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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리오즈님한테 데려가는, 셉텐트리온 성의 하인들.


집사장님에게 전표에 관한걸 말 했으니, 내 결백이 증명됐을텐데 왜 나는 아직 포박되어있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쌍둥이를 방치한 죗값이라 생각하면,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래. 분명 그건 내 잘못이었으니까.


억세게 나를 끌고가는 사람들한테 이끌려 도착한 알리오즈님의 집무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했다.


나를 노려보는 알리오즈님과, 그 앞에 있는 종이 한장.


뭘까.


나를 지그시 노려다보면 알리오즈님은, 이내 말했다.


"셉텐트리온 가문이 그렇게 우스웠나보지?"


"...네?"


"하, 미자르랑 쌍둥이라고 거짓말을 해? 감히?"


"....그게 무슨..?"


"네가 읽어보지 그래?"


그리 말하며 내게 내민 종이 한장.


그것은, 집사장이 나에대해 보고한 내용이었다.




1. 레니와 마리아는 서로 연인관계로 추정. 둘은 부정하나 하인들의 증언으로 보아 둘은 연인관계, 혹은 그에 근접한 것으로 추정됨.


2. 미자르님의 친모는 살아있고, 미자르님과 같이 태어난 쌍둥이도 친모와 살아가고 있다고 함. 레니는 미자르님의 혈육이 아님.



"....어?"


"더 할 말 있나?"


"아니..오해..오해가 있어요. 저, 집사장한테 전표에 대해 알려드렸는데..."


"이 조잡한 가짜말이더냐?"


눈 앞에, 팔랑팔랑 떨어지는 전표.


하지만, 달랐다.

내가 어머니께 물려받은 전표와는 전혀 다른 전표.


"아니..이거.. 바뀌, 바뀌었어요. 알리.."


"하...끝까지, 변명하는구나."


엄동설한같은 목소리.

분노에 찬 눈.


그리고는, 말했다.


"됐다."


이제, 네게 일말의 온정도 주지않을테니.

애당초, 네가 미자르랑 쌍둥이라고 해서 뭐가 달라지지?


네가 셉텐트리온 일족인 것도 아닌데. 주제를 알거라.


네가 미자르에게 위험한 존재란 걸 알았어도, 미자르가 아끼니 봐줬었다.


그런데, 감히 거짓으로 미자르의 마음을 가지고 놀아?


판결을 내리마.


너랑 마리아는 형벌부대에 넣겠다.


혹한의 괴물들과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것.


그게 셉텐트리온 가문을 농락하려던 네 죄의 대가다.


끌고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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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없었다.


뇌가 하얗게 불타올라,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형벌부대?

마리아씨도?

어째서?

전표는 왜 가짜로 바뀌었지?


정신없이 끌려나가던 도중에,


저 멀리.


메그레즈님과 미자르님이 대화하던 모습이 보여서,


포박을 뿌리치고, 달려갔다.


뭔가 오해가 있다고.

마리아씨도, 나도, 누명이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보지마렴. 미자르."


메그레즈님의 말에, 나를 보던 눈을 돌려, 떠나가는 미자르님을 보고,


"...아."


그저, 입에서 공기빠진 소리만 새어나왔다.


미자르님에게 보이기에 지금의 내 모습이 추해서?

부끄러워서?

답답해서?


아니.


그런게 아니었다.


내 인생의 모든게 송두리째 부정당한 느낌을, 너는 알까.


네 한번의 외면이, 날 얼마나 아프게 했는지.


아마도, 모르겠지.


다르니까 그럴테지.


그래.


너는, 셉텐트리온 일족.

나는 평범한 평민.


그대로, 쫒아온 사람들에 의해 뒤통수를 맞아 정신을 잃기 직전에,

어머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모든걸 잊고, 나도, 미자르도, 다 잊고.

그냥 이 돈으로, 행복하게 살아. 레니.]


....전표는, 찾아야 되는데.

그게 어머니의 유일한 유품이었는데.


라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정신이 어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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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가, 거짓말을 했다.


메그레즈가 내게 전달한 말.

애당초,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내게 접근한 거라고.


....그래서, 레니가 내게 다가왔을 때,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래도.


"집사장. 전에 말했던 대로 했어?"


"네."


"...그래. 다행이네."


집사장한테 말했던 내용.


'레니한테, 내 사재에서 돈을 뺴서 넣어줘. 여기에서 쫒겨나도, 먹고 살 걱정 없게끔.'


거짓말을 한 레니가 미웠다.


미웠지만,


미워도, 왜 신경이 쓰일까.


...그래.


'내게 거짓말한 것도, 돈 때문이겠지.'


내가 멍청하고, 내가 바보가 되면 돼.


나는, 네가 내게 거짓말을 했어도, 괜찮으니까.


레니가 나를 아끼지 않았어도, 나는 레니를 아낄 수 밖에 없어.

그냥, 감정이 그런걸 어떻해.


"....이거면, 된걸까.."


작게 읊조리는 미자르의 눈에 눈물이 한방울. 뚝. 하고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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셉텐트리온 성에서 출발해 북부로 가는 죄인용 수레.

레니랑 마리아는, 그곳에 서로 묶인 채 있었다.


"미안해요. 마리아씨. 저때문에.."


"아니예요. 그것보다.. 전표가, 바뀌었다구요?"


"네... 그런데, 전표가 바뀌었다고 했는데.."

믿질, 않아서...


그렇게 말하는 레니의 눈에, 눈물이 감돌아서,

안타까웠다.

안쓰러웠다.


그래서, 마리아는 말했다.


"믿어요."


나를 위해 싸워준 소년.

내가 믿지 않으면, 이 소년이 무너질 것 같아서.


어짜피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죽음은 피할 수 없었으니까.

...형벌부대에서 돌아온 사람은 없었으니까.


그래서 마리아는 더욱 활기찬 듯이 말했다.


"있잖아요. 레니.


여태까지의 일. 다시한번 말해줘요.


그동안 감옥에서 저한테 왔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거든요.


무언가, 이상한 점이 있잖아요.

혹시 알아요? 저희 둘이 결백을 증명 할 수도 있을지?"


....그럴리는 없지만,


레니.

네가 작은 희망을 가진다면.


나는 너의 얘기를, 언제까지고 들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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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즈음.

쌍둥이들의 놀이터에서, 작은 소근거림이 있었다.


"두베. 성이 많이 어수선한 것 같아."


"응...."


"요즘엔 레니도 잘 안보이고..."


"....."


"레니 찾으러 갈까?"


"...메라크."


"...? 왜?"


"레니 앞으로 못만날 수도 있어."


"에---- 왜? 그건 싫은데."


"...그치?

나도 싫어. 나가자. 메라크.

더는, 눈 돌리지 않을래."


"...두베?"


"같이 가줄거지? 우린 쌍둥이니까."


"웅... 네가 바라면 가야지. 가자!"






근데 우리 어디가?


일단, 메그레즈한테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