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란? 여기선 그냥 독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 그 모든걸 퉁쳐서 매체라고 하겠음


SCP 재단은 정말 다양한 매체가 사용되는 작품이라 생각함.

애초에 소설이 메인이 아닌 '보고서'가 메인이 되는 양식이라서 특히 그런 거 같음


녹음기록, 면담기록, 실험기록, 때론 포스터, 신문, 디스코드, 노래 가사 등등등

정말 다양한 서식, 포맷, 매체들이 있고, 조금더 시야를 넓혀보면 위의 텍스트 기반 매체 외에도

팟캐스트(음성), 유튜브(영상), 만화(시각자료)도 있음.



0. 이게 근데 글쓰는거랑 뭔 상관이 있느냐?

글쓰는것 그 자체에 대한 팁이라기 보단 글이든 뭐든 만들 때에 어떤 자세로, 어떤 생각으로, 어떤 방향성으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됨.


영화 감독이 영화를 찍을 때 가장 먼저 고민하는게 화면비율이라는 이야기 들어본적 있음?

단순히 가로세로 비율이 그렇게 큰 감상의 차이를 만들지 않을거 같지만, 이게 생각보다 큰 요소이기도 하고, 화면 비에 따라 연출도 정말 많이 달라진다고 하더라고.

가로로 길수록 배경이 더 집중되고, 가로가 좁을수록 인물에 더 집중되는 효과가 있어서 대부분의 블록버스터는 가로로 긴 화면비를 채택한다네.

그리고 헤이트풀8은 광활한 설원을 잘 보여줘야 하기에 가로로 오지게 긴 대신에 저스티스리그 스나이더 컷은 입체적으로 움직이는 플래시의 모습을 더 잘 보여주기 위해 4:3이라는 독특한 비율을 썼다고 해.


이렇듯 항상 이야기 하지만 글을 쓸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어떻게 독자가 이걸 받아들일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

오해의 여지도 없어야 하고 독자가 혼란스럽지 않게끔 잘 조율 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의도한 바를 독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거임.


거기다 더해서 글 이외의 재단 컨텐츠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도 조금 있기도 하고 ㅋㅋ

혹시라도 그런거 준비하는 사람 있다면 요거 참조 한번 해보라고 써보는거임. 즉, SCP 쓰는덴 큰 도움 안됨




1. 정보를 받아들이는 속도

게임(인터랙티브)>>>>>>>>애니메이션>실사영상>그림>>>>>>>>>>>>>>>보고서>>>>산문

독자가 얼마나 빠르게 상황을 받아들이냐의 정도이다. 차원이 높을 수록 한번에 많은 정보를 줄 수 있고, 낮을 수록 조금씩 길게 주게 되므로 같은 정보를 주더라도 훨씬 시간이 많이 들게 돼.


게임의 예를 들어보자. 스카이림은 게임 내의 오브젝트를 이용해서 스토리텔링을 하는걸로 유명해. 피묻은 천막과 호랑이의 시체, 인간의 유해를 보고 곧바로 상황을 유추할 수 있지. 또한 즉각적인 소리, 시각적 피드백에 가장 빠르게 반응하기도 하고. 이는 한 공간(3차원) 안에 플레이어가 직접 정보를 얻어갈 수 있고, 청각자료까지 주어지기 때문임. 

일단 앞에 좀비가 있고 옆에 산탄총이 있으면 바로 잡고 방아쇠를 당겨야 한다는 걸 우린 0.3초만에 알아차릴 수 있음.


이제 영상으로 들어가보자.

영상은 2차원 그림에 시간에 따라 바뀌고(+1차원) 청각자료까지 있다. 게임과 비슷하되, 직접 플레이하는 능동성이 빠진 매체라고 보면 된다. 그렇기에 이런 정보의 전달은 꽤 즉각적이면서도 수동적으로 이루어지기에 이와 관련한 연구가 상당히 되어있고, 이런 화면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걸 영화 용어로 '미쟝센'이라고 함.

미쟝센의 예시로 항상 나오는 짤. 영화 시민 케인의 한 장면이다. 딱 보자마자 어떤 상황인지 감이 올 것이다.

게임과 마찬가지로 가장 독자들에게 정보를 즉각적으로 전달 될 수 있는 매체다 보니 이런 연출도 존재한다.

계속해서 관객을 오해하게 만드는 연출.

위 영상은 영화 her의 오프닝 장면이다.(음질이 매우 안좋다.. 그냥 그런갑다 하고 보는거 추천) 주인공이 누군가에게 러브레터를 쓰는 것 처럼 보이지만 러브레터를 받는 사람은 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고, 카메라가 멀어지면서 모든 전말이 드러난다. 주인공은 그냥 러브레터 써주는 대행사 직원이었던것.

텍스트 매체의 경우 글을 읽고 해석하는데 상당한 집중력과 노력이 들기 때문에 독자들이 오해하지 않게 최대한 배려하는 식으로 글을 쓰라고 한 적이 있다. 근데 이 씬은 그걸 완벽히 거스른다. 왜일까? 독자들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시간이 영화가 훨씬 빠르기 때문. 만약 글로 이렇게 썼다면 너무 난해하다고 비추 먹었을 것이다. 아니면 뒤에 가서 좀더 확실하게 주인공에 대한 소개를 한번 더 해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글이 더 길어졌을 것이다.

즉, 이건 영화이기에 이런 깔끔하면서도 재미있는 연출이기에 가능한 것. 


이제 만화와 보고서 문체, 그리고 산문 모두 비교 분석을 해보겠다.

Pr좌의 만화를 가져와 봤다. 텍스트는 가려보았다.

뭔 상황인지 텍스트가 없어도 이해가 될 것이다. 저 한 컷 안에 파란 온도가 낮은 개체에 대한 정보, 그리고 그 개체가 살아있는 사람과 접촉했을때 그 사람에게도 그 효과가 옮는다는 정보가 나타나 있다.


이걸 텍스트로 나타낸다면? 원문은 아래와 같다.

SCP-5140 개체는 외부엔트로피적으로, 체온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열에 물리적으로 노출되면 약 10℃(50℉)에 머무르는 체온을 올리지 않고 열을 흡수한다. 이 과정은 보통 SCP-5140 개체와의 물리적인 접촉을 치명적으로 만든다. SCP-5140 개체와의 접촉의 결과로 인원이 사망하면, 그의 시신은 또다른 SCP-5140 개체가 된다.

자, 상당히 길어지는걸 볼 수 있다.

만화는 2차원 이미지인 컷 별로 정보가 제공되고, 그 한컷에 상당히 많은 정보를 넣을 수 있는데 비해 텍스트는 정보를 1차원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순서대로 차곡차곡 정보를 전달 할 수 밖에 없다.


산문의 경우는 어떨까?

산문은 필연적으로 이런 정보들을 사건을 통해 보여주어야만 한다. 같은 정보를 준다고 해도 어떤 사건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알려줘야만 하며, 직접적인 설명이 등장하는 순간 느낌이 붕 떠버리게 된다. 지난 경연 때 소설 형식을 자제해 달라고 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내가 한번 위의 설명을 소설의 형식을 빌려서 한번 써 보겠다

"SCP-5140 개체다!"
기동특무대원 알파가 소리쳤다.
"브라이언! 앞에!"

내가 앞을 보자 눈보라속에서 비틀거리며 내게 달려오고 있는 얼어붙은 시체 한구가 어렴풋이 보였다. 그것은 나를 쳐다보고는 굳은 손을 뻗어 내 어께를 만지려 했다. 난 재빠르게 몸을 날려 피했지만 옆에 있던 알파는 그러지 못했다.

"알파! 조심해요!"

"씨발!"

알파는 자신의 어께를 붙잡은 SCP-5140 개체를 뿌리치곤 돌격소총을 들어 한 탄창을 비워냈다. 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시체는 벌집이 되어 쓰러졌다.

"알파! 어께는 괜찮나요?"

"이런, 이미 늦은 모양이다. 브라이언."

그의 어께는 이미 서리가 끼어 있었다. 서리는 빠드득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의 어께를 타고 몸을 뒤덮기 시작했다.

"브라이언, 날 버리고 베이스캠프로 돌아가. 난 복귀하지 못해. 이미 SCP-5140 개체가 되어가는 중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내가 널 쫒기 전에 먼저 내려가!"

나는 그의 우레와도 같은 목소리에서 그의 굳은 결심과 절망을 엿보았다. 그의 몸의 절반이 서리로 뒤덮인걸 보고는 나는 그대로 뒷걸음 칠 수 밖에 없었다.

"빨리 떨어져! 내가 널 뒤쫒지 못하게 다리를 잘라내는게 더 좋을것 같아."

알파는 그 말을 하며 자신의 품 속에서 수류탄을 꺼냈다. 그가 핀을 주저하지 않고 뽑는걸 보고는 난 그대로 뒤를 돌아 뛰기 시작했다. 몇걸음 정신없이 눈을 파헤치며 전진하고는 이내 뒤에서 큰 폭발과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와씨 길다. 정보를 제공하기만 하면 독자들은 매우 피로해 하기에 소설은 이렇게 스토리를 동시에 전개한다. 이게 소설 형식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SCP라는 매체는 근본적으로 보고서스러운 문체를 기반으로 한다.

보고서 문체는 재미가 없는 대신 정보전달이 빠르고 확실하고, 소설은 재미가 있는 대신 정보전달이 느리다.

고로 SCP에서 자주 사용되는 방식이 바로 보고서 문체로 쓰는 특격차와 설명은 간단하게 쓰되, 더 자세한 이야기와 설명은 부록의 매체를 활용하는 것. 예컨데 면담기록, 회수된 일기자료, 녹음 기록 등등 스토리를 잘 나타내는 자료를 통해 세세하거나 서사적으로 주요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2. 정보 제공의 수동성

웹소설>보고서>산문>그림>>>>영상>>>>>>>>>>>>>>>>>>>>>>>>>>>>>>>>>게임

얼마나 독자가 작가에 의존하는지이다. 즉, 수동성이 높은 매체는 독자가 입을 벌리고 '응애 나 애기독자. 정보조.' 하는거고, 수동성이 낮은 매체는, 즉, 능동성이 높은 매체는 독자가 'ㅋㅋ 어디 빈틈 좀 찾아볼까?' 하면서 의도를 벗어나는 것이라 보면 된다. 독자들을 잘 통제할 수 있는게 바로 수동적인거라고 보면 된다.


게임같은게 제일 플레이어를 통제하는게 힘들고, 소설쪽이 통제하기가 쉽다. 통제하기 어려울 수록 관객을 붙잡는 다양한 트릭들이 많아지고, 그만큼 트릭에 대한 이해와 교묘히 숨기는 센스가 더욱 필요해진다.


거꾸로 통제가 쉬운것 부터 가보자.

소설과 만화의 경우 시간의 흐름, 주어지는 정보를 음미할 시간은 오로지 독자에게 달려있다. 그러다 보니 조금 어렵고 난해하게 쓰여도 독자들은 천천히 곱씹으며 그 문장을 찬찬히 뜯어볼 기회가 주어짐. 그림의 경우 무의식적으로 문장에 비해 빠르게 넘어가는 경향이 있는 듯 함. 받아들이는 정보의 속도가 넘사로 빠르다 보니까 그런듯. 그러다 보니 난 왓치맨 만화책 보면서 영화적인 미쟝센과 구도에 오지게 신경 많이 썼다는걸 2회독때 알아챔.

아무튼 거기다 더해서 일단 텍스트는 순서대로 천천히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에 오해를 하는 경우는 문장이 모호하거나 중의적인 경우를 빼면 거의 없고, 정보를 받아들이는 순서도 역시 문장이 제시된 순서를 따름. 즉, 정보 제공의 순서와 문체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만 잘 다듬는다면 작가의 의도와 심상을 오해의 여지 없이 전달할 수 있는게 텍스트 매체인거 같다.


영화로 가보자. 

영화야 말로 상당히 섬세한 매체이다. 주어진 시간 안에 관객의 눈길을 리드해서 원하는 정보를 순차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한 다양한 기법도 연구가 되어있고, 모든 영화는 그렇게 인간이 무의식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시선을 시뮬레이션 해서 관객이 그것을 따라 시선이 가게끔 유도하고 있다.

아래짤을 보자.


제일 먼저 본 물체는? 당연히 자전거를 탄 꼬마 일테다. 가장 가운데니까 당연한거 아니냐고? 사실 인간은 화면의 정중앙보다 약간 대각선에 떨어진 4개의 점을 가장 먼저 인식한다고 한다. 위 짤은 투시법을 이용해서 은근한 집중선을 꼬마에게 쏴주고 있다.

만화에서 주먹을 향하는 집중선 처럼 말이다. 잘 안보인다고?



이제 보일거다. 이 짤은 집중선이 문을 향하고 있으므로 관객은 문을 먼저 볼 것이다.


또한 영화에서 자주 쓰이는 특정 정보의 전달을 차잔하는 방법으로 포커싱이 있다.

역시 Pr좌의 만화를 가져와 봤다.

이건 만화에서 잘 쓰이지 않는 연출이지만, 영화에선 정말 많이 쓰이는 기법이다. 뒷 배경이 흐리기에 관객의 시선을 그 앞에 있는 칼로 강제한다. 이와 반대로 초점을 넓게 잡아 모든 부분이 선명히 보이는 구도를 딥 포커싱이라고 하는데, 이건 관객에게 다양한 정보를 관객이 능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 그러므로 이런 딥 포커싱 장면은 컷이 길게 이어지는게 특징이다. 관객이 정보를 찾아 받아들일 시간을 주기 위함.


게임의 경우를 보자. 게임이야 말로 제작자와 플레이어와의 대결이라 불릴 정도의 고도의 심리적, 구조적 장치가 깔려 있다.

닌텐도가 이런걸 정말 잘한다. 아래 짤을 보자.

마리오 이후로 적을 밟아 처치하는게 국룰이 되었지만 마리오1이 나왔을 땐 그렇지 않았다. 처음 플레이 하는 유저는 움직이는건 적으로 간주하고 뭐든 피할거다.

저 의도적인 굼바 배치를 보자. 피하기 위해 점프를 하면 위의 벽에 가로막혀 굼바를 밟게 된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적을 밟아서 쓰러뜨릴 수 있다는걸 배우게 된다.

그리고 물음표 박스를 쳐서 나오는 버섯. 역시 움직이므로 피하고자 하지만 짤 오른쪽에 있는 파이프에 반사되어 원래 굼바가 있던 자리로 오게 되고 점프로 피하려고 해도 그걸 밟게 된다. 그러면? 이게 파워업이라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게 되는 것이다.

닌텐도가 ㄹㅇ 이런걸 진짜 잘한다. 한번 Gamemaker's Tool Kit이란 유튜브 채널 가서 한번쯤 보는거 추천한다. ㄹㅇ 감탄밖에 안나옴.




3. 인물과의 몰입감

게임>>>>>>>>>>산문>>>그림&영상

몰입이라는건 주인공에게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지를 뜻함.

게임은 아예 내가 그 캐릭터가 되어서 하는거니까 몰입이 ㅈ될 수 밖에 없음. 일단 몰입이 잘 된다는건 작가 입장에서 약간의 장르적 허용, 약간의 구멍 정도는 관객이 넘어가 준다는 거다. 일단 몰입이 되면 쥰내 재미있거든. 공주가 잡혀가서 구해주는 스토리는, 영화로 보면 개쌉노잼이겠지만 게임으로 생고생해서 공주 만나면 쉬바 눈물 나오지 ㅋㅋ

거기다 더해서 몰입이 잘 된다는건, 나와 주인공을 동일시해야 되는데, 그러기 위해선 주인공에 대한 묘사가 조금 모호해야 한다.


그림과 영상에선 주인공의 외형이 그대로 나오는데 반해 소설은 그렇지 않다. 게다가 소설 같은건 즉각적으로 주인공의 심리를 표현해주고 독자는 그걸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입장이기에 영상과는 비교도 안될만큼의 몰입이 된다. 

그렇기에 찐공포를 느끼기 위해선 공포영화보단 공포소설이 더 좋은거 같다. ㄹㅇ 공포영화 보고 악몽 꾼 적은 없었는데, 유년기의 끝은 보고 한 2~3주간 악몽 오지게 꾼 듯.  반면에 공포영화는 조금 반사적인 공포감인 Scary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보니 스케어점프(갑툭튀)좀 없었으면 좋겠다. 솔직히. 당하는 입장에선 좀 짜증나는 듯. 찐으로 분위기로 찍어누르는 공포영화는 샤이닝 초반 말고는 별로 없었던거 같다. ㄹㅇ


만화의 경우 주인공이 보통 따로 정해져 있기에 영화와 비슷한 맥락을 달리지만, 간혹가다 독자를 대변해 주는 캐릭터가 등장할 때는 의도적으로 등장인물의 모습을 모호하게 그리는걸 알 수 있음.



역시 은근슬쩍 말딸을 얹어보았다.

요런게 바로 독자들이 트레이너에 쉽게 몰입할 수 있게 한 장치라고 보면 될 것이다. 같은 말딸 2차창작에서 트레이너 얼굴 그린 케이스 보면 좀 깰 때가 많더라고. (특히 쌉게이처럼 생긴 트레이너일수록)


그리고 때론 독자들이 등장인물과 거리를 둬야 할 때가 있다.

주인공이 독자와는 다른 선택을 하거나 도덕적으로 올바른 행동을 하지 않거나 하는 케이스.

바로 영화 택시 드라이버의 경우.

조커의 모티프가 된 영화이다. 주인공은 자경단을 자처하지만 결고 선하지 않은 속에서 곪아 썩은 인물이다. 약간 위험한 사상을 가진 캐릭터.

관객이 얘에 찐으로 몰입하면 안되기에 감독은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 두었다. 영화의 대부분을 이 캐릭터의 등을 비춘다거나, 중간에 갑자기 머리를 모히칸으로 밀거나, 약간 변태적인 영화를 본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이걸 조커에선 완전히 깨버렸다. 우리도 저 상황에선 조커가 될수 밖에 없다는걸 보이기 위해서 말이다.)


또, 게임원작 영화가 줄줄히 망하는 이유, 그리고 라오어2가 망한 이유도 많은 이들이 이걸 이유로 꼽는다. 영화와 게임은 제일 비슷해 보이지만 몰입도에 있어서 양 극단에 위치해 있다. 택시 드라이버가 게임으로 나왔으면 혹평을 받았을거고, 슈퍼마리오가 영화로 나왔다면 역시 혹평을 받았을 것이다. 뭐? 이미 슈퍼마리오 영화가 있다고? 그런건 없다.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튼 결론을 말하자면, 

글매체는 독자들에게 느린 속도로 정보를 제공하고, 독자들이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며, 또 상당히 몰입하게 만든다. 이걸 잘 기억하고 최대한 독자들이 느리지만 확실히 정보를 받아먹을 수 있게 꼭꼭 씹어주어야 하고, 또 그만큼 정보 제공의 순서를 잘 신경 써주어야 한다. 

만약 만화를 그린다면 꽤 빠른 속도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으니 텍스트에 너무 의존하지 않도록 하고, 한컷한컷에 미쟝센에 조금씩만 신경을 쓰면서도 주인공의 모습을 조금 모호하게 나타내는게 유리할 것이다.

DEM42좌와 Pr좌 모두 졸라맨처럼 그림을 그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일테다.

그리고 유튜브 영상 만들거라면, 제발 텍스트 읽어주기만 하지 말고, 상황 설명만 하지 말고 좀 재미있는 장면, 영상언어 위주로 만들어주라, 내가 그렇게 만들어진 SCP 영상 보는게 평생 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