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한 꽃들이 안녕안녕 인사하고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어서 자신을 뽐내는 그런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따스한 햇살이

작은 틈사이로 들어와 나를 환하게 밝혀주고

따듯한 바람이 나를 보듬어주는 그런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희망으로 가득찬 그런날

활짝 피어서 모두를 고양시키는 그런날


목련의 화사함이 며칠이나 지났을까

어느새 커다란 해바라기가 피어나는 그런날

따사로운줄 알았던 햇빛이 심술을 부리고

예쁜 장미가 숨겨진 가시로

까칠하게 나를 콕콕 찌르는 그런날

화창한 하루는 어디갔을까

바닥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그런날

아이들의 시야는 높아졌지만

어깨는 내려가는 그런날

하지만 모두가 뜨거운 열정에 차있는 그런날


꽃들이 지고낙엽이 떨어지는 그런날

매번 까칠하게 가시를 세우더라도

항상 아름답게  자리를 지키던 장미가 그리워지는 그런날

알록달록한 나무들은 따스한 봄을,

단풍이 피운 새빨간 산불은 뜨거운 여름을

연상시키는듯 하다가도 이또한 금방 떨어지겠지,

하고 마음한켠이 씁쓸해지는 그런날

가끔씩 보이는 국화꽃으로 나를 달래면서도

시려지는 가을바람에 몸을 움츠러뜨리는 그런날

손에 금방 잡힐것만 같던 하늘은

어느샌가 아득히 높아져서

금방 포기하게 되는 그런날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잔걱정만 늘어나는 그런날

모두가 현재가 아닌

과거와 미래만 바라보는 그런날


모든 세상이 새하얘지는 그런날

눈꽃으로 덥힌 풍경속에서

동백꽃이 빼꼼 고개를 내미는 그런날

소복히 쌓인 눈에 남겨진  발자국을

신기하다는듯이 구경하는 그런날

알록달록하거나뜨겁지는 않지만

새하얗게  마음을 비우게되는 그런날

마침내 모두가 휴식을 맞이하는 그런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