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창작물검색용 채널


https://arca.live/b/lastorigin/22362464
1화

https://arca.live/b/lastorigin/22373271 2화

https://arca.live/b/lastorigin/22405397 3화

https://arca.live/b/lastorigin/22421992 4화

https://arca.live/b/lastorigin/22448163 5화

https://arca.live/b/lastorigin/22465240 6화

https://arca.live/b/lastorigin/22503726 7화

https://arca.live/b/lastorigin/22544508 8화

https://arca.live/b/lastorigin/22599728 9화

https://arca.live/b/lastorigin/22653850 10화

https://arca.live/b/lastorigin/22707411 11화

https://arca.live/b/lastorigin/22799947 12화

https://arca.live/b/lastorigin/22860958 13화

https://arca.live/b/lastorigin/22969950 14화

https://arca.live/b/lastorigin/23094127 15화

https://arca.live/b/lastorigin/23146252 16화




--------------------------------------------------------------------





"절대 안 됩니다."


"어…어?"


발키리의 칼 같은 거절에 적잖이 당황한 하르페이아는 생각해 본다. 


결정권자는 사령관일텐데 어째서 발키리가 이 자리에서 즉답을 하는 것인지.

사령관에게 가는 길을 안내해주기는 커녕 가로 막는 이유는 무엇인지.

안그래도 차가운 인상인데 눈매를 날카롭게 하고 쏘아보니 하르페이아가 이겨 낼 재간이 없다.

발키리라는 개체가 이렇게 표정이 다양한 바이오로이드였던가 같은 의문은 접어두고 하르페이아는 한번 더 사정해본다.   


"그…있잖아. 기분 나쁘게 듣지는 마? 음, 결정하는 건 사령관이니까. 그렇지? 그러니까 사령관이랑 직접 얘기하게 해주면 안 될까?"


"각하께서 오시기 전에 돌아가세요. 두번 말 하지 않겠습니다."


"으…"


총명한 하르페이아라면 발키리의 경고가 빈말이 아님을 알고있으리라. 

그것을 알고도 하르페이아는 돌아선 발키리의 등을 불러세웠다. 

발키리 정도 되는 바이오로이드가 경고하는 것이라면 거기엔 분명 나름대로의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지만, 피차일반이다.

그녀에게도 지금은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미안해! 지나갈게!"


연료가 다되어가는 기동장비가 버텨주길 바라고 하르페이아는 위병소에서 병영까지 단숨에 도약하듯이 날아간다. 

좌측으로 울어있는 사열대에 착지하고 돌아서니 반사광이 하르페이아의 눈을 정면으로 찔러왔다. 하르페이아는 발키리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경악하면서 바닥으로 몸을 날렸지만 귓가에 울려야 할 총성은 들려오지 않았다. 

몸을 털고 다시 한번 뒤를 확인해보니 발키리는 겨누던 소총을 거두고 병영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하르페이아를 더는 막지 않을 심산인 듯 했다. 그렇게 생각한 하르페이아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하고 마침 정면에 보이는 화단에서 멍하게 쳐다보고 있는 어린 바이오로이드에게 다가가 물었다.


"안녕, 꼬마. 알비스 맞지? 여기서 지내니?"


"응! 언니는 하르페이아 맞지? 여기선 처음보는데?"


"맞아. 방금 찾아왔으니까. 아 혹시, 사령관이 어디있는지 알고 있니? 여기에 사령관이 있다고 들었거든."


"사령관 님? 사령관 님은 왜 찾아?"


"아, 그게…꼭 전해야 될 게 있거든."


"하르페이아."


부르는 목소리에 뒤돌자마자 날아온 두 손이 하르페이아의 멱살을 죄여온다. 하르페이아의 몸이 서서히 들어올려진 탓에 까치발로 버둥거리는 걸 본 알비스가 발키리를 말리려고 다가가는가 싶더니 그대로 발키리의 뒤에 숨어버린다. 아무래도 하르페이아의 편은 이 자리에 아무도 없는 것 같다. 하르페이아가 난감하게 웃으며 발키리를 진정시키고자 했지만 오히려 더 약이 오른 발키리가 하르페이아를 밀어부쳤다.


"당신들 사정 따위 이 곳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각하와는 더더욱 관계가 없죠."


"켁…켁켁…들여보내 주는 거…아니었어?"


"천만에요. 각하께서 놀라실까 쏘지 않은 것일 뿐, 당신을 쫓아내려는 것은 같습니다."


"정말… 정말로… 제발…"


"각하께선 이미 질릴 정도로 피를 보셨습니다. 그리고 하실만큼 하셨죠. 당신들 까지 신경 쓸 여력은 없으실겁니다. 그러니 곱게 떠나시길."


"뭐야. 뭐하고 있는거야."


사열대와 마주보는 병영의 중앙계단에서 하르페이아가 애타게 찾던 남자가 두 금발의 바이오로이드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발키리가 작게 한숨을 쉬고 하르페이아를 들어올린 손에서 힘을 풀었다. 압박에서 자유로워진 목을 헛기침과 함께 매만지면서 추스른 하르페이아에게 사령관이 다가갔다.


"넌 뭐야."


외모라면 정돈되지 않은 거뭇한 수염을 제외하고는 하르페이아 자신의 기억과 일치한다.

그러나 묘하게 가시가 느껴지면서 쏘아붙이는 듯한 말투와 그 말투에 어울리게 날카로우면서 잠이 모자라 퀭해보이는 눈매.

그 낯선 모습에 하르페이아는 자신도 모르게 흠칫 반발자국 뒤로 몸을 빼고 만다. 사령관은 그에 아랑곳 않고 계속 다가가면서 다시 한번 물었다.


"뭐냐고. 벙어리야?"


"아… 그…"


"할 말 없으면 꺼져."


"…자리를 옮기면 안될까?"








――――――――――――――――――――――――――――――――――――――――――――――――――




"그래서, 도와 달라는거냐?"


"그렇지. 사령관이라면 분명 그 쪽 인원들도…"


"저는 반대입니다. 각하."


하르페이아의 말을 자르고 단호하게 의견을 피력한 발키리가 하르페이아를 쏘아보았다.

위병소에서 한번 느꼈었던 그 박력에 기가죽은 하르페이아는 사령관의 눈치만 슬금슬금 볼 뿐 하던 말을 마저 할 수 없었다.


"보급대에서 통신을 보내고 있었다는 건 몰랐는데. 그것도 모스 부호라니."


턱을 매만지며 테이블의 유리 잔을 입에 가져간 사령관이 내무실의 창가를 통해 들어오는 햇빛을 응시하며 하르페이아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네가 있던 그 근방의 도시에 가장 커다란 생존자 세력이 구축되었다고?"


사령관에게서 대화가 이어질 낌새를 느낀 하르페이아는 표정에서 기대를 숨기지 못하고 대답했다.


"으, 응! 맞아. 사실 새로 구축되었다기 보다는…"


"쿠데타가 일어났다고 하면 되지, 뭘 그렇게 장황히 설명하고 앉았냐. 거기서 마리를 포함한 고위 개체들이 축출되었단 거 아냐. 너희 전대장도 그렇고. 그리고 지금 널 포함한 몇몇은 쫓기고 있고. 맞지?"


"정확해."


"그리고 그 세력이 이 섬에서 일어난 소요를 감지하고 여기 보급대를 찾을 예정이란 거고."


"응… 이런 상황에서 내가 찾아온게 사령관을 곤란하게 만들지도 모르지만…"


"됐어, 조용히 해. 아르망, 준비해라."


"각하!"


사령관의 지시에 아르망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발키리가 외쳤다. 내무실에 오기 전에도 느꼈던 것이지만 하르페이아의 눈에 이 발키리 개체는 굉장히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표정이 다양한 것은 둘째치고 꽤나 자주 감정을 내비치면서 그 감정을 목소리에 실어 가감없이 표현하는 '발키리'는 본 적이 없었다. 그리나 의아함에 잠겨있을 새도 없이 사령관은 발키리의 의중을 다 알고있다는 듯 몇 마디로 내무실의 바이오로이드들이 내비치는 걱정 비스무리한 것을 모두 일축했다.


"착각마라. 손을 내밀러 가는 것도, 규합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 놈들이 이 곳에 들이닥치기 전에 먼저 친다. 알비스는 두고 갈거야."


"싫어! 나도 데려가!"


"폐하! 그런 것이 아니라!"


"시끄러워! 대답이나 해라. 따를 거냐. 말거냐."


"…폐하를 따르겠어요."


"준비들 하고 항만으로 집합 해."


사령관은 내무실을 나서며 거세게 문을 밀어닫았다.

순간 울린 그 문소리에 놀란 이는 아무도 없었고 문이 부서질 뻔한 것은 아닌가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이도 없었다.

그저 고요 속에서 반동으로 다시 열려 작은 비명을 지르는 그 문을 우두커니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고 그 고요도 머지않아 사령관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바이오로이드들로 인해 사라졌다.  



 


――――――――――――――――――――――――――――――――――――――――――――――――――





"하아…"


연료를 보급하고 항만에 먼저 도착해 좌표계산기를 조작하던 하르페이아가 가는 한숨을 흘렸다. 걸터앉은 보트가 계속 파도에 흔들리고 있는 탓에 불편함에 못이겨 내려올 법도 했지만 지금의 하르페이아에게 그런 것은 안중에 없었다.


"많이 심각해 보이던데, 괜히 부탁한 건가…"


기존에 알던 사령관과 방금 전까지 대화했던 사령관 사이에 괴리를 느끼다가 문득, 하르페이아는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려 얼굴에 그늘을 띄우고 말았다.


사령관은 오르카에게 버림받아 떠났었다는 사실. 그 사실을 생각하면 사령관이 하르페이아와 대화는 커녕 자신의 부탁을 들어줄 이유가 없다. 현재 사령관의 상태로 미루어봤을 때 그 부탁이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이뤄질 것인가 하는 우려는 둘째치고 자신의 무염치에 뒤늦게 몸을 떤다. 아무리 급했기로서니 가장 중요한 것을 잊을 수가 있을까. 해봤자 화만 돋구게 된다 해도 먼저 말 뿐인 사죄라도 했어야 하는게 우선이었다.

뒤늦게 후회해보았자 소용없음을 깨닫고 하르페이아는 다시 좌표를 입력해간다. 지금 하르페이아에게는 지나간 것을 언제고 붙잡고 있으면서 후회 할 시간은 없다. 사령관이 나서게 된 이상, 한시라도 빨리 도시로 향하는게 우선이다.


  

사령관에게 모든 것을 있는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애초에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에게 거짓말을 할 수 없으니까.

다수의 지휘관과 그에 준하는 고위개체가 '축출'되었다고만 말해 생사여부를 얼버무렸지만 그런 꼴을 차마 입으로 표현해 전할 수는 없었다.  


'코헤이 교단'


인류의 수많은 요소가 그 역사와 함께 해왔다. 전쟁이 그랬고 종교 또한 그랬다.

그랬기에 인류가 멸망하기 전이든, 지금이든 바이오로이드 중에도 종교를 신봉하는 이들이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바이오로이드이기에 종교와 관련된 분야에 더더욱 적극적으로 관련 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코헤이 교단이 있겠다. 물론 그 옛날의 코헤이 교단이 인류가 정의하는 종교라는 것에 정확히 부합하는 건실한 종교였는가는 의심스럽긴 하지만 지금이야 어찌되도 좋을 얘기일 뿐이다. 그리고 오늘, 인간의 경우와 다를 것 없이 저항군이 무너지기 전부터도, 무너진 후에도 바이오로이드에게 종교는 함께였고 지금도 그랬다.


차이가 있다면, 저항군과 오르카가 함께 존재했을 때의 코헤이 교단과 모든 것이 무너진 후의 코헤이 교단은 달라졌다는 것.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많은 이들이 죽고, 사라지고, 희생된 지난 시간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되돌릴 수 없다.

교단에서 말하는 '빛'이라는 존재에게 아무리 빌고 매달려보아도 시간은 되돌아가지 않는다.

그러나 그 '빛'도 못하는 것을, 살아남은 바이오로이드들은 '부분적'으로나마 해내보였다. 

종교라는 이름 하에 모든 것을 행할 수 있는 시대로 돌아가는 것. 과거 인류가 존재했을 때의 성향으로 돌아가는 것.


이를 정확히 말하자면 인류가 존재하던 시절로 회귀했다고 표현해야겠지만, 생존하여 코헤이 교단에 몸을 던진 바이오로이드 사이에서는 '되돌렸다'라고 표현했고 그 '되돌린다'라는 것에 집착을 보이는 바이오로이드들에게서는 교단에 몸을 담은 이가 아니고서야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어떠한 염원이 담긴 것 처럼도 보였다. 지금에서야 하르페이아는 어떤 의미로 그저 회귀 수준이 아닌, 인류가 있던 시대의 교단을 초월했다고 여기지만, 적어도 한동안은 괜찮았다. 과거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심정이 종교를 통해 나온 것 뿐이었으니까.

         

그 후 머지않아 집착과 염원이 탈태하여 종교라면 흔히 연상 될 광적인 무언가로 변질되고 비로소 완전히 과거로 회귀하자, 코헤이 교단이 말하는 구원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오로지 단죄만이 남아 죄를 지었다고 여겨지는 모두에게 그 창을 겨눴다. 


하르페이아의 기억에서 마지막으로 단죄를 받은 바이오로이드는 마리와 슬레이프니르였다.

하르페이아는 또 다시 두 고위개체의 말로가 떠오른 탓에 좌표계산기를 허리춤에 달고 보트에서 내려 바닷바람에 몸을 맡겼다.


과거, 사령관은 그들에게 구원자로 통했다. 

그랬던 사령관이 다시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과연, 그들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사령관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길잃은 양들과 굽어살피는 목자일 것인가. 

독사와 단죄자일 것인가.


좌표계산기에서 지팡이가 완성되었음을 알리는 소리가 하르페이아의 귓가에 울렸다.

멀리서 다가오는 이들을 발견한 하르페이아는 보트에 올라타 마지막으로 출발을 위한 점검을 개시했다.






――――――――――――――――――――――――――――――――――――――――――――――――――



"언니들! 사령관 님 아까부터 이상해! 마음대로 하라며! 왜 계속 그렇게 뚱해 있어? 애야? 내가 왜 따라오면 안되는건데?"


목적지인 도시와 조금 떨어진 근교의 도로에서 알비스가 사령관을 뒤따라잡으며 외쳤다.  


"알비스, 조용히 하고 있어라."


알비스의 뚱하다는 표현과 달리 저녁 노을을 감안하더라도 터질듯이 시뻘개진 사령관의 얼굴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 했다.


"똥개! 바보! 멍청아! 나 꼬맹이 아니야! 나도 사령관 님을 지켜줄 수 있다고!"


"입 다물지 못해!?"


언성을 높인 사령관에게 지지않고 똑바로 쏘아보는 알비스에게서 전혀 물러날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꼬맹이를 상대로 언성을 높인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 것인지 사령관은 마지못해 걸음을 계속하며 짧게 혀를 찼다.


사령관과 알비스는 보트에 타기 전부터 계속 이런 상태였다. 

어떻게든 따라오려한 알비스와 극구 반대하며 떨어뜨려 놓으려했던 사령관.

결과는 알비스의 판정승이었으나 그 이후 승패에 관계없이 번외게임이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그 번외게임 마저도 대부분 알비스가 판정승을 거둬가고 있지만 알비스는 영 기뻐하는 기색이 아니다. 오히려 불만으로 가득하다. 그럴만도 했다. 사령관이 본 궤도에 오를 것 같으면 싸움을 피해버리니까. 자기 할 말만 하고 눈도 마주치지 않으니까. 말 할 때 까지 억지로 매달리면 발키리나 샬럿을 통해 떨어뜨려 놓았으니까.


이럴거면 처음부터 언니들을 이용해서 떨어뜨려 놓으면 됐지 않았냐고 악을 써보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사령관은 입을 다물라고만 해왔기에 알비스도 결국 화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음 먹는다. 나도 사령관 처럼 똑같이 굴겠노라고.


"발키리 언니! 저기 앞에 가는 사람한테 좀 전해 줘! 알비스보다도 어린 것 같다고!"


"…아가, 그만하세요."


보다못한 샬럿이 다가가 알비스를 허리 쪽으로 끌어당겼다. 아직 분이 가시지 않아 양 볼을 가득 부풀린 채로 씩씩대는 알비스는 몇 마디 더 해줄까 싶었지만 샬럿에게 안겨있어 조금 진정이 되자 도가 지나친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에 금새 시무룩해졌다. 

그 때 사령관이 뒤를 돌았다. 알비스는 자신에게 용건이 있는 것으로 알아보고 기대에 찬 눈을 빛냈으나 사령관은 무심히 알비스에게 눈길 한 번 주지않고 발키리를 보았다.


"둠브링어하고 통신은 됐냐."


"이미 명령하신 곳에 도착 했다고 합니다. 아, 그리고"


"그리고 또 뭐."


"둠브링어의 지휘관이 복귀했다고 합니다."


"그래? 좀 처럼 보이질 않아서 그 난리통에 다 뒈진 줄 알았는데 잘 됐군. 적이 많으면 그 정도 화력은 있어야지."


도시가 가까워지자 주변 건물들의 크기가 달라졌다. 하나같이 잿빛 색에 깨지고 울거나 무너져있는 건 같았지만 형태만은 아직까지 온전한 그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숲을 이루고있다. 중간중간에 마천루도 심심치 않게 보이는 것으로 보아 상당한 규모의 도시로 보였다. 이런 도시를 완전히 점거 할 정도의 세력이면 하르페이아의 설명 그 이상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사령관은 올라가기 적당한 높이이면서 전체적으로 내려다 볼 수 있는 건물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블록 정도 더 가서야 찾은 건물에 야영할 준비를 마친 뒤 사령관과 하르페이아는 건물의 옥상을 찾았다.


"못찾을래야 못찾을 수가 없겠군."


전방에 넓게 펼쳐진 야경은 도시의 그것과는 다르게 주홍일색으로 일렁거리고 있었다. 멀리 건물 사이사이 곳곳을 물들인 그 모습은 호롱불이 연상되기도 했고 한 밤 중 물가를 날아다니는 반딧불이 같기도 했다. 모아서 본다면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처럼도 보였다.


"설마해서 묻는건데, 저 건물들에 있는 빛들은 전부 횃불이냐?"


작은 건물이나 마천루나 가릴 것 없이 조명을 대신해 알알이 박혀있는 횃불에 사령관은 혀를 내둘렀다.


"…응, 굉장하지? 건물에 가려져서 그렇지 저 뒤로 더 있어."


"이년이고 저년이고 거의 다 죽었다는 듯이 말하더니 어디서 저렇게 많이 튀어나온거냐? 족히 수백은 되보이는데."


"처음엔 이 도시를 스틸라인이 확보했었거든. 스틸라인이 중심이 되어서 주변의 생존자들을 구조하고 통신을 통해서 합류시키고 하다보니까 어느새 저렇게 많이 모이게 된거야. 그 때 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네 자매들은?"


"호출하면 언제든지 올거야. 기동장비 외에 무장은 전부 빼앗겨서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출발 전에도 말했었잖아. 간단한 무장이라면 지급해 줄테니까 호출하면 늦지나 말라고 해."


"응, 그럼… 바로 보러 갈래?"


"아까 준 거 잘 갖고 있지? 먼저 가서 자리잡고 위치 송신해라. 되도록 저격하기 좋은 곳으로 가."


"알았어. 아, 그리고 사령관."


"또 뭐야?"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정말로 미안했어. 지금도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헛소리 그만하고 빨리 가라."




         



 ――――――――――――――――――――――――――――――――――――――――――――――――――





위치 송수신기를 나침반 삼아 하르페이아가 있는 위치에 가까워질수록 폐허였을 도시에 점점 인기척이 느껴진다.

건물 곳곳에 나부끼는 천과 덧대어진 나무판자들에 락카로 그려진 코헤이 교단의 문양이 숨죽여 걷는 이들에게 끈적하고 불쾌한 긴장감을 불어넣었고 건물사이의 골목이나 멀리 보이는 사거리에서 빛이 일렁거리기라도 하면 곧 바로 총구를 겨누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그럴 때 마다 놀란 나머지 비명인지 신음인지 구분이 안되는 소리를 흘려댄 알비스는 결국, 방금 전부터 시작된 딸꾹질을 좀 처럼 멈추지 못했고 그 딸꾹질에 신경이 긁힐대로 긁힌 사령관은 알비스에게 한 소리를 할까 하다가 끝끝내 참을 인 석자를 속으로 새겼다.


그렇게 모두 최대한 숨을 죽이며 하르페이아가 있는 건물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선두에서 척후를 담당하던 발키리가 갑자기 손을 올려 일행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일행들이 곧 바로 측면의 골목으로 숨은 걸 발견한 발키리는 낡다 못해 바스라져 가는 트럭에 몸을 숨기고 점점 다가오는 횃불 서너개에 조준경을 가져다댔다. 트럭과 사선에 있는 골목에서 모습을 드러낸 한 무리의 바이오로이드는 저마다 위치는 달라도 몸 곳곳에 코헤이 교단의 문양을 새겨놓았다. 피부가 손상된 것으로 보아 불을 이용했거나 혹은 달궈진 무언가로 새겨넣은 듯 했다.

고개를 돌려 골목길에 있는 사령관과 수신호를 주고받은 발키리는 호흡을 고르고 좀 더 사격하기 용이한 자세를 취했다.


"…"


이번에는 반자동 소총을 챙겨와 소음기를 착용했기에 사격을 하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네 명이나 되는 바이오로이드를, 그것도 뭉쳐있는 이들을 정리하는 것은 꽤나 난이도가 높은 일이었다. 단 한명이라도 짧은 외마디 비명을 지를 수 있는 틈을 주었다가는 저 네명이 여덟명으로, 여덟명이 열 여섯명으로, 어쩌면 그 이상으로도 늘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오랫만에 맞닥드린 고난이도의 상황에 발키리는 긴장으로 인해 호흡과 손이 미세하게 떨리면서도 동시에 찾아온 고양감을 한껏 만끽하며 적들을 노리기 가장 좋은 타이밍을 쟀다.


"후우…"


무리가 모두 반대편으로 방향을 틀어 등을 보였을 그 때에, 발키리는 시선을 유지한 채 총몸을 받치던 왼손으로 바닥을 더듬어 작은 파편 하나를 찾았다. 그 직후 애매하게 큰 소리만 날 정도로 파편을 무리에게 던졌고 무리 중 가장 뒤에 있던 바이오로이드가 그 소리에 뒤돌아 본 것을 시작으로 사격을 가했다.


정확히 방아쇠를 네번 당기자, 방금 전 파편이 튀겼을 때와 비슷한 소리가 총구를 통해 흘러나왔다.

가장 후미부터 차례대로 쓰러진 무리 중에서 비명은 커녕 목을 통해 나올 법한 소리를 낸 이는 단 한명도 없었다.

모두 공평하게 이마를 관통당했다.


골목 방향으로 상황 종료를 알리는 수신호를 보내자 모습을 드러낸 일행이 다가왔다. 저마다 발키리의 노고를 알아주었지만 사령관은 별 관심을 주지 않고 쓰러진 네 구의 시체를 향해 다가갔다. 발키리는 평소와 같은 무표정한 상태였지만 사령관에게 고정되어 있는 그 시선에서 미약한 아쉬움이 비치고 있는 듯 했다. 그것을 알아본 알비스가 곧장 고개를 돌려 사령관에게 달려갔다.


"왜 발키리 언니한테 아무 말도 안해 줘?"


"이게 딸꾹질이 끝났다 싶더니 또 헛소리 시작이네. 발키리한테 뭔 소릴 하라는거냐?"


"칭찬 안 해줄거야?"


"칭찬? 넌 당연한 거에 일일히 칭찬을 해주냐?"


"얼마 전 까지는 칭찬해줬잖아!"


"……헛소리 그만하고 샬럿 옆에 껌딱지 처럼 붙어 있어라."


"싫어! 대답해줄 때 까지 안갈꺼야! 왜 나한테 그렇게 심술이 났어?"


"심술? 넌 내가 고작 심술난 걸로 보이냐?"


"그럼 뭔데! 화도 안내, 말도 안해, 입은 오리처럼 툭 튀어나와 가지고! 언니들한테도 똑같이 굴고! 특히 발키리 언니한테는 왜 그래? 둘이 서약까지 한 사이잖아!"


"…네가 그걸 어떻게 알고있냐? 아니…아니야. 지금 그 따위 소릴 왜 하는거야?"


"같은 부대니까 알지!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알비스!"


오늘 하루동안 수없이 봐왔던 상황이었지만 이번 만큼은 가볍게 끝날 것 같지 않다고 느낀 발키리가 달려와 알비스를 잡아챘다. 발키리의 몸에 파묻혀 버둥대는 알비스를 멍하니 바라보는 사령관에게 발키리가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각하. 알비스가…"


"됐어. 꼬맹이 상대로 열을 올린 내가 한심하지. 샬럿, 지금부터 알비스가 나한테 다가올 때 마다 네 뺨을 칠거다. 알아서 통제 해."


"네, 폐하."


사령관은 살펴보려던 시체를 본채만채 하고 곧 바로 하르페이아가 있는 건물로 향했다. 그 발걸음에서 불편한 심기가 그대로 드러났기에 땅을 차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


"알비스."


알비스의 얼굴을 안고 시선을 마주친 발키리가 나지막이 타이른다. 의도치 않게 손에 힘이 들어간 탓에 알비스의 뺨이 찹쌀떡마냥 눌려있었다.     


"각하께서는 심술이 나신게 아닙니다."


"…나도 알아 언니. 내가 걱정되서 저러는거잖아. LRL이 생각나서 저러는 거 알아. 난 정말 사령관 님을 지켜줄 수 있는데…"


"…맞습니다. 걱정되다 보니 화가 나시는거에요. 그러니까, 알비스가 조금만 더 성숙하게 행동하면 좋을 것 같군요. 그리고 알비스."


"응?"


"두 번 다시 서약이란 단어는 꺼내지 마세요. 알겠나요?"


"아…응, 미안해 언니."






    

――――――――――――――――――――――――――――――――――――――――――――――――――

 


"무사히 와서 다행이야."


옥상의 맞은편에서 하르페이아가 막 도착한 사령관 일행에게 손짓했다.


"저 횃불 하나에 바이오로이드 하나라고 생각하니 장관이로군."


하르페이아에게 다가간 사령관이 건물을 내려다 보면서 읊조렸다. 그 말대로였다. 도시의 중심에 조성되어 있는 번화가를 가득 매운 바이오로이드 인파가 광장에서 흘러나오는 설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보아하니 오늘은 코헤이 교단의 집회가 있는 날인 듯 했다. 


"…"


광장에 있는 이들이야 누구인지 알아볼 필요도 없었다.

오르카의 종교활동에 간간히 참여했을 무렵에 들어본 그 목소리의 주인은 물론, 한창 설교 중인 천사의 주위에 있는 또 하나의 천사와 수녀들.


"폐하… 저 옆에…"


"굳이 말하지마라. 다 보이니까."


의도하지 않은 것이겠지만 사령관이 애써 못 본 척 하던 것을 굳이 지목해 말한 아르망이, 샬럿과 함께 다른 일행들 보다 더 괴로운 표정으로 눈을 돌렸다.

그도 그럴것이, 그다지 멀지 않은 과거에 가동되고 있던 테마파크를 직접 경험한 두 바이오로이드이다.

그런 두 바이오로이드에게 있어서 광장에 위치한 마리와 슬레이프니르는 테마파크의 그것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몰골을 하고 있었기에 아르망과 샬럿은 그것을 마주보기는 커녕 당장이라도 쏟아질 것만 같은 구토감을 억누르는 것도 버거웠다.


"하르페이아. 한 가지 확인하겠는데, 저 아자젤은 내가 알던 그 아자젤이냐?"


"응 무슨 소리야? 아… 그 미친놈 얘기구나. 맞아. 저 아자젤은 사령관이 알고있는 그 아자젤이야."


"그래? 내가 알던 그 아자젤이라고? 전혀 아닌 것 같은데."


마리와 슬레이프니르는 손과 발이 잘리고 몸의 마디마다 대못이 박혀 광장의 정 중앙에서 가장 잘보이는 십자가에 매달려있다. 부패되고 말라비틀어진 몰골로 미루어보아 꽤 오랜시간 형벌을 받아왔음을 추측할 수 있었고 이제는 놓아주어도 좋으련만, 죽어서도 교단의 일그러진 교리를 강하게 전파하는 도구로써 이용당하고 있다. 죽었더라도 그 형벌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설교라기 보다는 프로파간다라고 하는게 어울릴 것 같군요."


사령관에게 조준경을 돌려받은 발키리가 나지막이 말했다. 사령관은 그 말에 대답없이 동의하고 발키리에게 명령했다.


"자리 한 번 잘 찾았군. 여기면 바로 끝낼 수 있겠어. 발키리, 저 년 대갈통을 날려버려라. 가능하면 옆에 있는 것들도."


사령관의 명령을 받은 발키리가 자세를 잡고 조준경에 눈을 가져갔다. 선전과도 같은 설교가 계속해 이어지고 횃불을 든 수백의 신자들이 우레와 같은 기도문으로 응답하는 집회의 현장을, 고작 몇 분 본 것 만으로도 옥상에 있는 이들은 머리가 아찔해졌기에 결국 고개를 돌리고 만다. 아직까지 광장을 응시하는 이는 저격을 준비 중인 발키리와 그 발키리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눈 하나 깜짝않는 사령관 뿐이었다. 


슬슬 설교가 막바지에 다다랐는지 아자젤은 번화가를 울리는 기도문을 배경으로 사뿐하고 정갈한 몸가짐을 한 채 단상을 도약하여 날아올랐다. 두 날개를 이용해 한 동안 같은 위치에서 체공하던 아자젤은 양 쪽에 있는 십자가의 가운데 위치까지 날아오른 뒤 신자들을 향해 양 팔을 펼쳐보였다. 그러자 한 번 더 신자들로 이뤄진 인파에서 기도문이 흘러나온다. 바로 그 순간,


"발키리, 잠깐!"


그 제지에, 사령관의 '대갈통을 날려버리라는 명령'을 완수할 최적의 타이밍을 흘려보낸 발키리가 고개만 돌려 사령관의 의사를 물어왔다. 그 물음의 대답으로 사령관은 광장을 향해 턱짓했다.

사라카엘에게 붙들린 한 바이오로이드가 광장의 단상을 오르고 있었다. 붉은 색 올림 머리와 함께 검은 정장을 갖춰입었어야 할 그 바이오로이드는 헝클어져 풀어해쳐진 머리와 다 헤진 속옷차림으로 단상의 중앙까지 온 뒤 두 명의 베로니카에 의해 강제로 무릎이 꿇려졌다. 몽구스 팀의 홍련이었다.


홍련이 단상에 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추가로 몇몇의 바이오로이드가 계속해 단상을 올랐다. 홍련의 주위에 똑같이 무릎을 꿇은 이들은 평소 홍련이 아이들이라 부르는 바이오로이드들이었다.


"몽구스 팀도 여기에 있었군. 아니, 잡혀온건가."


"각하, 지시를."


"……조준경에 레이저 기능 있지? 홍련만 알아챌 정도로 비춰줘라. 이 정도 배려면 충분하겠지. 다시 저격해라."


광장에서 들려오는 아자젤의 목소리가 설교 때와는 달리 격해졌0다. 사용하는 단어 또한 매우 과격하다. 천사로서의 위엄이 무색해지는 광경인데도 신자들은 아랑곳 않고 입모아 단상에 오른 이들의 심판을 천사들에게 요구한다.

그 때 발키리가 쏘아온 레이저에 반응한 홍련이 사령관의 일행이 있는 옥상 쪽을 올려다보았다. 곧바로 그것을 신호로 삼은 발키리가 아자젤을 향해 여러번 사격을 가했다.


"아자젤!"


발키리가 보낸 신호를 알아챈 이는 홍련 뿐이었다. 헌데 어떻게 사라카엘이 발키리의 저격을 알아채고 그 날개로 아자젤을 보호 할 수 있었는가. 신앙인으로서 고차원의 존재에게 하사받은 직감이라도 있는 것인지, 심문관으로서의 경험에서 오는 직감이었는지는 모른다. 결과적으로 발키리의 저격은 사라카엘에게 저지당했다. 옥상을 노려본 사라카엘이 아자젤을 감싸던 날개를 펄럭이며 도약했다. 빠른 속도로 옥상을 향해 날아오는 사라카엘에게 발키리는 탄창 하나를 거의 다 비울 정도로 사격을 가했지만 모두 그 칠흑같은 날개에 가로 막힌다. 


단상을 빠져나가는 몽구스 팀에게는 신경쓰지않은 채, 사라카엘을 뒤따라 건물을 타고 오르는 다수의 베로니카와 함께 번화가의 모든 신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옥상을 향했다.


"각하, 후퇴를 권장합니다."


"아니, 됐어. 이미 늦었다."


모든 일행을 뒤로 물린 사령관이 눈 앞에 착지한 검은 천사를 똑바로 노려본다.

뒤이어 옥상까지 건물의 외벽을 타고 뛰어서 날아오른 네명의 베로니카가 전 방향에서 사령관의 일행을 에워쌌다.


"…구원자?"


의아함으로 얼굴을 찡그린 사라카엘이 사령관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구원자가 아닌가! 너는 분명…!"


"누구보고 구원자라는거야 미친년들아. 명령이나 쳐먹어. 너희 모두 뒤통수에 깍지 끼고 엎드려."


"윽…!"


사령관의 갑작스런 명령에 무의식적으로 저항한 탓에 사라카엘이 몸을 삐걱이기 시작한다.


"뭐야. 반항해? 네 친구 뒈지는 꼴 보고싶어? 저기 하얀 년 대갈통이 날아가야 정신차릴래?"


"크윽! 너! 잠깐…!"


"꺄아악!"


"뭐야!?"


사령관은 분명히 방금 막 옥상에 도달한 모든 바이오로이드에게 명령을 내렸을 것이다. 엎드리고 뒤통수에 깍지를 끼라는 명령을.

명령이 내려진 이상 이 자리에서 변수란 있을 수 없다. 사라카엘은 물론 모든 베로니카가 사령관의 명령에 굴복해 동일한 자세를 취했어야 할 터였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뒤에 있던 베로니카 하나가 사령관의 명령 속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움직였다. 가장 가까이에 있던 아르망을 잡아채 찍어누르고 관을 겨눈 그 모습에 사령관은 당황을 넘어 경악하면서 명령을 듣지 않는 베로니카에게 입을 열었다.


"너, 너…!"


"구원자, 이 소녀는 데려가겠습니다. 명령은 철회하시길. 만약 5분 안에 이 곳에 있는 교단의 모든 이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이 소녀가 갈 곳은 당신의 곁이 아니라 십자가 위가 될 겁니다."


할 말만 내뱉은 베로니카는 그 말을 마치기 무섭게 아르망을 안아들고 건물을 뛰어내렸다.

뛰어내린 방향으로 달려가 내려다보니 베로니카는 이미 신자들 사이로 사라진 뒤였다.


"씨발…"


사령관은 이제 질리는 것을 넘어 치가 떨려올 정도였다. 사실 베로니카가 어떻게 움직였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필요도 없었다. 기존의 끔찍한 경험들을 통해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명령을 듣지 않고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통하지 않는 것이란 사실. 

네 기의 베로니카 중에 단 한 기, 그 미치광이의 손을 탄 베로니카가 있다는 사실.

그 사실에 사령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온갖 욕설과 함께 고함을 질러댔다.

옥상을 넘실대다가 번화가로 퍼져나간 분노는 코헤이의 모든 신자가 알 수 있을 정도였으나 정작 아르망을 납치해간 복병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


재밌게 읽어 줭    





https://arca.live/b/lastorigin/23350827?mode=best&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