에 볶았다. 그리곤 조금 굵은 당면을 불려 넣곤 다시 볶았다. 유중혁의 특제 소스를 붓자 그럴듯하나 향기가 흘러나왔다. 생선은 기름기를 빼서 구워냈다. 완성된 음식을 딸기와 함께 가져다주니 이설화의 얼굴이 한층 밝아졌다.
“맛있게 먹을게요. 그러니 어서 가봐요. 배고플텐데.”
“네가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 그러니 먹어라.”
유중혁의 고집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였기에 이설화는 음식을 먹기 시작하였다. 맛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하나 둘씩 접시가 미워질때마다 유중혁의 얼굴빛도 밝아졌다.
“잘 먹었어요. 요즘 입덧이 많이 사라졌어요. 모두 당신 덕분이에요.”
“몸 잘 챙겨라, 난 가겠다.”
병원을 나온 유중혁은 다시 전차를 타고 숙소로 몸을 움겼다. 숙소는 같이 있고싶은 사람들과 같이 쓰는데 학생들이 쓰는 커다란 건물이 있고, 소수의 친한 사람들끼리 모인 작은 별장 같은 집들도 있었다. 김독자 무리는 후자에 속했다.
유중혁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자 그의 얼굴에 노기가 서렸다.
“지금 신성한 주방에서 뭐하는 짓거리냐. 김독자, 한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