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금호역은 유중혁에 의해 지역 거점으로 성장한
장소였다.
놈은 금호역을 장악한 철두파를 정리한후
그룹들과 함께 두번째 메인 시나리오를 돌파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1회차에서의 이야기다.
3회차부터의 유중혁은, 모든 것을 독식하는 괴물일뿐.
"그래도 기본적인 정리는 하는 녀석이었는데.
"네?"
"그냥 혼잣말입니다. 별거 아니에요."
지하철에서부터 이런 모습을 본 유상아여서일까,
그러려니하고 넘어가는 듯하다.
눈치빠른 유상아씨가 변수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철두파다! 사람이 다쳤어!"
몇몇이 달려와 방철수를 부축했다.
멸살법에 따르면 지금 금호역은 어느정도
체계가잡혀있을 것 이다.
"독자 씨?"
우리가 내려온 계단으로 몰린 인파에서는 반가운 얼굴이
있었다.
"독자 씨! 여깁니다!"
다행히 이길영도 무사하군,
한명오와 김나영이라는 학생은.....
내알바 아닌것 같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중 무언가 쪼르르 달려와
내다리에 폭-하고 들러붙었다.
[성좌, '절대 용서받지 못할 기만'이 화신'이길영'에게
미소 짖습니다.]
"잘 있었냐?"
나는 곧장 봉투에서 초코바하나를 꺼내 이길영에게
쥐어주었다.
그동안 배를 골았는지 뺨이 홀쭉해진게 꼭 어렸을적
나를 보는것 같았다.
"독자 씨, 유상아 씨, 정말 살아계셨군요, 다행입니다."
이현성은 그새또 성장했는지 상반신이 더욱
탄탄해져 있었다.
유중혁한테 코인이라도 받았나?
이틀동안 운동 했다고 저리 되지는 않는데.
[성좌, '강철의 주인'이 또한번
'절대 용서받지 못할 기만'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저녀석이었나, 정말 코인 걱정은 없을것 같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때 여러분을 두고 가서....."
"저희는 괜찮습니다, 오히려 아이템도 얻고요."
"휴, 유중혁 씨 말이 맞아서 천만 다행입니다."
.....그게 꿈이 아닌건가?
이현성이 주변을 살피더니 말했다.
"그게, 유중혁 씨가 김독자씨가 꼭 살아있을 것 처럼
말하더군요."
"그놈은...."
"방금 나영이를 데리고 충무로쪽으로 갔습니다.
삼일후에 충무로로 오라면서...."
.....그렇군, 제대로 정리도 안하고 떠난건
이지혜 때문이었던건가.
"그런데 한부장님이 안보이네요?"
여성을 눕힌 유상아가 질문 했지만,
벌써 대답이 달려오고 있었다.
"너, 너는.........!"
짝수 다리에서 나와 유상아를 버리고 튄 한명오가
깡패들을 이끌고 나타났다.
역시 저인간은 주류 그룹에 붙었군.
"아, 그쪽이 오늘 새로 오신분들이시군요."
사내들이 양 옆으로 비켜서더니 그틈으로
호리호리한 체격에 사내가 나타났다.
지금 금호역의 주도권을 잡은 인간.
"반갑습니다. 두분 성함이...."
"저는 김독자라고 합니다. 저분은 유상아씨."
"그렇군요. 저는 천인호라고 합니다."
나는 가시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이놈 술하에 있는 철두파놈을 내가 반쯤 조져놨으니,
시비를 털러 온거겠지.
"같이 오신 분들께 들었습니다.
괴수들로부터 저희 그룹원들을 구해 주셨다고요.
......뭐?
"여러분, 다들 모여주세요. 여기 새 그룹원께서
오셔습니다!"
"우왔! 먹을거잖아!"
"엄마! 저기봐 저기!"
허기진듯한 시선이 나와 유상아의 편의점 봉투에 꽃히기
시작했다.
"저희들을 위해 직접 식량을 가져오신 것 같습니다,
보기 드문 호인이십니다."
그 말에 구원자라도 보는 듯한 시선들이 내쪽에 쏠렸다.
아이를 안은 엄마도, 거동이 불편한 듯한 노인도,
그래, 천인호는 이런 타입의 인간이었지,
멸망한 세계에서 정말 위험한 류.
"금호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여러분."
금호역에 도착한 후 반나절동안 나는 금호역의 상황을
파악했다.
주로 정보는 이현성에게서 알 수 있었다.
"현재 금호역의 인원은 독자 씨까지 총 87명입니다.
아마 다들 첫번째 시나리오를...."
당연한 일이다. 곤충이라는 꼼수를 생각할 사람들이
그렇게 많을 리가 없다.
다시 말하면 어른아이 할것없이 이곳의 대부분은
살인자들이다.
"눈치 채셨겠지만 현재 이곳은 한 그룹과 나머지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이현성이 어두운 얼굴로 주류 그룹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살인자끼리도 모이면 강자와 약자로 나뉜다.
저들은 육체적으로, 정치적으로 강자의 입장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가 보면 소외 그룹들을
살인자라고 생각할 이가 몇명이나 될까,
저들중 자신이 살인자라며 자책하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식량 배분은 주류 그룹에서 결정하고 있습니다만
현재 식량이 거의 떨어져가는 상태라
주류 구룹의 인원들과 소외 그룹인원들몇몇이
지상으로 식량 탐사를 나가는 상황입니다.
희원씨도 차출 대상이셨고요."
"희원 씨라면.....?"
"낮에 독자 씨가 구해오신 여성분 이름입니다.
저분과 같이 활동하고 있었는데...."
나는 유상아의 무릎을 베고 누운 여성에게
'특성 일람'을 발동했다.
<인물 정보>
이름:정희원
나이:27세
배후성:없음(현재 3개의 성좌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용 특성:웅크린 자(일반)
전용 스킬:귀살Lv2, 검도Lv2
종합 능력치:체력Lv5, 근력Lv6, 민첩Lv8, 마력Lv4
종합 평가:막대한 잠재력을 지닌 '웅크린 자'입니다.
아직 특성이......
종합 능력치도 준수 한데다 '웅크린 자'특성.
원작에 이런 사람이 있었던가?
그보다 능력치가 저정도나 되는데
왜 버려진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동료로 삼는 걸 고려할만하다.
"차출된 소외 그룹인원중 낙오된건 희원 씨 뿐이겠네요."
"네? 그걸 어떻게....."
이현성의 얼굴이 더욱더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방철수가 내게 한말을 보면 놈들은
아마 그걸 하는거겠지.
"그런데 현성 씨 정도면 러브콜을 받을만한데,
왜 여기 계신가요?"
"아.....그게...."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알고있다.
기본적으로 이현성은 정의로운 인간이니까.
"잘 설명은 못하겠습니다만, 그냥 저쪽은 뭔가
옯지 않다고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요....."
이현성이 민망한듯 말을 이었다.
옯지 않다라, 별 거 아니지만 이현성 다운 말이다.
"위선도 선 일겁니다, 당신은 '정의로운' 사람이네요."
"......."
이현성이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길래, 나는 당황했다.
화제를 돌릴 거리가 필요한데....
꼬르륵
어디선가 고마우면서도 귀여운 소리가 난다 싶더니,
유상아와 이길영이 빨개진 얼굴로 나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꼭 어미새를 기다리는 아기새같은 얼굴이
퍽 웃음이 나왔다.
"그러고보니 이틀째 제대로 된 식사도 못하셨을 텐데
배고프시죠? 하나씩 들죠."
나는 편의점 봉투를 꺼내들며 말했다.
"아, 전 제가 가져온거 먹을게요. 길영아, 여기."
"감사합니다. 독자 씨."
"다음부터는 돈 받을겁니다."
"네? 어, 얼마나....."
이현성의 얼굴이 순간 당황으로 물들었다.
유상아도 마찬가지였다.
"당연한 거죠, 그냥 지금부터 낼게요."
벤치에 옯겨두었던 여성이 정신을 차린 모양이다.
"정희원이에요. 아침에는 정말 감사했어요."
"아닙니다."
첫인상이 완전히 편견이었군. 이런 성격인가.
"현성씨, 정신 차려요. 이거 두분이 목숨 걸고
구해온 건데 그냥 공짜로 받겠다뇨."
망설임 없이 할 말을 내밷는 얼굴은 거의 무표정이었다.
"아....."
방금까지 내말에 의아해하던 유상아도 볼을 붉혔다.
"죄송합니다, 독자 씨. 얼마면 될까요?"
"10코인만 주세요. 거래법은...."
"아, 알고 있습니다. 여기...."
뜻밖이었다. 그래, 아포칼립스라고 나쁜 사람들만
있는건 아니니까.
"음? 길영이 넌 상아씨 한테 드려야지."
"낮에 먹은 초코바 값이에요."
이길영은 당연하다는듯한 얼굴이었다.
어쩌면 이런 세계를 받아들이는데에 있어서는
아이들이 빠른지도 모른다.
"김독자 씨."
뒤를 보니 천인호를 빌두로 '주류 그룹'들이 서 있었다.
개중에는 팔의 깁스를 한채 나를 노려보는 놈들도
몇몇있었다.
"아, 실례지만 유상이씨와 독자 씨빼고는 잠시..."
"아뇨, 다들 가실 필요 없으십니다."
내 말에 천인호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하지만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았어도 다들 자리를
비켜주지는 않았을 것 이다.
내다리에 붙은 이길영과 정희원이 죽일 듯 한 눈빛으로
천인호를 보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흠, 그러시군요. 뭐, 상관은 없습니다만."
들을 테면 들으라는 여유.
천인호가 벤치에 주저앉자 사나두명이 양쪽에서 담배에
불을 붙여 내었다.
지가 무슨 영화 배우라도 되는 듯 행동하는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저희는 두분께서 저희 그룹에
들어오시길 원합니다.
두분이라면 높은 자리를 드릴 수....."
"왜 하필 저희죠?"
"......이유는 아실 텐데요?"
천인호가 철두파를 힐끔 쳐다보고는 말을 이었다.
"김독자 씨와 유상아 씨는 사람들을 구한 영웅이십니다.
그런 분들께는 마땅한 대접을 드려야죠."
"거절 한다면?"
"..... 그럼 유상아 씨는....."
"저분도 안갈 겁니다."
"하하, 본인 의사가 가장 중요한 법이죠,
그래서 유상아 씨는...."
"저도 안 가요."
천인호는 잠시 고민하듯 담배연기를 뿜더니 웃었다.
"하....두분, 한번만 다시 생각해보시죠.
여러분께는 그럴 의무가 있습니다.
저 불쌍하신 분들이 안 보이시나요?"
몇몇이 이쪽을 돌아보아 보았다.
배가 고프다며 땡깡을 피우는 아이들과 지친 노인들,
모두가 꾀죄죄한 얼굴이었다.
"거창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는 그저 모두의 생존을
원하는 것 뿐이에요."
"정확히 뭘 바라시는 겁니까?"
"오늘 새벽까지만 해도 히트맨 역할을 해주시는 분이
계셨죠. 식량 조달, 사냥법등을 알려주시는 그런분이요.
정확히는 저희가 훔쳐본겁니다만,
그런데 그분이 떠나자마자 앞이 막막했는데
두분께서 오셨죠."
"그래서, 그역할을 할사람이 필요하다?"
"네, 두분께서 철수 씨를 저렇게 만든것만으로
충분히 자격이 있다는것 도 알 수 있고요."
그 말에 이현성과 정희원의 눈이 커졌다.
이제야 그들도 어떤 상황인지 이해한 것 이다.
"그저, 희망이 되어 주세요, 두분께 나쁠건 없으니..."
"유상아 씨라면 모를까 나는 누굴 책임 질 만핫
그릇이 못됩니다. 그쪽이랑 함께할 생각도 없어요."
"....그렇군요, 그럼 유상아 씨는...."
"죄송하지만 전 그쪽 운영 방식이랑
맞지 않을 것 같네요."
".....알겠습니다, 생각이 바뀌면 언제 든지 찾아오세요."
"그럴 일은 없을겁니다."
"그건 두고 봐야죠."
철두파가 물러서자 한쪽에서 소외 그룹 사람들이 몰려와
언성을 높였다.
"이봐요! 식량을 독점한다는게 정말이에요?"
"모두가 나눠도 모자랄 판에 지들만 먹고 살겠다고?"
"다같이 구해왔다며! 그걸 니들만 가지는게 어딨어!
"공평하게 인호 씨에게 식량을 맡겨라!"
그래, 마지막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구만 그래.
뒤쪽에서 천인호의 입술이 말하고 있었다.
"선택 하세요.
식량을 나눠 주고 꼭두각시가 될지,
아니면 식량을 독점하고 고립 될지."
[소수의 성좌들이 눈을 반짝입니다.]
[성좌, '긴고아의 죄수'가 콧김을 뿜습니다.]
사람들이 지나결게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자,
천인호가 나섰다.
"아아, 여러분. 진정하세요.
뭔가 오해가 있나보네요."
유상아 씨처럼 인류애가 넘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내게 저런게 통할거라 생각하나?
"두분께서는 저희와 같이 활동하기로 하셨습니다.
오늘 가져오신 식량은 당연히 저희가 공평하게..."
놈이 더이상 말을 하게 두기가 힘들다.
"그만."
될 수 만있다면 지금당장 유중혁을 따라서 여길 뜨고
싶다.
코인 수금하기에도 충무로가 더편하다.
그러니까 내가 하려는것은.
그냥 전개를 빠르게 나가려는것 뿐이다.
"물론, 식량은 나눠줄 겁니다."
내말에 겁에질린 유상아와 입꼬리가 올라가는 천인호가
보였다. 하지만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 봐야지.
"다만, 공짜는 아닙니다."
앞서 말한대로 나는 누굴 책임질 그릇이 아니다.
하지만 데리고 갈 사람은 확실히 책임질 것이다.
"자, 잠깐! 무슨 소리에요?"
"공짜가 아니라니!"
시민들은 이해하지 못한 듯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맞습니다. 저는 좋은 사람도,
유니세프도 아닌데다, 저 그룹을 믿지도 않거든요."
나는 일부러 천인호를 바라보았다.
"그, 그런..."
"무슨.... 그럼 얼마나..."
"돈 이면 됩니까?"
얼굴들사이로 천인호의 안색이 굳어지는 것이 보였다.
"아뇨."
네가 원하는대로는 안될거다.
"저는 코인만 받습니다."
잠시 후, 주변에는 내 일행들만이 남아있다.
"저.....독자 씨...."
"아, 죄송합니다. 유상아 씨가 가져온건 당연히
유상아 씨 맘대로...."
"아, 아뇨. 그게 아니라....이거 괜찮은 선택이었을까요?"
"에이, 당연한거죠. 진짜 말 잘하셨어요.
내가 속이 다 시원하네."
유상아의 염려에 정희원이 대거리를 했다.
내가 '거래 선언'을 한 후 많은 시민들의 눈빛이
변했다.
물론 그동안 정말로 식량을 독점해온 이들은
내가 아니라 '주류 그룹'이다.
그들은 '공평한 배분'을 앞세웠고,
그것으로 사람들을 길들였다.
'동의합니다. 사람들은 이제 스스로 무언가를 해야 해요.
그렇지만...."
이현성의 말에 모두가 식량 쪽을 바라보았다.
"하나도 팔리질 않네요. 개당 50코인은 너무 비싸게
파시는게 아닐까요?"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저들에게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죠."
이윽고 밤이 찾아왔다.
지상에서 들리던 거대한 발소리가 잦아졌음에도
사람들은 악몽에 시달렸다.
나는 이길영과 함께 가장 먼저 잠에 빠진 유상아를
깨웠다.
미안하지만 그녀는 오늘 쉽게 잠에 들 수는 없다.
"음....독자 씨? 무슨 일로....."
"저희 한테 볼일이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요."
"....네?"
이현성과 정희원에 시선에 끝에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일렁이고 있었다.
"저... 식량 아직 파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