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통 각하! 현재 일본군은 완평현성 인근에서 우리 군대와 대치 중이며 아군과 인민들(중화민국 당시에도 국민을 인민이라 함)을 강 서안에서 철수시키라는 조건을 걸고 있습니다!"


전화기로 들려오는 펑위샹 장군의 보고를 들으며, 나는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나한테 주어진 무기는 그저 미래의 역사지식뿐, 군사 지휘부문에서는 그냥 평범한 고딩1에 불과하다. 이런 부분에서는 나보다 장제스 본인이 훨씬 낫겠지만, 이제와서 다시 대한민국 고딩 윤주호의 몸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일이다.


생각을 해보자. 중일전쟁 초반에 중화민국군이 신나게 쳐발린 이유가 무엇인가? 일단 첫번째로, 주요 군벌들의 자신의 기반에 대한 집착이 있다. 


당장 내가 어제 펑위샹으로 바꾼 쑹저위안도 그 군벌들 중 하나로써, 자신의 기반지역인 베이핑(베이징의 옛 이름)에 집착하다가 병력을 말아먹었다. 그 뒤에도 30명 정도의 군벌이 적전도주를 해 빡친 장제스가 그들을 모두 총살시켜버린 사례도 있고. 


이 문제는 내가 아는 문제되는 지휘관을 교체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군벌들의 불만이 상당히 커질거고 나중에 일본을 이긴다해도 마오쩌둥의 공산당을 토벌하는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아니면 차라리 군벌들에게 적전 도주시 엄중 처벌할것임을 미리 전해두고 나중에 그들의 영지가 털리면 일종의 보상을 해준다던가 하는 방법도 있고.


두번째는 마오쩌둥, 즉 빨갱이 중국 공산당의 사보타주. 얘들이 일본이랑 제대로 싸운 건 백단대전이랑 평형관 전투 정도밖에 없고, 나머지는 오히려 잘 싸우는 국민당군을 공격해 본인들 세력을 키우는데만 열을 올렸다. 사람들은 주로 장제스가 일본군을 뒤에 두고 공산당 토벌에 몰두하는동안 마오쩌둥이 주로 일본이랑 싸웠다고 알고 있지만, 실상은 그 반대였던 것이다.


세번째는 물자의 절대적인 부족. 실제 역사에서 중일전쟁 초기때 중국이 신나게 털릴 당시 자본가들의 반발로 공장을 사전에 후방으로 옮기지 못했다가 그 공업력을 고스란히 날려먹었고, 거기다가 미국도 지원을 제대로 해주지 못해 중국은 중일전쟁 내내 물자 부족에 시달려야 했다.


마지막은 또 다른 내부의 적, 조지프 스틸웰. 이 작자는 중국에 고문으로 파견되었지만 인종차별주의자였던 데다가, 군사적 능력도 없어 일본군을 얕보고 버마에다가 장제스의 정예부대 X군을 꼬라박다가 날려먹을뻔 했으며, 또 다른 정예부대인 Y군도 서부에 묶어놓아 중국이 신나게 털리는데 일조했다. 이 인간 말고 다른 사람이 중국에 고문으로 파견됐으면 아마 1년은 일찍 일본군을 몰아냈을거다.


일단 4번은 조지프 스틸웰 오려면 한참 (약 4년정도 남음) 멀었으니 지금은 재껴두고, 3번이랑 1번이 당장의 큰 문제다. 2번은 차차 해결해야할 문제고.


"펑위샹 장군. 일단 그곳에 3개군단이 증원되고 있고 일본군과 확전될경우 수십개의 사단을 더 보낼 것이니 일본군이 공격해올 경우 시가전으로 최대한 버티시오. 일본은 우리에 비해 머릿수가 모자라므로, 최대한 크게 피해를 주다가 정 섬멸될 것 같으면 뒤쪽의 방어선으로 퇴각해도 좋소."


"알겠습니다. 일단 이 병력으로 베이핑에서 최대한 시가전을 하다가, 전세가 불리하면 톈진이나 바오딩으로 퇴각해 재편하고 뒤의 군단들에 합류하겠습니다."


이제 총사령관인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끝났다. 남은 건 펑 장군의 지휘력에 모든 걸 맡기는 수 밖에.


"장군들. 작금의 상황에서 보다시피 일본군의 속은 교활하고, 침략의 야욕에 가득 차 있소. 하지만 이들이 우리 중화민국을 침공한다고 해도.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오. 우리가 그들에게 활용할 수 있는 우리만의 무기는 두 가지가 있소. 

바로 광활한 공간과 압도적인 물량이오. 물론 무기의 질과 전투력은 우리가 열세인 건 확실하오. 하지만 우리는 저들에게 시가전이나 유격전을 강요, 최대한의 피해를 입히며 잠시 공간을 내주더라도 퇴각해 재정비를하고, 때가 되면 우리 땅 깊숙히 들어온 일본군들을 포위섬멸해 반격에 나설 것이오. 비록 일본군은 강대하지만, 우리 중국이 하나되어 맞선다면 능히 격퇴할 수 있을 것이니, 장군들 모두 날 믿고 최선을 다해 싸우길 바라오."


"최선을 다해 맞서겠습니다!"


"총통 각하의 명령 아래 시종일관으로 맞서면 우리 땅에서 일본을 몰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고맙소. 내가 귀관들과 일단 최우선적으로 상의할 문제는 화북지대의 공장의 이전이오. 아까도 말했다시피 저들과 맞서다보면 어쩔 수 없이 뒤로 후퇴할 상황이 있을 것인데, 그런 상황에서 그 지역의 공장들이 버려진다면 우리나라에는 크나큰 손실이 될 수 밖에 없지. 하지만 공장을 후방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지역유지나 자본가들의 반발이 있을게 자명한데, 이에 대한 귀관들의 의견은 어떻소?"


"총통 각하, 제 견해를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리더창 실업부(경제부의 옛 이름)장? 말해보시오."


"우리나라의 공업지대는 대부분 연안지역에 집중되어있고, 아마 그 지대들 중 한 곳으로는 일본이 상륙을 시도해 올것이라는게 저의 견해고 군사정보부의 의견이기도 합니다. 특히 바오딩, 창저우, 톈진 시의 대규모 공업지대는 현재 일본군 점령지와 매우 인접해, 우리가 최우선으로 이전해야할 곳 중 한 곳입니다. 

따라서 이 지역의 공장들을 이전하되, 자본가들이 반발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상을 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장이 생각하기에 적절한 보상방안은 어떠하오?"


"일단 상세한 필요 보상액은 회사마다 다르므로 그것을 조사하고, 중앙의 정책에 협조하는 회사들에는 종전 후에 원래 공장이 있던 지대를 최우선적으로 매입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또한 향후 지원금 및 보상금 지급도 논의해야 합니다."


"그것도 좋은 방법이오. 다른 의견 없소? 없으면 리더창 부장의 이름대로 하고, 부장은 실업부 실무자들과 세부사항을 논의하시오. 또한 여기에 없는 장군들을 포함한 모든 장군들에게 말하는데, 전쟁 중 적전도주는 무조건 총살 혹은 종신형으로 다스릴 것이오. 하지만 끝까지 잘 분투해주고 자신의 기반지가 피해를 입었다면, 위의 리 장관 안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주도록 하지. 그리고 전쟁을 대비해 베이핑의 옮길 수 있는 고대의 유산들을 충칭쪽으로 옮길 것이오."


"따르겠습니다!"


이렇게 1시간 정도 더 세부적 사항을 논의한 끝에, 기나긴 회의가 끝났다. 지금 내가 내린 조치들이, 어쩌면 앞으로 중화민국의 10년, 100년을 결정할 수도 있겠지?


관저로 가다가 느낀건데, 혈기왕성한 남고딩의 몸이었다가 갑작스럽게 50대 아저씨의 몸으로 빙의하니까 조금만 걸어도 몸이 찌뿌둥하다. 앞으로 운동을 좀 해야겠다. 3일째 축구도 못하고... 잠깐만, 축구?


생각해보니까 내가 21세기 남고딩으로 있었을 때 중국이 축구를 심하게 못해서 놀림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나중에 전쟁 끝나면 중국에서 슈퍼리그도 원래보다 훨씬 일찍 만들고, 거기다가 지금은 나오려면 수십년은 걸릴 유럽식 토탈사커도 한 번 이식해 봐야...


"여보? 왜 이렇게 표정이 웃고 계세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내 아내(사실 나는 실제로 본지 며칠 안됐지만) 쑹 메이링이다.


"악 깜짝아! 그... 중화민국의 문화에 대해서 잠시 생각을..."


"그거 아세요? 최근 며칠동안 여보의 행동이 약간 젊은 남자같아졌어요. 뭔가 혈기도 넘치는 것 같고. 지난번에는 갑작스럽게 같이 운동을 하자고 하지 않나..."


반박할 수가 없다. 겉만 50대지 속은 다 자라지도 않은 고딩이니까.


"그야 운동을 많이 하면 건강해지고, 의사들이 운동을 많이 해야 오래 살 수 있다고 하오. 이참에 부인도 나와 같이 관저 정원 좀 뛰어보지 않겠소?"


"저는 젊을 때의 제가 아니라 체력이 따라주지 못 할 것 같아요. 50대에도 저랑은 다르게 체력이 왕성하신 것 같아서 부러워요. 잘 뛰고 오세요."


할 수 없이 혼자 관저를 나서 정원을 몇 바퀴 뛰었다. 원래 내 몸이었으면 수십바퀴도 넘게 뛸 수 있었는데, 한 대여섯바퀴 도니까 금방 지쳤다. 이만 쑹 메이링이 해주는 맛있는 볶음밥 먹으러 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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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3일 베이핑성. 


"덴노 헤이카 반자이!!!!!"


--투투투투투투투


며칠 전 장제스가 쑹저위안과 교체한 펑위샹 장군은, 원 역사의 쑹 장군과 다르게 상당히 강경하게 대응해 원래 역사인 7월 25일보다 며칠 빨리 일본과 본격적인 전쟁이 터졌다.


일본군은 완평현 성문을 뚫기 위해 포격을 가하고 그 뒤 조선 주둔군 20사단, 5사단 병사들을 돌격시키며 거세게 맹공을 퍼부었고 중국군은 일본의 반자이 돌격에 맞서 성문을 사수하고 있었지만, 무기의 질이나 훈련도가 상당히 열세인데다가 중과부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친더춘, 지금 상황을 보고하게. 현재 방어 상황은 어떠하며 베이핑 외 일본군 접경지는 어떤 상황인가?"


"현재 탕산과 톈진 등에 위치한 아군의 기지에 일본군의 공격이 이어지고 있으며, 남원(베이핑 남쪽의 소도시)의 29군 사령부가 폭격당해 아군의 고위 장교 몇몇이 전사했습니다."


"...이대로 일주일 정도 베이핑을 사수할 수 있나? 후방의 바오딩에 방어선이 제대로 건설될 때 까진 버텨야 해."


"이대로는 며칠 버티지 못할거라 생각합니다. 제 의견을 건의 드리자면, 각하는 지금 이곳에 있는 병력 절반을 데리고 퇴각해주십시오. 제가 남은 병력으로 시가전을 해 일본군을 최대한 저지해보겠습니다."


"장자충! 자네는 어떡하고!"


"너무 불리해진다싶거나 후방에 방어선이 제대로 구축되면 저도 병력을 이끌고 탈출하겠습니다. 각하는 먼저 퇴각해주십시오."


"... 자네, 꼭 살아서 돌아오게나."


"노력해보겠습니다."


그 뒤 펑 장군은 장제스에게 전화로 상황을 보고하고 탈출했으며, 장자충 시장은 남은 병력으로 시가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총통 각하가 말씀하신대로 사제 폭탄이라는 걸 활용해보게. 일본군들은 필시 유물이나 값져보이는걸 약탈하려 할 것이고, 폭탄을 유물로 위장하고 일본군의 눈에 띄게 배치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야. 그리고 건물마다 병력을 배치해, 일본군이 수색하러 들어오면 기습을 하게."


그렇게, 후대의 일본군 참전용사들에게 '피의 8일' 이라고 불리게 될 베이핑 사수전이 시작되었다.



+대역물 하나 쓰는게 이렇게 힘드네요. 당시 관련 자료 찾아보느라 아마 한 편당 30분~1시간은 썼을 겁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