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루조와의 사투로부터 약 30분가량 뒤, 자동차 안. 아바키오는 왼손을 펼쳤다.


“다시 한번 나도… 입수한 ‘열쇠’ 좀 볼까…? 나란차.”


뒷자리에 앉은 나란차는 열쇠에 장식된 붉은 색 반구형 보석을 바라보다가 아바키오에게 대충 던져주었다.


“응… 여기, 아바키오.”


아바키오는 당황하여 소리쳤다.


“자, 잠깐! 던지지…”


열쇠는 부차라티의 능력으로 재 접합된 아바키오의 오른손을 맞고 떨어졌다. 아바키오는 오른손을 부여잡지도 못할 정도의 고통에 세상 떠나가라 비명을 질렀다.


“마, 라고 하려고… 했는데에에에! 이 자식! 이 오른손, 부차라티의 ‘지퍼’로 붙여두긴 했지만… 아직 제길!”


죠르노가 운전하는 자동차는 제일 뒤 칸에 트리시와 미스타, 푸고. 중간에 부차라티와 나란차, 조수석에는 아바키오가 타고 있었다. 나란차는 별 문제없다는 듯이 말했다.


“오버하긴~ 그리고 아프다는 건 낫고 있다는 증거잖아… 좋은 증상이니까 좋아할 일 아니야~? 1976년 F1 드라이버 ‘니키 라우다’는 사고로 전신화상을 입었는데 살아 돌아왔다잖아. 멀쩡하지, 부차라티?”


부차라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비키오는 여전히 아파했지만.


“이… 이 자식~ 난 이제 겨우 30분 밖에 안 됐다고… 낫느냐 안 낫는냐 하는 건 둘째 치고 아파 죽겠다니까, 아직! 제길.”


아바키오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왼손으로 열쇠를 잡고 위로 올려, 보석을 올려다보았다.


“헬리콥터 ‘열쇠’일 줄로만 알았는데… 정말 ‘열차’ 같은 걸 타도 되나…? 역은 위험해… 역에 가는 건 말이야…”


빛이 보석을 통과하자 그 안에 글씨가 나타났다.


“딸을 지켜줘서 고맙다. 부차라티. 나폴리 역 6번 승강장의 ‘거북’이 있는 식수대로 가 그 ‘열쇠’를 사용해라. 그리고 열차로 딸을 베네치아까지 데려오도록. 추신-네게 내린 지령은 베네치아에서 종료된다.”

“역시 이것만으론 이게 무슨 ‘열쇠’인지 알 수가 없어…! ‘역 식수대’에 뭐가 있는지도 도무지 알 수 없고…”


부차라티가 말했다.


“보스는 ‘적에게 들키지 않고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을 위해 그 ‘열쇠’를 입수하라고 했어! 그걸 믿는 수밖에 없어…! 그 ‘열쇠’를 믿고 역으로 가는 수밖에…!”


나란차가 물었다.


“보… 보스는… 베네치아에 있는 걸까? 그 내용에 따르면…”


“그런 건 생각할 필요 없어! 우리는 지령대로 움직일 뿐이야. 6번 승강장의 식수대로 갔다가… 열차를 탄다! 지금 시간에 제일 빨리 떠나는 건 ‘10분 뒤의 피렌체행 특급열차’… 그걸 탄다! 미스타! 이제 곧 역인데 뒤쪽은 어떻지?”


“문제없어… 아직까진. 하지만 역은 위험해… 푼돈에 매수된 역무원이나 부랑자들이 우리를 눈 깜짝할 사이에 적에게 알리는 수가 있어.”


푸고는 트리시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보스의 딸… 트리시… 생전 만나본 적도 없는 아버지 때문에 표적이 되다니, 대체 어떤 기분일까…? 본인은 감정을 일절 보이지 않지만… 그리고 정말로 스탠드 유저이기도 할까? 그런 느낌은 전혀 없는데…’


그때, 미스타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푸고에게 속삭였다.


“아하~ 푸고 이 자식, 너도 저게 자꾸 눈에 밟혀 죽겠다 이거지~? 아까부터 나도 그런데 말이야~!”


푸고의 시선이 자연스레 약간 벌어진 상의 안 트리시의 가슴…보다 더 안쪽으로 시선이 갔다. 미스타가 속삭였다.


“하지만 큰일나는 수가 있다~ 푸고~! 빤히 바라봤다간 말이야~ 보스의 딸이라니까…! 임무가 끝난 뒤 ‘푸고가 추파를 던졌다’라느니, ‘푸고가 들이댔다’라느니 보스에게 일러바쳐봐.”


미스타가 자기 손가락으로 자기 목을 긋는 시늉을 하자 푸고는 당황했다.


“뭐, 뭔 소리예요! 난 아무것도! 미스타가 괜한 소릴 해서…!”


그때, 차가 급정거를 하며 푸고는 그만 트리시의 품에 부딪히고 말았다. 미스타가 먼저 선수를 쳤다.


“으아아아앙 저희 푸고 제발 좀 용서해주십쇼. 딱히 몹쓸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요. 푸고가 브레이크를 핑계로 아가씨 가슴을 훔쳐보려 했다든가 치마 속 허벅지를 손가락으로 주무르려 든 건 순전히 우발적 충동이었다니까요, 암요! 부디 보스께는 비밀로~”


푸고는 진심으로 당황해 미스타를 제지했다.


“자, 잠깐, 왜 이래요! 진짜 그냥 엎어진 건데 미스타가 자꾸 그러면 큰일날 소리로 들리잖아요!”


잠시 후, 나폴리 역 구내 16:35 발 피랜체행 급행열차가 있는 6번 승강장. 출발을 4분 남겨둔 그 때 두 남자가 정거장을 걸었다. 그들은 식수대 앞에 쭈그려 앉아 있는 부차라티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고 있었다. 두 남자 중 멋들어진 검은 정장을 입고 광을 낸 구두를 신은 금발머리 남자가 말했다.


“정말 있군, 부차라티다… 선두 차량 쪽 식수대에 있어… 다른 패거리와 보스의 딸은 이미 열차에 탄 것 같군… 1호 차량인가. 하지만 믿기지 않는데~ 대번에 들통나기 십상인 역에 다같이 올 줄이야~”


그의 옆에서 걷던 초록색 머리카락과 굵은 목, 그리고 두상 때문에 마치 무 같이 생긴 키 작은 남자가 말했다.


“이것들 다 죽었어!”


남자는 그 초록머리 남자를 힐끔 돌아보더니 다시 말했다.


“’역에 왔다’. 그 말인즉슨 궁지에 몰린 끝에 맛이 가버린 거거나… 아니면… 우리의 추격을 피할 방법에 ‘모종의’ 자신이 있다는 거거나… 둘 중 하나겠군…”


“하여간 이것들 다 죽었어! ‘포르마조’와 ‘일루조’의 원수 놈들!”


“페시 이 자식… 아까부터 시끄럽네, 그놈의 ‘죽인다’, ‘죽인다’ 타령~ 지금 뭐 하자는 거냐, 그딴 말은 우리 세계에는 없어… 그딴 겁쟁이나 하는 말 따위.”


남자는 페시의 턱을 손가락으로 찔렀다.


“’죽인다’… 그런 말은 할 필요가 없어. 왜냐하면 나나 우리 동료들이 그 말을 머릿속에 떠올렸을 때는! 실제로 상대를 해치워 이미 상황이 끝난 뒤기 때문이지! 그래서 그런 말을 사용한 적이 없는 거야! 페시, 너도 그래 될 테지~? 우리 동료라면… 알아듣지? 내 말… 응?”


페시는 머리를 긁적였다.


“아… 암요! 알아듣죠, 프로슈토 형님.”


“죽인 다음이라면 해도 돼! 난 이대로 계속 승강장에서 접근할 테니… 페시 넌 열차 안에서 1호 차량으로 접근해라! 양쪽에서 협공이다! ‘보스의 딸’은 산 채로 잡아야 해! 출발하기 전에 긑내고 싶군. 그럼 표를 살 필요가 없으니까.”


한편, 죠르노가 열차 출입구에서 부차라티에게 말했다.


“부차라티, 곧 출발 시간입니다… 이제 슬슬 타야…”


“나도 알아… 죠르노… 너도 먼저 가서 트리시를 호위해라…”


“왜 그러죠…? 열쇠를 사용해 안에서 꺼내기만 하면 되는 일 아닙니까…?”


부차라티의 얼굴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승강장의 식수대’… 여기 말고는 없지…? 식수대에 난 열쇠 구멍 같은 건 또 없지… 죠르노? 안 맞아… 이게 아니야… 이 열쇠 구멍이 아니라고…”


확실히, 열쇠구멍은 열쇠보다 훨씬 작았다.


“이 ‘열쇠’, 들어갈 생각도 안 해!”


프로슈토는 점점 부차라티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게다가 ‘열쇠’를 꽂고 자시고 할 것 없이! 이 뚜껑, 애당초 안 잠겨 있어! 그냥 밸브라고!”


“그 소화전의 자물쇠는?”


“이미 해봤지만… 아니야! 전혀 달라, 모양이! 없어! 이 ‘열쇠’가 들어갈 자물쇠나 문 같은 건…! 이 ‘식수대’에는 없어! 대체 뭐지?! 이 ‘열쇠’로 어딜 열어서 뭘 꺼내야 하는 거지?!”


“부차라티… 열차 하나 그냥 보낼까요…? 다음 열차는 15분 뒤 로마행인데요…”


“안 돼! 적 중 누군가가 슬슬 정보를 입수해 이 역으로 올 때가 됐어!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떠야 해!”


“6번선! ‘거북이 있는 식수대’! 분명 여기가 틀림없는데! 망할, 대체?!”


그때, 다시 보스의 지령을 확인한 부차라티는 머릿속으로 무언가 빠르게 지나갔다.


“거북…”


부차라티는 식수대를 기어다니던 거북을 바라보았다. 그 거북은 팔각형 등딱지에 ‘홈’이 파져 있었다.


“거북… 설마! 같은 모양이 있어! 이 8각형, 거북 등껍데기의 모양과… 이… 이 열쇠, 찾아야 할 건 열쇠 구멍이 아니라, ‘등껍데기’였어! 어떻게 돼 있는 건지는 몰라도… 이 거북의… 등껍데기에 ‘열쇠 그 자체’를 끼워 넣는 거였어! 들어 맞았다!”


그 순간, 부차라티는 거북의 등에 끼워진 열쇠의 붉은 보석에서 무언가 ‘기운’을 느꼈다.


“뭐… 뭐지?! 이… 이 거북은?! 설마 이 거북이 ‘스탠드 유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