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 TS衛生兵さんの成り上がり (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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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 서부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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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 마슈데일 철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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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은 척으로 적의 순찰을 속여넘긴 후.

 

「……」

 

 그로부터 한동안 저희는 적에게 발견되는 일 없이 골목을 계속 나아갔습니다.

 

 때때로 적의 기척을 느끼기도 했는데, 그럴 땐 고무지를 유도해 길을 바꿨습니다.

 

「어이, 선배. 여기라면……」

「네. 지금이라면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로를 크게 우회하여 이윽고 길도 좁아지기 시작할 때쯤.

 

 저희는 적군이 거의 없는 타이밍을 노려 마슈데일의 메인 스트리트를 돌파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다음부터는 좁은 골목을 따라 최후방까지 이동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동문에서 수도를 향해 철수하는 거였지?」

「네, 이제 조금만 가면 됩니다」

 

 이로써 저희의 생환율은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고난이었던 마을의 중앙───적에게 점령된 큰길만 통과할 수 있으면 적의 순찰도 훨씬 줄어들겠죠.

 

 이 너머부터의 사바트 군은 지형 확보에 몰두하고 있을 테니 적이 우글우글 돌아다니고 있을 확률은 낮습니다.

 

 이대로 자연스럽게 비교전 중인 아군 진지를 찾기만 하면 그들에게 보호받는 것도 꿈이 아닙니다.

 

「……어, 어이. 이 앞은 분명 싸우고 있을걸?」

「그러네요. 우회할까요」

 

 앞으로 나아갈수록 점점 더 격한 총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결코 나쁜 징조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는 오스틴과 사바트의 철수 전선, 다시 말해 아군 진지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 앞은 어떤 느낌이야, 선배?」

「……쉿. 적의 기척이 느껴집니다. 숨죠」

「오, 어어. 선배, 진짜 예리하네. 나는 전혀 모르겠어」

 

 반대로 말하면, 이 근처를 배회하는 적군들은 우릴 죽일 생각으로 가득한 사람들이란 소리입니다.

 

 여태까지보다 더 신중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죽은 척 같은 것도 통하지 않겠죠.

 

「선배만 있으면 낙승이지. 이야, 당신의 뒤에서 싸울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토우리 일등위생병님!」

「……너, 뭐라도 한 게 있었나요」

 

 반면, 고무지는 벌써 철수에 성공한 것처럼 마음 편한 소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방심하지 않아줬으면 합니다만……. 실은 이때, 무사히 큰길을 넘는 데 성공한 탓에 저도 살짝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의 해이함이 전염되어 버렸던 걸지도 모릅니다.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면 우리 집에 와서 아들을 채가도 좋다고 선배!」

「너, 그런 한창때의 애가 있었던 겁니까?」

「올해로 3살이야. 선배랑 딱 맞지?」

 

 이대로 앞으로 나아가면 충분히 철수할 수 있습니다.

 

 남은 건 마지막 고비……, 적과 아군이 서로 탕탕 쏘아대는 최전선을 돌파해 아군과 합류한다, 그것만 클리어하면 작전 목표 달성입니다.

 

「정지」

「어, 으응」

 

 나아간 골목 앞에서 사람의 기척을 감지했습니다. 격렬한 총격 소리에 저희는 잠시 멈춰 섰습니다.

 

 귀를 기울이자 이 앞 정면에서 적이 누군가와 싸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적이다」

 

 적 진지의 뒤를 잡는 데 성공한 겁니다. 게임이었다면 망설임 없이 쳐들어가야 할 상황……이지만.

 

 그건 적팀과 아군의 인원수가 같다는 전제하의 일입니다.

 

 총을 드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은 위생병과 신참 보병이 배후를 잡고 기습해봤자 총 맞고 죽어버릴 뿐이겠죠.

 

 여기선 크게 우회하는 한이 있더라도 전투 중이 아닌 장소를 통해 오스틴 쪽으로 도망치는 게 상책입니다.

 

「이 앞으로 돌격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네요. 우회하도록 하죠」

「그래. 그럼 갈림길까지 돌아가자」

 

 굴러들어온 행운을 놓칠 순 없습니다.

 

 지금의 저는 지휘관으로서 미숙합니다.

 

 그렇지만 고무지라는 타인의 목숨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외통수에 몰리더라도 판단을 틀리지 않고 최선의 수를 취해야만 합니다.

 

「……오?」

 

 골목을 되짚어서 갈림길 쪽으로 전진하는 동안엔 적을 보지 못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앞에는 적도 아군도 없이 좁은 샛길만 곧장 안쪽까지 이어져 있었습니다.

 

 인기척이 없는 외길. 그 앞에 보이는 것은 동문으로 곧장 이어지는 안전한 철수로.

 

 이곳으로 나아가면 틀림없이 오스틴 측 방위선 안쪽까지 철수할 수 있겠죠.

 

「오오옷! 대박, 이 무슨 행운이람. 우리들 살아남아 버렸다고, 어이」

「……」

「꼬마라고 해서 미안했어. 선배는 최고야!」

 

 이런 신기한 일도 다 있군요.

 

 이 샛길은 적에게도, 아군에게도 발견되지 않았던 걸까요.

 

 그렇지 않으면 이 길에 아군이나 적이 아무도 배치되어 있지 않은 게 설명되지 않습니다.

 

「이건……」

 

 분명 적군은 대로에서 탕탕 쏘아대는 거에만 집중해서 이런 샛길의 탐색을 게을리하고 있었던 거겠죠.

 

 이는 엄청난 행운입니다.

 

 이번 철수 작전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던 『방위선 돌파』를 이리도 쉽게 달성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좋았어. 그럼 만약을 위해서 다시 선배가 앞장서줘. 토우리 일등위생병님은 적의 기척에 상당히 민감하니까 말야」

「……」

「뭐 괜찮을 거라곤 생각하지만. 이 좁은 길 어디에 적이 숨어있겠어! 라는 소리지」

 

 신님은 대체 얼마나 저희를 보살펴주시는 걸까요.

 

 빨리 도망치자, 라고 말하며 고무지는 윙크를 날리고선 제 등을 밀었습니다.

 

 아무래도 여기까지 와서도 저를 앞장 세우려는 셈인가 봅니다.

 

「네, 그럼────」

 

 고무지는 마지막까지 제 등 뒤에 숨어 위험으로부터 피하려 했습니다.

 

 뭐어, 그건 제 지시대로이니 별로 상관없긴 하지만요.

 

 그는 고집불통인 남자지만, 이제 이 남자와 어울리는 것도 마지막입니다.

 

 그의 이번 행동들을 위에 보고해서 소대장님께 듬뿍 교육을 부탁드리도록 하죠.

 

 솔직히 고무지라는 인간은 싫지만, 그래도 목숨을 맡은 몸입니다.

 

 소대장님께서 치료 허가를 내려주시면 제대로 치료해줍시다.

 

 그런 김칫국을 마시며 한 걸음 내디딘 순간이었습니다.

 

 

 

「────흣!!」

「선배?」

 

 

 

 전신의 오장육부가 사악 얼어붙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절대로 나아가지 마』라며 직감이 무시무시한 경고를 내뱉고 있는 것에 눈치챘습니다.

 

 이 앞은 죽음뿐. 저희가 철수해야 할 길은 첫 번째 길. 적이 탕탕 쏘아대는 최전선이야말로 유일한 활로.

 

 그렇습니다. 제 안의 무언가가 소리 높여 외치고 있었습니다.

 

「……안 됩니다, 고무지. 여기선 물러납니다」

「……뭐?」

「아까 그 길을 지나서 적의 후방을 돌파합시다. 적의 거점을 확보한 뒤에 총탄의 빗속을 뚫고 지나가는 겁니다」

「어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저는 이 감각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얼핏 안전해 보이지만 그 끝에는 파멸이 기다리는 지옥으로 향하는 입구.

 

 악질 플레이어들이 저를 죽이기 위해 깔아둔 덫.

 

「제정신이야? 왜 이곳을 뚫고 가지 않는다는 거야?」

「직감입니다. 이 길로 나아가는 건 관두는 편이 좋다, 그런 기분이 듭니다」

「……바보냐 너」

 

 고무지는 어이없어하는 얼굴로 제 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네, 저도 스스로 이상한 말을 하고 있다는 자각은 있습니다.

 

 하지만 한때 게임 속에선 이 감각이 틀렸던 적이 없습니다.

 

 이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농후한 파멸의 예감 너머에 있는 건 분명 참혹한 패배일 겁니다.

 

「멍청한 소리 하지 마. 얼른 앞으로 걸어. 꼬마의 어리광 따위에 어울려줄 시간은 없다고」

「그쪽이야말로 잊었습니까. 처음에 제가 했던 말을」

 

 이 감각은 분명 다른 사람에게는 어떻게 설명해도 통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게임 시작 전에 이렇게 말합니다.

 

「제가 물러나라고 하면 물러난다. 그런 약속이었잖아요?」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국면에선 먼저 물러나지 않습니다.

 

 그 끝에 파멸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눈앞의 맛있어 보이는 미끼에 낚여 그만 깊숙이까지 들어가 버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세계 챔피언인 제가 그리 선언해두지 않으면 대부분의 동료들은 철수를 받아주지 않는 겁니다.

 

「……그러냐. 요는 네 녀석, 막판에 겁을 먹었다는 거냐」

 

 그러나 이 세계에서 저는 세계 챔피언이 아닙니다. 어디에나 있는 위생병 여자아이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고무지는 하찮다고 중얼거리며 그 샛길로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됐어 됐어. 그럼 여기선 내가 앞장서서 가줄게」

「안 됩니다. 허가할 수 없습니다. 고무지는 저와 함께 적의 배후를 기습해줘야 합니다. 당신 같은 신병이라도 있고 없고의 차이는 방위선 돌파 확률에 큰 영향을 미칩────」

「바보냐! 적을 우회해서 나아간다는 얘기는 어디 가고 그 소리야!」

 

 그는 앞으로 나아가는 걸 만류하는 제게 그리 소리치고는 화를 내며 터벅터벅 걸어가 버렸습니다.

 

 제가 좀 전에 느낀 데드라인, 사선의 바로 앞까지.

 

「……앗」

 

 더는 무리입니다. 제가 그를 구할 수 있는 선을 그는 자신의 다리로 딛고 넘어가 버렸습니다.

 

 그와 동시에 저는 좀 전부터 느끼고 있었던 위화감의 정체를 이제야 눈치챘습니다.

 

 자세히 보니, 군데군데 석조 골목이 그을려 있습니다────

 

「발밑을 조심하세요, 고무지!」

「엣?」

 

 직후, 그가 디디고 있던 골목에서 마법진이 떠올라 화염이 치솟았습니다.

 

 고무지의 얼굴이 공포로 일그러집니다.

 

「아────」

 

 설치식 마법진. 아마도 이걸 설치한 측은 아군일 겁니다.

 

 일단 방위선 뒤쪽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샛길을 마련해 놓고, 거기서 함정에 빠트린다는 아군의 책략이었던 겁니다.

 

「뜨거, 뜨거워, 그아아아악!」

 

 하반신이 불에 휩싸인 그는 그 자리에서 쓰러져 뒹굴었습니다.

 

 이대로라면 근처에 설치되어 있을 다른 함정마법까지 기동시켜 온몸이 검게 타버릴 겁니다.

 

「고무지, 손을 내밀어주세요!」

「아으이이!!」

 

 저는 바로 한 발 내디디며 그에게 손을 뻗습니다.

 

「뜨겨어워!!」

「날뛰지 말아주세요!」

 

 거친 콧김까지 내뱉으며 그는 필사적인 모습으로 제 손을 잡았습니다.

 

 몸무게 차가 많이 나지만, 이래 봬도 저는 반년 동안 계속 체력 트레이닝을 거듭해 왔습니다.

 

「……이익!」

 

 힘껏 배에 힘을 실으며 저는 고무지를 끌어냈습니다.

 

 풀장비를 갖춘 병사의 몸무게는 100kg을 넘어갑니다.

 

 아무리 제가 단련해왔다 해도 쉽게 끌어내기는 어려운 무게지만,

 

「와앗!?」

 

 어찌 된 일인지 고무지는 제게 확 끌어 당겨져 사지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 기세 그대로 제게 달려든 탓에 저까지 약간 화상을 입고 말았습니다.

 

「히익, 히이ー……」

「긋, 괜찮습니까, 고무지」

 

 아무래도 길이 젖어 있었던 모양인지, 그는 주르륵 미끄러지며 탈출한 모양입니다.

 

 이 남자는 대체 얼마나 운이 좋은 걸까요.

 

「다리가, 다리가아아……」

 

 보통이라면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서 때마침 길이 젖어 있었다니───

 

 

 

 ───그가 미끄러진 궤적에는 대량의 혈액이 끈적끈적하게 묻어 있었습니다.

 

 

「……」

「다리의 감각이 없어……. 어떻게 된 거야, 나……?」

 

 아아, 과연. 그런 함정도 있었죠.

 

 일격에 병사를 행동불능으로 만들기 위해 다리를 폭발로 날려버리는 흉악한 함정마법.

 

 

「다리느은……?」

 

 

 고무지의 두 다리는 날아가 버려서 지금도 계속 피를 줄줄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그의 몸무게도 가벼워져 이렇게 쉽게 끌어낼 수 있었던 거군요.

 

 

 지금 제 등에는 배낭이 없습니다.

 

 그의 다리의 상처를 지질 버너도, 지혈을 위한 붕대도, 아무것도 없는 겁니다.

 

 

 그리고 유일하게 그를 도울 방법이 있다면.

 

 

「아파, 아파, 아파! 치료해줘, 선배애!」

 

 

 제 남은 1회 분량의 마력을 사용해서 회복마법으로 지혈하는 것뿐.

 

 의료자원을 잃어버린 제게 있어서 마지막 『비장의 수단』인 【유(癒)】 마법.

 

 

 

 

 ───그렇지만, 제 명령을 무시하고 나아가서 다리를 잃어버린 그를 치료할 가치가 있을까요?

 

 ───애초에 고무지를 치료한다 해도, 그를 등에 업은 채 최전선을 돌파하는 일이 가능하기나 할까요?

 

 

 

 

「싫어, 죽고 싶지 않아……. 왜 멍하니 보고만 있는 거야. 설마 버리고 갈 셈이냐, 젠자앙……」

「……」

「내가 잘못했어. 뭐든지 할게. 살려줘. 제발 치료해줘」

 

 지금도 동맥에서 피를 뚝뚝 흘리면서, 남자는 간청하듯 제 발밑으로 다가옵니다.

 

「아이가 막 태어난 참이란 말야……. 나는 어떻게 해서든 이런 장소에서 죽을 수는 없어」

「……」

「빌어먹을. 난 경비대에서 일하고 있었을 뿐인데, 징병 같은 건 듣지도 못했다고! 내겐 시민을 위해서 버릴 목숨 같은 건 없어. 내 목숨은 마누라와 아이만을 위한 거란 말이야」

「……아, 그」

「애초에 전선 병사인 너희가 제대로 싸웠다면 나는 이런 꼴을 당하지 않고 끝났을 거라고! 저주할 거야. 죽으면 평생 저주해 줄 테다! 나를 치료해. 그게 너희의 의무잖아, 이 빌어쳐먹을 새끼들아!」

 

 이미 체력이 거의 남지 않았을 텐데, 고무지는 눈에 핏발을 세우고는 제 원피스 자락을 붙잡고 원망의 말을 부딪쳐옵니다.

 

 그런 그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제게는 그를 치료할 이유도, 의리도, 무엇도 없다는 겁니다.

 

「집사람이 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어! 아들을 먹여 살려야 한단 말이다!」

「……」

「너희가 멋대로 저지른 전쟁이잖아! 꼴사납게 져놓고 마슈데일로 도망쳐온 겁쟁이들이!」

 

 저는 지금 이 세상에서 오직 한 사람, 고무지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분명 그가 살아 돌아오리라 믿고 있는 가족이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겠죠.

 

「너희의 패배의 뒷수습을 시민들에게 시키지 말라고 씨발!!」

 

 아무리 생각해도 버리고 갈 수밖에 없는 아군 병사.

 

 그런 그를 내려다보며 굳어버린 저를 향해 검게 그을린 남자가 온 힘을 다해 절규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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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리의 선택은?



TS 위생병 씨의 성공담 35화 - TS물 채널 (arca.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