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씨발. 설명하기나 해. 오늘 나오려 했다는 건, 뭔가 잡은 단서가 있다는 거 아냐.”
휴엔은 류의 얼굴에 주먹을 날린 뒤 어깨를 풀며 뒤돌았다. 류는 얼굴을 전력으로 맞았음에도 무엇이 그리 재밌는지 웃는 얼굴로 다시 일어나 그를 따라 걸었다. 그는 뒷머리를 긁으며 휴엔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음… 우선, ‘트럼프의 살인귀’는 쾌락 살인마일 거야. 살인으로 인한 반응을 즐기기 때문에 그 망할 카드를 남기는 거일 테고. 그치?”
휴엔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류는 그의 반응을 보고는 그의 앞으로 달려나간 후 뒤돌아서 걸으며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너도 눈치챘다시피, 어제의 살인은 모방범이야. 뭐, 어떤 미친 녀석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녀석 덕분에 그 살인귀는 숨을 장소가 생겼지. 그런데… 쾌락 살인마라는 건 애초에 이 녀석은, 숨을 생각이 없단 말이지.”
그 말은 즉… 휴엔은 그의 말에 고민하는 듯 턱을 괴자 류는 웃으며 그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알아 들었냐? 류의 그 말에 휴엔은 놀라며 그의 얼굴을 밀어냈다. 휴엔은 그러고서 대검을 자신의 앞에 꺼내어 기댄 채로 이야기를 계속 해보라는 듯이 눈짓했다. 그러자 류는 씨익 웃으며 다시 뒤돌아 걸어가며 입을 열었다.
“곧 나타날 거란 말이지. ‘진짜’ 살인귀가! 어제의 녀석이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각인시키기 위해서!!”
휴엔은 허어, 하며 탄식하듯 숨을 내쉬었다. 상당히 의외라는 반응에 류는 그의 반응을 점점 즐기기 시작했다. 여태껏 있었던 살인들이 사람들이 적은 뒷골목에서 자주 일어났던 것을 감안하여, 그들은 뒷골목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휴엔은 류의 말이 못 미더운지, 아니면 귀찮아서인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류와 함께 걸어갔다.
“그래서, 오늘 당장 나올 거라고 생각 한 이유는 뭔데? 아무리 관심 종자에 미친 새끼라 할지라도, 오늘 당장 나올 거라는 확신은 안 서는데?”
“그건…”
그가 뜸을 들이자 휴엔은 불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휴엔에게 있어서 류는 시한폭탄이었다. 어디에서 터질지 모르고, 자신을 괴롭히는 시한폭탄. 그럼에도 자신에게 도움이 되었기에 버릴 수는 없는 애물단지… 그것이 바로 류였다. 그랬기에 그의 대답을 들은 휴엔은 짜증이 솟구쳐 올랐다.
“그냥… 내 감?”
휴엔은 어이가 없어서 잠시 멍하게 있더니 이내 자신을 끌고 와놓고 확신도 없이 살인귀를 잡으려 한 류에게 화가 났다. 화가 났지만,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금방 나타날 거라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하지만 속으로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뻔뻔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다가 그것이 류라는 것을 떠올리고는 이내 생각을 그만두었다. 처음부터 뻔뻔하게 자신에게 얼굴을 비친 것도 모자라 자신과 함께하겠다며 나선, 어이가 출타한 짓을 여러 번 했던 류이기에 휴엔은 어쩔 수 없지. 하고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화난 것이 없어진 것은 아니었기에, 그의 얼굴은 더더욱 구겨졌다.
“그렇게 얼굴 구기지 마~ 오늘 못 찾는다는 보장도 없잖아?”
뒷골목에 더더욱 깊숙이 들어가던 중에 류가 한 말이었다. 휴엔은 그 말을 듣고는 그냥 포기하고, 그에게 어울려 주다가 빨리 들어가서 잠이나 자야겠다는 생각뿐 이었다. 하지만 그는 봄인데도 불구하고 뒷골목으로 들어갈수록 서늘한 느낌이 드는 것을 깨달았다. 꽃샘추위인가? 하고 몸을 떨던 그는 이내 자신의 앞에 튀어나와 그에게 다가오는 거대한 관에 놀라 대검을 휘둘렀다. 류는 그 관이 부숴지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뒤돌아서 상황을 파악했다.
“이런 시발? 뭐야 이건!?”
휴엔이 당황하며 자세를 잡았지만 이내 그를 향해 불덩이가 날아왔다. 그는 그것을 능숙히 피하고는 그것이 불을 붙인 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이 날아온 방향을 보았더니 후드를 쓴, 어디서 본 듯한 가면을 쓴 사람이 검지와 중지에 카드를 끼워두고는 건물 위에 서 있었다. 그것이 어느 날의 저녁에 보았던 것이라는 걸 깨달은 휴엔은 기겁을 했다. 이름이 아마… 트레커였나? 그는 속으로 그날 보았던 여자아이의 얼굴을 떠올려보았다. 앳되지만 똑 부러지던 얼굴의 그녀가, ‘트럼프의 살인귀’인 듯한 모습에 휴엔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 트레커라고 했던가? 맞지? 그러다가는 스승님이 슬퍼하실 텐데.”
휴엔이 그를 향해 외치자 그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그것을 어떻게 아는 거냐고 물었다. 물론 그 목소리는 그녀와는 달랐다. 그의 목에는 초커가 씌워져 있었고, 그것은 음성 변조기일 것이다. 그렇기에 휴엔은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하고 그것이 트레커일 것이라 확신했다. 그렇기엔 키가 조금 큰 느낌이 적잖아 있었지만, 그것은 그녀가 깔창이라도 깔았겠거니 하며 넘겼다.
“네가 ‘트럼프의 살인귀’라면 제대로 덤벼 보라고! 쉽게 당해주지는 않을 거니까!”
살인귀는 오른 손의 손가락을 폈다, 접었다 하며 손을 풀었다. 그리고는 이내 카드 한 장을 휴엔에게 날렸다. 그는 별 것 없겠거니 무시하며 그것을 보고만 있었으나, 류가 달려와 그 카드를 검집으로 막았다. 그러자 그 카드와 그의 검집에서 철이 튕기는 듯한 소리가 났다. 그러자 휴엔은 놀라서 살인귀를 바라보았다.
“뭐, 뭘 던진 거야? 저거 카드 아니야?!”
“카드야. 밑에 잘 안 보이게 단검을 숨겨둔 모양인데…”
단검을 카드 밑에 숨겨둔다? 휴엔은 놀라서 떨어진 카드를 바라보았다. 그 카드에는 아주 작으나 사람의 목을 꿰뚫기에는 충분히 날카로운, 단검이 있었다. 휴엔은 그 단검을 보고는 여유롭게 살인귀에게 도발을 시도했다.
“휘유~ 이거… 이렇게 살인 미수 현행범으로 체포하게 될 줄은 몰랐네. 솔직히 살인 현장에서 마주칠 줄 알았거든. 너무 어설퍼서 말이야~”
너무도 단순하고, 너무도 장난스러운 도발이었기에 살인귀는 그 도발을 무시했지만, 그는 대답 대신에 또 한 장, 카드를 날렸다. 그곳에도 단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 휴엔은, 그것을 대검으로 막았지만, 그것이 실수였다. 그 밑에는 어떻게 숨겼는지 병이 하나 숨겨져 있었고, 그 병이 깨지며 대검이 부식되기 시작했다. 치지직 거리는 대검의 비명과도 같은 소리에 휴엔은 놀라며 손을 뗐다. 냄새를 보았을 때 황산이었다. 다행히 거의 끝부분으로 막아냈기에 몸에 묻어 살이 녹지는 않았지만, 녹는 냄새가 상당했다.
“지랄 났네. 야! 이 정도로 난리를 치면 진짜 너 사형일지도 모른다? 이건 못 본 척해 줄 테니까 그냥 내려오라고!”
그 말이 끝나자 살인귀는 조금 고민하듯 가만히 있더니 이내 뒤돌아 도망쳤다. 휴엔과 류는 순식간에 그 건물로 뛰어올라 살인귀를 쫓았다. 민가에서 점점 멀어지더니 알 수 없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는 멈출 생각도 없이, 계속해서 달려갔다. 살인귀가 멈추었을 때 그들은 버려진 서커스장에 도착해 있었다.
“여긴…?”
그가 멈추자 휴엔은 그의 뒤에서 권총을 조용히 꺼내어 살인귀를 겨누었다. 그러자 살인귀는 어떻게 안 것인지는 몰라도 양손을 들어 보였다. 그는 자신의 대검은 사용할 수 없었기에 권총을 한 자루 꺼내 들었다. 류는 농담처럼 그것 또한 영화에서 본 것 같다며 장난처럼 이야기했지만 휴엔은 여유롭게 권총 한 자루를 돌리며 그에게 간단히 묘기를 보여주었다. 그는 겨누고 있던 총을 그대로 겨누며 앞으로 나아갔다. 나아가서, 그에게 다가갈수록 불안감만이 커졌다. 이렇게 쉽게 잡힐 리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무언가 더 있을 거라 생각하는 순간, 당연하다는 듯이 뒤에서 또 그 카드가 날아왔다. 휴엔은 그것을 피하며 방아쇠를 당겼고, 살인귀는 그것을 다른 카드로 막아냈다. 그 카드는, 멀리서 봐도 어떤 카드인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조커?”
“그래, 오늘은 조커의 날이지. 기분 좋게, 원하는 대로 마음껏 죽이는 날이라는 말이야,”
휴엔은 살인귀의 이야기를 듣고 머리를 갸우뚱거렸다. 설마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그런 생각 따위가 무색하게, 류가 검을 뽑아 그에게 달려들었다. 류는 화끈하게 연계하며 그를 몰아가려 했지만, 그는 시시하다는 듯이 카드 한 장으로 그의 공격을 모두 막아내었다. 살인귀는 밑으로 숙이며 파고들려 하는 류의 얼굴에 발길질을 하는 것으로 자신의 실력을 뽐내는 것처럼 보였다.
“제대로 덤비긴 하는 건가? 이번에 헌터가 내가 아닌 ‘살인귀’에게 당했다고 하던데. 헌터들의 실력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거라면…”
류가 그의 발을 피하며 화난 듯이 검을 강하게 내리쳤다. 하지만 살인귀는 그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가볍게 옆으로 피하는 것으로 그의 공격을 파훼했다. 그리고 그는 카드로 류의 다리를 향해 카드를 내리쳤다. 류는 자세를 순식간에 바꾸어 그 공격을 막았지만, 그 공격을 막는 것은 상당히 힘겨워 보였다. 그리고 살인귀는 류의 팔을 왼손으로 잡고는 그의 방어를 풀어 그의 머리 위로부터 카드를 휘두르려 하였다.
그 상황을 뿌리칠 기회를 만든 것은 다름 아닌 휴엔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총을 쏜다면, 류 또한 맞을 수 있기에 휴엔은 그들의 공방을 가능한 멀리서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위험한 상황이라면, 위험한 부위만 피해간다면 차라리 기회라는 생각에 그는 거침없이 권총들을 쏘았다.
탕! 탕! 탕! 탕!
양손의 권총에서 불이 뿜어져 나온다. 류는 휴엔의 예상과 같이 다리와 팔에 총알을 한 발씩 맞았지만, 아마 다음 일어날 상황을 생각했다면 그 정도로 다행인 일이었다. 휴엔이 도움을 주지 않았더라면, 그 자리에서 살인귀에서 머리에서 다리까지, 직선으로 베이며 두 동강이 났을 터이니. 류는 짧게 휴엔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는 다시 달려들었다.
휴엔은 어쩔 수 없이 권총 한 자루를 산탄총으로 변형시킨 뒤에, 그와 함께 달려들었다. 내심 총검 부품이라도 가지고 다닐걸, 하며 한숨을 쉬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는 한 손에는 산탄총, 다른 한 손에는 권총이라는 해괴망측한 조합으로 그에게 덤벼들었다. 처음 해보는 전투방식이 전혀 익숙하지 않았지만, 조금씩 익숙해지기로 하며 류가 맞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후방지원을 해주었다.
그들의 연계에 압도적이었던 살인귀도 조금씩 밀리고 있었지만, 그를 제압하기에는 턱도 없었다. 그랬기에 휴엔은 어쩔 수 없이 그를 죽이겠다고 다짐하며 그의 얼굴에 권총을 쏘았다. 여태껏 얼굴을 제외한 다른 곳만을 노렸기에, 방심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의 예상은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살인귀는 총알을 피했으나 가면은 빗맞았고, 그의 가면에 거대한 금이 생겼다. 그러자 가면이 부서지며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휴엔이 트레커라고 생각했던 그는, 트레커가 아닌 그녀의 스승. 이름은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연두색 눈을 가진 그 사내였다.
“당신은… 아, 이름이 뭐였지? 그…”
“용의자 리스트에 있던 사람이잖아. 이름은 유다, 유다였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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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