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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사항이 있다 전해들은 사령관은 동이 트자마자 야외 통신실로 나섰다. 내려다 보이는 해안가를 바라보며 눈이 쌓인 작은 언덕을 올라 통신실 앞 까지 다다르니 그곳엔 이미 사령관의 일행이 모두 모여있었다. 오밤 중에 어디서 뭘 했냐며 알비스의 볼을 한번 꼬집은 사령관이 주변을 살피다가 아르망과 시선을 마주쳤다. 사령관은 다급히 고개를 돌렸으나 아르망은 달리 신경쓰지 않는 듯한 딱딱한 무표정으로 사령관을 빤히 바라만 봤을 뿐 사령관과 같은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것을 의아하게 지켜보는 알비스가 둘을 번갈아 보는 사이 샬럿이 입을 열었다.


"폐하. 안으로 드셔요."


문을 열고 권하는 샬럿을 지나쳐 통신실 안으로 들자 유미와 레프리콘, 차로 목을 녹이며 젖은 옷을 말리고 있는 나이트 앤젤이 사령관을 맞이했다.


"빨리 오셨네요. 사령관 님."


"그래. 고생하네. 특이사항이란게 뭐야?"


사령관의 물음에 지도를 보던 유미가 일어났다. 

나이트 앤젤 대신 설명하기 시작한 유미에게 귀를 기울이면서 중앙에 있는 목제 테이블에 앉았다.


"야간에 정찰을 나갔던 나이트 앤젤 씨와 잠깐 통신이 두절 된 적이 있었어요.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이지만…"


"그래서?"


"좀 먼 곳까지 정찰을 나갔다가 바다 한복판에서 무인도를 발견했대요. 그리고 그 무인도에 정박… 아니, 난파된 배가 하나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배?"


"네. 호라이즌의 전함이었다고 해요."


"…호라이즌?"


눈썹을 움찔거린 사령관이 맞은 편에 앉은 나이트 앤젤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제 막 머리를 말린 나이트 앤젤이 수건을 내려놓고 사령관을 바라보았다.


"난리도 아니었어요. 예비 무장을 챙겼기에 망정이지. 설마 오밤 중에 총질 할 줄은."


차를 홀짝이며 테이블 가장 자리를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는 나이트 앤젤에게 사령관이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무슨 일은요. 우리 잡아 죽이겠다고 하는 것들이랑 마주쳤죠."


"바다 한복판에 있는 무인도에서?"


"네. 거기 전함 안에서 맞닥드렸어요. 혼자 였으면 못 돌아왔을거에요."


"혼자가 아니였어? 지금 날아다닐 수 있는게 메이… 아니다. 너 뿐이잖아."


"무인도에 있더라고요. 닥터랑 다크엘븐."


"뭐!?"


사령관의 몸이 튀어올라 의자가 뒤로 넘어졌다. 사령관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남은 차를 쭉 들이킨 나이트 앤젤이 주변을 돌아보자 샬럿이 자신의 몸을 껴안고 가늘게 떨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무도 못알아 볼 정도로 코웃음을 친 나이트 앤젤에게 사령관이 다시 말했다.


"왜 혼자온 거…! 아니, 무사히 돌아온게 다행이야."


일련의 사건으로 불안정 해질대로 불안정해진 사령관이 길길이 날 뛸줄 알았다고 예상한 나이트 앤젤은 생각보다 차분한 사령관을 미묘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여전히 불안정해 보이는 것도 같은데 그렇다고 마냥 감정적이지도 않다. 적어도 막 보급대로 돌아왔을 때 보다는 낫다. 그러나, 어딘가 위태로워 보인다. 사령관의 상태를 나름대로 감정하고서 나이트 앤젤은 본론을 꺼냈다.


"그래서, 사령관 님? 어떻게 하시겠어요?"


"…"


나이트 앤젤은 일부러 뭉뚱그려 말했다. 구하러 갈 것이냐고 선뜻 말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야, 그런 일들이 있었던 데다가 지금은 철충보다도 위험한 요소가 어디에 얼마나 있을지 짐작도 안되는 상태였다. 그런 적이 자신들에 대한 정보까지 가지고 있는데다가 실제로 이 한 달간 몇 번 보급대에 직접 침투 한 적도 있으니. 최근 들어 침투는 사라졌으나 사령관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또 다시 침투해올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더 고민 할 것도 없어. 구하러 간다. 그 둘 만큼은 꼭 구해야 해."


사령관 또한 이를 모를리 없었다. 그럼에도 구하러 간다고 한다면 따로 토를 달 이유는 없다.

그 자리에 있는 전원이 그리 생각하고 사령관의 지시가 따로 내려오기도 전에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뒤늦게, 그 둘이 아니었다면 구하지 않았을건지 살짝 알고싶어진 나이트 앤젤이었지만 사령관의 화나 돋굴 궁금증이었기에 속으로만 질문하고 급히 말린 겉옷을 다시 껴입었다.


"한 시간 뒤에 해안가의 보트 앞에서 집합한다. 발키리는 유사시 대응법을 잔류인원들한테 다시 숙지시켜 놔."


"알겠습니다."


매달려오는 알비스를 데리고 발키리가 우르르 몰려나가는 인원들의 뒤를 따랐다. 마지막으로 유미가 사령관한테 꾸벅 인사하고 지도와 휴대용 통신기를 들고 나가자 사령관은 통신실을 한 번 돌아본 뒤 문으로 나서려했다.


"폐하."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등 뒤에서 사령관의 소매를 잡아당긴 이를 돌아보니 아르망이 굳은 표정으로 사령관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르망? 안나갔었어?"


꼼지락 대는 아르망에게 애써 태연하게 대답한 사령관이 시선을 피했다. 아르망은 미묘하게 야릇한 손길로 사령관의 손을 매만지면서 입을 열었다.


"출발 전에 여기서 추가로 정보를 수집하면 어떨까 싶어요. 조금이라도 더 알고 가는게 도움이 되지 않을런지요?"


그러고보니, 아르망은 테마파크 이래로 입지 않았던 본인의 본래 의상인 붉은 수단을 차려입고 있었다. 머리 위의 비레타와 몸을 두른 숄까지. 테마파크 때와는 달리 떼 하나 타지 않은 깔끔한 상태였다. 이 곳에 체류하면서 따로 수선하고 세탁한건가. 그러나 분주히 움직일 것을 생각한다면 사령관이 내어준 좀 더 활동에 용이한 복장이 알맞을 터였다. 일부러 신경 써서 차려입은 것을 안 사령관은 오히려 이젠 낯설게도 느껴지는 그 복장에 시선을 뺏겨 멍하니 아르망을 바라보았다.


"함께 있어주시지요. 폐하."


"…어…음…"


사령관의 손을 훑으며 놓은 아르망의 뺨이 살짝 붉은 것 처럼 느껴졌다.

느껴선 안 될 것을 감지하고만 사령관이 우물쭈물 하는 사이, 아르망이 유미가 앉아있던 책상에 다가가 의자를 빼고 앉았다.


"폐하? 이리로 오셔요."


고개를 옆으로 틀고 손을 까딱거리는 아르망에게 천천히 다가간 사령관이 테이블의 의자 하나를 빼들고서 아르망의 옆에 놓고 앉았다.


"바다 한복판에 있는 무인도에 난파선이라니. 폐하. …위험한 냄새가 나지 않나요?"


지도와 통신기록을 번갈아 보며 말하는 아르망에게 사령관은 답하지 않았다. 위험한 냄새는 아르망에게서 나고 있다고 생각한 사령관은 아르망이 앉은 책상 위의 창문에 시선을 고정했다.


"흠~ 흠흠~"


그 말대로 곧 위험할지도 모르는 곳을 가게 될 것인데 아르망은 긴장감을 품은 기색도 없이 콧소리를 내며 손가락으로 지도와 좌표를 대조하고 있다. 그 손가락의 움직임이 방금 사령관의 손을 매만지던 그 느낌과 똑닮은 듯 하여 사령관은 곁눈질로 쳐다보던 그 움직임에서 다시 시선을 피하고 아르망에게 담배를 피우겠다는 핑계로 자리를 뜨자고 생각했다.


스윽-


"흡…"


막 일어서려던 차에 아르망의 손바닥이 사령관의 허벅지에 닿았다. 고간에 닿을듯 말듯 한 아슬한 위치에서 허벅지의 더욱 안쪽을 미끄러지며 향한 손바닥이 부드럽게 쓰다듬거나 살집을 조금씩 움켜잡아왔다. 슥슥대는 손바닥과 천의 마찰음만이 아무도 없는 통신실에 조용히 퍼져나갔고 그 가벼운 자극에 저도 모르게 하반신에 조금씩 반응이 오기 시작한 사령관은 곤란해 하며 허벅지를 만져대는 아르망의 팔을 잡고 말했다.


"아르망. 이제 바빠질거야."


어제 일에 대해선 나중에 얘기하자 말하며 일어서려는 사령관의 허벅지를 눌러 막고서 아르망이 입을 열었다.


"폐하. 어제는 어떠셨나요? 기분 좋으셨나요?"


사령관을 향해 의자와 몸을 틀고 다리를 꼬아앉은 아르망이 부츠를 벗은 뒤 흰 양말을 신은 발을 사령관의 정강이에 가져다댔다.


"…아르망. 이러지 마."


"저는 정말로 좋았답니다. 첫경험은 아프다고 들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눈웃음을 지어보인 아르망이 어린 애를 달래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신의 팔을 붙잡고 있는 사령관의 손을 떼어놓은 다음 다시 허벅지의 곳곳을 문질렀고 정강이의 위 아래를 왕복하며 간지럽히는 아르망의 발가락이 중간중간 사령관의 종아리로 돌아 살을 꼬집어댔다.  


"잠, 잠깐. 아르망. 그만해. 누가 오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아직도 여운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폐하께서 그렇게나 저를 사랑해주셔서… 꼼짝 못할 정도로 깔리고 짓뭉개져서…"


허벅지에서 노닐던 아르망의 손바닥은 이미 고간을 놀이터로 삼은 뒤 였다. 허벅지를 만지던 움직임과는 다르게 불룩 솟아오른 그 곳을 꾹꾹 눌러대면서 빠르게 문질러주자 제지하기 위해 아르망의 무릎에 올려놓은 사령관의 손이 미세하게 떨려온다. 그 떨림으로 눈빛이 일변한 아르망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령관의 뒤로 향했다.


"처음인데도 자비없이 휘둘러주셔서… 폐하의 소중한 씨를 가득 주입해주셔서…"


"아르망! 얘기 좀 들어!!! 그만하라니까!"


츕- 쮸웁-


사령관의 등에 몸을 기대어 목을 감싸안은 아르망이 윤기나는 체리빛 입술로 목덜미와 귀를 빨아들이고 깨물어가며 자신의 타액으로  그 목을 물들이고 있다. 어제보다도 농염한 혀놀림과 탱글한 입술을 목으로 느끼며 사령관은 말로만 제지해볼 뿐 ,행동으로 완강히 저항하지는 못했다. 아르망에게 휘둘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는 해도 그 축축한 애무가 전해주는 자극이 마냥 싫지만은 않은 듯 했다. 적어도 아르망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타액을 한가득 머금은 구강내부에서 속절없이 유린당하는 사령관의 살결들이 슬슬 붉은 색을 띄는 것을 확인한 아르망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고 사령관의 턱을 잡아 억지로 자신에게 고개를 돌리도록 했다.


"음…응…하웁…"


처음은 아르망의 입술이 사령관의 윗입술을 잡아먹었다. 그렇게 윗입술을 괴롭히며 아랫입술로 나아간 뒤 이빨을 세워 살짝 깨물어본다. 순간 움찔 거린 사령관의 보조개를 목격한 아르망이 사령관의 확장된 동공을 똑바로 마주보고 기쁜 눈웃음을 지어주었다. 긴장된 눈꺼풀이 슬슬 풀어져 서글픈 눈을 하게 된 사령관을 보고도 아르망은 전혀 멈출 기색이 없이, 오히려 더 짓궃게 굴고자 혀를 낼름거리며 사령관의 입술을 한바퀴 돌아 훑고서 억지로 입 안에 비집어 넣었다.


"읍…으읍…아르…망…제발…"


"웅…? 후후… 음…츄릅…"


하나가 된 혀가 서로를 밀어내면서 다시 감아 당기길 한동안 반복하다가 아르망은 입 안에 한가득 고였던 타액을 사령관에게 억지로 주입했다. 사과향이 감도는 혀와 타액이 입 안으로 침투해오자 저도 모르게 목구멍으로 아르망의 타액을 넘겨가는 사령관이었지만 구강 전체의 자유를 빼앗겼기에 입가로 새어 흐르는 것 까지는 잡아낼 수 없었다.


어제라면 흐트러진 아르망의 모습은 술 때문에 그런 것도 있을거라며 외면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오히려 어제보다도 더 질척하고 노골적이며 통제도 안되는 것 같다 생각한 사령관은 고작 몇 시간 만에 보다 능숙해진 애무를 가해오는 아르망에게서 지금이라도 고개를 돌리고자 턱을 붙잡고 있는 아르망의 손을 떼어내고 팔을 붙잡아 올렸다.


"푸하!"


"후우… 후우…"


"…그래서, 너무… 기뻤답니다."


사령관의 제지는 전혀 듣지 않은채 제 할 말만 하던 아르망이 드디어 말을 마치고 다시 사령관의 턱을 잡아 자신을 마주보게 하려 했다. 처음과는 다르게 완강히 저항하는 사령관에게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한 아르망이 머리를 앞으로 내밀어 시선을 피하는 사령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폐하? 왜 그런 표정을 짓고 계신가요?"


경악으로 일그러진 그 표정이 아르망에겐 서글프게 비쳐졌다. 당장이라도 눈물을 뚝뚝 흘릴 것 같은게 오히려 귀엽다고 생각한 아르망은 그런 사령관을 달래주고자 다시 목에 키스해가면서 말했다.


츕- 쯉- 츄웁-


"싫으셨어요? 힘드셨나요? 폐하께 맛보여드리려 일부러 아침에 사과만 먹었는데…"


"아르망… 어제라면 몰라도 이건 진짜 아니야. 부탁이야. 날 곤란하게 만들지 마."


곤란, 곤란이라. 다름아닌 사령관의 입에서 나온 단어라 평소라면 자중해야 했겠지만 아르망은 입가를 가리고 쿡쿡 웃기만 할 뿐이었다.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하고 있는 사령관의 어깨에 아르망은 턱을 걸치고서 빤히 그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곱게 뻗은 턱선이 사랑스럽게 느껴져 검지를 가져다대고 선을 따라 쭈욱 그어봤지만 사령관은 가볍게 떠는 것 외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겁먹은 설치류가 애써 태연함을 유지하려는 것 같다고 생각한 아르망이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이빨을 세워 귓불을 앙 하고 깨물었다.


"폐하. 어제 폐하와 하나가 되고 난 다음 생각해 봤답니다."


귀 안쪽을 혀로 낼름거리고 있는 아르망을 멈추고자 사령관이 팔을 뒤로 뻗었지만 아르망은 더욱 세게 고개를 껴안는 것으로 가볍게 제지했다. 


"처음엔 말이죠. 죄악감이 들었어요."


츄릅- 할짝- 


"머릿 속이… 엉망진창이었어요. 해선 안 되는 짓을 저질렀다고 생각했거든요."


"윽…"


목을 감고 있던 아르망의 손이 서서히 사령관의 가슴을 타고 복부를 거쳐 허리춤의 바지 속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웁! 잠깐! 아르망! 으읍…!"


남아있던 아르망의 손이 사령관의 머리채를 붙들고 자신을 바라보게 고정시켰다. 또 다시 혀를 섞어가면서 마침내 음경에 도달한 아르망의 손가락들이 이미 단단해진 귀두를 쥐고 마사지를 해주듯 가볍게 압박해왔다.


"후아~ 그런데요, 폐하. 생각해보니 제가 왜 그래야 하는가 싶더랍니다?"


찌걱-찌걱-찌걱-찌걱-


"흐읏! 큭!"


"폐하, 우리 이미 저질렀잖아요? 폐하께서 제 안 가득 넘치도록 채워 주셨잖아요? 폐하도 다 기억하고 있잖아요? 그리고…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잖아요?"


"…으…으으!"


"……광장에서의 그 일도 되돌릴 수 없잖아요? 그렇죠?"


"아, 아르…망…!"


"폐하의 말씀대로 전부, 되돌릴 수 없어요. 게다가 앞으로 펼쳐질 미래도 의지할 만한 것이 아니에요. 그럼…"


찌걱-찌걱-찌걱-


"이미 저지른 것들을 모두 품고서 현재에 충실하는게 낫지 않나요!? 그렇지 않나요!? 네!? 폐하!? 폐하아!?"


찌걱-찌걱-찌걱-찌걱--


"그 저지른 것들 중에 단 하나만 품을 수 있다면 전 폐하와 하나가 되었던 것을 선택하겠어요! 폐하!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상처 입으신 폐하를 위로해 드릴게요! 그러니 폐하도 저를 위로해 주셔야 한답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범해주셔야 해요! 아시겠어요!?"


"흐윽! 으아…! 앗…!"


"…………이제야 깨달았어요. 폐하가 알고 계시는 아르망 추기경은 그 날, 광장에서 죽었다는 걸."


"아르망…!"


찌걱찌걱찌걱찌걱-


"아까 어제 일은 나중에 얘기하자고 말씀하셨죠!? 아뇨! 지금 당장 얘기해요! 폐하! 선택하세요! 어제 일을 없었던 걸로 하실건지! 아니면 저와 함께 하실건지!"


찌걱찌걱찌걱찌걱!


"어제 일을 없었던 걸로 하시겠다면 그렇게 하세요! 대신, 저는 떠나겠어요! 발키리에게 모두 말하고 나서 떠나겠다고요!"


"무… 뭣!"


찌걱찌걱찌걱찌걱찌걱-!


"흐윽! 으아아!"


"뒤늦게 절 찾으시면 안된답니다?! 알아들으셨죠!!?"


"안… 안 돼… 아르망!"


"안 돼요!? 그럼 저를 몇 번이고 사랑해 주실건가요!? 그렇다면 폐하! 각오하셔야 할 거에요! 전 끝없이 폐하를 요구 할 거랍니다!? 전 분명 말씀 드렸답니다!? 절 곁에 두시겠다면 폐하가 말씀하신 것 처럼 폐하를 절대 떠나지도, 떠나려 하지도 않겠어요! 대신 폐하도 저를 절대 떠나지도, 떠나려 하지도 마셔야 해요!"


 찌걱찌걱찌걱찌걱찌걱찌걱-!


"아…! 으윽! 위험…!"


"폐하! 자! 빨리! 선택하세요!"


"아…아악…"


"폐하아!!!!"


퓻-! 퓨퓻-! 퓨뷰븃!


"으으윽! 큭!"


"하…"


경련하는 귀두에서 터져나온 백탁색 파도가 아르망의 손에 격돌해왔다. 위로 치켜뜬 눈을 한채 의자에서 무너져 흘러내리는 사령관을 내려다보며 아르망은 기어이, 아니, 드디어 저질러 버렸다고 자조에 가까운 후련함을 한껏 맛보며 짧은 탄식을 흘렸다.


"…폐하? 대답 하셔야지요?"


"…"


경련이 잦아들었지만 아직 움찔거리고 있는 귀두를 살짝 움켜쥐면서 아르망이 다시 입을 열었다.


"폐하?"


"……알았어."


아르망의 시선을 피하던 사령관이 몸을 일으켜 아르망을 바라보았다.


"네 옆에 남을게. 그러니 아르망. 떠나지 마…"


"…후, 후후. 후후후…"


이번엔 아르망이 사령관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 눈가에 그늘이 드리워진 아르망이 잠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다가 치마 속으로 손을 뻗어 검은색 속옷을 벗어 던지고서 뒤쪽의 나무 테이블로 걸어갔다.


"…폐하? 이걸 보시겠어요?"


다소곳이 치맛자락을 양 옆으로 들어올리니 희고 가는 그 다리에 빛을 받아 반짝이는 물줄기 하나가 곧은 선을 그리며 떨어지고 있었다.


"…그 말, 지금 증명해 주셔요."


잠시 머뭇거린 사령관이 한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한숨을 크게 한 번 내쉰 후, 결심을 굳힌 듯 성큼성큼 다가가 아르망의 앞에 섰다. 상기된 얼굴로 빤히 올려다보는 아르망의 앞에 무릎을 꿇자 사령관의 눈 앞에 어제와는 달리 너무나 선명히 보이는 비부가, 어제 막 소녀에서 여자가 된 이의 꿀을 흠뻑 머금은 앳된 성기가 있었다.


"앗…"


아르망의 허리와 둔부에 팔을 감고 입 쪽으로 끌어당긴 뒤 혀를 꺼내 그 촉촉한 균열에 가져다댄다. 음핵을 혀 끝으로 찌르고 굴리자 치맛자락을 잡아 들고 있던 손이 사령관의 머리채를 잡고서 떨려오기 시작한 두 다리를 지탱했다.


쯉-쮸우웁-


"아앗! 흐아아!"


"…아르망. 참아."


아르망의 둔부를 감고 있던 팔이 뒤쪽에서 부터 허벅지를 벌려왔다. 좀 더 잘보이게 된 균열의 더 안쪽으로 혀를 향한 사령관이 떨어지는 꿀방울들을 단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속도를 높혀 낼름거리면서 엉덩이 하나를 강하게 움켜잡았다.


"힉! 히윽! 아… 아앗! 폐하!"


"목소리… 커."


정말로 컸던 건 사령관을 사정시킬 때의 아르망의 절규 어린 목소리였지만 새어나오는 신음이 그보다 크게 들리는 것 같다고 착각해 버리는 것은 체념 끝에 차분해진 탓이리라. 사령관은 초점 없는 눈을 하고서 기계적으로 혓바닥을 낼름거리다가 엉덩이를 움켜잡은 손을 앞으로 되돌렸다. 그리고 아르망의 음핵 부분의 대음순에 가져가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활짝 벌리자 보다 잘 보이게 된 빳빳해진 음핵과 흠집 하나 없이 곱고 야들야들한 연분홍빛 소음순, 혀로 인한 자극에 못이겨 움찔거리는 질 입구가 사그러들었던 사령관의 하반신을 다시 한 번 충동질했다.


쮸우우웁!


"꺄아악! 폐하! 아아아앗!"


음핵과 소음순을 양껏 입에 머금고 쭈욱 빨아들이자 아르망은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질러댔다. 당장이라도 주저 앉을 것 같이 바르르 떨리는 무릎과 사령관의 혀로 부터 도망치기 위해 뒤로 빼려는 허리. 사령관은 어제 부터 경험 많은 여자인 척 구는 이 짓궃은 소녀에게 괴롭힌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확실히 알려주기 위해 쾌감에 겨운 저항 조차 제대로 할 수 없도록 허리를 감싸고 있던 팔에 가득 힘을 주어 아르망의 몸을 고정시켰다.


쯉! 쮸웁! 츄르르릅!


"아! 아앗! 흐아아앗! 싫어! 잠깐! 폐하! 폐하앗! 아아악!"


머리카락을 뽑아버릴 기세로 사령관의 머리채를 쥔 손이 꽉 쥐여오자 통증이 일었지만 그에 아랑곳 않고 사령관은 계속해 아르망의 음부를 탐하고 또 탐했다. 점막이란 점막은 모조리 핥아대고, 이빨을 세워 음핵을 가볍게 깨물고, 입술을 오므려 소음순을 물고서 옆으로 늘어뜨리고.


"히익…! 아! 흐윽! 읍!"


머리채를 붙잡던 손 하나를 입가에 가져가 새어나오는 신음을 겨우 막아보려고 했지만 사령관은 그 또한 용납하지 않았다. 신음을 죽이라고 몇 번이고 말해가며 음핵을 집요하게 괴롭히다가 허리를 더 당겨 질 입구를 잘보이게 만들었다. 아르망에게 쉴 틈을 단 일 초도 주기 싫었던 사령관은 더 넓게 대음순을 벌려 열고서 사정 없이 질 입구로 혀를 꽂아넣었다.


"히끅! 흡… 으읏… 흑…"


대음순을 벌렸던 손가락을 떼자 질 입구와 면한 육벽이 더욱 강하게 사령관의 혀를 조여왔다. 그를 노린 사령관이 신경을 집중해 혀를 빳빳히 세우고 조여오는 질 안의 사방을 돌려가며 혀로 밀어대기 시작했다.


"아아악! 하아! 폐햐! 앙! 폐하 잠깐만요! 아! 폐하! 싫어엇!"


계속 뒤로 도망가려는 아르망의 허리와 둔부를 막기 위해 골반을 양 손으로 움켜잡고 앞으로 당긴다. 머리채를 붙잡던 머리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사령관의 이마나 정수리, 귓가를 휘적이며 가벼운 생체기들을 내버리고 말았다.


피슉- 퓻- 퓻!


"흐아아…아아…아아아아…"


절정으로 인해 다리가 완전히 풀려버린 아르망이 주저 앉으려는 걸 억지로 서있게 만들고 경련하는 질에서 거칠게 혀를 뺀다. 그 뒤 다시 한 번 사정 봐주지 않고 집요하게 음핵을 핥으며 조금 아플 정도로 깨무니 이제는 비명에 가까운 신음도 못지르게 된 아르망이 애액을 폭포수 처럼 쏟아내며 상체를 기울여 사령관의 머리에 기대왔다.


"…"


일어선 사령관이 축 늘어져 몸을 가누지 못하는 아르망의 한 팔만 잡아끌고서 테이블로 밀었다. 바지를 벗어던지고 쓰러지듯 테이블 위에 누운 아르망의 골반을 잡아 자신의 음경을 조준하기 편한 위치와 자세로 조정한다. 머리에 썼던 아르망의 비레타와 몸에 걸쳤던 숄은 사령관의 혀로 절정하던 와중에 이미 벗겨진지 오래다. 사령관은 종아리를 잡고 밀어올려 아르망에게 양 팔로 자신의 오금을 잡고 다리를 고정하라 지시했다. 아르망이 풀어진 얼굴로 가쁜 신음을 내쉬며 자신의 오금을 잡고 다리를 활짝 벌린 상태로 유지하자 마침내 사령관의 귀두가 실룩거리는 아르망의 질 입구에 당장이라도 삼켜질 듯 바싹 밀착했다.


"아…하아…"


귀두로 아르망의 미끌거리는 연분홍빛 점막을 훑고서 음핵에 갖다대 툭툭 치거나 눌러대니 아르망은 더 이상 애태우지 말라며 시선만으로 사령관에게 말해왔다. 아주 조금이라도 아르망이 원하는대로 해주고 싶지 않던 사령관은 줄줄이 흘러나오는 애액에 범벅이 되가고 있는 자신의 귀두를 바라보며 엄지손가락을 아르망의 음핵에 가져가 문질렀다.


"그러고보니 아르망. 궁금한 게 있어."


"힉! 햐앗! 폐하! 빨리!"


고개를 일으켜 자신의 음부 쪽을 내려다보는 아르망의 얼굴로 음핵을 문지르던 엄지 손가락을 가져갔다. 아르망의 입술을 훑은 엄지 손가락은 입술 안으로 파고들어 아르망의 입꼬리와 혀를 눌러가며 타액이 새어나오도록 유도한다. 발음이 어눌해진 아르망이 계속 무어라 말했지만 사령관은 아랑곳 않고 아르망의 음핵 위에서 날뛰는 음경을 더욱 빠르게 왕복시켰다. 귀두의 밑부분에 걸리는 오돌토돌한 돌기의 감촉과 엄지를 휘감아오는 혀와 입술의 감촉을 맛보며 사령관이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아르망도 아우로라 같이 향기 모듈이 탑재 돼 있어?"


"에…? 우에에…? 햑! 아앙! 아녀! 햔기 머듈 업서엿…!"


"그래? 이상하네."


다리를 고정하던 아르망의 손에 힘이 풀려 자세를 유지할 수 없게 되자 사령관은 치맛자락을 가슴 쪽 까지 밀어올렸다. 훤히 드러난 하복부를 남은 한 손으로 쓰다듬고 꾹꾹 눌러가며 땀이 맺혀 작은 호수를 이루고 있는 배꼽에 손가락을 넣어 간지럽힌다.


"그럼 이 향은 설명이 안되는데."


아직도 코에 아른거리는 아르망의 깊은 향과 그 잡티 하나 없는 신체 곳곳에서 습기를 머금고 사령관을 엄습해오는 야릇한 냄새가 서서히 사령관의 이성을 물들여가고 있었다.   


"에으… 우아아…혜하아…빨리, 빨리잇…"


땀에 젖어 흐트러진 머리칼이 아르망의 얼굴 곳곳에 눌러붙었다. 입술에서 손을 떼고 이마를 부드럽게 훑어 머리카락을 정리해주자 아르망은 양 손으로 사령관의 하복부를 애타게 밀어대고 간질였다.


"빨리? 뭘?"


"…여기까지 와서, 지, 짓궃어요. 폐하."


"정말로 못알아 듣겠어. 제대로 말해 봐."


"하아… 하아…"


촉촉해진 눈을 한채 전신에 엄습하는 쾌감에 젖어 상기된 미소를 띄우고 있던 아르망이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사령관에게 말했다.


"폐하. 화나셨나요?"


제가 너무 짓궃게 굴었나요? 라고 덧붙인 아르망의 질 입구에 다시 귀두를 밀착시키자 아르망은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참지 못하고 좀 더 선명히 미소지었다. 사령관은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아르망에게 물었다.


"말 피하지마. 제대로 부탁 안하면 그만둘거야."


"주세요. 폐하의 그것을… 어제처럼, 가장 깊숙한 곳에…"


"안들려. 똑바로. 다시."


"…읏."


"그만둘까?"


"폐, 폐하의 그 우람한 성물로…! 아르망의 가장 깊숙하고 소중한 곳에 폐하의 성은을 가득 뿌려주세요!"


부끄러운 목소리로 더 부끄러운 표현을 통해 조른 아르망이었지만 그 표정만은 전혀 부끄러워 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어서 빨리 사령관의 음경이 자신의 음부를 비집고 들어오길 바라며 동그랗게 만 검지를 물고 잘근대는 아르망은 기대에 찬 미소로 사령관의 얼굴과 자신의 음부 쪽을 번갈아가며 보고있었다. 그 즐기는 듯한 모양새가 사령관에겐 영락없이 성을 탐하는 암컷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즈푸푸푹!


"아아앙!"


다리를 밀어올려 아르망의 오금에 팔을 걸쳐 지탱해준 다음, 바라는대로 절정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음부의 가장 안 쪽 까지 단숨에 음경을 때려박자 가볍게 허리가 튕겨오른다. 아르망의 질육에서는 어제와는 달리 아무런 저항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순식간에 파고들어 왔음에도 매끄럽게 사령관의 음경을 뿌리까지 전부 받아들인 아르망의 질 입구와 구불거리는 질벽이 실룩대며 사령관의 음경에게 빨리 움직이라 재촉했다.


둔부와 허리에 힘을 주고 좀 더 올리니 그에 맞춰 아르망의 양 다리도 보다 더 안쪽으로 꺾여들어간다. 이윽고 허리와 골반을 격돌시키기에 가장 좋은 구도가 그려지자 사령관은 음경을 천천히 빼내갔다. 아르망이 점점 쓸쓸하고 허전해져가는 음부로 인해 의아한 신음을 흘렸고 사령관은 그 때를 기다렸다는 듯 가득 채워지고 싶다는 아르망의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사정없이 가장 안 쪽에 음경을 연속해 충돌시켰다.


즈푹- 찔걱- 찔걱- 찔걱-


"히극! 하앗! 폐하! 이 자세 부끄러워요! 좀 더 차분히…!"


"…"


즈푹- 찔걱- 찔걱- 찌걱- 쯔북- 쥬푹-


"조, 조금만 살살…! 폐하! 찌부러져엇! 앙! 아앗! 아앙!"


어제보다 더욱 격한 것은 두 다리로 선 자세이기에 보다 힘차게 허리를 부딪힐 수 있어서 이기도 했지만 아르망의 비부 전체를 게걸스럽게 탐하는 그 고간에, 음경에 전해지는 쾌감에 반하는 듯한 감정이 서려 있는 탓이었다. 아르망이 이렇게나 무너지고 망가져 버린 것은 결국 자신의 탓이라는 자책과 체념. 그런 아르망의 애욕을 어쩔 수 없이 전부 받아내줘야 하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단념. 그리고, 풋풋한 향기를 뿜어내는 어린 육체와 평소라면 맛볼 수 없는 앳된 성기가 가져다주는 쾌감에 굴복하고 마는 것에 대한 자괴.

그 모든 감정을 담아 아르망에게 닿을 수 있는 가장 깊은 곳에, 달아오른 육체의 온도와 함께 음경을 이용해 쏟아내고자 한다. 잊기 위해서. 아르망을 위해서. 쾌감으로 쾌감을 덮어두기 위해서. 온 몸에서 튀어오르는 땀과 애액, 입을 통해 주고받는 타액이 사방으로 튀어오르는 사이 감정과 본능이 점점 사령관의 이성을 갉아먹는다. 아르망이라는 미육이 선사하는 달콤함이 가세하여 마침내 사령관의 이성을 모두 먹어치우자 허리의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해져간다. 

       

활짝 벌려졌던 다리가 오므려지고 쾌감에 의해 반사적으로 빳빳히 날을 세운 발등이 사령관의 둔부를 감싸왔다. 그에 응해 사령관이 상체를 숙이고 아르망에게 하나가 된 결합부 처럼 전신을 밀착시키자 엉덩이에서 기다렸던 다리가 사령관의 허리를 교차해 휘감았다. 머지않아 찾아올 절정에서 절대 도망치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아르망의 다리에 머리가 터져버릴 정도로 흥분한 사령관은 요도구를 타고 올라오기 시작한 사정감을 최대한 억누르며, 막 키스 했는데도 여전히 허전한지 혀를 낼름거려오는 아르망에게 입술을 바쳤다.


즈푹- 찔꺽- 찔걱- 쥬푹- 쯔북- 쥬푹-


"응…응후웁…츄웁…"


"아르망… 아르망…"


"앙! 앙! 아앙! 좀…더! 세게! 더 강하게 찔러주세요! 폐하!"


"윽… 아르…망! 크윽…"


"하앗…앗…가시려는거죠…? 가시려는거죠 폐하…?"


"크흑… 위… 위험해!"


"좋아요… 응… 폐하. 제게… 전부 주세요. 아르망에게… 폐하의 성은을 내려주세요… 아르망을… 절정시켜서 죽여주세요…!"


퍽 퍽 퍽 퍽 퍽 퍼억 퍽-


"나와! 윽! 이제 나와!"


"폐하! 폐하앗! 눈! 눈 피하시면 안되요!? 아앗! 앗! 눈 마주쳐 주세요! 폐핫!"


아르망의 양손이 쾌감에 겨워 사방으로 흔들리는 사령관의 얼굴을 잡고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아르망이 어떤 표정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일순 동공이 확장 된 사령관은 호흡이 흐트러져 결국 압축될 대로 압축된 사정감을 폭발시키고 말았다.


퓨웃! 퓨퓻-! 


"흐으윽! 아… 앗! 하악!  폐하가… 제 안에…"


"윽! 으윽! 크으…!"


절정의 순간까지 눈을 똑바로 마주친 두 남녀가 몸에서 힘을 빼고 몸을 포개었다. 서로의 얼굴을 감싸고 껴안은 두 남녀에게서 옅은 김이 솟아올랐고 자궁경부에 밀착한 귀두가 밀려나버릴 정도로 터져나온 정액이 아르망의 더 깊은 곳을 향하다 못해 결합부를 비집고 세어나왔다. 사령관은 하체에 내달리는 전류와 같은 쾌감에 겨워 맥동하는 음경에 맞춰 허리를 꾹꾹 눌러댔고 아르망은 힘이 빠져 반쯤 풀려버렸던 두 다리를 다시 사령관의 허리에 휘감아 그 움직임에 답해주었다.


이걸로 됐다고. 아르망은 생각한다. 사령관에게 자신이 진짜로 바란 것이 무엇이었는지 잠깐 잊었던 아르망은 엊그제 몸을 나누고 다시금 기억해냈다. 광장에서 했던 사령관의 떠나지 말라던 그 말. 그것은 아르망도 원해 마지 않는 것이었다. 사령관이 자신을 떠나지 말았으면 하는 것은 아르망도 같았다. 그리고 오늘, 사령관에게 확답을 받았다. 또 다시 어제 처럼, 사령관 본인이 내뱉었던 말을 이용해 사령관을 충동질하고 협박에 가깝게 몰아세워서. 이번에는 술에 의지 하지 않았다. 그러니 술 때문이었다는 변명도 불가능했다. 바이오로이드 된 이가 인간에게 가져야하는 사명감 따위 아무래도 좋았다. 죄악감? 없었다. 이 쾌감 앞에선 그 또한 아무래도 좋았다.  온 몸에서 느껴지는 이 끈적한 농밀함과 쾌감이야 말로 서로가 떨어지지 않기 위해 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도 분명한 방법이었다. 다른 방법이야 많았지만 하나 같이 피곤했고 시간을 잡아먹는 방법 일색이다. 지쳤다. 무리한 감정 소모 따위, 이제는 질색이었다.


그럼에도 아르망은 마음 한 켠에서 무언가 부서져 버린 것만 같은 감각이 쾌감 속에서 느껴졌고 그 느낌이 사령관에게서도 느껴진 것만 같았기에 그를 껴안은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슬슬 허리를 들어올려 음경을 빼내려는 사령관을 다리로 붙들고서 부숴버릴 듯이 껴안자 사령관은 다시 아르망에게 몸을 포개고 숨을 몰아쉰다. 그 호흡에 물결치는 목덜미 속 떨리는 목젖을 아르망은 입술에 머금고 어미의 젖을 찾는 아기고양이 처럼 빨아대었다. 




/





사령관을 따라 샤워실에 함께 들어갔던 아르망은 샤워를 하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사령관을 자극하고 유혹했다. 그 저돌적인 유혹의 결과, 두 번이나 더 사령관의 사정을 유도한 아르망은 더러워서는 안된다며 입을 이용해 요도구에 남은 정액까지 모조리 빨아마신 끝에야 제한시간 한 시간 짜리의 정사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모처럼 차려입었던 수단이 고작 몇 십분만에 다시 입을 수 없게 되자 아르망은 활동하기 용이하면서도 몸매가 잘 드러나는 옷으로 갈아입었다. 위 아래 모두 검은색인 옷을 입고 거울에 서서 다시 한 번 용모를 점검한 뒤, 오해를 피하겠다고 먼저 나선 사령관이 있을 해안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슬아슬하게 시간을 맞춰 해안가에 도착하자 보급대의 대원 몇몇과 사령관의 일행이 보트 앞에 모여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역시 인원 배분을 하는게 좋을 것 같아. 전부 다 몰려간 사이에 그 놈들이 쳐들어오면 낭패니까."


일행들을 돌아보며 말하던 사령관이 모습을 드러낸 아르망과 시선이 마주치자 잠시 말을 머뭇거린 뒤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유미와 나이트 앤젤은 고정이야. 통신기를 원활히 다룰 수 있는건 유미니까. 나이트 앤젤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럼 그 다음은…"


이상하게 움츠러든 샬럿을 발견한 사령관이 샬럿에게 말했다.


"뭔 일 있냐 샬럿?"


나이트 앤젤에게 메이의 소재를 물은 사령관이 홀로 상공경계를 하러 나갔다는 답변을 듣고서 다시 고개를 돌리자 샬럿이 한 발 사령관을 향해 나왔다.


"그… 폐하? 제가 이런 말씀을 올릴 자격은 예나 지금이나 없지만…"


"…?"


"가… 가능하다면, 저는 보급대를 사수하는 편이 좋을 듯 하여…"


몸을 배배꼬는 샬럿을 보며 아르망은 나지막이 아하, 하고 짧은 비웃음을 흘리고는 똑바로 사령관을 향해 다가갔다.


"뭐야? 왜 그래? 어디 몸이라도 안좋은거냐?"


"폐하. 그 곳에 있는 이가 누구라 하셨지요?"


사령관에게 미소지어 보인 아르망이 샬럿을 돌아보았다. 이전이라면 그 미소에서 따뜻함만이 느껴졌겠지만 이제는 농염하고 야릇한 것이 첨가되어 있는 것 같다고 느끼는 것은 착각이 아니었다. 사령관 본인이 그 끈적한 정사들을 과하게 의식하고 있어 어느 정도 비약이 있긴 했으나 아르망 자신이 일부러 미소 속에 그런 것을 담은 것도 사실이었다.


"닥터하고… 다크엘븐이지."


닥터라는 단어가 나오자 배배꼬던 샬럿이 몸을 바르르 떨기 시작했다. 그런 샬럿에게서 알만한 것을 짐작한 사령관은 아르망에게 고개를 돌렸다.


"일이 있었나 보군."


일이 있었나 보다, 라고 묻는 사령관에게 아르망이 우리 또한 일이 있지 않았냐는 눈웃음을 지어보이자 사령관은 급히 시선을 피했다.


"폐하께선 용서 하셨지만 그녀의 만행을 알고 있는 이들 중 용서가 가능한 자가 얼마나 있을까요."


딱히 용서한건 아니라고 속으로 생각한 사령관이 샬럿을 지켜본다.


"으으…"


"후훗… 닥터는 그 중에서도 눈에 띄지요. 샬럿 정도 되는 바이오로이드가 몸서리 칠 정도로요. 듣자하니 생전의 아스널 대장도 샬럿을 노렸었다고 해요. 폐하 곁에 있었으니 망정이죠. 한 번 쯤 그 몸뚱이로 폐하를 만족시켜 드려야 하는 건 아닌가 싶어요."


"…아르망?"


거친 말투와 함께 미묘한 웃음을 흘리는 아르망을 발키리가 의아하게 쳐다보고 사령관에게 말했다.


"각하. 그녀도 데려가시지요. 전투가 일어났었던 섬에 또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여차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대부분은 가장 전투력이 뛰어난 그녀가 나서야 할 일 일겁니다. "


발키리의 의견에 나이트 앤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다 업보잖아요. 저 여자 사정인거고. 써먹을 때가 있으면 써먹으셔야죠. 안그래요? 사령관님?"


"…그래. 맞는 말이야."


"그래요. 우리 대장은 이제 못 써 먹으니까요. 사령관님이 계실 때엔 나설 일이 없더니… 어쨌든 당신이 사령관 님을 지켜야 한단 소리. 알겠어요?"


"…알겠습니다. 무례를 용서하세요. 폐하."


꾸벅 고개를 숙이는 샬럿에게 상관없다 손을 올려 답했지만 지금이라도 샬럿에게 보급대를 사수하라 명할까 고민했다. 그 뛰어난 전투력은 방어전에서도 유효하니까. 함께 할 인원은 꽤 있고 나이트 앤젤과 섬의 표류자들에 의해 적이 제압될 정도라면 위험 요소가 있더라도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라 판단되었다. 그래도 부하들의 의견이 정론이고 다수인 이상 어쩔 수 없다. 사령관은 다시 인원을 선정하기 위해 일행을 돌아보았다.


"음… 늦어도 내일 안엔 돌아올테니까… 몽구스 팀은 홍련만 차출한다. 미호와 드라코는 늘 하던대로 섬 각지를 경계 하도록 해."


고개를 끄덕인 미호와 드라코가 홍련과 시선을 한 번 마주치고 등을 돌려 보급대로 향했다.


"아르망은 남…"


"폐하, 저는 먼저 보트에 오르지요."


말을 끊고 보트로 향하는 아르망을 사령관이 붙잡으려 했다. 


"잠깐…아르…"


"…저를 떨어뜨리려 하시다니, 섭섭해요. 폐하. …이 섭섭함은 나중에 전부 이자까지 쳐서 받을테니까요."


사령관을 지나쳐가며 속삭인 아르망이 보트의 계단을 터벅터벅 올라갔다. 

  

"…각하?"


눈썹을 찡그린 발키리가 사령관과 보트 너머로 사라져가는 아르망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사령관은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쪼그려앉아 기관단총을 매만지며 끙끙대고 있는 알비스에게 고개를 돌렸다.


"알비스는 보급대에 남아있도록 해."


"뭐!? 싫어! 나도 따라갈래!"


예상치 못한 사령관의 말에 급하게 일어서서 달려오려던 알비스가 제 발에 걸려 넘어지려 했다. 사령관은 제 빨리 알비스를 받아세웠다.


"여기 있어 이 녀석아. 다른 언니들 도와주고 있어. 늦어도 내일까지는 올꺼야."


"으에! 싫어! 나도 갈거야! 닥터 보고 싶어!"


"알비스."


무표정으로 돌아온 발키리가 잔뜩 목소리를 내리깔고 다가와 알비스를 내려다보았다.


"각하께서 내리신 지시입니다. 생떼 부리지 말고 따르세요."


"…으, 응. 미안해. 발키리 언니, 화내지 마."


"화난 건 아닙니다."


"휴우… 됐다. 발키리, 너도 남아."


사령관의 물음에 발키리는 골똘히 생각하다가 알비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뭐가 그럴 수가 없어야. 너 까지 따라오면 알비스가 걱정 할 거 아냐. 잠자코 남아. 네가 내일까지 지시해."


"…알겠습니다. 그럼 미호를 다시 부르죠. 유사시엔 저격수가 한명 쯤은 필요하실 겁니다."


"…그래. 그렇게 하자. 나이트 앤젤. 가서 미호를 불러 와. 그럼 이제 출발이군. 빠르면 오늘 안으로 올거니까 걱정말고 있어라. 알비스, 발키리 말 잘 듣고 있어."


"알았어. 사령관 님. 꼭 돌아와야 돼?"


알비스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자 알비스가 머리를 감싸며 주저앉았다.


"알았다. 미호 오면 바로 출발하지. 잘 지키고 있어라."


"각하, 무사하시길."




//



보트를 몰고 바다로 나온지 30분 쯤 지났을까. 가장 높은 곳에 앉아 스코프를 통해 사방을 둘러보고 있는 미호에게 사령관이 말했다.


"미호. 뭐가 좀 보여?"


"아뇨. 아직 섬이라고 할 만한 건 보이지 않아요. 조금 더 남은 것 같아요."


"그래. 고생해라."


"저기 사령관 님. 아니, 사령관."


"왜?"


주변의 눈치를 보다가 다가오라고 손짓한 미호에게 향한 사령관이 사다리에 매달려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자 쪼그려 앉은 미호가 다시 눈치를 살피고 품을 뒤적이더니 지포라이터 하나를 건네왔다.


"어!? 찾았는데 이걸 어디서…!"


"쉬잇…! 목소리 커!"


또 다시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손사래를 친 미호가 입가에 검지를 세웠다.


"어… 뭐야? 왜?"


"그… 있지. 통신실에서 주웠어. 집합 전에 들렀거든."


"뭣…! 너 설마!"


"쉿! 쉿! 목소리 크다니까!"


"본거냐…?"


"뭘 본 건 아니고… 그…아르망이랑 같이 나오는 건 봤어."


"아… 우리 나오고 나서…"


"뭐 그 흔적을 보면 알기 싫어도 알 수 밖에 없지만… 비밀인거지?"


"그, 그래. 비밀로 해 줘. 부탁이다."


활짝 웃어보인 미호의 입가에서 이빨 하나가 삐져나왔다. 언젠가 봤던 광경이었는가 생각한 사령관은 빤히 미호를 바라보며 다시 한 번 시선으로 부탁했다.


"걱정 마. 따로 물어보고 싶은 건 있는데 내가 그럴 입장도 아니고… 한가하게 그럴 때도 아니니까. 자자, 어서 돌아가."


"고생해라. 뭐 보이면 바로 보고하고."


보트의 좌석들을 지나쳐 후미로 향한 사령관은 미호가 찾아준 지포라이터를 튕기다가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보급대가 있던 섬은 이제 보이지 않는 거리까지 나오자 망망대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의 풍경이 펼쳐졌고 그 풍경에 사령관은 한 때엔 육지보다 바다를 거니는 시간이 더 많았다며 혼잣말을 하고는 깊게 한 모금, 두 모금을 말 없이 흡입해갔다. 설마, 내가 없는 사이 보급대에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겠지. 발키리가 알아서 잘 하겠지. 그 놈들이 쳐들어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혹시모를 변고가 알비스에게 생기지는 않겠지. 그런 쓸데없는 생각들이 알비스에게 까지 미치자 사령관을 고개를 휘젓고 반 쯤 피운 담배를 보트가 일으키는 물보라 속에 던져넣었다. 피어오르는 불안감을 가볍게 기지개를 켜는 것과 함께 날리고서 사령관은 자동운전 기능이 있다는 걸 알고난 이후에는 딱히 들를 일이 없어진 조타실로 향하고자 했다.


"폐하."


"아, 아르망!"


등을 돌리자 어느샌가 다가와 있던 아르망이 사령관을 빤히 올려다 보고 있었다. 딱히 가로막은 것은 아니겠지만 놀라버린 탓에 아르망을 지나쳐 간다는 생각을 할 수 없게 된 사령관이 슬금슬금 뒷걸음질 하며 급하게 주변 눈치를 살폈다.


"흐으응…?"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천천히 옆으로 기울여가는 아르망을 제대로 마주 볼 수 조차 없었던 사령관은 그 이유를 자기자신에게 되물어가면서 다시 등을 돌려 시선을 바다로 향했다.


"…"


"폐하."


사령관의 옆에 다가와 나란히 선 아르망이 똑같이 바다를 바라보며 사령관에게 물었다.


"왜 피하시는 거죠?"


"어? 피한다니, 아니야. 그런 거 아냐."


"피하셨잖아요. 놀라기까지 하시고. 제가 싫으신가요?"


"아니… 그… 인기척을 못느꼈으니까. 내가 아니더라도 누구라도 놀라지 않았을까…"


그럴 듯한 변명을 하는 사령관이었지만 아르망은 신경쓰지 않고 사령관에게 몸을 돌려 천천히 다가갔다.


"폐하."


"어, 어. 왜? 아르망."


"섹스 할까요?"


아르망의 돌발적인 물음에 사령관은 입에 머금은 것이 아무것도 없었음에도 제 타액에 사래가 들려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켁…켁켁! 무, 뭐!?"


"…뭘 그리 호들갑이신지요?"


방금보다도 더욱 가늘게 뜬 눈과 무표정이 차갑게 마저 느껴진 사령관은 더 뒷걸음질 쳐 아르망에게서 멀어지고자 했으나 아르망은 사령관의 걸음에 맞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서 서서히 다가왔다.


"방금… 뭐라고 했어?"


"지금 여기서 섹스 하자고 여쭤봤답니다."


망설임 없이 대답해오는 아르망에게 질겁한 사령관은 떨리는 눈으로 아르망을 내려다보았다. 사령관의 바로 앞에 도달한 아르망은 한치 흔들림도 없이 빤히 올려다보면서 검지를 꼿꼿히 세워 사령관의 흉부에 갖다대고 아래를 향해 천천히 선을 그리며 움직여갔다.


"자, 잠깐… 아르망!"


"네? 폐하? 할래요? 섹스 하실래요? 해요. 우리 지금 당장 여기서 섹스해요."


뒤로는 안해봤으니까 뒤에서 해주세요. 라며 입고 있는 바지춤에 손을 대고 내리려는 아르망을 다급히 말린 사령관이 당혹스러움에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아르망에게 외쳤다.


"아르망! 때와 장소를 좀 가려! 이건 진짜 아니잖아!"


"뭐가 아닌가요? 저 지금 섹스하고 싶답니다. 또 하고 싶어졌어요"


"한지 얼마나 됐다고… 제발, 아르망. 안한다고는 안 할게. 적어도 돌아가면 그 때 하자. 응?"


"우리 섹스 한지 벌써 한시간도 넘었지 않나요? 빨리 제 안을 가득 채워주세요. 폐하… 보지가 근질거리고 쓸쓸해서 못참겠어요."


이제는 추잡한 단어를 서슴없이 내뱉는 아르망이 까치발을 들고서 입술을 실룩거리며 얼굴을 내밀어온다. 아르망의 양 손에 가슴의 옷자락을 붙들려 옴짝달싹 못하게 된 사령관은 눈을 질끈감고 시선을 피했다.


"…풉."


"…어?"


고개를 숙이고 입가를 가려 쿡쿡 웃는 아르망이 사령관의 고간에 손바닥을 갖다 대었다.


슥- 스윽-


"폐하. 귀여우셔. 후후… 장난이었답니다."


"윽… 너 진짜!"


고간을 꽉 쥐여잡아 성을 내려는 사령관을 꼼짝 못하게 하고 사령관의 손가락을 잡아 하나하나 쪽쪽 빨아낸 아르망이 등을 돌려 보트의 좌석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폐하."


"…또 왜."


멈춰선 아르망이 고개만 옆으로 돌려 사령관을 보고 말했다. 


"우리 이러니까 마치 연인 같지요? 그렇게 생각 하지 않으신가요?"


"그만 해."


혀를 빼꼼 내민 아르망이 눈웃음을 한 번 지어보이고 다시 사령관에게 등을 돌려 걸어갔다. 사령관은 장난이 도를 넘었다고 생각했으나 이미 도를 넘었던건 장난 만이 아니었기에, 그리고 그것을 온전히 감당 할 수 밖에 없는 자기 자신을 생각하니 탄식어린 한숨이 절로 나오고 말았다.


    

   



///




"정말로 호라이즌의 전함이잖아…"


거대한 전함에 새겨져있는 호라이즌의 마크를 바라보며 사령관이 말했다. 흰색 마크 곳곳에 검은 색 탄흔이 새겨져 있는 것을 봄으로써 그녀들이 맞이했던 폭풍의 편린 만이라도 직접 마주하게 된 사령관은 입가에 감돌기 시작한 씁쓸함을 씁쓸함으로 덮고자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무인도는 하나가 아니었다. 막 정찰을 자세히 끝낸 나이트 앤젤의 말로는 무인도는 총 세 개로 서로가 접해있으며 발이 물에 젖는 걸 감수한다면 걸어서도 오갈 수 있다고 한다. 그 섬의 하나에 고개를 쳐박고 있는 호라이즌 함선에는 당연하게도 그 마크에만 탄흔이 있던게 아니었다. 더하여 군데군데 그을린 곳도 있었고 찌그러지고 움푹파여 내부가 훤히 드러나 보이는 곳도 있었다. 담배 연기를 뿜으며 그 함선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자 홍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령관 님. 하선 준비가 완료 되었습니다."


"그래. 바로 가자."


계단을 통해 내려와 다시 함선을 바라보자 선수 방향이 생각보다 깊게 모래사장을 침범하고 있었다. 용을 막 맞이했을 무렵이나 대규모 전투에 함대를 투입했던 몇 번을 제외하고는 함선에 올랐던 적이 없기에 체감이 잘 안되었지만 이렇게 올려다보니 앞 뒤로 걸어서 왕복하려면 수십분은 걸리겠다고 생각 될 만한 전장이었고 전고는 두 말 할 필요도 없었다. 


"사령관 님. 경계할 만한 위험요소는 없고 생존자들은 왼쪽으로 돌면 바로 있어요. 지금 달려오고 있으니까 금방 만날거에요."


상공에서 내려온 나이트 앤젤의 보고에 사령관은 몸을 돌려 걸음을 빨리했다. 


나이트 앤젤이 일러준 방향으로 몇 분 정도 걷자 멀리 보이는 위치에서 두 개의 실루엣이 빠르게 달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실루엣을 눈에 담으며 좀 더 걸음을 빨리해 다가가니 슬슬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오빠! 오빠!!"


"뛰지 마. 넘어질라."


"오빠아!!"


울먹이는 소리로 연신 오빠를 외쳐댄 닥터가 마침내 사령관의 바로 앞까지 당도하자 온 힘을 다해 뛰어들어 품에 안겼다. 무인도 한가운데서 헤진 가운을 제외하면 그다지 이상이 없어보이는 걸 놀랍고도 다행스럽게 여긴 사령관은 닥터의 머리를 껴안고 쓰다듬어 주면서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네. 무사해서 다행이야 닥터."


"오빠! 정말로 살아 있었어! 나이트 앤젤 언니가 거짓말을 한게 아니었어!"


엉엉 울기 시작한 닥터를 달래주며 고개를 돌리자 다크엘븐이 눈물 맺힌 얼굴로 쭈뼛거리며 어렵사리 사령관과 시선을 맞췄다.


"다크엘븐도 무사해서 다행이야. 네가 줬던 그 서적 때문에 나도 무사했어."


이제는 언제 줬었는지도 잘 기억이 안나는 그 서적은 건네면서도 분명 사령관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할거라 생각했던 물건이었지만 사령관은 떠난 뒤 그 서적에 의지했다. 그것을 알아차린 다크엘븐이 숨죽여 울면서 사령관에게 다가와 포옹했다. 양 손으로 닥터와 다크엘븐 모두를 토닥이면서 고개를 돌리자 나이트 앤젤이 어깨를 으쓱하며 주변 경계나 하겠다고 공중으로 날아올라 조금 떨어진 거리까지 멀어졌다. 한동안 들썩이던 둘을 토닥여주자 울음기가 가신 닥터가 마침내 해맑게 미소지어 보이고 사령관에게 말했다.


"오빠. 정말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그럼. 난 잘 지냈지. 닥터는 어때? 어디 아픈 곳 없어?"


"난 문제 없지! 내가 오빠보다 더 튼튼할 걸?"


에헤헤 하고 배시시 웃은 닥터가 다크엘븐을 돌아보았다.


"다크엘븐 언니 덕에 굶은 적도 없어. 전함에 비축된 식량도 있었고. 나갈 수가 없었던 것 뿐이야."


나갈 수가 없었다라. 사령관은 오히려 그 편이 다행이었다 여기고 다크엘븐을 바라보았다. 말 없이 고개를 끄덕여온 다크엘븐에게 똑같이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닥터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제 나랑 같이 나가자. 알비스가 많이 보고싶어 해."


"알비스!? 그 알비스!? 무사했어?"


"그래. 내가 발견 했었거든. 보호하고 있었지."


"고마워! 오빠, 정말 고마워! 오빠 마음 고생 심했을텐데… 거둬줘서 고마워…"


알비스가 무사한 것이 제 일인 양 거듭 감사해오는 닥터가 기특해 사령관은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 주었다.


"다크엘븐. 엘븐이랑 세레스티아는 어떻게 됐어?"


내 물음에 다크엘븐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다…당신이 떠… 그렇게 되고나서…  몇몇을 데리고 요정마을로 돌아갔어. 그 뒤론… 연락 된 적이 없고."


"…그래."


"바깥은 좀 어때? 좀 진정이 됐어? 전함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그래도 꽤 있었을 거야."


"…나가서 얘기해줄게."


"…아, 아니야. 괜찮아. 말하기 힘들면 안해줘도 돼. 당신이 무사한게 제일이니까."


사령관의 반응에 나름대로 짐작되는 구석이 있었는지 다크엘븐은 손사래를 치고 시선을 돌려 사령관의 뒤편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자들은… 당신 일행이야?"


사령관이 뒤를 돌아보니 멀지 않은 거리에서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일행들이 보였다.


"맞아. 다 나름대로 각지에서 생존해온 녀석들이야."


"……오빠."


자신의 목에 두른 사령관의 팔을 양 손으로 꼭 끌어안으며 닥터가 말했다.


"……저거 뭐야?"


"어? 저거?"


"저기 오는 거 뭐냐고."


해맑았던 닥터의 얼굴이 얼음 같이 차가운 무표정으로 변했는가 싶더니 일순 동공이 확장되면서 눈을 희번덕 거리고 있었다. 사령관의 팔에서 떨림이 느껴졌고 그 떨림의 근원인 닥터가 점점 눈으로도 확인이 가능할 정도로 전신을 떨어대더니 경기를 일으킨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몸을 가만히 두지 못했다. 


"닥터. 닥터! 잠깐만! 갑자기 왜그래!? 어디 안좋아? 다크엘븐! 닥터가 갑자기 왜이러는거야!?"


사령관과 마찬가지로 당혹스러워 하는 다크엘븐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닥터에게 다가가 양 어깨에 손을 올리고 진정시키고자 했다.


"닥터. 언니 봐. 진정해."


"으…으으…으으으으…"


경직된 얼굴을 억지로 일그러뜨린 것 같은 표정의 닥터가 입에서 침이 새어나오고 있는데도 그것을 자각하지 못하고서 더욱 심하게 몸을 떨어댄다. 사령관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고 떨림을 진정시키고자 양 팔로 닥터를 껴안았다.   


"닥터! 진정해! 위험한 건 아무것도 없어!"


"오빠."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떨림을 멈춘 닥터가 그 기괴한 표정을 유지한채 사령관을 올려다보았다.


"이거 놔."


사령관의 양 팔을 뿌리친 닥터가 갑자기 등을 돌려 다가왔던 방향 그대로 온 힘을 다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폐하?"


일행들과 함께 다가온 아르망이 멀어져가는 닥터를 바라보고서 의아한 표정으로 사령관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으셨나요? 닥터는 어딜 가는 거죠?"


"모르겠어. 이럴 때가 아냐. 닥터를 쫓아야 해. 샬럿. 너만 따…"


따라오라고 말하려는 순간, 사령관은 닥터가 경기를 일으킨 원인을 뒤늦게 짐작하고서 닥터가 있던 방향을 바라보았다. 시야에 함께 잡힌 다크엘븐의 얼굴이 샬럿을 본 순간 경악으로 일그러지는 것을 확인한 사령관은 짐작을 확신으로 바꾼 뒤 일행들에게 말했다.


"혼자 간다. 따라오지 마. 너희 모두 대기하고 있어."


"하지만 폐…"


"대기 해!"


해후의 기쁨에 잊고 말았다. 닥터가 샬럿에게 품은 감정이 마냥 험악하다고 표현할 만한 수준이 아닐 것이란 것을. 그렇다 하더라도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아르망의 말을 끊고 사령관은 닥터가 향한 방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몇 초 지나지 않아, 육중한 기계음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닥터가 자신을 확인하고 다급히 달리던 것을 멈춘 사령관에게 섬이 떠나가라 소리쳤다.


"오빠!!! 비켜!!!"


라는 외침과 함께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투사체 하나가 꼬리에서 불꽃을 뿜으며 사령관이 있는 방향으로 곧장 날아왔다.


"피해!"


사령관이 옆으로 몸을 구르고 난 직후 후방에서 작은 폭발음이 일었다. 급히 뒤를 돌아보니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사령관은 다시 닥터와 나란히 마주보는 위치에서 내달리기 시작했다.


"닥터! 멈춰! 그만해!"


"오빠!! 부탁인데 명령 하지마!!! 빨리 거기서 비켜!!"


"하지 마! 닥터! 진정 해! 내 말을 들어!"


닥터가 탑승한 타이탄이 다리를 벌려 자세를 낮췄다. 계산을 끝낸 닥터가 어깨에 있는 로켓런처를 조작해 아슬하게 사령관을 비껴갈 각도로 맞춘 뒤 일제히 로켓을 발사시키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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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ㅇ 또 왔습니다. 


이번에도 질펀하게 야스 했습니다. 사실 아르망 괴롭히는 거라 좋은 건 아니긴 한데… 묘사가 없더라도 사령관은 앞으로도 계속 야스 하게 될 예정임.


사실 제가 야설이나 섹스씬 쓰는 건 처음이에요. 애초에 팬픽 활동하는게 이번이 처음이지만… 보시고 조금이라도 꼴리신다면 모르겠는데 처음이다 보니 저조차도 만족스럽게 쓴 건가 잘 모르겠어요. 자괴감 드는 건 덤이고요. 특히 신음소리 적을 때 자괴감 장난 아닙니다. 야설 쓰시는 분들 정말 존경합니다.


이제 진짜 후반 파트에요. 처음엔 많아야 15편 구상했는데 멸망물을 겸해서 후회할 만한 일을 겪은 뒤를 더 묘사해보고 싶은 욕심이 들어 어느새 24편까지 왔습니다. 재밌게 읽어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어떻게든 계속 쓰게 될 거 같긴 합니다.


그럼 나중에 또 올게요 개추 리플 환영이구요 재밌게 읽어주세염


그럼 ㅂ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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