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면. 

앞면. 참고로 저 콘센트 그림은 사실 스티커다. 뗄 수 있지만 굳이?

오징어 - 침전물 / 방송인 (Warp)

데뷔작인 Bright Green Field로 엄청난 유명세를 얻게 된 스퀴드의 10" 싱글이다. "이제 우리는 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할 것이다. 잘 지켜 봐달라"라고 선언하는 듯한 느낌의 싱글인데, 확실히 전에 나왔던 싱글들보다는 지금의 Bright Green Field와 유사한, 전보다 약간 어두워진 사운드를 내주고 있다.

음반 규격이 좀 특이한데, 10인치다. 7인치도 아니고 12인치도 아니고 10인치다. 스퀘어푸셔의 FMWT 25주년 기념반에 들어있었던 보너스 디스크와 크기가 동일하다. 싱글이긴 하지만 길이가 5분이 넘기 때문에 이렇게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앞면. 너무 초라하고 글씨도 작아서 나이 들면 뭔지도 못 알아볼 것 같다.

Aphex Twin - Computer Controlled Acoustic Instruments pt2

영국의 천재 일렉트로닉 음악가인 에이펙스 트윈의 12" EP이다. 이 EP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자악기가 아닌 어쿠스틱 악기로만 이루어진 앨범이다. 그것도 컴퓨터로 제어되는 악기들로만 말이다. 실제로 인터넷에 잘 찾아보면 이 앨범 제작에 쓰인 snar_2라는 스네어 드럼 로봇이 나온다. 

Snar_2. 루드윅 스네어 드럼을 썼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흥미로운 요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은 - 내가 생각하기엔 - 그리 좋은 입문 앨범은 아닌 것 같다. 리처드의 기슬력은 아직도 최상급이지만, 몇몇 트랙은 너무 비어있는 느낌이 난다. 미완성 앨범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컨텐츠가 알차지 못하다. 물론 완성되었기에 발매가 되었겠지만 너무 추상적인 느낌이 없지않아 있다. 물론 어쿠스틱 악기들을 이용한 어쿠스틱 테크노(diskhat1/2)는 기존 에이펙스 트윈의 몽환적인 테크노를 어쿠스틱으로 즐기는 재미가 있고, 피아노 독주곡들(piano un1 arpej/piano un10 it happened)는 마치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1번을 연상시키는, 평온함과 불안함을 넘나드는 재미가 있다. 

Grizzly Bear - Shields

미국의 밴드인 그리즐리 베어의 앨범이다. 그리즐리 베어는 보통 이들의 최고 히트작인 Veckatimest로 많이들 알고 있지만, 난 Veckatimest보다는 이 앨범이 좀 더 나은 것 같아서 이 앨범으로 골랐다.

바로크 느낌이 강하긴 하지만 챔버 팝의 비중이 컸던 지난 앨범(Veckatimest)보다는 확실히 록의 비중이 커졌다. 또 전작보다 텐션이 올라간 느낌도 받을 수 있다. 뭔가 Veckatimest보다 좀 더 끌리는 것 같기도 하다... 뭔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나를 이 앨범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근데 아직도 그게 무엇인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앨범은 뭔가 복잡하면서도 이지-리스너블한, 그런 기묘하면서도 묘하게 끌리는 앨범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원래는 180 그램 바이닐로 받을 예정이었으나 재고가 다 떨어졌댄다... 해서 (또는 CD가 음질이 더 낫다고 자가설득을 한 뒤(...)) 그냥 CD로 받았다. 패키징은 의외로 만족스러웠다. 아트워크도 매우 좋았다. 그냥 거의 다 좋았다...


Animal Collective - Centipede Hz

미국의 프리크 포크/익스페리먼탈 팝 밴드인 애니멀 콜렉티브의 앨범이다. 

하필 전작이 Merriweather Post Pavilion이라 사람들의 기대감은 무척 컸을 것이고, 그 때문에 좀 저평가를 받긴 했지만, 이 앨범도 나름 잘 만들어진 앨범이라 생각된다. 전작보다 매우 실험적인 사운드가 매력적인 앨범이다. 보컬도 막 뒤틀려 있는 부분도 있고(아베이 테어가 크게 노래 부르는 것도 모자라 아예 샤우팅을 구사해 버린다... 효과를 잔뜩 입힌 부분도 있고...), 사운드가 여기저기 뒤섞여 있어 혼미스럽지만 그만큼 혁신적인 사운드의 앨범인 것은 맞는 것 같다. 언젠가 피치포크가 이 앨범이 바람막이 창에 부리토 던진 게 여기저기 흩뿌려진 느낌이라고 평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앨범은 그런 것이다. 보통은 아무도 바람막이 창에 부리토을 던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애니멀 콜렉티브는 실험적인 정신을 갖고 과감히 던졌다. 그 결과 화이트 노이즈 같은 여러가지 사운드가 여기저기 흩뿌려 진 것이고, 이 앨범의 독특하고 통통 튀면서도 신선한 사운드가 탄생한 것이다. 

근데 저거 초회한정반으로 산 건데 초회한정반 구성이 좀 단촐한 느낌이 없지않아 있다... 커버가 홀로그램인 것 외에는 별로 감흥이 없는 것 같은...


평화를 위한 핵들 - 아목(?)

미국/영국/브라질의 슈퍼밴드인 아톰스 포 피스의 처음이자 유일한 정규 앨범이다.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랑 울트라이스타의 나이젤 고드리치, 더티 프로젝터스의 마우로 레포스코,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플리, 그리고 벡의 드러머인 조이 와롱커가 속해있다고 이 앨범이 록 앨범일 것이라 생각하면 이건 큰 오산이다. 사실 나도 멤버들만 봤을 때는 그렇게 생각을 했지만, 막상 음악을 들어보니 일렉트로닉/테크노 앨범이었던...

처음에 들었을 때는 내가 톰 요크의 솔로 앨범을 샀나 의심이 들 정도로 너무 톰 요크의 색채가 강하게 묻어난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The Eraser랑은 다른 사운드지만 그래도 톰 요크랑 비슷한 부분이 너무 많은 나머지 톰 요크 솔로 앨범이라 착각을 해버린 것이다. 근데 다시 들어보니 얘도 얘만의 매력이 있었다. 신디사이저 사운드가 매우 풍부하다. The Eraser는 비교적 미니멀리스틱한 사운드엮지만 얘는 신디사이저를 아낌없이 활용하여 마치 꿈 속을 걸어다니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잘 만들어준다. The Eraser보다 더 풍부하고 깊이감이 더해진 앨범이라 할 수 있다.

근데 음악평은 둘째 치고... 저 위에 사진 중에 유독 이 앨범만 튀지 않는가? 아마 스탠리 돈우드가 그린 그림이 너무 알흠다운 나머지 나머지를 압도해버린 건 아니고 종이가 매우 하얗다. 엄청 하얗다. 이러다가 때 타는지 몰라---


my bloody valentine - loveless

이 앨범은 굳이 말 할 필요가 있겠는가?

CD로 산 것은... 아무래도 1630 아날로그 테이프 버전과  1/2 아날로그 테이프 버전이 함께 2CD 형태로 있다는 것이 일반 바이닐보다 더 좋게 다가온 것 같아서 이것으로 샌택했다. 물론 바이닐도 자신들의 기준에 잘 따라주는 프레싱 플랜트를 따로 엄선할 정도로 엄청나게 신경쓰는 양반들이라 바이닐도 나쁘진 않지만 난 두 버전이 공존하는 2CD에게 더 끌렸던 것 같다. 


Aphex Twin - Drukqs

아마 2001년은 엄청 기묘한 년이었던 것 같다. 라디오헤드가 에이펙스 트윈 같은 앨범을 내고 에이펙스 트윈은 뭔 피아노 교향곡과 IDM을 섞은 혼종같은 앨범을 내고... 그 혼종같은 앨범은 나중에 에이펙스 트윈의 대표작 중 하나가 되니... 

앨범은 엄청 잘 만들어졌다. 테크노는 더 정신 없어지고, 피아노 독주곡은 더 아름다워지고... 잠시 예를 들자면, Cock/Ver10은 멜랑콜리한 멜로디와 전에도 없던 매우 정신나간 비트의 조화를 들려주지만, 그 다음 곡인 Avril 14th은 마치 도이체 그라모폰같은 상위 클래식 레이블에서 나올 듯한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분위기의 피아노 독주곡을 들려준다. 

근데 이런... 잘 듣고 나서 보관을 하려는데 앨범 케이스가 완전히 닫히질 않아요... 애초에 처음부터 완전히 닫히질 않았음... 아이 싯팔


The Verve - Urban Hymns

영국의 사이키델릭 록 밴드인 더 버브의 대펴적인 명반이다. OK Computer와 Ladies and Gentlemen We Are Floating In Space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전설적인 브릿팝 시절의 명반 중 하나이다. (물론 리처드 애쉬크로프트가 제이슨 피어스의 여자친구를 사랑한 걸로 모자라 아예 NTR한 걸 보면 별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어하진 않겠지만...)

음악계를 통틀어 엄청 큰 충격을 주었던, 롤링 스톤즈의 아주 개좆같은 매니저인 앨런 클라인과 그의 회사인 ABKCO가 저작권 갖고 Bitter Sweet Symphony의 수익금을 20년 동안모두 다 쿰척쿰척 처먹은 사건의 주인공인 Bitter Sweet Symphony가 수록된 앨범이다.

근데 이 사건을 제쳐두고 보면 이 앨범은 OK Computer 다음으로 제일가는 앨범이라고 볼 수 있다. OK Computer같이 매우 몽환적이고, 매우 아름답고, 매우 화사한 앨범이다. 내가 들어본 록 앨범들 중 가장 좋은 축에 속할 정도이다. 물론 내가 대부분의 음악에 수용적인 편이지만 이 정도로 만족한 앨범은 손에 꼽을 정도로 그리 많진 않다.

그나저나 이 앨범... 중고로 받았는데 이거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 CD가 먼지가 좀 많이 꼈더라... 그래도 닦아내면 그만이지만 문제는 케이스고 디스크고 여기저기가 꽤 더러웠단 것... 에잇 씻팔 싼 이유가 있었네


~ㄲㅡㅌ~

추신: 생일이 지난 지 거의 2개월이 지나서 올리는 글인데... 너무 정신이 없어서 여기를 계속 까먹고 살았네요... 그나저나 여기 왤케 소식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