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놈이 처음 나타난 순간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다.]
왜, 그 문장이 떠오른 걸까
급정거한 지하철의 객실 안,
뭔가 디테일이 부족한테다
지하철 급정거야 드물지만 일어날 수 있는 사고였다.
그런데도,
왜,
그럴리가 없는데,
그소설의 문구가 자꾸만 떠오를까.
3807칸의 앞문이 열리며 전기가 돌아왔다.
아직도 내 팔을 잡은 채 유상아가 중얼거렸다.
"도깨비?"
머리속이 울린다.
그안에서 소설과 현실의 모습이 합쳐지기 시작한다
[두 개의 뿔, 거적을 걸친 보송한 털로 뒤덮여있는
작은 괴생명체,]
[천사라기엔 너무나 잔인하고,
악마라기에는 너무나 귀엽게 보였던 존재,]
[그렇기에 그것은 '도깨비'라고 불렸다.]
나는 저' 도깨비'가 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꺼낼 말과 행동이 무엇일지를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마#$#%^%셋"
"뭐라고 하는 거야?"
"증강 현실 같은 건가?"
"엄마! 저거 봐 저거!"
사람들의 웅성거림 속에서, 나는 두려움을 느꼈다.
저건 수천편의 멸살법에서 비극의 시작을 알리는
존재였다.
충격과 공포로 정신이 혼미한 나를 깨운 것은 유상아의
목소리였다.
"독자 씨, 저게 뭘까요?"
내가 대답하지 못하고 있을 때,
정확한 발음의 한국어가 들려왔다.
"아, 아, 들리십니까? 이것 참, 패치가 느려터져서,
여러분! 들리면 대답해주세요!"
익숙한 언어가 들려서일까,
사람들은 긴장이 풀린듯했다.
가장 먼저 해선 안될 짓을 시작한 건 정장을
입은 사내였다.
"저기요, 뭐 하자는 겁니까,
제가 오늘 오디션 날이라 빨리 가봐야 하는데요."
배우 지망생이었던 걸까, 심사위원에게는
먹혀들만한 패기였지만 결코
저존재에게는 함부로 말해선 안 되었다
"오디션? 아, 이시간에도 그런걸 보는군요,
사전조사가 부족했나?"
"아까부터 뭐하는 겁니까?
빨리 열차나 출발시켜주세요."
"자자, 우선 진정들하시고 자리에 앉으시죠."
"열차 출발시켜요!"
"시민협조도 없이 뭐 하시는 겁니까?"
말려야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눈치 없이 일어나려는
유상아를 막는 것뿐이었다.
"상아 씨, 가만히 계셔야 해요."
"네?"
유상아가 놀란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언가를 설명해주길 원하는듯했지만,
지금 그녀가 저 존재의 눈에 띄지 않게 하는 것만이
최선이었으며
그럴 필요도 없었다.
지금, 저것보다 설득력 있는 존재는 없으니까.
"하... 여기도 말귀를 못 알아처먹네."
도깨비가 눈을 감았다 뜨자
두안광이 붉게 물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퍼버벅!
".........어?"
아까 그 남성의 머릿속의 것으로,
저도깨비의 눈처럼,
바닥이 붉게 물들었다.
"그러게 내가 조용히 하라고 말했잖아."
사람들의 눈이 공포로, 충격으로 차올랐다.
"다시 말하지, 이건 영화 촬영이 아니야."
한 아줌마가 두 번째 희생양이었다.
"꿈도, 소설도, 게임도 아니야."
허공으로 피 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노인, 어린 아이 할 것 없이
저 존재에 대해 떠든 모든 이들에게서
박이 깨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그리고, 지금까지 너희가 살아온 '현실'도 아니야!
알아들어?!"
방금 전까지 붐비던 지하철 내의 절반 이상이 비었지만 그 누구도 공간으로 갈 수 없었다.
최상위 포식자를 마주한 원시인처럼,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저 공포에 질려 도깨비를 바라보는 것 외에는.
나도 딸꾹질을 반복하는 유상아의 눈을 가리듯 그녀를
감싼채 숨을 죽였다.
"지금까지 살기 참 좋았을 거야, 그렇지?"
도깨비와 눈을 마주친 노인이 노약자석에서 기도라도
하는듯한 자세를 취했다.
"당신들은 지금까지, 오랫동안 공짜로 살아왔어,
아무대가 없이 숨을 쉬고, 잠을 자고, 밥을 먹으며
대소변을 싸지르고 제멋대로 번식해대고!
거 참 좋은 세상에서 사셨네?"
모순이었다, 모두가 대가를 지불했다.
이지하철에 모두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했다.
그럼에도 저것에게 나는 단한마디도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어떡하나? 좋은 시절은 다 갔어!
대가는 항상 있는 법이라고!
이제까지 행복을 누렸으니,
이제는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그때 누군가가 사람들 속에서 손을 번쩍 들었다.
"호, 혹시 돈을 원하시는 겁니까?"
이와중에 어떤 인간이길래 저딴 소릴 지껄이는가 했더니,
놀랍게도 내가 아는 얼굴이었다.
"재무팀 한부장?!"
틀림없는, 회사의 대표 낙하산이자
신입사원들의 기피1순위의 한명오 부장이었다.
"저양반이 도데체 왜 지하철에 있지?"
"돈이라면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꿋꿋하게 명함까지 건네는 패기에 내가 눈을 가려둔
유상아와 나를 제외한 지하철에 모두가 그를
응원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얼마나 원하십니까, 얼마든지 드릴 수 있습니다."
대기업부장의 지갑에서 나왔다기에는 너무나
많은 수표가 그의 손에 들려있었다.
"돈이라..... 좋죠,
인간들의 상호합의가 깃든 식물성 섬유쪼가리
또는 금속."
한명오의 안색이 급격하게 밝아지는듯 했다.
"우선 이거라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당신네 차원의 이야기일뿐이야."
한명오가 비명을 질렀다.
수표가 있던자리에는 불타는 종이쪼가리밖에 없었다.
"오늘은 특별히 봐주지만, 다음번에는 당신 머리를
터뜨려 버릴수 있어요. 명심 하세요."
사람들의 표정이 다시금 공포로 차올랐다.
"하, 지금 이순간도 당신들의 부재가 쌓이는 중이에요,
그래요, 그냥 직접격어보는게 빠르겠죠?"
도깨비의 뿔이 안테나처럼 뻗어졌다.
[#BI-7623채널이 열렸습니다.]
[성좌들이 입장합니다.]
모든사람들의 눈 앞에 작은 창이 떠올랐다.
메인 시나리오가 도착했습니다.]
<메인 시나리오#1 - 가치증명>
분류:메인
난이도:F
클리어 조건:하나이상의 생명체 살해
제한시간:30분
보상:300c
실패시:사망
도깨비의 몸체가 흐릿해지며 다음칸으로 넘어갔다.
"행운을 빌죠, 부디,
재및는 이야기를 만들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