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쉬면서 마시는 건지, 커다란 맥주잔에 입을 박고 들이키던 남자는 결국 마지막 남은 한 방울 까지 비워버린 잔을 테이블 위에 쿵- 찍으며 소리쳤다.


"왜, 대체 왜 내 고백을 안 받아주는데! 으아아아앙~!!"


이제는 머리도 테이블에 박으며 울기 시작한 남자를 보면서도 그의 친구는 아무렇지 않게 술잔을 기울이며 물었다.


"그래서, 또 고백했는데 차여서 날 불러내서 술을 마시는 거다?"


"그래! 불만이야? 친구가 실연을 당해서 마음에 상처를 입고 있는데 또라니, 또라니!! 으아아아앙!!"


"불만이지. 이런 식으로 나온 게 벌써 열 번째니까, 친구야."


친구는 인사불성이 되어 울기 시작하는 남자를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때는 바야흐로 반 년 전.


여느 때 처럼 돈 쓰면서 여자들이랑 놀던 한량은 자신의 시선을 단숨에 빼앗는 그녀를 발견하게 되었다.


늘 하던 것 처럼 그녀에게 다가가 추파를 던지지만 어림도 없지, 그녀는 단칼에 거절하였다.


오기가 생겨 계속 남자는 그녀의 뒤를 쫓아다녔고, 그러다여차저차 결국 친해졌다고 한다.


"또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던?"


"응……."


"이번에는 뭘 주려고 했는데."


"큰 건 아니고, 그냥 작은 집 한채……."


"퍽이나 받겠다, 이 미친놈아!"


친구의 대답에 남자는 잔뜩 풀이 죽어버렸다.


그 모습에 친구는 한숨을 내쉬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네 딴에는 진심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잘 생각해 봐. 그렇게 가방 사주고 차 사주고, 그거 전부 다른 여자한테도 한 거 아니야?"


"……그런가? 그러고보니, 그렇네?"


친구는 남자에게 쯧쯧- 혀를 차며 말했다.


"맨날 다른 여자한테 하던 방식으로 고백하니까, 당연히 진심이 안 느껴지겠지."


"그, 그럼 어떻게 해야 돼? 내 진심을 전하려면 어떻게 해야되는 건데?"


"손수 이벤트를 준비한다거나, 직접 선물을 만들어주는 건 어때? 중요한 건 널 위해서라면 난 이런 것도 할 수 있다고 보여주는 게 중요한 거니까."


친구의 말을 들은 남자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다가 손뼉을 딱- 쳤다.


"그래, 그거야! 내가 직접 그녀에게 어울리는 목걸이를 만들어주는 거야!"


남자는 헐레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친구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역시 넌 내 최고의 친구야!!"


남자는 그 말을 남기며 술집을 뛰쳐나갔고, 친구는 한숨을 내쉬며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에휴, 미리 카톡이나 보내놔야겠다."






다음 날, 남자는 친구가 보내준 연락처로 전화를 해 귀금속 세공사를 찾아갔다.


"안녕하세요. 친구에게 사정은 들었습니다. 목걸이를 직접 만들어주고 싶으시다구요."


"네. 비용은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으니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날 부터 남자는 귀금속 세공사에게 목걸이를 만드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는 게 맞나요?"


"으음, 다시 한 번 해볼까요?"


당연하게도, 남자는 장신구를 만들기에는 재능이 전혀 없었다.


보석을 끼울 구멍을 만들다가 뻥 뚫어버리기 일쑤에, 인두를 사용하다가 손에 화상을 입는 일도 비일비재하였다.


하지만, 남자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고, 밤을 새며 연습한 남자는 드디어 목걸이를 완성하였다.


"드디어, 완성했다!"


귀금속 세공사는 목걸이의 가운데에 비어있는 곳을 보며 물었다.


"저 부분에 끼울 보석은 구하셨나요?"


"네. 일단 찾기는 했어요. 아직 구하지는 못했지만요."


"보석 끼우는 건 어렵지 않으니까 잘 하실 수 있을 거에요. 고백, 꼭 성공하시길 바랄게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미완성의 목걸이를 들고 나온 남자는 곧바로 전화기를 꺼내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네…… 네. 그 날로 잡아주세요."


통화를 마친 남자는 밝은 표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며칠 뒤, 한동안 보이지 않던 남자의 연락을 받은 여자는 한달음에 약속 장소로 달려나왔다.


약속 장소에는 남자가 손에는 정성스래 포장된 상자를 들고 서 있었다.


여자가 다가오자 남자는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잘 지냈어?"


"잘 지냈냐고? 갑자기 연락도 없이 사라진 사람이 누군데!"


갑자기 연락도 없이 모습을 감춘 남자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걱정하던 여자는 잔뜩 화가 난 표정이었다.


"미안. 이번에는 내 진심을 꼭 보여주고 싶어서, 이렇게 준비했어."


남자는 상처가 난 손으로 정성스래 포장된 상자를 여자에게 건내주었다.


"내가 직접 만든 거야."


직접 만들었다는 말에 깜짝 놀란 여자는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인 남자의 손을 보고는 더 놀라 손을 뻗어 남자의 손을 살폈다.


"아니, 대체 뭘 만들었길래 손이 이지경이 된 거야. 괜찮아?"


"괜찮아. 내 진심을 전할 수 있다면, 이 정도 상처는 정말 별 거 아니야."


남자는 포장을 풀어 목걸이를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파란빛의 다이아몬드가 박힌 목걸이를 그녀의 손에 쥐어 준 남자는 그녀와 눈을 맞추며 말했다.


"이제 다시 말할게. 좋아해, 나랑 사귀어줄래?"


"……정말 진심이었구나. 고마워. 그리고, 좋아."


그녀는 그가 만들어 준 목걸이를 꽉 쥐며 그를 꼭 안았다.







그렇게 커플이 된 두 사람이 데이트를 하기 위해 남자의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에 여자는 그의 손을 보았다.


그를 처음 봤을 때 보였던 수많은 반지들은 어느샌가 사라져 있었고, 여자마냥 고왔던 손에는 여기저기 상처가 나있었다.


"우리, 반지 맞출까?"


"반지? 흐음……."


남자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번에도 직접 만들어 볼까?"


"뭘 굳이 또 만들어."


"그래도 직접 만드는 편이 더 좋지 않아? 이번에는 자기도 같이 만들자. 어때?"


"그래."


좋아하는 여자를 보며 남자는 옆구리를 손으로 문지르다가 어깨를 으쓱하였다.


"뭐, 한 두 개 더 없어도 상관없겠지."






그녀와 데이트를 끝내고 그녀를 집에 바래다 준 남자는 차에 타며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네, 선생님. 저번에 만든 보석은 정말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반지를 만들기로 해서요."


전화기 너머의 상대는 곤란한지 잠깐 동안 신음을 흘렸다.


[흐음, 저번에 갈비뼈 뺀 것도 덜 아물었을텐데, 힘들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여자친구가 원하니까 어쩔 수 없죠. 참, 이번 수술은 두 명으로 부탁드릴게요."


남자는 아직도 허전한 느낌이 가시질 않는 옆구리를 손으로 감싸며 말했다.


"사랑은 서로 주고받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