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책을 하나 구했다. 그것은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앨범 1001"이다. 보다시피 2009년 버전이다. (2010년 우리나라에 정식 수입) 커버에는 The Man-Machine (Die Mensch-Maschine) 시절의 크라프트베르크가 그려져 있다. 프리랜서 작가인 로버트 다이머리와 롤링 스톤의 창간인인 마이클 라이든 같은 NME나 롤링 스톤등에서 일하는 여러 평론가들이 집필한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우리가 인생 손해보기 전에 들어봐야 할 앨범들을 소개시켜 준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In The Wee Small Hours부터 예 예 예스의 It's Blitz!까지 총 1001개의 앨범이 등재되어 있다. 


책의 구성도 매우 알찬데, 선정한 앨범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뒷이야기라든가 앨범 탄생의 배경, 앨범을 만든 아티스트의 이야기 등등)를 들려주는 것은 물론, 그 앨범에 대한 자세한 평가 (776쪽(벡의 Odelay)에서 일부를 떼어오자면, "Devil's Haircut만 보더라도, 제임스 브라운 샘플에, 대단한 리프에, 붕붕 날아다니는 비트에, 소리로 장난치기를 망라하는 뛰어난 콜라주를 선보인다." - 크레이그 맥린) 등을 볼 수 있으며, 몇 개는 옆에 아티스트의 사진과 함께 그들이 했던 짤막한 말 등이 적혀있다. 


근데 아쉬운 점이 딱 두 개 있다. 일렉트로닉 장르가 좀 부족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ZZ Top의 Eliminator나 벡의 Odelay같은 대단한 앨범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는 것은 맞다. 또 에이펙스 트윈의 Selected Ambient Works 85-92나 팻보이 슬림의 You've Come A Long Way, Baby같은 일렉트로닉 앨범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근데 에이펙스 트윈의 Drukqs나 스퀘어푸셔의 Hard Normal Daddy, LFO의 Frequencies같은 혁신적인 일렉트로닉 앨범들이 빠진 것은 조금 아쉽긴 하다. 있었으면 완벽했을 것 같다.

또 서양권 앨범들만 다루는 느낌도 든다. 동양권의 대단한 앨범들(옐로우 매직 오케스트라의 YMO USA라든가 핫피 엔도의 風街ろまん(카제마치 로망), 코넬리우스(!)의 Fantasma 등)이 빠져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점은 어쩔 수 없는게, 그때 당시에는 이런 앨범들이 서양권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넣지 못 했을 것이다. 지금은 인터넷이 엄청 발달해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2006년 이전에는... 음... 


그래도 이런 점들이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여러분들의 음악 생활을 더욱 화려하게 만들어줄 완벽한 가이드북이 될 것이다. 하나같이 다 좋은 앨범들밖에 없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이거 2009년 판이다. 애초에 마지막 장이 그리즐리 베어의 Veckatimest와 예예예스의 It's Blits다!(둘 다 2009년 앨범) 올해가 2022년인데 이 구형 책을 산다? 차라리 영어가 된다면 해외에서 최신 버전을 사는 게 더 나을 지도 모른다. 나는 영어가 어느 정도 되기 때문에 그럴 예정이다. 최근 개정판에는 디어헌터의 Halcyon Digest랑 켈렐라의 Take Me Apart도 들어갔다고 하니 기대해본다.


~끝~

추신:

위에 사진 풀 버전. 보이는 LP 3개(Heaven 17의 We Live So Fast, 어셔의 U Remind Me, 베리얼과 포 텟, 톰 요크의 Her Revolution/His Rope)는 이 책에 나오지도 않았다

찍는 과정에서 아무 음반도 다치지 않았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