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다행이었다.

이현성과 이길영은 피로할것이며 

정희원은 기절한 상태, 

공격이라도 받았다면 아껴둔 코인을 사용해야 

했을 것 이다.

또한 김나영에게는 '특성 일람'이 작동하지 않았다.

정신 방벽이라도 가진건가.

스크린 도어가 박살난 플랫폼을 본 유상아가 말했다.


"분위기가 흉흉한데요."


3호선 철로를 따라 위쪽으로 올라서자,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충무로역에 진입했습니다.]

[현재 세 번째 시나리오가 진행 중입니다.]

[#GIR-8761채널이 활성화 중입니다.]

[#BIR-3642채널이 활성화 중입니다.]


역시 충무로부터는 시나리오 규모가 커지는 만큼

담당 도깨비들도 늘어난다, 비형도 고생좀하겠군.

마침 우리를 발견한 몇몇 중년 남성들이 다가왔다.


"오, 꼬마 스파이더맨. 신입 데려온 거야?"

"네. 그런데 또 술 드셨네요?"

"하핫! 세상이 이지경이 되었는데 술 말고 할게 뭐있어?"


복덕방 아저씨 마냥 푸근한 몸집에 중년 남성들은

당연한듯이 병장기를 들고 있었다.

게다가 얼굴에서는 여유로움까지 느껴졌다.


"근데 그쪽 친구들은 터널 뚫고 왔나봐?

코인 좀 만졌겠어?"


중년 남성 중 하나의 시선이 유상아를 향했다.


"거기 아가씬 이름이 뭐야? 싼 방 있는데 하나 빌려줄까?"

"......방이요?"

"아, 아직 여기 시스템 모르지? 여기는...."


듣다못한 김나영이 선수를 쳤다


"....수작질 그만하고 올라가세요."

"어허, 이분들도 언젠간 아셔야지. 전부 살려고 하는...."

"뒈져요?"


어느새 단도를 쥐고 있는 손을 본 중년 남성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어린것이 벌써 못된 것만 배워서는...."

"강 씨, 그만 가세."


그들이 환승길로 사라진 후에야 김나영은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는 알아서 하세요......보모 노릇은 사절이라."


얘 이렇게 싸가지가 없던가?

나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에는 이전과는 다른 법칙이 통용된다.


"저, 저리 꺼져!"

플랫폼 중앙에서 각목을 든 사내가 위협적으로 주변을

쏘아보고 있었다.

사내의 발밑에는 1평이 조금 넘을 법한 타일이 별쳐져

있는데, 표면에 초록빛이 감돌았다.


"왜 저러는 거죠?"

"글쎄요."


3호선 곳곳에는 사내와 비슷한 행색의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분명 아까 중년 남성들과는 다른,

절망에 젖은 얼굴들이었다.

누군가가 김나영에게 다가온건 그때였다.


"왔어? 응? 신입들이야?"

"네...."


[성좌, '대머리 의병장'이 오랜 전우와의 해후에 감동합니다.]

[인물'이지혜'의 배후성이 '대머리 의병장'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다가온 소녀 또한 교복에 후드 집업을 걸치고 있었다.

다른 점은 김나영과는 달리

장도를 차고 있다는 것과 교복에 붙은 명찰.


[전용 스킬, '특성 일람'Lv2를 발동합니다.]


<인물 정보>


이름:이지혜

나이:17세

배후성:해상전신

전용 특성:상처받은 검귀(희귀)

전용 스킬:검술 연마Lv4, 귀살Lv2, 절대검각Lv3,

귀신 걸음걸이Lv3.

성흔:해상전투 Lv1, 대군지휘Lv1

종합 능력치:체력Lv14, 근력Lv13, 민첩Lv13,마력Lv10.

종합 평가:자신의 가장 가까운 친구를 죽이고 

진화한 케이스입니다. 해당 인물의 배후성이

당신과 당신의 동료들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지혜, 해상제독 이지혜.


그녀는 멸살법의 주요조연이었다.


"터널을 뚫고 온거야? 스펙터는? 

그건 우리 사부밖에 못 잡을 텐데."


사부라니, 유중혁이 얘를 어떻게 길렀는지 알겠군.


"사부라면 유중혁을 말하는 거냐?"


두 소녀가 곧장 칼을 빼들었다.











기절한 정희원을 유상아가 돌보는 동안,

나는 이지혜가 데려온 한 소년에게서 충무로에

대해 듣고 있었다.

소년이 '건물주 연합'에대한 이야기를 꺼내려할때쯤

이길영이 입을 열었다.


"저기, 형."

"응?"

"화장실 가고 싶어요."

"급해?"

"네."


조금 뜬금없는 타이밍이었다.

얘가 이런걸로 말거는 타입이었나?

그런데 바로 옆에 유상아가 얼굴을 붉히며 서 있었다.


"....저기, 저도 같이 다녀와도 될까요?"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어린게 눈치도 빠르다.

대화를 엿듣던 소년이 말했다.


"화장실은 지하 2층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쉽지 않으실거에요."

"무슨 일이 있습니까?"

"음, 직접 가보시는게 좋을 것 같은데.... 마침 저도 

올라가보려 하니까, 같이 가시겠어요?"

"가보죠, 한번."






"오, 아까 그 뉴페이스들이군. 혹시 '방'보러 오셨나?"


4호선 에스컬레이터 근처에 서 있던 남성들이

휘파람을 불었다.

소년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 죄송합니다. 저흰 잠깐 위층에 볼일이......"

"에잉, 아쉽네. 조심들 하라고."


멀어지는 중년 남성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유상아가 물었다.


"저.....아까부터 '방'이라는 단어를 쓰는데, 정확히 뭘

말하는 건가요? 제가 아는 그 방은 아닌 것 같은데."

"......쉽게 말하면 저겁니다."


망설이던 소년이 가리킨 건 아까 본 것과 같은

초록빛 타일이었다.


[그린존 0/1]


"시나리오상 명칭은 '그린존'인데, 여기서는

'방'이라고 불러요."


타일 바로 곁에서는 두 사람이 드잡이를 벌이고

있었다.

마치 그 타일을 두고 싸우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번에는 이현성이 물었다.


"저게 대체 뭡니까? 저 사람들은 왜 싸우는 겁니까?"


소년이 다시 망설이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의 생존에 위협이라도 되는 듯.


"올라가면 다들 아시게 될거에요."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싸움은 더 많이 보였다.

나는 주변을 살피며 물었다.


"3층부터는 건물주 연합의 영역인가요?"

"예. 소수 세력도 있기는 하지만요."


충무로의 기반 시설은 2층과 1층에 몰려있으니,

사실상 건물주 연합이 권력을 독점한 셈이었다.

2층에 도착하자 소년의 얼굴에 긴장이 감돌았다.


"여기서부터는 조심하세요."


2층은 아래층보다 '방'이 훨씬 더 많았다.

그러나 아까같은 싸움질 대신 무서운 눈빛으로

그린존을 지키는 이들만 보였다.


[그린존 5/5]


우리는 사람들을 그대로 지나쳐 화장실 방향으로 

향했다.


"어..... 왜 여기에 다들...."


병목이 발생하는 인근 길목에 수십명이 모여 있었다.


"필두 씨! 다시 받아주세요! 이제 안 그럴께요!"

"제발요! 코인은 빛을 내서라도 가져오겠습니다!"

"자자, 물러서세요. 어서."


맞은편에 서 있는 중년 남성들을 보며 확신할 수 있었다.

십악, 공필두가 여기에 있다.

멸살법의 묘사를 통해 찾아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건물주가 되면 무슨 바이러스라도 걸리는지

다들 인상이 비슷했다.

다리쪽에서 무언가가 꼼지락거리더니 고개를 내민 것은

그 때였다. 

뭔가 위험한 것 같아 이길영을 붙잡으려는 순간,


"앗."


누군가에게 밀려 넘어진 이길영의 손이 바닥에 닿았다.


[화신'이길영'이 사유지를 침범했습니다.]


초록빛의 경계가 붉은 색으로 바뀐 순간,

순식간에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넌 뭐냐 꼬맹아?"


그와 동시에, 몰려 있던 인파들이 물러나기 시작했다.


"미친......"

"뒤, 뒤로 가! 어서!"


뭔가 못 볼 거라도 본듯 사람들이 썰물 마냥 빠져나왔다.

그들이 서있던 자리에는 붉은 경계선과 이길영을

번갈아보는 중년 남성들이 있었다.


"하하, 길을 잃은 모양이네, 여기가 어딘지 아니?"

"화장실 가는 길 아닌가요?"

"아, 맞아, 한때는 그랬지. 그런데 너....부모는 어딨냐?"

".......네?"

"남의 땅에 함부로 들어오면 되요 안되요?"

".....?"


남자는 귀엽다는 듯 이길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지만 그 눈빛은,

내가 잘아는 저 눈빛이 절대 누군가에게 호의적일리는

없었다.


"짜식, 아직 모르나 보네, 아저씨가 지금 가르쳐 줄게."


[인물,'공필두'의 성흔'무장 지대'Lv3가 발동합니다.]


기이이잉 거리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서 개틀링 기관총을

단 미니 포탑이 서서리 나타났다.


[인물 '공필두'가 사유지 침범으로 500코인을 

지불할 것을 요구합니다.]


"돈 내놔."


포탑이 일제히 이길영을 겨누었다.

당황한 이길영이 주춤주춤 물러서더니 내 옆에 붙었다.


"아, 보호자가 계셨군. 그럼 대신 지불하셔야지?"


대뜸 내민 사내의 손을 보며 나는 빙긋 웃었다.

유중혁 이 싸이코패스 새끼, 이런 것들을 그냥

놔두었다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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