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요코스카 진수부 소속 전함 히에이라고 해요.


저는 제 맏언니인 콩고 언니가, 너무 너무 좋아요!!


언니를 괴롭히는 놈이 있으면 어디든 달려가서 죽일 때까지 팰 거고,


언니가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어느 곳이든 달려가서 어떤 방법을 써서든 구해 올 수 있답니다.


어휴, 전에 있던 조센징 놈은 어찌나 언니와 우리 자매를를 괴롭게 했던지!


별 것 아닌 긁힌 정도의 상처에도 호들갑을 떨면서 두 시간 동안이나 수복실에 처박질 않나,


여러 언론에 생중계되고 있는 심해서함과의 전투에서 콩고 언니가 최우수 전과를 올리고 있었는데도


늘상 있는 일인 소형 구축함이나 마루유 같은 잠수함/수송함이, 그것도 한 척만 대파났다고 


즉시 전 함대 귀환 명령을 내려서 우리뿐만 아니라 TV와 인터넷에서 기대에 부풀어 있던 사람들을 얼마나 실망시켰는지!!


생각만 하면, 열불이 치밀어 올라 죽겠어요!


뭐, 바로 집무실로 달려가 그 조센징을 반 죽일 정도로 팼지만


그 때 생각만 하면 주먹이 그 조센징의 아가리를 후리고 싶어서 벌벌 떨리네요.


호호호.


그나저나 콩고 언니, 그저께부터 기운이 없네요.


제독이 부른다고 온갖 치장을 하면서 기대에 부풀어 있던 콩고 언니가 저렇게 침울해져 있는 걸 보니


저까지 마음이 미어진답니다.


제가 그 꼴을 보다 못 참고


"언니, 무슨 일 있어?


혹시 누가 언니 괴롭힌 거야?


말해 줘. 이 히에이가, 언니를 괴롭힌 놈 바로 줘 패러 갈 테니까!"


그러자, 언니가 옅게 웃으며


"히에이, 저번에도 말했지만 정말 별거 아니에YO.


그냥 피곤한 것 뿐이니까,


조금만 더 있으면 나아질 거에YO."


"그럼 다행이지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이 히에이를 불러 언니.


바로 갈 거니까!!"


콩고 언니가 웃음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이던 찰나, 


"콩고 군, 있나? 신이치로다. 얘기하고 싶은 게 조금 있는데-"


앗, 제독이다! 헤헤.


우리 요코스카 진수부 함선소녀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분.


며칠 전까지 나를 포함해 우리가 그토록 싫어하던 조센징과는 차원이 다른 분이시다.


그 분의 얼굴을 뵈고, 그 분의 말씀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설레고 두근거린다.


아아, 이게 사랑인 것일까?


언니만을 바라보던 이 히에이까지 매료시키다니,


제독, 당신을 얼마나 대단하신 분인 건가요!!


그렇게 헤벌쭉하고 있자 


"..아무도 없는 건가? 그럼-"


"아뇨, 있어요!!! 바로 열게요, 제독님!"


허둥지둥 문을 열자 모습을 드러내는 제독.


아아, 너무 멋져.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아. 


빠져버릴 것 같아. 아, 이미 빠졌지. 호호.


"아, 히에이 군.


콩고 군은 있나?"


"아, 네! 언니는 침대에 누워 있어요!!"


"아, 그래, 고마워요.


단둘이 조용하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잠시 다른 곳에 다녀와 줄 수 있나요?"


"아, 네!! 그럼 정원에 가 있을게요!"


"후후, 고맙습니다, 히에이 군. 나중에 따로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죠."


"네, 네!! 꼭이에요, 제독!!"


아아, 제독과 단 둘이서 만나는 자리라니.


너무 기뻐.


어떤 모습으로 제독에게 보이는게 좋으려나?




히에이의 발소리가 저만치 멀어지자,


신이치로 제독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간다.


"그 동안 푹 쉬었나, 콩고 군?"


"......여기는 왜 온거에YO."


"이런, 이곳은 너희 자매의 숙소이기 전에 내 진수부야.


내 진수부를 왔다갔다 하는 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


"그 말 뜻이 아니잖아YO!!!


내게 그런 짓을 하고도,


어떻게 그렇게 뻔뻔하게 얼굴을 들이밀 수가 있나YO!!!!!"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진 콩고.


하지만 제독은 별 신경도 쓰지 않는 듯


"그렇게 소리를 크게 질러서야, 다른 함선소녀들이 오지 않겠나?"


"그게 무슨 상관인가YO!!!"


"후후, 자네가 당했던 일을 다른 함선소녀들이 들어도 괜찮다는 건가?"


".....으윽...."


콩고는 몸을 이불에 파묻으며 조금씩 몸을 떨었다.


약간, 우는 것처럼도 보였다.


"나가주세YO.....


얼굴도 보고 싶지 않고, 말도 듣고 싶지 않아YO..."


하지만 제독은 그런 콩고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럴 수는 없다네.


콩고 군, 자네는 아직 해야 하는 일이 많다구."


"어디까지 저를 욕보일 생각인가YO..."


"욕보인다니, 무슨 소리.


자네는 위대한 일본 해군을 위해 불철주야 노고을 아끼지 않는 분들에게 하룻밤 '봉사' 한 것 뿐이지 않나."


"그게 무슨 '봉사' 인가YO!!!!!"


콩고는 다시 목소리가 높아졌다.


빠드득-하며 이까지 갈 정도로 분노에 찬 듯 했다.


"가만 있지 않을 거에YO....


언론과 신문에, 이 사실을 알릴 거에YO...


감옥에서, 두 번 다시 나오지 못하게 해 줄 거에YO!!!!!"


"크크크큭...."


콩고의 분노어린 말을 듣자, 


제독은 더 이상 웃음을 참지 못했다.


"무엇이 그리 우스운가YO!!!!!"


"아아, 자네의 심정은 어느 정도 알겠네, 콩고 군."


"내 심정 어디를 감히 안다고 지껄이는 건가YO!!!!!"


"뭐 대충 짐작하는 거라네."


"당장 나가YO!!


다음에 얼굴을 보는 건 군사법원이 될 테니까YO!!!!"


"호오, 그렇게 자신만만한가?"


"당연하지YO!!! 


우리를 따르고, 취재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데YO!!!


당신은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구YO!!!!"


"크크큭..... 그래, 그렇게 생각하는군."


그 말을 마지막으로 제독은 방을 나섰다.


"어디 재주껏 발버둥쳐보게나, 전함 콩고 군."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할 생각이에YO!!!!"


"크큭... 그래요, 그래요. 아 참."


제독은 무언가 빼먹은 듯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중얼거린다고 해도 콩고에게 다 들릴 정도로 컸지만.


"히에이 군에게 포상을 줘야겠는데... 오늘 밤에 약속을 잡아야겠구나."


"......뭐?"


덜컹!


콩고의 의문 섞인 말이 다 이어지지 못한 채 문이 닫혔다.


이윽고 제독의 말을 이해한 콩고는 안색이 새파래졌다.


"아..... 안돼, 히에이!!!!!!!!"









구레 항, 중앵 지휘 본부.


"...이상입니다, 지휘관님."


"작전을 수행하느라 수고했어요, 여러분.


피곤하실 테니, 보고는 이쯤 하고 어서 숙소로 가서 편히 쉬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이후 왁자지껄한 소리와 함께 해산하는 함선소녀들.


"후우...."


"후후, 고생 많았네, 그대."


내 옆에서 웃고 있는 은빛 머리칼에 푸른 기모노를 입은 함선소녀.


비서함 겸 항모 시나노다.


지난 주 전투에서 MVP를 달성해 이번 주 비서함으로 낙점되어 일하고 있다.


내가 중앵의 지휘관으로 부임한 지 이 주일이 지났다.


중앵의 상태를 설명하자면, 안 그래도 전력이 강한 중앵이었는데 그 힘이 배가 되었다.


아니, 내가 작전에 어느 정도 개입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까지 함선소녀들이 강해지다니?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솔직히 요코스카에 있는 함선소녀들보다 지금 구레에 있는 함선소녀들이 더 강하다고 느껴진다.


요코스카와 구레 둘 다 지휘해 본 나의 증언이니 신빙성은 좀 있겠다.


물론, 나에 대한 신뢰도와 애정(?)의 차이도 한 몫을 하긴 하겠지만.


나에 대한 욕설과 폭언은 기본이요 신뢰와 애정이라곤 한 톨도 보이지 않던 요코스카와 달리


말단부터 수뇌부까지 나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어리숙한 나에게도 절절히 느껴지고 있으니까.


그리고 이에 착안하여 지난주에 심해서함(세이렌)과의 전투에서 우수한 전과를 보인 이에게


일 주일간 비서함을 맡기기로 한 제도를 만들었다.


말 그대로 전투에서 우수한 전과를 내면 일 주일 동안 취침 시간 빼고 나와 항시 붙어 있는 셈이다.


이 제도를 발표하자마자 함선소녀들의 눈빛이 마치 불이 붙은 것마냥 매서웠었다.


그리고 직후의 전투에서 통상의 무려 네 배에 달하는 전과를 쌓아왔다.


....괜히 했나? 싶은 생각도 잠깐은 들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으니까.


지금 내 옆에 있는 시나노는 평균 전과 대비 무려 다섯 배에 달하는 전과를 올렸고


당당히 이번주 비서함으로 낙점되었다.


...월요일 조회에 이 결과를 발표하자마자 입술을 물어뜯는 함선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아카기라거나, 다이호라거나, 준요라거나.


이 함선소녀들을 기억하는 이유가, 내가 중앵에 온 날 밤에 나와 동침하겠다고 다짜고짜 내 방에 들어온 이들이기 때문이다.


뭐, 곧바로 아마기, 미카사 등에게 적발되어 소리소리 지르며 끌려나가긴 했지만.



"좋은 일이 있는가?"


"아뇨, 요 며칠 이 곳에서 있었던 일들이 생각나서요."


걱정하는 투로 말해오는 시나노에게 나는 웃으면서 답해주었다.


"호호, 그렇다면 다행일세. 배고플 테니, 어서 저녁식사를 하러 가세나."


"네, 어서 가지요. 어-"


물컹.


시나노의 가슴이 내 오른팔에 닿는다.


이전 같았으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확 올라오고 답답해지겠지만


유달리, 시나노가 옆에 있으면 그런 게 없다.


"호호, 무슨 일 있는가?"


"....에휴. 아뇨, 어서 가지요."


어쩔 수 없는 듯한 표정을 짓는 나에게 귀를 파닥이며 몸을 더욱 밀착하는 시나노.


좀 곤란하긴 하지만.


....이제까지 잃어버렸던 나를 찾아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