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차는 탁자에 비쳐진 늙은 자신을 바라보며 경악했다.


“누… 누구야… 이… 이게! 마… 말도 안 돼! 이… 이거, 서… 설마! 이게 나라니이이이이이!!”


당황한 건 죠르노도 마찬가지였다. 곧이어 미스타의 얼굴도 주름이 늘어가기 시작했다.


“’늙게 만드는 스탠드’ 이… 이대로 점점 늙어가다간… 죠르노, 아바키오, 푸고까지! 들킨 건가?! 이 ‘거북’ 안에 있다는 사실이!”


부차라티가 미스타를 진정시켰다.


“진정해, 미스타! 아직 이곳이 들킨 건 아니야! 자는 사람을 깨울 필요 없어! 만약 이 거북에 대해 들켰다면… 적은 거북을 죽이거나 우리를 거북 안에서 끄집어 내거나 그런 식으로 직접적인 공격을 했어야 해! 그러지 않았다는 건 아직 들키지 않았다는 뜻이야! 아마 적은 ‘우리가 열차 어딘가에 탔다’는 것만 알고 있고…! 그리고 트리시를 찾아내기 위해 열차 전체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게 틀림없어!”


부치라티도 주름이 늘기 시작했다. 슬슬 트리시 마저도 눈가에 주름이 잡히기 시작할 때, 미스타가 물었다.


“승객 전원이 휘말린 채로… 지금 이 열차가 달리고 있다는 거야?”


“아마도…! 놈들도 필사적이야! 뭐든 다 할 테지! 그것도 태연히 말이야. 이렇게 된 이상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 1. 트리시를 데리고 이 열차에서 탈출한다. 2. 사정거리를 알 수 없는 적을 먼저 찾아내 처리한다!”


“당연히 2지. 트리시를 데리고 탈출하려면 열차를 멈춰야 해… 위험부담이 너무 커. 암살하는 편이 더 확실해… 내 ‘섹스 피스톨즈’로 암살하는 편이 말이야…”


“확실히 맞는 말이군… 하지만 사간이 없어… 엄청난 속도로 늙어갈걸.”


그때, 나란차가 말했다.


“부… 부차라티, 소… 손이… 내 손가락이…”


나란차의 손가락 피부들이 너덜너덜해지더니 이내 손톱과 함께 우수수 벗겨지기 시작했다.


“너… 너덜너덜 해지고 있어! 부스러지고 있어어어! 손가락에 피가 안 통해! 아프지도 않아! 부스러지고 있어어어어어! 뼈가아아아!”


나란차의 척추가 피부로 드러나며 허리가 노인처럼 휘어버렸다. 미스타는 경악했다.


‘이… 이게 늙게 만드는 스탠드인가…? 나무가 시들 듯 말라비틀어져 가잖아… 제, 제길…!’


미스타는 천장에 손을 뻗어 나가려 했다.


“확실히 부차라티! 시간이 엄청 빠듯할 것 같은데!”


그때, 죠르노가 말했다.


“잠깐만요 미스타… 갈 때가… 아직… 아닙니다…”


미스타가 잠깐 죠르노를 보더니 다시 나가려 들자 죠르노가 더 크게 소리쳤다.


“아직 갈 때가… 아니라니까요! 조사해야 할 게… 있습니다…!”


“무슨 묘한 소리 하는 거야, 죠르노! 한시를 다투는 일이라고!”


미스타가 다시 나가려 하자 이번엔 부차라티가 미스타를 잡아 끌었다.


“잠깐, 들어보자…!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거냐, 죠르노? 뭘 조사해?”


“노화의 속도가 달라요, 저희와… 부차라티, 저희 쪽이 더 빠릅니다… 노화하는 ‘속도’가 다른 건 왜일까요?”


그 말에 부차라티는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듣고 보니… 나와 미스타는 비교적 증상이 아직 가벼워! 트리시는 더 그렇고… 왜지?”


“늙고 안 늙고 하는 것도 개인차가 있는 거겠지! 난 간다!”


“천만에요… 적이 무차별적으로 전원 ‘노화’로 죽이려고 공격하는 거면… 목표인 트리시까지 죽여버릴 위험을 무릅쓰게 됩니다. 이 ‘노화’ 속도에는 조건이 있어요! 트리시를 죽이지 않고 우리만 죽이는 ‘구분’이 가능합니다. 조건이 있기에 트리시의 노화는 느린 겁니다. 그걸 조사해두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요.”


“조건… 트리시의 노화를 느리게 하는 조건?! 확실히 트리시는 대지미가 적어. 생각도 못 했지만 트리시가 빨리 노화하면 적도 곤란하겠군…”


“결론부터 얘기하죠! 적은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미스타가 딴지를 걸었다.


“잠깐! 뭐야 그게…! ‘남자’와 ‘여자’를 어떻게 구분하는데!”


“’체온 변화’로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여성은 몸에 지방이 많아 남성보다 체온 변화가 적다고 전에 어디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아주 약간이지만… 반면, 지방이 많기에 여성은 노화에 강하고 남성보다 수명이 길다는 설도 있는 모양이더군요. 아까부터 좀 더운 것 같지 않습니까…? 적은 체온 변화의 미묘한 차이로 ‘노화’ 속도를 구분하는 겁니다.”


“확실히 그럴듯한 추론이야. 하지만 너랑 난 어떻게 구분하는 건데…?! 내가 여자라는 거야?!”


트리시가 얼음물이 든 컵을 바라보았다.


“체온 변화. 그러고보니 우린 몸이 약간 식어 있었어… 지금까지 차가운 음료수를 마셔서… 나란차는 마시지 않았고…”


트리시가 컵에서 얼음 한조각을 꺼내 나란차의 얼굴에 데는 순간 얼음에 닿은 부분을 중심으로 피부 일부분이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자 미스타도 죠르노의 가설을 인정했다.


“이… 이건! 나란차의 피부에서 식은 부위기 이전처럼 젊게 돌아간다! 죠르노 네 말이 맞아. 우린 몸이 식어 있어서 노화의 속도가 늦었던 거야! 다들 얼음으로 몸을 식혀!”


그때, 부차라티가 소리쳤다.


“잠깐, 미스타! 그 얼음은 네가 갖고 가야 해!”


미스타는 다시 얼음을 바라보았다. 얼음은 단 세 조각뿐이었다.


“이 적을 처리해야 한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어! 그 얼음은 노화의 진행을 억제하는 것 같지만 지금부터 우리 팀 전원이 쓸 만큼 얼리기에는 시간이 모자라! 미스테 네가 그 얼음을 갖고 적을 쓰러뜨리러 가야 해! 얼음이 녹아… ‘스탠드 파워’와 ‘체력’이 다하기 전에!”


미스타는 몸의 일부만 거북 밖으로 빼내어 주변을 살폈다.


‘운전수인가… 노화했어… 그밖에는 아무도 없군. 푹푹 찌는걸… 역시 무차별로 공격하고 있는 거야, 이 스탠드…”


미스타는 밖으로 나옴과 동시에 사주경계를 하더니 거북을 바라보았다.


“이 거북도 노화했으려나? 하지만 거북은 만 년은 산다는 말도 있으니 우리보다 더 오래 살 테지?”


그때, 미스타는 에어컨 스위치를 발견했다.


“에어컨 스위치가 있어… 에어컨으로 ‘운전실’을 식히면 거북 안도 약간은 식어서 다들 노화의 진행이 늦어질지도 몰라.”


미스타가 버튼을 누르려 하는 그 시각, 페시는 ‘바가 있는 열차 칸’에서 얼음을 오독오독 씹어 먹으며 투덜거렸다.


“참 내, 형님도 말이야~ 위험하게 시리. 나까지 ‘노화’해 버리면 어떡하려고, 진짜!”


그때, 옆에 세워 놓은 ‘비치 보이’의 낚싯줄이 움직였다. 페시는 다시 비치 보이를 바라보았다. 줄이 풀리려 하자 페시는 빠르게 비치 보이를 잡아당겼다.


“왔다! 물었다! 미끼를!”


미스타는 벽에 그대로 부딪혔다. 버튼에서 나온 ‘비치 보이’의 바늘이 버튼을 누르려던 손가락 끝으로 파고 들었다.


“뭐야?! 이건?! 이 바늘 같은 건?! 노… ‘노화’시키는 놈과는… 별개의 ‘스탠드’. 한 명 더 있었던 건가?! ‘두 명’, 적은 두 명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