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날씨 36도.

무더운 여름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만 상쾌한 여름 이미지는 포카리 스웨트에서나 찾으시고 밖에 나가는 순간 몸이 익는 경험을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는 지옥과 같은 여름.

매미도 익어버렸는지, 소리도 들리지 않으며 모기들도 이 날씨에 활동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인가, 미라에게 피를 빠는 것은 모기조차 아니다 싶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한 여인이 절규하고 있다.


"에어컨이 왜? 왜 안될까? 야, 정신 차려봐 씨발!!!"

"여보세요? 네 사장님~"

"네? 아니... 네? 일주일... 이요?!"

"...진짜요?"

"......끄아아아..."


옆 방에서 쿵쿵거리는 소리.


"뭐 이 씨발 새끼야!!!"

[이 미친년이 방 혼자 쓰나!]

"혼자 쓰지 나랑 같이쓰냐?"

[말 다했나 씨발년이]

"말은 제주도가서 찾던가 애미뒤진 새끼야!"


잠시 후, 자신의 문을 벌컥 연 한 남자.


"야 이 씨발년아!ㅇ아ㅏㅏㅏ 와 뭐야, 더워."

"드루와."

"니가 나와."

"드루와!!!"

"비겁하게 거기 있지말고 나와라."

"드루와!!!!!"


숯없는 숯가마의 디아블로 틋녀.

살 찐 남성은 저 지옥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열기에 뒷걸음질쳤고 그 안에는 위풍당당한 틋녀가 존재한다.

모든 고시원이 그렇지 않다만 비좁고 아주 싼 이 곳엔 빌런들이 존재했고, 돈 없는 이 여인도 빌런들 사이에서 빌런이 되었다.


첫번째 빌런.

자신을 노려보며 포효하는 돼지새끼.

속에 화가 많은지 아무에게나 지랄은 하고 자신이 만만한지 자꾸 시비거는 새끼.

가끔 때리려는 시늉을 하지만 이젠 틋녀도 적응했다.


"나와 씨발년아!! 전구 깨버리기전에!!!"

"전구 사오는 김에 형광등도 하나 사와라 꼭. 복도 침침한게 기분 나쁘더라."

"아가씨... 전세 냈나? 여기서 왜 소리를 질러요~"

"고려장하기전에 꺼져요, 송장 새끼야."

"...? 뭐라고?"


두번째 빌런.

그런 나를 또 만만하게 보고 무슨 일이 터져도 내 편은 안 들어주는 할배새끼.

저 돼지새끼를 보면 설설 기면서 나한테는 조곤조곤 착한말 하는 척하면서 가스라이팅 시전하려고 드는 것이 같잖지만 유교 국가에서 자란 틋녀가 예예 하고 넘어가니 예스걸로 보이는지 가끔 별 볼일없는 트집 잡으면서 잔소리한다.

만 이젠 참지 않는다.


"붕대 감아서 집어던지면 미라 최적화네."

"학생, 지금 그게 어른한테 할 소리야! 어!"

"어른은 씨벌~ 나 버스 탈 때 꼭 청소년 요금 내게 해줘라?"

"저저저!!"


문이 열리는 소리.

그리고 빼꼼하는 효과음을 지 입으로 내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


세번째 빌런.

음침맨.

나를 볼때마다 음흉하게 중얼거린다.

저 새끼는 나 보고 딸칠 거같이 생겼다.

예전에 발기한채로 나한테 말 걸었어 개애새끼가 진짜...


"뭘봐 확!"

"..."


틋녀는 커터칼을 들고 밖으로 뚜벅뚜벅 나오고 큰 소란이 벌어졌다.


"뒤져 개새끼들아!! 뒤져!!! 죽어 씨발!!!!"

"칼!! 칼!!!"

"나 매일 때리려고 하고! 넌 지랄하고! 넌 씨발 부랄 짤라버릴거야!!! 아아아아아아악!!!"


경찰차를 탔고, 파출소로 연행되었다.


"어, 여기 시원해."

"학생. 왜 그랬어."

"아저씨, 여기 좀 좋은데 혹시 경비 안 필요해요? 진짜 콕 박혀있을게. 아무것도 안하고! 혹시 와이파이 있어요?"


빌런 틋녀.

마참네 개념 상실했다.


"와... 일주일동안 지랄하면 일주일동안 여기 있을 수 있는건가? 개이득인데?"

"학생! 여기가 호텔인줄 알아?! 얼른 그거 써! 왜 칼을 휘둘렀고 욕했는지!"

"썻잖아요."


[에어컨이 망가짐.]


"와 진짜, 뭐 이런 인간이 다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