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슈토가 소리쳤다.


“자, 페시! 이 열차의 ‘머리 끝’에서부터 ‘꽁무니’까지 싹 다 뒤져보자! 어딘가에 숨어 있는 부차라티 패거리를 끌어내주지! 넌 ‘운전실’에서 대기해! 놈들은 우리의 존재를 아직 눈치 못 챘을 것 같지만… 만에 하나 눈치 챘다면 이 열차를 멈추러 올지도 모르니까! 놈들은 ‘보스의 딸’을 데리고 있어! 이 열차 안을 쉽사리 돌아다니거나 혹은 ‘보스의 딸’을 데리고 뛰어내리거나! 간단히 그럴 소는 없지! 그것이 우리에게 유리한 점이야! 열차를 최고속을 달리게 해! 로마에 닿기 전까지 놈들을 몰살해버리고 ‘보스의 딸’을 확보한다!”


“자… 잠깐만요, 형님…”


그러나 프로슈토는 페시의 말을 듣지 못하고 가버렸다. 페시는 운전실을 둘러보며 생각했다.


‘여기 이 운전실 안의 기척은 둘인 줄 알았는데 말이야… 이 운전수의 기척 말고 또 하나 있었던 것 같기도…’


페시는 로커 문을 벌컥 열었지만 특별한 것은 없었다.


“로커 같은 데 누가 있을 리가… 역시 운전수는 혼자였을 거야… 난 형님과 달리 ‘감’이 영 별로라 말이야…”


그때, 페시는 의자 아래에 무언가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손을 뻗었다.


“뭐지…? 저 검은 건?”


페시가 거북을 확인하기 직전, 갑자기 기분 나쁜 연기가 운전실로 들어왔다. 무언가 불에 타서 생기는 연기는 아니었다. 그리고 페시는 그 연기를 수도 없이 보았기에 경악하여 그 자리에서 근 1미터는 펄쩍 뛰었다.


“으아아아아! 혀… 형님! 서… 설마!”


페시는 후다닥 복도로 달려 나왔다. 역시나 프로슈토는 자신의 스탠드를 꺼냈고, 그 스탠드에서 연기가 풀풀 나고 있었다. 다리 대신 몸을 지탱하는 두 팔, 하반신 없이 내장 같은 관다발이 흐느적 거리는 허리, 전신에 수없이 박혀 깜빡거리는 끔찍한 눈, 마치 외계인 같은 두상까지… 끔찍하기 그지없는 프로슈토의 스탠드였다. 프로슈토가 소리쳤다.


“더 그레이트풀 데드!”


“잠깐! 잠깐만요! 해, 해치워 버리게요?! 승객들까지 해치워버리게요? 게다가 놈들이 아직 확실히 열차 안에 있는지도 잘 모르는데!”


“말했을텐데, 싹 다 뒤질 거라고! 놈들은 반드시 있어! 게다가 이런 게 뭔 대수라고! 매년 세계에선 열차나 비행기 사고가 수없이 일어난다! 그에 비하면 별거 아니야!”


같은 시간, 거북 안. 죠르노와 푸고, 아바키오는 아침에 있던 전투에 지쳐 잠에 빠져 있었다. 부차라티는 소파에 앉아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고 있었고, 트리시도 소파에 앉아 얼음물을 마시며 잡지를 읽고 있었다. 미스타는 냉장고 앞에 앉아 할 짓 없이 돌아다니던 나란차에게 물었다.


“어쩐지 ‘거북’ 안에 있는 방이라 그런지 좀 덥네… 나란차, 너도 뭐 마실래?”


나란차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차가운 것밖에 없지만. 콜라, 미네랄워터, 탄산 든 거, 탄산 안 든 거. 애플 주스, 오렌지 주스, 파인애플 주스.”


나란차는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얀마, 내 말 안 들려?”


나란차는 손을 귀에 가져다 대며 물었다.


“응? 뭐라고 했냐?”


“뭐 마실 거냐고 했거든…! 그리고 너도 좀 쉬지 그래? 얼굴 보니 피곤해 보이네… 이상은 없을 것 같지만… ‘천장’은 내가 감시할 태니까! 난 하나도 안 피곤하거든!”


나란차는 바로 옆 소파에 앉아 허리를 두들겼다.


“그려…? 어쩐지 갑자기 어깨가 결리는 게~ 허리도 아프고~ 뭐 따뜻한 게 좋겠어… 속 편한 걸로…”


“그러니까, 차가운 것밖에 없다니까! 사람 말 좀 들어라, 자식 진짜.”


“그럼 바나나로 하지 뭐.”


나란차는 탁자에 놓인 잡지들 중 의외로 전원주택을 소개하는 잡지를 펼치더니 길게 한숨을 쉬었다.


“한숨이 다 나오네에에 이런 ‘정원’을 보니 참~ 마음이 편해지는 게에에… 이런 정원에서 따사롭게 햇볕 쬐며 어릴 적 향수에 잠기고 싶어라~”


그러더니 나란차는 손가락에 침을 발라가며 책장을 넘겼다.


“얀마, 하지 마. 손가락에 침 발라서 넘기면 더럽잖아. 나중에 나도 볼 건데.”


“응? 그런 짓을 했나? 내가? 설마~!”


나란차는 마른 기침을 했다. 그런데, 그런 나란차의 입가에 무언가 달랑달랑 붙어 있었다.


“너… 기침하면서 뭐 뱉는 거야? 뭐 달랑달랑한다. 더럽게~”


미스타가 가까이 가서 그것을 확인했다. 하얀 그것은 어딘가 익숙했다.


“입에 달랑달랑 달고 있는 거 뭔데? …이…?”


나란차는 바나나를 입에 물더니 중얼거렸다.


“왠지 이 바나나 못 먹겠어~ 바짝 마른 거 있지이~ 딱딱하게 굳었네~”


미스타는 나란차가 장난을 치는 거라고 생각했다.


“뭐야~! 뭔 장난이냐~ 난 또. 그치만 별로 안 웃기다? 자식~ 어째 그거 꼭 ‘이’처럼 생겨서 말이야~! 영 찝찝한 게 별로 안 웃긴 개그라니까. 뭘 그렇게 입에 달랑달랑 달고 있냐?”


“응? 또 뭐라 한겨? 미스타? 작다고, 목소리가아아아. 잘 안 들리는데 말이여어어어어.”


미스타는 경악했다. 나란차의 얼굴에 주름이 가득했다. 그뿐만 아니라 새카만 머리카락도 회색을 거쳐 하얗게 세어갔고, 피부 군데군데에 검버섯이 피어올랐다. 나란차가 바짝 말라버린 바나나를 만지자 껍질이 과자가 부서지듯 부러졌다.


“그러니까~ 이 바나나. 엉망이더라니까아아아아 먹질 못하겠다고~ 이거… 전부 다. 바짝 말라서 말이여… 여기 과일.”


“뭐… 뭐야, 너?! 너… 얼굴이… 어쩐지 이상해!”


소란에 부차라티와 트리시도 나란차 쪽을 보더니 경악했다. 나란차는 자리에서 덜덜 떨면서 노인처럼 일어나 다가왔다.


“잘 안 들린 겨? 그럼 내 다시 한 번 큰 소리로 말할 테니까…! 잘 들어보라고오오오 이 바나나 통 먹을 게 못 되더라니까아아아 여기 바짝 말라서 부스러지는 것 좀 봐! 오래된 거라고 이거!”


“부차라티!”


“알아!”


나란차가 버릇처럼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지자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카락이 뭉텅 빠져버렸다.


“응? 뭐지, 이 하얀 건?! 이거… 내 머리에서 빠졌는데, 뭐지? 이거?”


부차라티가 소리쳤다.


“스탠드 공격이다…! 적이 있는 건가! 우릴 쫓아온 건가!”


소란에 죠르노가 잠에서 깼다.


“으음, 무슨 일이죠? 영 시끄럽군요… 무슨 일… 있었습니까…?”


충격적이게도, 죠르노 역시 잘 익은 보리처럼 노란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어 버린데다 피부는 주름이 가득했다. 잠들어 있던 푸고와 아바키오도 마찬가지였다. 부차라티는 화병의 꽃을 바라보았다. 꽃은 순식간에 시들다 못해 말라 비틀어지고 말았다.


“느… 늙어 버렸어!”


같은 시간, 프로슈토와 ‘더 그레이트풀 데드’가 복도를 지나가는 와중에 한 아기가 엉엉 울면서 자신의 엄마를 불렀다. 아기의 모습 그대로 늙어버린 채.


-프로슈토 아니키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