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위키에 뉴비용 팁이 부족하다고 해서 써봄.


SCP 쓰기의 큰 진입장벽 중 하나는 멘탈 문제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냥 멘탈이 터져서 글을 못 쓰는 거다. 


아직 안 써본 뉴비 입장에서 보면 SCP 별로 길지도 않은데 그냥 쓰면 되는 거 아님? 1000자 정도 쓰는데 무슨 멘탈 터질 게 있음? 할텐데


사실 존나 터진다. 뉴비도 터지고 고인물도 터진다.


그래서 일단 내가 느낀 거에다가 다른 사람 터지는 거 보고 뉴비가 겪을 만한 멘탈 터질 타이밍하고 대충 그거 넘기는 법 적어봄.


일단 첫번째로 니 멘탈이 터질 때는 글이 막힐 때일 것이다. 


와 씨 개쩌는 SCP 생각났다 ㅋㅋㅋㅋ해서 쓴 니 첫번째 SCP는 약 세네 줄에서 끝난다.


별로 길지도 않은 SCP 문서들이 갑자기 저 분량 어떻게 채우지 ㅅㅂ가 된다. 


더 써볼려고 하지만 어떻게 머리 속에서 뭐가 생각나지도 않고 여기서 글쓰기가 스톱된다.


사실 여기서 멘탈 터지고 접는 뉴비면 조용히 사라지다보니 사실 이걸 당하는 뉴비의 정확한 심리는 모른다.... 그치만 고인물도 종종 당하는 거여서 안적을 수가 없었다.


그냥 아예 머릿 속에서 완전히 SCP 한편이 나올 때까지 안 쓰는 고인물도 있지만 어떤 고인물들은 막혀도 글을 어떻게든 써내려가기도 한다. 


이런 고인물들은 평소에 쌓아놓은 재료가 많아서 글을 짜내는 게 가능하다. 마른 거 같은 수건인데 사실 힘줘서 짜내보면 머금은 물방울이 떨어지는 원리이다. 물론 이렇게 쓰는 고인물도 마른 거 같은 자기 뇌를 짜내는 거여서 존나 힘들다. 


물론 글 처음 쓰는 뉴비는 짜낼 물방울조차 없을 것이다.


그러니 막히면 다른 SCP 켜서 보라.


엥? 글 쓰는데 표절하는 건 안되지 않나요?


역으로 생각하는 거다. 표절만 아니면 된다. 


다른 SCP들을 보면서 우오오오오 굉장해 했던 걸 보고 니도 따라하면 된다.


SCP-3008 보면 별 것 아닌 아이디어인데 일기장으로 분량을 채운다. 너의 SCP도 그 SCP에게 당하는 인간이 쓰는 일기장으로 분량을 채울 수 있다.


SCP-882는 무슨 최면세뇌조교 SCP인데 면담 기록이 다 살렸다. 너의 SCP도 면담 기록으로 살릴 수 있다. 


어떤 SCP는 실험 기록으로 때우기도 하고 또 어떤 SCP는 설명에서 복선을 깔고 면담에서 반전을 터뜨리기도 한다. 너의 SCP도 그걸 할 수 있다.


이렇게 얻은 '영감'이 그 SCP에 잘 어울리느냐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지만, 어쨌든 머리 속이 텅 비는 것보다는 낫다.  


두번째로 니 멘탈이 터질 때는 비평 받을 때일 것이다.


적어도 글을 쓰면서 내 글이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를 가지는 것은 존나게 당연하다.


근데 비평은 니 글을 칭찬해주는 게 아니라는 게 문제다.


이건 알고 있어도 멘탈이 터진다.


SCP를 다쓰고 비평해달라고 올리는 순간 니 머리 속에는 '이 SCP는 완성된 글이다'라는 심리가 옅게나마 깔린다.


애시당초 완성도 안된 SCP라면 비평해달라고 올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근데 비평은 항상 예상치 못한 곳을 팬다.


부록을 열심히 써놓았더니 설명이 부족하다고 패고


설명을 열심히 쓰면 격리절차 어색하다고 패고


왠지 넣어야 할 것 같아서 넣은 발견 기록 왜 넣었냐고 패기도 한다.


제일 좆같은 건 열심히 써놓은 부분 패는 것이다.


면담 기록에서 복선 깔면서 존나 열심히 썼는데 비평은 면담인데 구어체가 어색하다고 팬다. 이건 내가 당했다 ㅅㅂ


고인물도 멘탈이 터지는 때가 이 때다. 


그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제일 중요한 건 니 SCP를 믿는 것이다. 개터졌는데 무슨 신뢰감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아무튼 이 SCP는 독자 새끼를 조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비평 받은 걸 고치기만 하면 저 고인물 새끼도 조질 수 있는 SCP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좀 추하지만 다른 사람들 바짓가랑이 붙잡고 이거 어떻냐고 여러 사람에게 확인 받는 법도 있다. 그럼 적어도 한 놈은 재밌다고 해줄 것이다.


그냥 배째는 법도 있다. 비평 듣고 고쳐봤더니 글이 밍밍해지면 배를 째야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내 성향은 설정 좆까고 상황을 만드는 건데 비평해주는 사람 성향은 설정충이면 설정 어색한 점 존나 비평할 것이다. 근데 설정 맞추다보면 독자를 조지는 파트가 날아갈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원래 이 SCP의 크기는 30cm였다는 설정을 유지하다보면 나중에 20m로 커지고 사람 잡아먹는 장면을 못 쓰게 된다. 하지만 만약 20m로 커지고 사람 잡아먹는 장면으로 독자들을 조질 자신이 있다면, 그냥 배째고 설정 좆까 시전하는 것도 하나의 답이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니 멘탈이 터질 타이밍은 SCP 올리고 난 직후다.


너는 SCP를 올리고 1분마다 한번씩 새로고침을 하면서 평점을 실시간으로 존나게 확인하게 될 것이다. SCP 올리고 자기 평점 안 보는 새끼가 있다면 그 새끼는 자기도 글 대충 쓴 거 알고 글을 싸지른 새끼다. 멘탈이 좋아서 그 확인 욕구 씹는 새끼는 없다. 


내가 이걸 어떻게 아냐면 나는 니보다 더한 개쫄보여서 이 글을 쓰고나서 또 확인한다고 5분마다 새로고침을 누르면서 글을 수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나아져서 1분에서 5분으로 늘음.


그러나 니 멘탈이 터진다면 차마 평점 확인조차 못할 수 있다.


방금 전까지 개띵작 SCP가 위키에 올리자마자 좆구린 삭제 예정 SCP로 변한다. 


 뭔 착각물 찍냐고 하겠지만 진짜 그렇게 느껴진다.


그럼 차라리 내 손으로 삭제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유혹에 빠진다. 더 추해지기 전에 얼른 죽는 게 답이라는 생각이 뇌를 지배한다.


 이걸 내글구려병이라고 쓰는 고인물이 있는데 고인물이 이 병에 걸리면 아예 자기가 썼던 모든 SCP들을 삭제하고 싶다는 충동에 빠진다.


나는 이걸 일종의 흥분 상태라고 생각한다. 이제 진짜로 내 SCP가 실시간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이 갑자기 히토미에서나 보던 야외야스처럼 느껴지고 그런 좆같은 흥분상태에서 런하고자 그 감정의 근원인 SCP를 파괴한다는 논리가 나오는 것 같다.


이건 그냥 진짜 런하는 게 답이라고 생각한다. SCP 말고 딴 데로 런하는 것이다.


그냥 운동하는 것도 좋고 오늘 게임 일퀘를 깨는 것도 좋고 니가 급식이라면 그냥 학원이나 학교 가서 머리 비우는 것도 답이다. 어차피 24시간 SCP 생각만 하지는 않을테니 그 때를 활용하면 좋다. 


그대로 자는 건 안된다. 자다가 깨면 새벽감성 터져서 새벽 2시에 삭제버튼 찾고 있을 수도 있다. 잘꺼면 몰폰하다가 자라. 


이걸 보고 미친 고인물 새끼 뉴비 심리까지 읽고 있네;;라고 생각하며 쫄지 않았으면 좋겠다. 니가 당한 게 아니라 사실 내가 당했던 것들이고 지금도 실시간으로 당하고 있는 것들이다. 아냐 사실 나도 잡혔어 그런 느낌이다. 


이걸 읽고 SCP 쓰면서 멘탈 터진 게 내가 멘탈이 쿠크다스이니까라고 포기하지 말고 남들도 멘탈이 쿠크다스임을 알고 한번 더 욕심내봤으면 좋겠다.


만약 니가 쓸만큼 쓰고 비평 제대로 받고 비평 받은 거 제대로 고쳐서 올린다면 니 SCP는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0점이어도 사는 건 사는 거다.


혹시 내가 다른 사람 입장 생각 못하고 적은 거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면 고맙겠다.


긴 글 봐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