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새로 들어온 김독자의 파편입니다~ 글도 처음 써봐서 재밋네요! 같은 내용을 쓴 글이 이전 분들 거에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전 글 써서 만족입니닷! 참고로 전 독수파라 이야기가 그쪽으로 갈지도 모르겠네요ㅎ



....

눈을 떠보니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었다. 나는 나 자신도 놀랄 만큼 침착하게 현재 내 처지에 대해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것은 수많은 조각으로 나뉘어서 멀어져가는 기억이었다.

...그건 그렇고, 아까부터 이상하게 치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마치 안 나오는 채널로 숫자를 돌린 TV에서 나오는 듯한 소리. 분명 나는 죽었을 텐데 그럼 여긴 어딜까?

[&아#@!&아#@!]

해괴한 소리는 곧 어디선가 들어본 소리로 바뀌었다. 그러나 내가 그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기도 전에, 다른 소리들이 잇달아 들려왔다.

[■■■■■■■■■■■■■■■■■■■■■■■■■■■■@!^%#ㅈp2)~>>×,?]

[■□■■□□■□■□■○●◇■◇□]

[XXXXXXXXXXXXXXXXXXXXX고 꺼져, 빌어먹을 새끼야]

...저건 시나리오 도입부에서의 일이잖아? 어째서...

[설화, '왕이 없는 세계의 왕'이 다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거대설화, '마계의 봄이 다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거대설화, '신화를 삼킨 성화'가 다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거대설화....

나였던, 그리고 동료들과의 연결고리였던 모든 이야기들이 어느새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수많은 문장들 속에서 설화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나는 이내 동료들이 나를 살려냈음을 깨달았다. 동시에, 나를 살리고 나면 '가장 오래된 꿈'이 되기로 동료들 중 누군가가 희생하게 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될 바엔 차라리ㅡ

그 순간, 문장들이 모여 문을 만들어냈고, 문 안의 밝은 빛이 나를 집어삼켰다. 그 와중에서도 선명하게 들린 목소리.

[김독자는 바보 멍청이이다.]

본능적으로 깨닫고 말았다. 그리고 고마워하는 마음을 전할 새도 없이 나는 다시 의식이 흐려졌다.

...그런 날 보며 약간 뽐내듯이 웃는 목소리를 들은 것 같다.

....

한수영은 조심스레 문을 열고 문장들이 모여 사람의 형태를 이뤄가는 걸 보며 바보처럼 웃었다.

지금만큼은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아. 그저 네가 살아나서 다시 한번 웃어주기만 한다면ㅡ

한수영을 제외한 일행들은 열린 병실 문 앞에 서서 같이 지켜보고 있었다. 유중혁은 그 사이에서 걸어나와 한수영의 곁으로 이동해서 같이 김독자의 형상이 완성되어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보 같은 놈. 이제야 다시 돌아오는군.''
''그러게 말이야. 정말...정말 바보같이...''

김독자의 흰 코트가 펄럭이는 것을 멈추고, 모든 노랫소리가 멎었을 때 유중혁과 한수영은 몇발짝 다가갔다. 김독자가 눈을 뜨지 않는 것에 의문이 조금씩 생길 때

[전용스킬, '한낮의 밀회'가 발동됩니다.]
[불완전한 시스템으로 인해 일부 오류가 발생하였습니다.]

ㅡ덤벼라, 개복치. 바다의 왕을 가리자.

유중혁과 한수영은 멈춰서 서 있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

아니 미친, 이게 아닌데.

빛을 통과하고 나서 내 몸이 돌아왔다는 감각이 느껴졌다. 그래서 일행들의 발소리를 듣고선 눈을 뜨고 말을 걸려 했지만 어째선지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한낮의 밀회'를 발동시킨건데...이따구로 오류가 난다고?

-아니, 야, 내가 몸이 안 움직여서 그런거거든? 이거 오류니까 부탁이니 제발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아주세요.

[오류가 발생하였습니다.]

ㅡ네 말에 틀린 게 있거든? 일단, 너는 미소녀가 아니야.

...ㅅㅂ. 유중혁과 한수영에게서 심상치 않은 기세가 일어나는 걸 보니 내 새로운 명도 여기까진가보다.

ㅡ네놈, 죽고 싶은 건가?
ㅡ야이 미친 김독자 새■야, 오랜만에 만나서 하는 말이 그 ㅈ■이냐?

왜 저쪽은 오류가 안 나는 건데?

그렇게 항복의 표시로 나는 손을 들어올ㅡ리지 못했다. 아참, 몸이 안 움직이지. 이거 참 큰일이네~하고 현실도피를 시작할 무렵,

''독자 형이 안 움직여요!! 형!! 일어나!!''
''아저씨...? 설마 다시 죽은건 아니겠죠...?''
''독자씨! 장난 치지 말고 일어나요!''
''이제 다시는 잃어버리지 않을 겁니다!''
''독자씨? 독자씨? 독자씨?''

다행히 살았구나... 길영이한테는 일어나서 더 잘해주기로 하자. 그나저나 현성씨, 또 뭘 잃어버렸던 겁니까. 그리고 유상아씨는...음...

''김독자놈은 살아있다. 정신상태가 이상한 것 같기도 하지만 말이지. 그래서 말인데, 이설화. 김독자 상태를 좀 봐주지 않겠나?''

뭐 임마?

['가장 오래된 꿈이었던 자'가 자신은 이상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뭐야, 김독자 멀쩡하네. 근데 왜 못 일어나는 거야?''

[성좌, '구원의 마왕'이 나도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느낌표는 왜 붙이는 거냐? 그나저나 이설화, 얘 왜 이러는지 알겠어?''

''글쎄요...정신과 몸의 동기화가 덜 된 게 아닐까 싶네요. 일단 좀 눕혀서 며칠 기다려 봐야할 것 같아요.''

''일어났다가 또 튈 수 있으니까 기절시키는게 어떨까요?''

그렇게, 나는 눕혀졌다. 눕힌다 했으니 아마 틀림없을 것이다. 눕혀지기 전에 흉흉한 말을 들은 것 같지만 기분 탓일 거라 믿고 싶다.

....

김독자가 돌아왔다.

일행들이 김독자와 감동적인 재회를 한 뒤, 시스템의 재개와 더불어 이 소식은 순식간에 지구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마지막 영웅, 구원의 마왕 돌아오다!> 같은 헤드라인과 함께. 물론 병실에 들어올 수 있던 기자들은 없었지만.

소식이 퍼지기도 전에 김독자의 두 어머니와
<김독자컴퍼니>의 다른 동료들, 그리고 함께 싸운 성좌들이 찾아왔다. 그중 우리엘은 특히 심하게 울면서 김독자를 끌어안으려고 했지만 한수영에게 저지당했다.

한수영은 그때 기억을 떠올리면서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 왜 그렇게 불쾌한 감정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잠시 생각해보던 그녀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환자(?)한테 매달리려 하는 몰상식하고 무식한 그 대천사의 행동에 화가 난 거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김독자의 곁을 지키던 그때, 김독자의 말이 들려왔다.

ㅡ야, 나 책 좀 읽어주라.
ㅡ뭐? 네가 일어나서 읽어.
ㅡ못 일어나는데 어떻게 읽냐? 천재 미소녀 작가님이 성격은 못한가보네~.
ㅡ뒤질래, 진짜?
ㅡ지어내도 상관 없이니까 아무 얘기나 해봐. 단, 너희 이전 얘기는 빼고. 애들이 계속 찾아와서 수십번 얘기해갖고 다 외웠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김독자는 그대로여서 다행이었다.

ㅡ그래, 그럼 어디 이 천재 미소녀 작가님의 신작을 들려주지.  
ㅡ한 3000편은 되지?
ㅡ...너 안 일어날거냐?
ㅡ그 안에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걸?
ㅡ넌 역시 미■놈이야. 아니, 아주 미■놈이야.
ㅡ....내가? 너보다?

한수영은 다음 간병 차례인 유상아가 올 때까지 계속 '한낮의 밀회'를 통해 김독자와 투닥거렸다. 김독자는 결국 소설을 듣지 못해서 눈물을 흘리는 듯 했지만 쌤통이라고 한수영은 생각했다.

....

김독자가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지 일주일이 지났다. 몸을 처음 움직일 수 있게 되었을 때부터 갑자기 전신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된 김독자를 이설화만큼은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로 쳐다보았지만 그 외 누구도 그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사실, 김독자가 갑자기 이목구비가 뚜렷해지면서 (-혜- : 아저씨, 돌아가! 가못왕이 이러면 어떡ㅡ) 그에 관심이 쏠렸던 걸지도 모른다. 유상아는 그저 흐뭇한 얼굴로 일행을 보고 있었고 유중혁은 눈썹 한번 꿈틀한 게 다였지만..

김독자 컴퍼니는 일주일간 많은 일을 겪었다. 일단 다시 공필두에게 금싸라기 땅을 하나 받아서 그 위에 큰집을 짓고 이사한게 첫번째, 김독자가 '꿈 장악력' 등 자기 스킬을 연습한답시고 사라졌던 '김독자 실종 사건'이 두번째, 그 사건으로 인해 아바타를 활용한 감시망에, 진법에, 유중혁까지 더한 '김독자 감금 프로젝트'가 세번째였다.

한수영은 생각했다. 그리고 또 생각했다. 녀석은 너무나 예측 불가여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정하는 게 김독자를 제외한 일행들의 제 1순위 과제였다. 그리고 그순간, 한수영의 머릿속엔 좋은 생각이 떠올랐고, 그걸 꼭 이번 저녁식사때 일행에게 말하자고 생각했다.

''그래...이거야!''

+김독자는 이때 방에 갇혀서 유중혁의 무림만두를 먹으며 솜뭉치로 변한 비유를 끌어안고 한수영의 차기작을 즐겁게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