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나 재미있게 읽었고, 5000번 경연의 주제인 미스터리와 상당히 맞닿아 있어서 특히나 좋아함.

나폴리탄적인 전개가 특히 좋았음


근데 너무나 자세하고 정설적인 해설 하나가 등장하고 숨겨진 떡밥도 거의 이쪽으로 굳게끔 배치되어 있다 보니까 결국 어느정도 정석 해석이 카논이 되어가는 듯 해서 그래서 좀 아쉬운 마음이 큼. (특히나 숨겨진 메세지가 그 해석을 너무 확실하게 뒷받침하는 듯 함)

솔직히 저 해설 보고나면 다른 해설 눈에 안들어옴 ㅋㅋ 


5000 정체가 뭐냐? 재단이 왜 미쳤냐? 라고 하면 그 레딧 해석 기반으로 많이들 프뉴마 프로젝트에서 찾아낸 인류의 집단무의식속 무언가...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난 개인적으로 그래서 왜 재단이 미쳤냐? 라는 질문 그 자체에 아무것도 대답 할 수 없거나 별에 별 가설이 서로 충돌하는 상황이 되었어야 하는게 맞다고 봄. 그게 나폴리탄이고 그게 미스터리지 ㅋㅋ

그 무언가가 뭐냐? 가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긴 한데, 대충 뭔지 감이 잡히기도 하고, 그 자체로서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재단이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되기도 해서 약간 아쉽스



근데 솔직히 나폴리탄 거르고 봐도 개꿀잼인건 매한가지라서 소신발언이랄거 까지는 아니긴 함 ㅋㅋ

약간 미스테리라는 맨 처음의 방향성에서 좀 멀어진거 같다는 그런 이야기 ㅇㅇ




그래서 이런게 그 레딧 유저 잘못이냐? 라고 한다면,,, 고건 아니고 사실 독자로써 할 수 있는 최선의, 최고의 행동을 한거에 불과하지. 작품에 깊이 파고드는거.

그렇다고 그럼 그게 작가탓이냐? 뭐 그런건 또 아님 ㅋㅋ 작가도 나름대로 아리까리하게 떡밥 잘 배치했고, 그 해석 보기 전까진 오리무중이기도 하고, 일단 다 거르고 존나 재미있잖음 ㅋㅋ

대신! 작가도 작가 나름대로 이렇게 하는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럼.


역시 개인적인 의견이고, 취향에 따른 바램 정도라서 적당히 걸러 듣거나 그런갑다 하고 읽어만 주셈.



나폴리탄은 아니지만 영화 '판의 미로'에선 동화적인 환상세계과 암울한 현실이 교차되어서 나오고 어느정도 선을 긋고 있음. 현실의 인물은 환상의 인물을 보지 못하는 장면이 바로 그 예지.

근데 가끔씩 둘 사이의 간극이 가끔은 흐려질 때도 있음. 동화세계에서 받은 문을 만드는 분필을 이용해 현실의 병사들로부터 빠져나오는 장면이 그 예지.

그럼 두 세계중 무엇이 '진짜'일까? 이 영화는 동화라는 환상에 빠져 비극을 맞이한 주인공을 다룬 현실 영화인가? 아니면 왕국의 임무를 다 수행하고 결국 주인공이 왕국의 공주가 되는 판타지 영화인가?

요게 되게 모호하게 설정되어 있고, 어느 하나로 단정짓지 못하게 서로 약간의 모순이 있음. 이게 ㄹㅇ 관객을 미치도록 하고 또 계속 생각하고 그렇게 빠져들게 만듬. 


비슷한 영화론 '코렐라인'이 있지. 그건 영화 전체가 하나의 나폴리탄이기도 한 듯. 확실한 악역과 겉으로 드러난 플롯상의 큰 의문점은 없는데, 영화가 되게 특정 떡밥이 교묘하게 숨겨져서 영화를 계속해서 다른 시각으로 보게 만듬. 모든 주요 떡밥에 집중해서 영화를 다시 볼 때마다 영화가 새로운 관점에서 보여지고, 그로 인해 엔딩이 해피엔딩에서 배드엔딩, 아니면 코즈믹 호러로까지 어떻게 보냐에 따라 달라짐.

ㄹㅇ 개띵작


또 비슷하지만 그게 약간 아쉽게 적용된 예로 '어린왕자' 애니메이션 판이 있음. 중반에 주인공이 집을 나와 어린왕자를 만나러 가는 파트가 있음. 현실과 환상에 대한 트랜지션이 상당히 스무스하게 되어 있어서 어느순간 아 이거 환상이구나 라고 생각하게 만듬.

독자들이 원작에서의 어린왕자의 말을 믿을 수 없는 이유는 우리가 동심을 잃어버렸기 때문이고, 어린왕자의 말을 믿어준 비행사는 동심이란걸 되찾은 경우라고 볼 수 있음. 그리고 영화에서는 현실에서 환상으로 가면서 이 구조를 한번 더 반복하고 있음.

즉, 애초에 내가 주인공이 어린왕자를 찾으러 떠난 걸 '환상'으로 표현한 시점부터 영화의 의도를 따르지 못한것, 혹은 영화의 의도에 놀아난 것임. 동심의 눈으로 보면 주인공은 진짜로 어린왕자 만나러 간거니까. 그렇기에 트랜지션도 상당히 미묘하지. 어느 순간부터 아 여기서부턴 환상 장면이겠습니다~ 라고 할만한 경계선이 애초에 없으니까. 

대신! 첫번째로 여행에서의 복귀가 상당히 끊어져 있음. 이는 여행을 떠날때와 상당히 대조됨. 아 그러니까 당연히 환상이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두번째로 서로간의 모순이 별로 없음. 그냥 그거 환상으로 치면 모든게 말이 됨. 애초에 이런식으로 연출된게 오히려 어른들이 동심 못찾게 하려고 감독이 일부러 선을 그어버린걸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기도 하네. 쉬바 우리도 좀 나눠줘 욕심쟁이 새끼야



아무튼 5000은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러한 모순점, 혹은 좀더 미묘한 떡밥 투척같은게 있었다면 이런 리지드한 해석에 끼이지 않았을 거라는 거임. 그럼 별칭인 '왜?'라는 것에도 더 잘 녹아들고 주제인 '미스테리'와도 정말 잘 어울리게 되니까.



이렇게 말하지만 역시 5000 존나 좋아함. 내 성격 특이 좋아하는 거일수록 아쉬운점 눈에 불을 키고 찾는지라 ㅋㅋ


암튼 뭐 그렇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