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를 시작하겠습니다!”
정장을 입고, 모자를 쓴 마술사가 고풍스럽게 인사를 하며 마술 쇼가 시작됐다. 그가 자신이 지닌 카드. 색이 있는 조커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는 가볍게 그것을 제자가 있는 곳으로 던졌다. 카드가 구겨지며 그녀가 받은 카드는 검은색의 조커가 되어있었다. 가벼운 마술이었지만, 오늘 쇼가 없을 거라 실망하던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시작이 되었을 것이다.
“스승님~!”
소녀가 밝게 소리치며 카드를 봉에 넣으며 그에게 던져주었다. 그러자 그는 날아오던 봉이 폭발하듯 손수건으로 바뀌며 다시 색이 있는 조커가 떨어졌다. 그리고 그 사내는 그것을 주워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어제의 사건으로 인해 무거웠던 도시의 분위기가 단번에 풀어지는 순간이었다. 거리의 사람들의 함성이 우레처럼 쏟아지며 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조수를 상자에 가둔 뒤 칼을 집어넣거나, 상자를 자르는 등 꽤 유명한 마술들이 지나가며, 쇼를 고조시켰다. 마술사의 연두색 눈동자는, 쇼를 시작하자 밝게 빛났고. 그 빛은 그가 마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려주는 것과도 같았다.
넋을 놓고 그의 쇼를 감상하던 중 어느샌가 그의 쇼는 끝났고, ‘이런 거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식의 조금의 아쉬움을 남긴 채로 그는 박수갈채를 받으며 쇼가 마무리되었다. 이것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능력을 쓰지 않고 단순히 트릭만으로 저런 일을 이루어 내는 것이니까. 그 마술사는 용의 선상에 올라와 있었지만, 그의 능력은 그저 손놀림이 빠른 것뿐이었다. 그는 팬들의 수많은 응원을 받고 있었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구나. 그 순간 그가 나와 레아를 보더니 우리에게 다가왔다.
“처음 뵈는 얼굴이네요. 저를 보러 여기까지 와 주신 건가요? 고마워요!”
그가 나의 손을 잡고서 이야기했다. 너무 순수하게 기뻐했기에 떨치지 못하고 나는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내 손에 느껴지는 감촉은, 평범한 사람이라기엔 너무나도 이질적인 손의 촉감이었다. 그가 마술에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있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을 본 그의 제자는 표정을 찡그리며 그에게 다가왔다.
“스승님! 빨리 정리해야죠!”
“으응? 아, 그래! 다음 쇼도 준비해야지! 만나게 돼서 반가웠어요! 다음에 봬요!!”
그는 손을 크게 흔들며 떠나갔다. 뭔가 폭풍처럼 몰아친 기분이었다. 레아는 조금 남은 팝콘을 한입에 집어넣으며 한숨을 쉬며 따분한 듯한 얼굴을 지었다. 쇼가 끝나서 아쉽다는 느낌도 들지만, 그녀는 그냥 쇼가 지루한 모양이었다.
“저거 능력으로 하면 더 잘 할 수 있지 않아…?”
아! 나는 박수를 치며 그 이유를 깨달았다. 능력을 사용하면 저것보다 더, 훨씬 멋진 것을 할 수 있겠지. 그녀는 그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능력으로 했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성이 없고, 보던 사람들은 더더욱 지루해질 것이라고 말해주었으나 그녀는 그럼에도 크게 와닿지는 않았는지 그렇구나~ 하고 말아버렸다. 그것이 노력의 결과인 것은, 나만이 알고 가기로 했다. 그건 그렇고 벌써 12시라니. 여관으로 가서 점심을 먹자고 하니 레아는 밝은 표정으로 신나게 걸어갔다.
“음… 오늘은 여관 가서 내가 요리할까~”
그 한 마디에 레아의 밝은 얼굴은, 공포로 서서히 물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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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엔은 잠에 빠져든 이후, 5시간이 지나서야 일어났다. 그가 일어나자 다른 일행들은 새하얗게 불탄 모습이었다. 왜 그런가 싶었더니, 절대 부엌에 발을 들이지 말길 바랬던 아오가, 요리 만으로도 수많은 독극물을 만들 수도 있는 아오가 요리를 한 것이다. 그 결과는 보다시피 참담했다. 류는 정신이 나가서 땅바닥을 핥고 있었고. 레아는 심각하게 인상을 쓰고 있었다. 아우루엔은 평상시랑 다르지 않았지만, 안색이 평상시와는 전혀 달랐다.
“정말… 뭐랄까… 고맙다”
살려줘서. 깨우지 않아서. 정말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일어나서 냉장고 앞으로 향했다. 냉장고 옆에 둔 삶은 계란을 하나를 까서 먹고는, 오늘 저녁은 내가 만들어 주리라 다짐했다. 큰마음 먹고, 내 돈으로 고기나 한번 구우러 가자고 말하니. 그제서야 그들의 표정은 조금이나마 밝아졌다.
나는 하품을 하며 늘어지게 테이블에 앉았다. 오늘은 저녁이 기대되는 날이라는 생각에 다시 눈이 서서히 감겼다. 하지만 나는 양손으로 뺨을 치면서 잠을 깨웠다. 그러고 보니까… 다른 헌터들이 얻은 정보가 조금 궁금하네. 어차피 1층에서 술판을 벌이고 있을 것이 뻔했기에, 나는 기지개를 켜고 문을 열어 계단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예상했던 대로 술을 퍼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1층에 도착하자 조금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많은 헌터들이 개가 되어 있었다.
“마셔라! 마셔라! 휘유~!”
“오케이!! 가자아아아아~!”
한 사내가 테이블 위에 올라가 맥주를 들이켜댔다. 마치, 죽기 직전까지 퍼마시는 모습에 말을 잃어버렸다. 대체 뭔 정보를 얻었기에 저 정도로 퍼마셔 대는 것인가 싶었지만. 나보다 먼저 들어갔다는 녀석들인 것을 보고는, 나보다 정보가 많은 녀석들은 아닐 것이리라 생각했다. 어휴, 저럴 정도면 가면을 쓰고 로브를 썼다는 정도는 알아냈을까? 어제의 사건의 범인이 ‘트럼프의 살인귀’ 본인이 아닌 모방범일 수도 있다는 것은 알까? 인상착의 정도면 모를까, 모방범일 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 하고 있겠지. 하여간에 믿을 만한 헌터는 얼마 없다. 그나마 지금 위층에서 자거나 쉬고 있는 녀석들이 현명한 녀석들이리라. 그 살인귀가 쾌락 살인마인 이상, 얼마 안 있어서 범죄는 일어날 것이다. 살인귀 본인은 이 일을 알고 있을까. 한동안만 쉬어도 그 모방범에게 모든 걸 뒤집어씌울 수 있는 상황인데. 그럴 생각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 체력을 온존해 두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겠지. 만약 신중한 범죄자였다면 한동안 움직이지 않겠지만.
“하아암…”
“졸리신가요?”
케라르 씨의 앞에 앉아서 하품하자 퉁명스러운 말투로 내게 쏘아붙이셨다. 뭔데 이렇게 기분이 안 좋아 보이시지? 하고 생각하던 중 심문했던 곳을 보았고, 그곳에서 사람들이 나오는 것을 보자 그제야 기억이 났다. 맞다, 내가 저기서 난리 쳤었지. 하지만 그것이 내 알 바인가? 나는 그냥 무덤덤하게 턱을 괴며 입을 열었다.
“졸리죠. 잠 오는 날에 일찍 깨면 얼마나 기분 더러운지 아시죠? 딱 그거였거든요.”
“그렇군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잡겠다고 나가는데 휴엔 씨는 안 나가십니까?”
“뭐, 하… 그냥 그렇죠. 애초에 왜 나가요?”
어차피 모습을 보인 것은 본인이 아닐 건데. 속으로 머저리 같은 헌터들을 씹으며 다음 사건이 언제 일어날 지만을 기다릴 것이다. 그 모방범이 매일 난리를 치지 않는다면, 곧 꼬리가 잡히겠지. 다른 헌터들은 몰라도 나는 그리 생각했다. 그렇다면 어쩔 것인가. 어쩌기는 어째. 그냥 잠자코 기다릴 수밖에 없겠지. 케라르 씨는 이미 눈치채고 있었던지,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꽤 눈치가 있다는 듯이 놀라는 얼굴이었다.
“제가 아무리 게을러도… 꽤 짬밥이 있는 헌터란 말이죠.”
“서드 씨가 괜히 추천하신 건 아니라는 것이군요. 다시 봤습니다.”
다시 보고 나발이고 나는 신경 안 써요. 이 사람아. 나는 총을 꺼내어 능력을 통해 분해하고, 그의 앞에서 그것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총을 꺼내자 그는 내게 검은 장식으로 들고 다니냐며 검을 지목했다. 뭐… 반쯤 장식이긴 하죠. 애초에 총만 들고 다니면 근접전 때문에 들고 다니는 건데.
나는 대답은 하지 않으며 부품을 만지고 있었다. 내가 꺼낸 부품들을 보며 그의 얼굴은 경악에 찬 것인지, 아니면 어이가 없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아무튼 그런 표정을 지으며 부품을 봐도 되겠냐며 묻자 나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는 두 부품을 손에 쥐며 얼굴을 찡그렸다.
“이거… 개조한 겁니까? 총기는 조금 안다고 자부하는데… 전혀 본 적이 없는 부품인데.”
“예? 그거요? 화력이 좀 약하길래 약간 손 좀 본 부품이에요. 그리고 이 총열은… 그냥 쏘면 녹아버리길래 다른 총의 총신으로 바꾸었고요.”
그가 총기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안 나는 그와 화기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렇게 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본 경험은 없었다. 생각보다 즐거운 대화였기에, 총기를 다 손보고 나니 벌써 3시간이 지나있었다. 내가 정신을 차린 것은 류가 내려와서 슬슬 나가서 밥 먹으러 가자고 했을 때였다. 녀석은 얼굴이 휴지가 구겨지듯 구겨지며 앉아있던 나를 내려다보았다.
“뭔… 그걸 다 갖고 다니는 거였냐?”
나는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며 부품들을 정리하고, 권총 부품만은 능력 없이 손으로 손수 조립하여 상태를 확인했다. 어려운 일도 아니건만, 조금 빠르게 조립한 것을 보고 류는 머리를 긁적거리더니 땀 한 방울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아니… 진짜 자주 하는 말 같아서 미안한데… 있잖아? 너 무슨 살인 청부업자로 길러진 애인가 뭔가 하는 거냐? 영화에서 본 거 같은데.”
나는 그 말을 무시하며 가볍게 총을 들어 위를 향해 쏘았다. 천장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을 확인해 두었기에 전구가 박살 나 유리가 떨어지지는 않았으나 주의를 끌기에는 좋았다. 물론 정말 쓸 데도 없는 주의가 끌리긴 했으나 그것은 내가 신경 쓸 바가 아니었다.
“출발이나 하자. 다른 녀석들은?”
“내려오고 있어. 배고프니까 빨리 가자고 난리야.”
그래, 그럴 만도 하지. 나는 케라르 씨에게 걸어가서 괜찮은 고깃집이 어디에 있는지, 가격이 어느 정도 되는지 묻고, 가격이 인당 30 아크라는 것을 듣고 뒷목을 잡으며 쓰러졌다. 그리고 그것을 류가 딱 좋게 잡아내며 내가 정신을 잃으려는 것을 막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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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이 적기 귀찮은게 맞긴 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분량도 반밖에 안되는 외전보다 조회수가 안나오는건 충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