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귀신 못 봄

가족들 다 귀신 못 봄

하나같이 드센 사람들


1.


당시 하고 있던 작업이 있었는데

이거때메 약 3주 가량 잠을 극도로 못 자고 있었음.

하루에 1시간에서 2시간.

3시간 자면 많이 잔거였음.

학업도 병행중이었어서, 그 1,2시간도 자고 일어나면 학교에 가야했음.


그리고 4주쯤 되는 날이었나

겨우 작업을 마무리하고, 학교는 가야하니 자기로 마음먹고

동이 살짝 씩 트기 시작하는 6시 쯤 침대에 그대로 엎어져 잠들었음,


어?

그럴리가 없는데?

마치 9시 출근에 11시 32분에 일어난 사람처럼

엎어진 채로 눈이 번쩍 떠짐.


사지는 움직일 생각이 없고

손가락을 움직이려고 해도, 움직이겠다는 의식만 있고

몸은 송장처럼 굳은 듯 반응하질 않음.


고개도 돌리지 못하고

눈도 굴리지도 깜빡거리지도 못하고,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상황을 파악하려고 중얼거리고 있었음.


'벌컥'


닫은 문이 아무일 없는 일상인 양 평소처럼 열리고

이내 내 방 전등 스위치를 달칵 누르더니 방안이 밝아짐


'어머니인가?'

'등교할 시간이 다 돼서 깨우러 오셨나?'


겨우 돌린 눈동자에 비친 건

나보다도 키가 작아보이는, 아무런 신체 기관이 보이지않는 검은 형체가

자기 얼굴만 내놓을 수 있을 크기로 문을 열어둔채

나를 바라보고 있는 듯 했음. (눈코입 그 무엇도 없어서 진짜 날 보고 있는지는 모름)


'시발 뭐지?'

'어떤 좆같은 새끼가 뭔데 내 잠을 깨우는거지?'

엄마가 아니라는 걸 인식하자마자 든 생각이었음.


내가 그 형체를 바라본지 채 3초도 안되었을 무렵

그 검은 형체가 취한 행동은

'킁킁'


이 순간 가위가 탁 풀리더니

참을 수 없는 화가 몰려오며 몸을 일으킴과 동시에 나도 모르게 욕이 나옴. 

' 이 시발 어떤 좆같은 새끼가 사람 자는걸 깨우고 지ㄹ


그대로 쓰러져서 잠.


일어나서 기억을 더듬으며 

혹시 진짜 어머니를 잘 못 본걸수도 있으니 어머니께 왜 새벽에 들어와서 불키고 냄새 맡았냐 물어보니

본인도 방금 일어나셨다고 하시더라.


2.


아버지쪽엔 있는지 불확실하고, 어머니 쪽엔 확실하게 없는데

나랑 누나는 입면환청을 어릴 때 부터 겪었음.

조현병 초기로 이어질 수 있는 질환인데,

'입면환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잠에 빠져드는 과정에서 의식이 멀어져가면서 환청이 들리는 증상임.

나랑 누나랑 어렸을 때 부터 스트레스가 심했어서

아무래도 스트레스가 원인이 아닐까 싶음.


대게로 입면환청을 겪으면 

누나의 증상은 '누가 자꾸 옆에서 소리를 지른다. 교통사고 소리.' 같은 큰 소리 위주

나의 증상은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목소리가 마구 뒤섞여 일상적인 톤으로 엄청나게 떠드는 소리' 위주였음.


어느날은 자려고 딱 정자세로 누워서 

손을 양옆에 가지런히 두고 잠에 서서히 빠져들고 있을 때 쯤

당연하게 입면환청이 시작됨.


웅성웅성,

소곤소곤


마치 시장통 한가운데서 이어폰을 낀채,

아무런 노래도 안듣고 있을 때랑 비슷한 크기의 소리가 들려오는데,


나는 이럴 때마다 내 목소리를 내서

몸을 각성시키고, 동시에 이 소리가 현실의 소리가 아니라는 걸 내 몸에 자각시킴.

(이게 가장 효과가 좋더라고. 각성에서 바로 수면으로 빠지거나, 다시들리는 입면환각이 현실의 소리가 아님을 알아서인지 소리의 크기가 현저히 줄어듦.)


'아아.'

'음'

'조용히. 좀 자자'


같은 말을 신경질 적으로 내뱉다가


기분좋게 잠에 빠져들어, 의식이 거의 없어지는 찰나

무슨 낚싯바늘에 대어가 낚아 채이듯

탁! 하고 몸이 각성함.


이내 상황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귓전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옴,

'소곤소곤소곤소곤소곤소곤소곤소곤소곤소곤소곤소곤소곤소곤소곤소곤소곤소곤소곤소곤소곤'

알 수 없는 소리를 내 귀에다가 미친듯이 읊조리기 시작함.


반사적으로 눈을 뜨려했으나,

아차.

가위에 눌려 눈꺼풀 조차 뜨지 못하기에

당황하는 순간.


갑자기 너무 화가남


'시발 내가 귀신년하나때메 잠을 못자야하나?'


잔뜩 겁먹었던 얼굴 근육에

갑자기 미간에 힘이들어가더니


중얼거리면서 육두문자를 내뱉음

'시발 무슨 지랄을 할거면 생지랄을 하지 귓가에 대고 무슨 짓거린지 사람 잠 좀 자겠다는데 별 지랄을 다 떠네 할거면 제대로하던가 지랄맞게 진짜 사람 짜증나게 잠깨우고 있어...'

같은 욕을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니


앗!힝!엨!훜! 하듯 소리가 딱 끊기고


그대로 다시 잠에 빠짐.


이거말고 가위눌린썰 경험 거의 없음.

심령현상도 거의 없었고

원체 악몽꿔도 기억 잘 못하고

자다 일어나거나 무의식이 섞이면 내가 한 말이나 행동을 기억을 못해서 내용이 뚜렷하지 못함

글 못써서 미안

재밌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