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흐흐...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약간의 미소를 머금고 달빛에 비춰 하얗게 빛나는 그 두 눈을 마주보며 그녀가 말했다.


"...제가... 당신을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너무나도 사랑해서 이 마음이, 이 심장이, 당신을 만나지 못했던 이 모든 인생이 너무나도.. 아까워서... 당신이.."


흐느끼며 볼에 흐르는 눈물이 굳어가는 것을 느끼며 그녀에게 다가가 껴안았다.


"...울지마요. 그 모든 인생에서 당신이 있었기에.. 동시에 당신은 저에게 존재하지 않았기에 저는 매우 행복합니다.."


약간의 재가 되어 사라지는 그녀의 형채.


점점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제발... 제발.. 나를 떠나지마요.. 나를 기다려준 그 324년이라는 시간은요... 그 15번의 회귀는요.. 그 모든 것이..."


식도에 가득찬 차가운 공기를 넘기며 흐느끼고 또 흐느끼고.. 그리고 그녀의 마음을 헤아리고는 다시 울면서 사막의 모래같이 달빛을 받아 사라지는 그녀에게 손을 뻗고는 말했다.


"...저는 기억해 냈습니다. 이 인생에서... 당신을... 그 운명을 거슬러 당신을 보러왔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그녀의 뺨에 손을 얹고는 손 너머로 전해지는 미약한 열기를 느끼며 입을 맞추고는 다시.


"...이번이 마지막이더라도..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다시.


"당신을.."


또 다시.


"내가.. 이 운명이라는 쇠사슬에 묶여서 당신을 알아보지 못하더라도.. 당신은 저를 기억해 주세요."


그렇게 눈물을 머금고 파란 바다를 담은 듯한 그녀의 눈을 보고는 칼을 꺼내어 그녀의 심장을.


그녀를 이 지긋지긋한 역겨운 세계의 운명에서 해방시켜주었다.


그리고 약간의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답했다.


"저는... 당신이... 사랑하..."


허공을 멍하게 응시하는 죽어버린 눈을 마지막으로 이 세계는 그녀에게 의해 버림받았다.


언젠가 완벽히 완성될 사랑을 위해


몇번의 회귀가 될지 모르는 그녀를 위해


이 가슴이 떨려오며 아려오는 대서사의 인간찬가를 여기 남겨둔다.


사무치게 그리운 당신의 사랑을 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