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꺄아~ 죠죠가 나한테 대답해줬어!"


"뭐? 나한테 대답한거거든!"


"시끄러! 이 호박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체, 어떤 콩깍지가 눈에 씌어야 저런 사자후를 듣고 황홀해할 수 있는 것인지를.

그것이 여고생의, 일본의, 80년대의... 소년만화 속의 인물이라는 조건이라면, 어느정도 통용되기도 하겠다만.


적어도 나는 아니다.


위의 조건들 중, 그 어떤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 인물이었으니까.


'실제로 보니 더...'


컸다.

프로 농구 선수라 해도 믿을 만큼, 그의 키는 지금의 내 키에 머리 두 개는 더한 듯한 크기.


보기만 해도 절로 기묘해지는 저 복장은 또 어떻고.

만화 속 일러스트로만 보았을 땐 개성있는 악세사리처럼 보였으나, 도통 이 세계의 사람들은 왜 저런 복장을 지적하지 않는 지 이상할 따름이었다.


쿠죠 죠타로.


80년대부터 연재를 시작해, 약 40여년간 시리즈를 지속해오며,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일본의 소년만화.


죠죠의 기묘한 모험.


죠스타 가문의 사람들에게 얽힌 기묘한 이야기들을, 시대순에 따라 풀어나가는 로드코믹스.


쿠죠 죠타로라 함은, 시리즈 중 가장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파트, 제 3부의 주인공을 일컫는 이름이었다.


내 앞의 사내. 

눈대중으로 보아도 그의 키는 190을 훌쩍 넘기는 듯 하였다.

괴상하게 개량한 교복을 당당하게 입고 다닌다.


'쿠죠 죠타로를 실물로 보는 건 그래도 꽤 좋은 일일지도...'


전생에서 진성 죠죠러였던 나는, 이 세계관에 환생했다.

3부의 프롤로그... 아니,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 그저 지나가는 여고생 엑스트라 중 한 명으로.



만일 이 세계관이 영화나 드라마였다면, 나는 엔딩 크레딧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할 것이다.


그정도로 존재감이 없는, 엑스트라 중의 엑스트라.


그저 죠타로의 대외평판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작가가 편의상으로 집어넣은 여고생 캐릭터 중 한 명.


16여 권의 단행본 중 1~2컷이나 등장할까만한, 그런 인물.


'이런 세계관에서, 이런 캐릭터로 전생해서 대체 뭘 하겠다고...'


작금의 상황을 되새김질하곤, 궁시렁거리며 죠타로와 다른 여고생들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것은, 학교로 향하는 길목.

그 한 가운데에 위치한, 매우 높은 계단.


'계단...'


순간,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생각이 하나 있었다.

10년지기 죠죠러의 직감이, '고고고고고고' 하게 뇌를 강타했다.

뭐라 망설일 틈도 없이, 무의식적으로 앞의 사내를 향해 소리쳤다.


"죠타로! 계단!!"


"아니?!"


곧이어, 사내의 한 쪽 다리에서 선혈이 솟아올랐다.

그는 중심을 잃고 계단 밑으로 굴러 떨어질 뻔 하였으나, 찰나의 순간 내 외침에 흠칫, 반응 한 덕에 가까스로 주위의 나뭇가지를 잡아 그대로 굴러떨어지는 참사는 피한듯 하였다.


계단에서 어느 정도 구르긴 하였으나, 죠죠 세계관에서 저정도 부상은 침바르면 나을 수준. 그것을 증명하듯, 바닥에 굴러 떨어진 그는 곧이어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


그가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본능적으로 계단 근처를 살폈다.


"허..."


다소 민망한 색상으로 머리를 염색한 채, 죠타로와 견줄만한 기묘한 형태의 교복을 입은 사내가 어디선가 나타났다.


그는 묘한 표정으로 계단 위의 나를 지그시 응시하더니, 이내 고개를 돌리곤 밑으로 굴러 떨어진 죠타로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카쿄인 노리야키...'


10년 동안 죠죠를 읽어오면, 기묘한 능력을 얻을 수 있다.

바로, 인물의 외형과 복장만 보아도 그가 적인지, 아군인지.

스탠드술사인지, 아닌지. 인물의 모든것을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는 능력.


그런 관점에서, 갑자기 나타난 저 사내는 아주 잘 부합했다.

'스탠드술사'와, '아군'의 특징에.


카쿄인 노리야키.


제 3부. 스타더스트 크루세이더즈의 주요 인물이자, 주인공 쿠죠 죠타로의 절친이자 동료. 물론 스탠드술사다.


원작을 모두 읽어, 세세한 설정에 대해 전부 알고 있는 나는, 그가 왜 죠타로를 공격했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는 현재, 3부의 최종보스, 디오에 의해 조종당하는 상태.

이후 죠타로와의 전투에서 패배후, 세뇌가 풀린 뒤 동료가 되는 인물이다.


달리 말하자면, 지금의 그는 악당이나 다름 없다는 것.


"......"


그리고 그것을 아주 잘 증명하듯,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계단 위의 나를 올려다 보았다.


'...아무래도 처음부터 찍힌 것 같은데.'


카쿄인 노리야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캐릭터의 직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은 분명 좋아할 일이었다.


단지, 지금의 내가 직접 이 세계관에 들어와있고, 지금의 그가 잔혹한 악당이라는 점만을 제외한다면.



*



"이건 죠죠, 네 책임이다. 네가 자초한 일이다. 전부, 네가 망쳤다."


정확히 말하면 나의 탓도 어느정도 있는 것 같긴 하다만...


"이 여자아이는 너 때문에 죽는 거다, 쿠죠 죠타로."


"네놈..."


죠죠러로써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대체 어떻게 놓칠수가 있겠는가. 초반부의 대표적인 명장면, 카쿄인과 죠타로의 전투씬을.


그래서 몰래 양호실로 찾아왔다.

다리의 부상으로 인해 양호실에 도착한 죠타로가, 그곳에서 카쿄인을 다시 만나 전투를 치르니.


물론... 약간의 차질이 생겼다.

카쿄인은 문 밖에서 살짝 고개를 내민 나를 곧바로 포착했고, 자신의 스탠드를 이용해 나를 휘감아 인질류 잡았다.


'빌어먹을. 생각보다 기분나빠...'


그의 스탠드, 하이에로펀트 그린에 붙잡히는 것은 내 생각만큼 경험해볼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나를 공격할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나는 눈 앞의 저 사내의 분노를 감당할 수 있을만큼 정신력이 뛰어나지 않다.


"악이란, 자신만을 위해 약자를 짓밟고 이용하는 놈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그것도 여자들을!!"


절로 가슴이 떨려오는 명대사가 내 코 앞에서 읊조려지고 있었지만, 나는 그것에 신경 쓸 따름이 아니었다.


"따라서ㅡ 내가 심판한다!"


"에메랄드 스플래쉬!"


장엄한 대사가 한차례 공간을 휩쓴 후ㅡ 나를 붙잡고 있던 카쿄인의 스탠드, 하이에로펀트 그린이 그 트레이드 마크인 공격을 죠타로를 향해 퍼부었다.


"오라아ㅡ!!"


물론, 세계관 최강자급의 그 스탠드는... 가볍게 날아오는 에메랄드를 주먹으로 튕겨내곤.


"이럴수가!"


그 무시무시한 파괴력의 주먹은, 그대로 나와 카쿄인의 스탠드를 향해 날아왔다.


"히익...!"


KTX와도 맞먹을 만한 속도를 지닌 주먹이 나를 향해 날아오자, 뇌의 척수반사로 인해 나는 본능적으로 상체를 숙였다.


"끅, 크아아악!"


물론, 그것을 피하지 못한 카쿄인은ㅡ 인간이 저렇게 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죠타로에게 얻어맞기 시작했다.


"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아아아!!!!"


죠죠시리즈를 관통하는, 세기의 명대사가 내 고막을 한차례 강타하고 난 후...


"끄아아아악!"


카쿄인의 새된 비명소리와 함께 상황이 끝났음을 안 나는, 슬며시 고개를 들어보았다.


"어이, 너..."


그리고 그 앞엔, 쿠죠 죠타로.


"내 뒤의 이것... 이 형상이 보이는 거냐?"


만화에 묘사한 형상과 똑닮은ㅡ 그의 스탠드, 스타 플래티나가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오랜만에 글 써보니 잼있는걸

나중에 여유가 되면 죠죠 패러디도 한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