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질듯한 얇은 막
한 겹 두르고 있지만

결코 넘어설 수 없는 벽이
안과 밖을 나누고 있었다.

다만 자신이 밖에 있음을
확신할 수는 없었음을,

장막 너머 의식은
나와의 사이를 가로지르는
어떠한 벽에 가로막혀
동조되지 못한 채
맺혀 흐려졌고

사실 의식과 닿지 못한
나야말로

진정 안에 고립되어 있지 않았나,

닿지 못할 따뜻함이
어떠한 고뇌가
어떤 비틀림이

저 얇은 비닐너머
사이사이로 스치는

저 짓눌린 붓질너머
진득하게 흘러내리는

모든 의식들이

강렬한 속도로 날아와
고립된 나의

가슴을 때렸다.

사실 두 사람이 안고있던 그림은
고독과 고독이 만나
폭발한 의식의 잔해가 아니었나,

벽 너머에,
차가운 온기가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