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녹슬어야 한다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광택을 잃지 않는

정교한 스테인리스 팬보다는

고가의 대문에

아무렇게나 박아둔

녹이 슨 못이 되어야 한다


스테인리스 팬을 아무리 만져봐도

겨우 식기구일 따름이지만

그 불긋한 못을 쓰다듬으면

끼익거리는 대문의 소리와

정겨운 옛집의 모습이

꺼슬꺼슬하게 느껴온다


사람은 철이 아니지만

철이 아니기에 녹슬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