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땡땡

금속음이 울려퍼지면 사람들의 함성이 들린다.

그리고 어김없이 나는 경기장에 오른다.

약간의 긴장감과 눈 앞에 있는 적에 대한 존경심이 가슴 한켠에서 피어오른다.

눈 앞에서 심판이 신호를 내리기 위해서 다가왔다.

"준비,시작!"

그것과 동시에 상대방은 테이크다운을 시도했다.

예상대로 나왔기에 나는 니킥으로 녀석의 안면을 때렸다.

상정 외의 충격을 받은 녀석이 뒤로 주춤거렸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뒤로 물러서려는 녀석의 목덜미를 붙잡고 다시 니킥을 쑤셔넣었다.

제대로 들어간 느낌이 났다.

잡은 목덜미를 풀어주고 왼손 훅으로 녀석의 머리를 노렸다.

약간은 꿀밤같은 각도의 내려찍는 느낌이다.

본능인 것인지 녀석이 회피했다.

내 왼쪽으로 상체를 움직여서 피한 것이다.

그렇다면 녀석이 할 행동은 하나다.

내 왼쪽 보디를 노리는 것이다.

이거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어금니 꽉 깨물고 한대 맞고 버티는 수 밖에 없다.

내장이 울린다.

심장이 크게 뛰는 것이 느껴졌다.

호흡에는 아직 큰 문제는 없다.그나마 다행이다.

나는 아직 허리를 오른쪽으로 돌린 그대로다.

녀석의 후속 연계가 오기 전에 고통을 무시하고 내 주먹을 먼저 꽂아넣었다.

고개를 움직이던 녀석의 머리에 정확하게 꽂히는 라이트 훅이었다.

강렬한 손맛이 느껴졌다.

복싱에서 골을 때려서 기절을 시키려면 강력한 힘이 필요하겠지만 여기는 맨손이다.

즉,어떻게 때려도 아플거라는 말이다.

녀석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다시 금속음이 울렸다.

땡땡땡

"승자,잭 하우스!"

심판이 나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승자로서 뭔 말이라도 해보라는 것이겠지.

"......다음 경기는 누구라도 좋다.그렇지만 챔피언이면 좋겠군."

나는 반응도 확인하지 않고서 경기장을 나왔다.

언제 가던지 똑같다면 빨리 나가고 싶으니까 말이다.

대기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후드를 깊게 쓰고서 길을 나섰다.

날씨가 추웠다.흰 입김이 흩어지는 형태를 보니 바람도 많이 불고 있었다.

숨을 한번 고른 다음에 숙소로 돌아가려고 택시를 잡기 위해서 길가에 서게 되었다.

문득 기다리면서 하늘을 올려다 보게 되었다.

오늘 보름이었네.

"......."

역시 도시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안 잡히는군."

택시가 씨가 마른 것인지 잡히지를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걸어가는 수 밖에 없겠다.

특별히 먼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까운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탁탁탁

뒤에서 누군가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단단한 구두?아니면 밑창이 단단한 어떠한 신발일 것이다.

나는 뒤를 돌아서 그것이 어떤 존재인지 확인하려 했다.

붉은 눈,검은 머리를 한 여자였다.

안 어울린다.과학적으로 말이다.

붉은 눈은 알비노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다.

그런데 검은 머리카락이라고?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전투를 할 준비를 했다.

지면을 박차고 폭발적인 속도로 나에게 접근했다.

순식간에 15미터를 넘는 거리를 좁히는 폭발력

기묘한 외형

인간이 아닌 동물을 사냥한다고 생각하고서 상대해야한다.

나는 해머링을 하듯이 주먹을 내려쳤다.

녀석은 돌진하면서 붙은 가속도를 비웃듯이 순식간에 옆으로 피했다.

물리 법칙을 무시한 듯한 회피까지 가능한 괴물에다가 이 속도라면 도망가는 것은 무리다.

녀석은 나를 관찰하듯이 주변을 돌면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기분이 별로인데."

나는 호흡을 정렬했다.

날카로워진 감각이 적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시작했다.

돌진 공격을 준비하는 순간이 기회다.

자세를 최대한 낮추고 공격을 기다렸다.

녀석이 손을 뻗은 상태로 돌진을 해오자마자 나는 몸을 바닥으로 눕히는 동시에 녀석의 팔을 잡은 뒤

추진력을 역이용 해서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정확히는 그럴 생각이었다.

내동댕이 치려는 순간 녀석은 팔을 불가능한 각도로 꺾어서 바닥에 착지했다.

그런 다음 나를 발로 걷어차서 날려버렸다.

가드도 못하고서 몸통에 킥을 허용해서인지 호흡이 끊어졌다.

"젠...장...."

나는 얕게라도 호흡하면서 숨을 되찾으려고 했지만

내 눈 앞에 있는 괴물이 그것을 허락해 줄 가능성은 매우 적다.

심장이 크게 뛰기 시작했다.

살고싶다는 본능일까?

그것보다는 다른 무언가에 가까웠다.

스으으으

나는 얕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온몸이 뜨거웠다.뜨거운 차를 원샷 했을 때보다 더 뜨거웠다.

나는 녀석이 달려들기를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녀석이 엄청난 속도로 달려왔다.

이번에는 달랐다.

뭔가 내 몸이지만 특별한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말이다.

녀석의 손끝 찌르기를 잡아채서 막았다.

"너.....인간이야?"

녀석의 입에서 나온 질문에 답변을 하기 전에 주먹이 먼저 날아갔다.

심장을 뽑아버릴 기세로 찔러넣었지만 녀석의 몸이 단단한 것인지 심장이 뚫리지 않았다.

그녀의 몸이 축 늘어졌다.

하지만 내가 긴장을 늦추는 순간 심장이 터질듯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건 뭐야...?"

어금니를 꽉 깨물고 몸을 움직이려고 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훈련을 심하게 해도 이렇게 심각하지는 않았다.

호흡을 가다듬으려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넌 뭐하는 인간이야?"

내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젠장,벌써 일어난 모양이다.

"격투기 선수,불법적인 곳이지만"

그녀는 내가 움직이지 못하게 껴안은 상태로 목을 잡고 있었다.

"일반인은 아니란 말이지?"

그녀는 왜인지 기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단 말이지."

그녀는 잡은 목을 풀어준 다음 내 앞에 섰다.

달빛을 등지고 그녀는 자신을 소개했다.

"난 마리아,뱀파이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