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히히히히히...."

 역체감이라고 하던가. 매일 빈둥거리는 삶을 살다가 스펙타클한 일을 겪고 나니, 평소의 느긋한 삶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서 뒹굴귕굴하고 유튜브 보고 소설 읽고 만화 볼 거야!"

 그러기 위해 미리 과자도 챙겼지!


"...오빠. 설마 하루종일 침대에 있을 작정은 아니지?"

 엥, 나를 뭘로 보는 거야 대체.

"당연히 아니지. 응응. 화장실 갈 때랑 게임 할 때는 일어날 거야."

"그게 하루종일 누워있겠다는거잖아!"

"에이~ 아무튼 하루 '종일'은 아니지."

 내가 신생아도 아니고. 하루 종일은 못 누워 있는다. 그러려면 기저귀 차야 되잖아.


 침대에 자리를 잡고 이불을 세팅하고 있었더니, 하윤이가 고뇌하는 듯 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후후, 그래봐야 나는 바뀌지 않는다구?


"안되겠어. 오빠. 오늘 외출 안 하면 과자도 인터넷도 없어!"

 엑.

"그... 다, 다시 한번만 생각해보자. 우리 말로 해결하자. 응?"

 히키코모리 백수 n년차에게 연속 강제 외출이라니. 게다가 나가지 않으면 인터넷을 끊겠다고? 아아, 이게 정녕 인간이 할 짓인가.

 어쩔 수 없나. 궁극기, 애처로운 눈으로 쳐다보기!

"그런 눈으로 봐도 안 돼."

 에에에엣....



 ...그런 이유로, 지금 밖에 나와 있습니다.

 입고 있던 옷도 강제로 어릴 적 하윤이의 옷으로 갈아입혀지고...
 아, 오해의 여지가 있어 설명하지만 하윤이가 강제로 나를 벗겼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악마와 같은 협박에 이기지 못했을 뿐...

 으으으, 남자일 적의 옷을 못 입게 하다니. 신체적으로 거세된 나를 정신적으로도 거세할 셈인가?


"그렇게 입 삐쭉거리지 마. 오빠를 위해서 나온 거니까."

"엥? 나를 위해서?"

"그래. 오빠가 여자애가 됐으니, 옷도 새로 사야지."


 크윽, 선의를 가지고 말하는 모습을 보니 도저히 거부할 수가 없다. 그래도 미리 말했으면 마음의 결심을 하고 나왔을 텐데.

"미리 말하지 그랬어."

"옷 사러 가자고 미리 말하면 오빠 절~대 안 나올 거잖아?"

"그건 그러네...."


 히키코모리는 연약한 도마뱀과 같아서, 강제로 끌려가는 것 만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마는 것이다.

 그러면 도마뱀은 자기 꼬리를 잘라서라도 그 상황을 회피하려 한다. 연약한 도마뱀에게 맞서 싸운다는 선택지는 없으니까.

 하지만 이미 완벽히 붙잡힌 상황. 이젠 잠자코 따라가며 빨리 끝나길 빌 수밖에 없다....


 꼬리조차 자를 수 없게 된 도마뱀의 기분으로 쫄래쫄래 하윤이를 따라 걷다 보니 꽤나 큰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아울렛... 같은 곳인가?

"우리 집 주변에 이런 곳도 있었구나...."

"에휴, 집 밖을 안 나가니 20분 거리에 있는 곳도 모르지."

 윽, 하지만 히키코모리는 어쩔 수 없고... 응....


 잠깐만, 이렇게 큰 곳에 왔다는 건,

"옷만 바로 사고 돌아가는 거 아니었어?"

"그럴 리 없잖아? 오빠 맞는 옷 하나도 없고. 다 새로 사야지."

 히에에에에에애액

이후 메챠쿠챠 쇼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