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그…말로만 듣던 사랑의 묘약이라는 거지?”


한수영이 분홍색의 액체가 담긴 작은 병을 흔들었다. 먹으면 처음 보는 사람에게 사랑에 빠지게 해 준다는 사랑의 묘약, 전설로 따지면 그렇다는 것이고 그냥 처음 본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는 정도의 효과를 보여준다. 한수영이 이걸 준비하게 된 계기는 이렇다.


김독자가 돌아온 이후, 한수영은 지속적으로 김독자를 향해 느끼는 감정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하지만 고백하는 것은 너무 부끄러웠기에,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신호를 주었지만. 이 오징어 자식이 눈치가 없어 그걸 깨닸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사랑의 묘약을 통해 김독자의 마음을 얻어내겠다는 심산으로 몰레 아프로디테의 성에 가서 이걸 쌔벼온 것이었다.


“김독자, 핫초코 줄까?”


“주면 좋지”


좋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고 있었다.

한수영이 완성된 핫초코에 사랑의 묘약을 세 방울 정도 탔다. 연한 분홍색의 무취인 사랑의 묘약을, 눈치없는 오징어 자식이 알아차릴리 없었다.

완성된 핫초코를 김독자에게 가져다 주었다. 김독자는 웃으며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고선 다시 한수영이 쓴 책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어?”


김독자가 핫초코를 먹은 후, 반사적으로 한수영을 바라보았다. 그러고선


화륵


김독자의 얼굴이 마치 복숭아, 아니 그보다 더 붉게 상기되었다.

명백히 나타난 홍조가 그의 얼굴을 가득 채웠고, 눈에서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뚝뚝 떨어졌다.


“수영아…이게 무슨…”


적잖아 당황한 것은 한수영도 마찬가지 였다. 분명사랑의 묘약은 이렇게 효과가 좋지 않았다. 그런데 김독자의 표정은... 당장이라도 안아주고 싶어 미칠것만 같은 표정이었다.


김독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한수영에게 다가왔다. 그러고선 한수영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수영아…미안한데…널 조금…안아도 될까?”


“어? 어 그..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김독자가 한수영을 끌어안았다. 약간 아플만큼, 그러나 한수영을 지극히 배려하고 있는 포옹이었다.


“갑자기 이런말이…조금 이상할지도 모르는데…나…널…좋아하는 것…같아 수영아…”


“어…어 뭐?”


약간 당황하는 한수영이 퍽이나 귀여워, 김독자는 옅은 웃음을 내보였다.


“키스…해도 될까?”


갑작스럽게 성격이 180도로 바뀌어버린 김독자의 모습에 한수영은 약간 당황하였으나. 허락의 의미가 담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두 남녀의 입술이 닿았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을 느끼며 서로는 서로의 사랑을 음미했다. 둘 사이의 혀가 교차하고 타액이 섞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서로의 입술은 다시 떨어졌다. 키스가 끝난 것이 아쉬었다는 듯이 하얀 실들이 두 입술을 잊고 있었다.

서로의 숨소리만이 공존하는 이 공간에서 한수영이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김독자…내가 네 핫초코에 사랑의 묘약을 넣었어. 네 사랑은…사랑의 묘약의 힘이야, 아니면 네 마음인거야?”


이정도로 효과가 좋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하였기에 한수영은 김독자의 마음을 알아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김독자의 마음에 상처가 생길 수 도 있었기에.


“만약 네가 암흑성때 내게 사랑의 묘약을 사용한게 아니라면ㅡ”





김독자가 한수영에게 짧은 키스를 선물했다.


“이건 내 마음이 맞아.”


체 하얀 실이 끊어지기 전, 서로의 입술은 다시한번 거리를 좁혔다. 붉어진 한수영의 얼굴, 그것보다 더 붉어진 김독자의 얼굴이 닿았다.


“사랑해, 무엇보다도 너를. 정말로, 정말로 사랑해”


“나도, 나도 좋아해, 아니 사랑해 김독자!”


그렇게 둘은 행복한 세 시간을 함께 보냈다. 사랑의 묘약은 한 방울마다 지속시간이 한 시간이기에 곧 원래 김독자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니 정확히는 돌아왔어야 했었다.
그의 행동은 변하지 않았다. 조금 느끼하고 오글거리는 말들을 던져댔고, 계속해서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다만 변한 것은 이것이 약의 효과가 아닌 사랑의 효과였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