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 토요일날은 불운의 날이자 행운의 날이었다. 왜냐하면 공들여서 쓰던 글(여기다 올릴 예정이었다)이 삭제된 동시에 서울 레코드 페어에서 엄청난 것들을 건져왔기 때문이다. 

(아래는 거기서 건져온 것들)


신세계레코드 - 최고인기가수 최고인기가요 3집

내가 산 건 아니고 우리 어무니가 사신 것이다. 보자마자 강수지, 신대철과 자유가 눈에 확 띄었다. 아는 것이 이 둘밖에 없었던 터라... 얘는 나온지 좀 오래된 앨범이라고 하는데, 신세계레코드 부스에서 말하기를, 이 앨범이 창고에 보관되어 있던 것을 그대로 가져왔다 한다. 근데 보관상태가 안 좋았다. 곰팡이가... ㅓㅜㅑ 게다가 하단에 펀치까지 뚫려 있다. (다만 이것은 레코드사에서 일부러 뚫어놓은 것일 수도 있는데, 이렇게 고의로 파손시켜 반품을 못하게 하는 식이다. 얼마나 안 팔렸으면 그랬을까) 어쨌든 음반이 180그램 정도 되니 튼튼할 것 같다.

PLZ Make It Ruins - Locked Grooves

영국 아티스트 베진(Vegyn)이 세운 레이블인 PLZ Make It Ruins에서 나온 컴필레이션이다. 100 겍스, 아르카, 도미닉 파이크, 플로팅 포인츠, 포 텟, 킹 크룰, 올리 XL과 로밀 헴나니(브록햄튼의 멤버이자 프로듀서)를 포함한 40명의 아티스트들과 협업해서 만든 음반으로, 1장에 무려 40곡이 들어있다. 근데 특이한 점은, 이 음반은 일반 청취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여기 들어있는 것들은 곡이 아니라 짤막한 루프이기 때문이다. DJ들이 이런 루프들을 활용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라는 것이 이 컴필레이션의 의도이다. 그래도 나같은 사람들은 이 무한반복되는 곡을 그냥 즐기고 있을것이다. 아니면 마개조해서 곡을 만들거나

Moby & The Void Pacific Choirs - These Systems Are Failing

그렇다. 미국 일렉트로니카의 자존심, 모비가 세운 그룹인 모비 & 더 보이드 패시픽 코어스의 첫 앨범이다. 저 커버는 보다시피 홀로그램이다. 종이 커버 위에 렌즈를 붙여놔서 입체적인 느낌을 준다. 

근데 난 이 앨범에 실망했다. 음악이 안 좋아서가 아니다. 오히려 이 앨범의 메타크리틱 점수가 너무 낮지 않나 싶을 정도다. (무려 61점이다!) 내가 실망한 부분은 바로 이 앨범의 공식 웹사이트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말인 즉슨 MP3 파일도, 보너스 트랙도 받지 못한다. Digital Shades, Vol. 1 참사의 재림 더 비극적인 것은 이 웹사이트가 언제 닫혔는지도 모른다. 아 씨바, 할 말을 잃었습니다.

Friendly Fires - Late Night Tales: Friendly Fires

레이트 나잇 테일즈의 프렌들리 파이어스 버전이다. 이 레이트 나잇 테일즈라는 시리즈가 다 그렇듯이, 이번에는 프렌들리 파이어스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담아왔다. 아이언 갤럭시, 비비오, 스테레오랩, 섭트랙트(SBTRKT), 프렌들리 파이어스 본인들과 슬로우다이브 등이 담겨있고, 보너스로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Flat Of Angles Part 1이 담겨 있는데, 스포큰 워드 트랙이다. (그냥 오디오북이라 생각하면 편하다.)

오디오파일 에디션으로 구입해서 좀 무겁다(오디오파일 에디션의 특징은 요즘 나오는 140그램의 얇은 바이닐과는 달리 두꺼운 180그램의 두꺼운 바이닐이라는 것이다. 두껍고 튼튼해서 잘 휘어지지 않는다.).

Squid - Bright Green Field

마참내! 스퀴드!

올해 최고의 록 앨범으로 많이 거론되던 그 앨범이다. 나는 인디 한정반 그린 바이닐로 사왔다. 

그린 바이닐로 낸 것이 현명한 선택이지 않았나 싶다. 왜냐하면 이름부터가 Bright Green Field이지 않은가? 물론 좀 어두운 감이 있지만 이렇게 이름에 걸맞는 색으로 한 것은 마음에 든다. 근데 나중에는 살구색으로 나왔다...

예전에도 많이 들었지만 최근에 KEXP 라이브를 보고나서 더 많이 듣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그럴까. 소리가 되게 좋게 들린다. 올리 저지의 과격하고 우스꽝스러운 보컬과 여러 곳에서 다채롭게 울려퍼지는 신선한 사운드... 마음에 든다. 이거 사고 나서 Paddling만 3번 돌렸다는 후문이...

Aphex Twin - Cheetah EP

에이펙스 트윈이 내놓은 작업물 중 극도로 정상적인 축에 속하는 커버를 갖고있는 EP이다. Richard D. James Album과 Windowlicker를 보면 뭔 뜻인지 알 것이다

이 앨범은 Cheetah MS800을 이용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기존의 에이펙스 트윈 사운드와는 조금 다른 점이 있다. 참고로 여기에 쓰인 Cheetah MS800은 NAMM Show에서 앨범과 같이 공개된 바가 있으며, 나중에는 기브어웨이 행사로 다른 사람에게 주어졌다. 

Hudson Mohawke - Lantern

허드슨 모호크의 정규 앨범이다. 이 앨범은 전보다는 평이 낮아졌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앨범이다. 이르팡(Irfane)과 러카조이드(Ruckazoid), 미겔(Miguel), 그리고 즈네 아이코(Jhené Aiko)가 참여했다.

근데 이 앨범이 선사하는 엄청난 웅장함에 할 말을 잃어서 앨범에 대한 자세한 평은 나중에 올리도록 하겠다. 귀찮다는 것은 아니고... 아이 절대 아니지... ㅇ...

Pet Shop Boys - Inner Sanctum

애완동물 가게 남정네들의 앨범인 Super에 수록되어 있는 Inner Sanctum의 데모 버전과 칼 크레이그 리믹스가 들어있는 음반이다. 

A면에는 칼 크레이그의 리믹스 버전밖에 없다. 근데 이거 되게 흥겹다. 한번 찾아보고 만약 있으면 꼭 들어보시길.

B면에는 총 3곡이 있는데, 첫 번째 데모와 두번째 데모, 그리고 앨범에 수록된 버전이 있다. 비록 같은 곡이지만 여기서만 데모 버전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들으면서 차이점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참고로 이 앨범 재생할 때 주의점은... 절대로 레이블에 쓰여있는 속도를 믿지 말자. 33 1/3 RPM으로 틀라 하는데 그거 함정이고 두 면 다 45 RPM으로 틀어야 한다. 이 아저씨들이 정말

Dan The Automator - Bear Witness III (feat. Q-Bert)

미국의 디제이 댄 더 오토메이터의 Bear Witness III 프로모 싱글이다. 근데 좀 특별한 싱글이다. 물론 프로모 싱글이기 때문에 쉽게 구할 수 없다는 것도 있지만, 이 곡 자체가 꽤 희귀하다. 이 곡은 사실 MCA 레코즈와 게펜 레코즈 합병 도중 사라져서 앨범에 들어가지 못한 비운의 싱글이다. 그래서 Bear Witness I과 II, IIII는 있는데 III만 없다는... 근데 디스콕스 시세가 6달라 정도 된다?

Arca - Xen

아르카의 정규 1집 앨범이다. 몽환적이고 부드러운 느낌이면서도 가끔씩은 세게 밀고 들어오는 느낌이다. 마음에 든다.

부클릿도 들어있는데, 여러가지 작품이 들어가 있다. 모두 그녀의 연인이었던 제시 칸다(Jesse Kanda)가 작업했으며,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기괴하기보다는 좀 아름답게 보인다. 이제 점점 미쳐가는거야

James Brown - Static

이름에 맞지 않게 정전기는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유감스럽게도 얘도 들어보지 못했다.

Heaven 17 - We Live So Fast / Temptation

영국의 신스팝 밴드 헤븐 세븐틴의 싱글이다. 얘도 프로모 싱글이고, 역시나 여러 버전이 실려있다. We Live So Fast는 굉장히 흥겹고 흥미진진한 댄스/신스팝 곡이지만, Temptation은 아직 못 들어봐서 모르겠다. 이 부분은 들어보고 수정하도록 하겠다.

Usher - U Remind Me

그 유명하고 유명한 어셔다. 얘는 프로모션 싱글같이 생겼지만 프로모션 싱글이 아니다. 바코드만 봐도 알 수 있다(프로모 싱글은 판매가 금지되어 있다. 지금 살 수 있는 중고 프로모 음반은 소유자들이 처분한 것.)

근데 유감스럽게도 이것도 역시 지금은 못 들어본 관계로 평을 말해주긴 어렵다. 그럼 지금까지 도대체 뭘 들은겨

Kino Watson - Bring It On

"키노" 하면 "혈액형"으로 유명한 러시아의 밴드가 생각나지만 그거 아니다. 이 사람은 "키노 왓슨"이다. 

이 싱글은 그가 컬럼비아 레코즈에서 낸 Bring It On이라는 싱글이다. 이 원히트 원더(실제로 최근에는 활동이 전혀 없다.) 싱글은 큰 히트를 친 곡답게 되게 부드럽고 감성적이다. ㅗㅜㅑ 소리까지는 아니지만 ㅗㅜ는 확실히 나온다. 

근데 음반에 문제가 있다. 자꾸 끊긴다. 음반을 살펴보니 여기저기에 큰 흠집들이 많이 나있다. 게다가 음반 중간에 웬 스티커가 붙어있다? 떼도 자국이 남아있어 참 짜증난다. 음악은 좋은데 음반이 시궁창


~서울 레코드 페어 후기~

열기가 엄청났다. 특히 한정판 앨범 사려고 온 사람들이 되게 많았다. 그래서 내가 1시간동안 있다 나왔을때도 한정판 구매 대기선은 줄어들 기미가 안 보였었다. 나는 아쉽게도 2시에 학원이 있어서 라이즈 오토그래프 콜렉션 호텔에서만 있었는데 마침 한정판 코너가 거기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북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안에 들어가니 내가 찾던 음반들이 많이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코너는 리플레이 뮤직 코너와 우주만물/헬리콥터 레코즈였는데, 리플레이는 내가 좋아하는 레이블들(워프(Warp)/뮤트(Mute)/재그재규와(Jagjaguwar) 등)을 취급하고 있었고 (게다가 3장에 20000원이라는 파격적인 행사를 한 것도 있었다), 우주만물/헬리콥터 레코즈는 종류가 다양해서 내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클리크 레코즈 부스도 잠깐 들렸는데, 옆에 떨이 코너(5장에 10000원으로 파는 코너, 정식명칭은 아니다)가 있길래 거기서 럭키 드로우(눈 감고 손에 잡히는 대로 고르는 것)를 해봤다. 그렇게 걸린 것 중 하나가 댄 더 오토메이터의 Bear Witness III. 참 재밌는 부스였다.

신세계레코즈는... 옛날 창고에서 꺼내온 걸 미친 가격에 팔고 있다!!! 한대수의 멀고 먼 길이 미개봉으로 25만원... 덕분에 한대수 입덕은 나중으로 미뤘다. 근데 우리 어무니가 거기서 음반 하나를 사왔는데 (맨 처음 음반) 보관 상태가 그리 좋지는 못했다. 곰팡ㅇ가 여기저기 나있고 웬 음반에서 WD-40 냄새가 풍기니... 그래도 옛날 물건이니까... ㅇㅇ...

마장뮤직앤픽처스는... 내 카드를 인식 못하는 바람에 구매 실패! 내 카드의 문제는 아니고 단말기가 우리카드를 지원을 안 하는 바람에 구매를 하지 못했다.

지니 뮤직 부스도 흥미로웠다. 라디오헤드의 Kid A Mnesia도 팔고 있었지만 패스했다. 이유는 내 잔고(그 당시 40000원)를 넘어서는 가격(약 75000원)이었기 때문이다. 씨앙

그렇게 1시간의 투어가 끝나고 그대로 나와서 학원으로 갔다. 그렇다. 무신사 테라스 라운지는 구경도 못한 채 그냥 와야했다. 그래도 덕분에 좋은 경험 했다.


~끝~

추신: 만약 무신사 테라스 라운지 가신 분 있으시면... 부럽습니다... 진심으로 부럽습니다...

에이쒸 시간만 미룰 수 있었어도 바로 가는 거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