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브금: 쏘아올린 불꽃)

(피아노 버전)


(가사   )


화창한 날씨의 5월 말.


오늘도 따스한 햇살 속에 눈을 뜬다. 


난 어느 때와 같이 충전된 핸드폰을 키고, 음악을 크게 튼 다음,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싹 씻어준다.


그 다음에 수건을 두르고 나와보니 시간은 8:10분이었다.


'슬슬 나가야겠네...'


난 전공책들과 볼펜 한 자루, 그리고 노트를 챙겨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한결같이 엘레베이터를 기다린다.


8층...7층...6층...


"띠리링" 문이 열린다.


엘레베이터 속에는 언제나 보는 아주머니 한 명이 있었다.


난 오늘도 인사를 건네고, 그 분도 나에게 인사를 건넨다. 


1층에서 내리고, 새에게도 인사를 건넨다. 


그냥 날 무시하던 새도 이번엔 짹짹 거리며 답장을 해준다.


'오?' 


기분이 좋아졌다. 왠지 오늘은 특별한 일이 있을 것만 같았다. 


내 앞에는 늦봄, 아니 초여름의 아지랑이가 일어 있었다. 


그리고 지하철로 내려가, 온갖 사람 모두 있는 지옥철을 타고, 세 정거장을 지나, 대학교에 도착한다.


시간은 8:40분. 수업 시작까진 20분 전.


"흠...수업 시작까지 뭐하지...?"


마침 배가 꼬르륵 소리를 내었다.


"...밥이나 먹어야겠다."


난 대학교 옆의 편의점에 들어가, 컵라면, 삼각김밥, 그리고 알로에음료수를 들고 편의점의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4분이 지나고, 난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또 다시 6분이 지난 후, 난 다 먹고 강의실을 향해 출발했다.


강의실 문을 덜컥 열자, 이미 와있던 2명의 친구들이 날 반겨주었다.


나 역시 반겨주며 그들 옆에 앉았다.


"오늘 학식 뭐냐?" 앉자마자 바로 물어보았다. 


"오늘 칼국수였나 냉면이었나... 어쨌든 면류였어."


"오 그래? 오늘은 학생식당에서 먹어야겠다."


"그러시던지." 


난 강의실 뒤 시계를 보았다. 8:56분이었다.


'사람이 별로 안 오네...'


라 생각한 순간, 우르르 학생들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9시가 되선 모든 학생들이 와있었다. 


오히려 교수님이 늦게 들어오셨다. 


교수님은 간단히 사과만 하고, 바로 수업을 시작하였다.


수업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지만, 난 열심히 필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 후 여러 수업을 거쳐, 점심을 먹으려 학생식당에 왔다.


학생증을 찍고, 음식을 받고, 친구들과 함께 테이블에 앉았다.


"니네들은 수업 재밌냐?"


"재밌겠냐?"


"그렇긴 해."


"근데 우리 mt 올해는 안 가냐?"


"가지, 왜 안 가?"


"언젠데?"


"몰랐어? 내일이잖아."


"어? 내일이야?"


"맞는데, 소식 못 들었어?"


"나도 같이 가는 건 맞지?"


"맞을 거야, 아마."


"몇 박 몇 일이야?"


"1박 2일... 아 됐다. 다른 건 내일 가서 물어봐."


"그럼 모이는 시간이랑 장소만 알려줘."


"7시 50분, 대학교 앞이야."


"내일 짐챙겨서 와. 일정 끝내주니까. 기대해도 좋아." 옆에서 가만히 국수를 먹고 있던 친구가 말했다.


"알겠어."


난 다 먹은 그릇을 들고 말했다. 


그 후 그 날 수업을 모두 끝매치고, 편의점 사장님께 내일이랑 모레는 못 나온다고 전했다.


사장님은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집에 가선, 대충 숙소에서 할만한 보드게임 같은 것과 속옷, 옷들을 챙기고 잠에 들었다.


잠에 들기 쉽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

.

.


아침 6시, 들떠서 그런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일어나게 되었다.


난 어제와 같이 샤워를 제일 먼저 했다. 하지만 이번엔 평소보다 더 멋을 내보았다.


그러고도 6시 30분이어서 오늘은 집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메뉴는 딸기잼에 버터를 바른 토스트. 간단했지만 맛있었다.


아침밥을 다 먹고 설거지를 한 후, 난 묵직한 캐리어를 들고 밖을 나섰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지하철을 탔고, 어느새 보니 또 다시 목적지에 위치하고 있었다.


"야! 여기야 여기!" 멀찍히 소리가 들렸다. 분명 친구의 목소리였다.


"늦은거냐?" 내가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늦었을리는 없지만 말이다.


"아니? 뭔 소리야 너가 나 빼고 제일 먼저 왔어."


"지금 몇시지?"


"7시 40분. 아 저기 또 온다."


그리고 하나 하나 모이더니, 총 20명이 모이게 되었다.


"자 이번 엠티는 우리 학과 4학년끼리만 진행되고, 일단 저기 타."


저 멀리에 버스가 보였다.


"너 어제 톡에선 기차여행이라 하지 않았냐?" 내가 의문을 품고 물어보았다. 


"아 그건 돌아올 때 얘기."


그 때 갑자기 어떤 여자얘가 질문하였다.


"근데 1종 대형 면허는 있으세요?"


"아니, 없어서 버스 기사님 모셨어."


모두들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자,자. 1분이라도 더 놀고 싶으면 차에 타. 어서."


모두들 우르르 타기 시작했다. 마치 중학생들의 수학여행 가는 길 처럼.


"자, 그럼 mt 시작!" 


그 순간 버스가 출발했다. 


난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았고, 내 두 친구는 내 앞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처음 출발하고 30분은 조용했다.


다들 핸드폰을 보거나, 자거나, 둘 중 하나였다. 


출발 30분 후에 휴게소에 도착했다.


얘들은 화장실을 가거나 핫도그같은 군것질거리들을 사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10분 뒤에 모두가 돌아왔고, 다시 출발했다. 


"얘들아 내가 게임을 준비한게 있는데." mt를 주도하는 내 친구가 말했다. 


나는 귀에 꽂고 있던 이어폰을 벗었다.


"뭔 게임인데?" 다른 남자얘가 물어보았다. 


"뭐, 노래 맞추기나....그런거?"


"너무 식상한 거 아니야?"


"에이, 그래도 한 번 해봐."


"아무거나 틀어봐 그럼." 내가 말했다.


곧바로 내 친구는 핸드폰을 꺼내 음원을 틀기 시작했다.


익숙한 멜로디가 들려왔다.


"이듬 해 질 녁 꽃 피는-" 바로 가사가 흘러나왔다.


"정답! 봄여름가을겨울!" 아까전에 그 남자얘가 답했다.


"요즘에 이 노래 모르는 사람이 어딨냐?"


"그래, 요즘 이 노래 모르면 간첩이지." 내가 거들었다. 


"음...그래? 그럼 더 옛날 노래 틀어줄게." 그 친구가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후 곧바로 음악이 흘러나왔다.


어디선가 들어봤던 것 같았지만, 정작 노래 이름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반주는 쉴새없이 이어졌다.


"아니 근데 이건 반주만 있는거냐? 반주가 몇 분이야 도대체."


"옛날 노래니까 그렇지." 친구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 후 가사가 나왔지만, 여전히 모르는 건 마찬가지였다.


"뭔 노래야?" 내가 아예 모른다는 눈치로 물어봤다.


"바다의 왕자." 


"몇 년 전 노래야?"


"2000년 노래. 22년 전이네."


"아 오케이. 이거 나름 재밌는데 근데?" 


"그치?" 내 친구가 환한 얼굴로 말했다.


그 후 다른 얘들이랑 같이 30분정도 게임을 했고,


그 다음엔 서로 근황 토그나 잡담을 하다가, 


어느새 또 모두들 잠들었다. 


난 내 귀에 다시 이어폰을 꼽고, 잠든 사람들 사이 유유히 버스 밖 풍경을 바라보았다.


우중충한 도시의 건물들, 산 아래 터널들, 푸른 나무들이 우거진 숲들이 지나, 어느 순간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햇빛에 반사되어 에메랄드빛으로 푸르게 빛나던 바다였다. 


보기만 해도 여름임이 체감되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친구가 다 왔다고 내 옆 사람들을 깨우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보니 펜션이 눈 앞에 있었다.


모든 얘들이 버스에서 내린 후, 내 친구가 앞에 서서 말했다.


"자, 여기가 우리 숙소야."


"경치 끝내 주지?"


정말이었다. 뒤돌아서 보니 바다 앞에 도시가 아닌 한적한 시골 마을이 있었고, 바다는 푸른 빛으로 빛났다.


난 본능적으로 이번 여행이 멋질 거라는 걸 느꼈다.


펜션에 들어가자, 큰 거실과 2층 계단이 우릴 반겨주었다.


"우와..." 모든 사람들이 감탄했다.


사람들이 감탄하는 동안, 내 친구는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의 짐들을 구석으로 몰아넣는 것, 뭐 그런 거 말이다.


"저희 방은 어디...?" 우리 과의 과탑이 물어보았다. 그리 친하진 않은 친구였다.


"솔직히 그냥 내가 정하면 재미 없잖아?"


얘들이 웅성웅성거렸다.


"자 그래서 뽑기로 뽑을거야."


그가 내민 두 통에는 각각 종이 10장이 들어있었다. 


"근데 그럼 남자랑 여자랑 같이 잘 수도 있는 거 아니야?" 그 과탑이 다시 물어보았다.


"그래서 수를 써놓았지."


"여기가 방이 10개 거든? 1층에 방이 5개고 2층에 방이 5개야."


"그래서 남자는 1층에만 배정되고, 여자들은 2층에만 배정되게 해놨지." 그가 으쓱하며 말했다.


"오..." 대단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성의를 봐서 대충 박수를 쳐주었다.


그는 더 으쓱해진듯 하였다. 


"됐고, 나부터 뽑을게."


난 그냥 상자 안에서 종이를 뽑아 들었다. 3번 방이었다.


그 후 하나 둘씩 종이를 뽑았고, 여자들까지 다 뽑은 뒤, 그가 뽑았다.


"야 너 몇 번 방이냐?" 내가 방금 막 뽑은 내 친구에게 물었다.


"3번."


"너 왜 3번인데."


"아니 그렇게 뽑은 걸 어떡하냐? 아 잠만."


"10분 뒤에 여기로 모여!" 걔가 나랑 잠깐 대화를 멈추고 말했다.


"뭐라고?"


"아니 됐다. 하...일단 짐부터 갖다놓아야지."


"그러자."


우리 둘은 구석에 있는 짐을 챙겨 우리 방으로 옮겼다. 다른 얘들도 마찬가지 인듯 하였다.


"오, 방 나름 괜찮은데?"


"다행이네." 내 친구가 안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옷장, 조그만한 tv, 침대, 작은 탁자, 랜턴, 그리고 잔디밭 뒤 산을 향한 창문까지. 


난 나름 만족스러웠다.


"근데 이제 뭐하냐? 이제 3시인데."


"다 계획이 있지."


"나부터 알려줘라."


"어차피 알게 될 걸 굳이?"


"뭐, 그러네."


"난 먼저 나가있을게. 곧 너도 나와."


"응."


그 후 나도 방에서 나왔고 그 때 쯤엔 모두가 나와있을 때였다. 


그 때 내 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7시에 밥 먹을 거니까 7시 전까지는 알아서 놀고 있어." 큰 소리로 들려왔다.


곧 사람들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소파에 앉아서 핸드폰을 하는 사람, 다시 방에 들어가는 사람 등등 제각각으로 흩어졌다.


"야 바닷가로 나갈 사람 모여봐 일로." 내 친구가 소리쳤고, 꽤 많은 얘들이 모였다.


"너도 갈꺼지?" 그가 물었고, 난 그렇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3시 10분, 우린 펜션을 나섰고, 미처 보지 못했던 마을의 풍경들을 보게 되었다. 


해안가의 도로 옆엔 꽃밭이 광할하게 펼쳐져 있었으며,


그 위에는 풍력발전기가 옆의 바다를 배경으로 평온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우리가 바닷가를 향해 조용한 시골 마을의 비탈길을 내려갈 수록, 바다는 점점 제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청아했고, 바다도 맑은 푸른빛으로 빛났다. 


그리고 우리들은 그 바다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남자, 여자, 구분할 필요가 없었다.


그 순간엔 모두 다 너무나 신나고 행복해서 뛰고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바닷가. 그 옆엔 등대가 있었고.


가슴을 뻥 뚫어주는 풍광이 우릴 맞아주었다.


지평선이 안 보일만큼 넓었고 맑았으며, 


갈매기들은 끼룩끼룩대며 바다 위, 모래사장 위를 날아다니고 있었고,


뜨거운 태양은 우릴 눈 부시게 하고, 바다를 청색으로 물들여주었다. 


그렇게 바다의 풍경에 취할 때 쯤, 우린 모래사장 위 배구 코트장을 발견했다.


"배구 한 판 할래?" 내 친구가 나한테 물었다. 


"뭐, 난 좋지."


그 소리를 언제 들었는지 사람들이 모였고, 그 사람들을 정확히 나눠 게임을 시작했다.


물론 우리 과는 운동과 관련이 없었기에 서로 실력은 별로였지만, 게임 중의 잡담은 우릴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해주었다. 


한 배구를 20분 정도 한 뒤, 하나 둘씩 바다 속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따끔씩 밀려오는 작은 파도가 내 발을 적시었고, 난 그 물결에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바다를 향해 뛰어들었다. 


바다 내음이 물씬 풍겨왔다. 


몸이 다 젖더라도, 무조건 바다 속에 들어가보고 싶었다. 


바닷가로 뛰어들자마자 부드러운 파도가 나랑 부딪혔다.


그리고 물장난을 시작하였다.


서로 누구를 더 젖게 할려고 난리였다.


모두들 사회의 힘듦은 다 잊고, 순수하던 어린 시절로 돌아온 듯 했다.


그 순간, 갑자기 한 여자가 내 눈 속에 들어왔다.


그녀의 이름은 넬. 


지금은 해변의 벤치에 앉아 친구와 수다를 떠는 중이였다.


그녀는 밀짚모자를 귀 위에 눌러쓰고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도 잠시였다.


곧바로 공격이 들어온 것이다. 바닷물이 입 속으로 들어올 정도로.


"켁...켁..." 내가 기침했다. 바닷물은 엄청 짰다.


"잠만...나...물 좀..." 난 한 손으로는 입을, 다른 손으론 손을 들며 바다에서 벗어났다.


해변에 도착해서, 난 생수를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그제서야 겨우 짠맛이 해소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바다에 들어가 30분 정도는 더 놀았다.


물장난은 물론이요, 튜브 가지고도 재밌게 놀았다. 


우리 모두가 바다에서 나올 때쯤, 우린 모두 옷,머리, 다리까지 모두 젖어있었다. 


그 와중에 어떤 한 남자얘가 말했다.


"바나나보트나 뭐 그런 거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다른 얘는 이렇게 말했다.


"스노클링 장비나 챙겨올걸."


"여기 남태평양 아니야... 뭔 스노클링이야..." 아까 그 얘가 답변했다.


"그런가?" 그 얘는 머리를 긁적였다.


아직 시간은 4시 30분. 저녁 먹을 시간까진 시간이 남아있었다. 


마침 난 자전거 대여점을 발견했고, 그 사실을 친구에게 알렸다.


"아, 그러니까 지금 자전거 타자고?"


"응, 지금 아니면 언제 타보겠어. 옷이랑 털도 말릴 겸."


"음...알겠어."


"잠시만 나 숙소 갔다 올게."


"그래, 10분이면 되는 거지?" 그가 손목시계를 쳐다보며 말했다. 


"응. 기다리고 있어봐."


난 비탈길을 다시 올라가, 숙소에 도착해, 이어폰을 챙겼다.


그리고 다시 내려왔다. 8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우린 작은 가게에서 음료수를 산 뒤, 자전거를 빌리고, 해안선을 달리기 시작했다.


바람은 상쾌했고, 바다의 해안선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한참 달리는 도중에, 왼쪽에 기차역이 보였다.


"저기가 우리가 기차를 탈 곳이야?"


"응, 맞아. 저기가 동해안선 종착역이야."


그리고 또 다시 한참을 달리다 보니, 읍내가 보였다.


우린 잠시 달리는 걸 멈추기로 하고, 편의점 앞에 자전거 둘을 묶어 놓았다. 


우린 편의점 안에 들어섰고, 각각 라면 한 개씩을 골랐다.


우리는 컵라면에 물을 따른 후, 밖에 나와 바다가 보이는 벤치에 앉아 다 되기를 기다렸다.


"근데 바다로 온 건 다행이다. 진짜. 작년 mt는...어우..."


"그 때 우리 선배들 때문에 산만 엄청 힘들게 탔잖아."


"산장 진짜...생각도 하기 싫어."


"사실 옛날일은 추억으로 남기 마련인데..."


"너는 그게 추억이냐?"


"아니, 아니지 ㅋㅋㅋ. 됐고, 지금 이 날을 즐기자고."


그가 나무젓가락으로 라면을 휘저으며 말했다.


라면이 다 된 것 같자, 우린 바다의 풍경 따윈 보지 않고 흡입하는 데만 집중했다.


그 결과 둘 다 먹는 걸 5분 안에 끝냈다. 국물까지 다.


그리고 우리 둘 다 한번도 까지 않은 음료수를 까서 들이켰다.


환성적이지 그저 없었다.


"진짜 작년 2학기, 겨울방학, 1학기 때 모두 공부만 해서 이런 사소한 것도 즐겁네."


"나도."


"슬슬 돌아갈까?"


핸드폰을 꺼내 보니 시간은 5시 26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좀 더 가도 될 거 같기도 한데..."


"어 저기 마트 있는데."


"어디?" 친구가 물었고, 난 손가락으로 그 위치를 가르켰다.


"거기 마을 가게 너무 작아서 식재료 여기서 사야할 것 같은데...?"


"너 아이스박스 못 봤어?"


"어? 아이스박스?"


"응. 거기에 우리 저녁에 먹을 거 다 들어있어."


"아 그래? 난 왜 못 봤지?"


난 머쓱하게 웃었다.


"뭐 그래도 과자나 그런 건 살 수 있겠다."


"그래? 그럼 가자."


우리 둘은 자전거로 마트까지 갔고, 거기서 여러가지 조미료나 간식, 코울슬로, 샐러드 같은 걸 샀다.


"오우, 생각보다 많이 샀네." 내 친구가 자전거 바구니에 산 것들을 넣으며 말했다.


"그런 듯."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돌아가자."


"그래."


우리 둘은 다시 왔던 길을 따라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고요한 바다 위 노을이 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도착한 시간은 6시 30분.


숙소에 들어가서 내 친구는 곧장 저녁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도와줄 거 있어?"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나온 내가 물어보았다.


"뭐...딱히...?"


"근데 뒤에 사람들은 뭐야? 이상한 장비 들고 있던데?"


"아 바베큐 업체."


"뭐야? 바베큐야 오늘 저녁?"


"응."


"그럼 넌 지금 뭐해?"


"뭐긴 뭐해. 지금 1회용 접시랑 숟가락, 포크, 뭐 그런거 뜯고있지."


"음...알겠어. 그럼 지금 햇반이나 돌릴까?"


"어, 그래."


시간이 지날 수록 사람들은 더 모여들었고, 난 식사 준비를 도와주었다.


그리고 업체 사람들이 신호를 주자, 우리 모두는 뒷마당의 벤치테이블에 앉았다.


고기가 자글자글 익는 소리가 들려왔다. 색 역시 선홍색에서 갈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치이이익-


고기를 뒤집을 때마다 나는 그 소리는 저녁을 먹지 않았어도 날 황홀하게 느끼게 해주었다.


곧 바베큐 빅립, 소고기, 소시지, 새우 등이 나왔고, 우린 그걸 샐러드, 구운 야채, 코울슬로 같은 것들과 곁들어먹었다.


맛은...뭐....설명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당연히 맛있었다.


특히 고기의 육즙이 일품이었다.


거기에 아이스박스 속 청량한 음료까지 더해지니 축제가 따로 없었다.


다 먹고 뒷정리까지 하고 업체 사람들까지 보내니 어느새 지지 않을 거 같은 해가 져있었다.


8시였다. 


여행의 첫 날을 이 시간에 끝내기엔 너무 아까운 때였다. 


뒷마당에서 나와 다시 숙소로 돌아가보니, 다른 사람들이 먹은 과자 봉지나 그런 게 널려있었다.


난 그런 꼴을 못 보기 때문에 치우기 시작했고, 한 5분만에 정리가 끝났다.


마지막 쓰레기들을 쓰레기통으로 집어넣었을 때, 마침 그 친구가 들어왔다.


"8시 30분에 해변에서 불꽃놀이 축제한다는데, 갈래? 너한테만 얘기 안 한 거 같아서."


"그래? 난 좋지."


"그래? 그럼 빨리 나가자. 나 먼저 간다!"


그리고 그는 말하자마자 나가버렸고, 다른 얘들도 서서히 나가기 시작했다.


"쟤도 참 성격 급해..." 혼자 중얼 거린 후. 나도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갔다.


낮에 걸었던 비탈길을 다시 지나, 바닷가에 온건 8시 25분,


거기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 학생들도 있었지만 모래사장에 앉은 아저씨나, 어린 아이 역시 파라솔 아래 앉아있었다. 


그 곳에서 친구들이 눈에 띄었다.


소주병 몇개를 옆에 두고서, 모래사장 뒤 둔치에 앉아 말이다.


난 그 옆에 앉아 모래에 손가락으로 그녀의 이름을 써보았다.


"뭐하냐?"


"어...어...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황급히 쓴 글씨를 지우며 말했다.


"한 잔 받아 그럼."


이미 잔도 거기에 있었다.


난 그냥 받고 원샷을 했다. 하지만 의외로 쓰지는 않았다.


"어 뭐야, 별로 안 쓰네? 나이가 드니까 술이 단 건가..."


"과일소주거든."


"아...오케이." 내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한 잔 더?"


"그냥 들고만 있을게."


난 한 잔을 더 받고는, 축제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곧 안내방송이 울러퍼졌고, 1분 정도 지나 큰 소리를 내며 첫번째 폭죽이 팟하고 터졌다.


그 다음부터 다양한 화려한 색들의 폭죽들이 연달아 터지기 시작했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피어오르는 폭죽들을 보는 기분은 황홀했다.


그 밤의 공기, 바다내음, 폭죽의 소리와 그 외 갈매기들의 소리들, 그리고 그 상황, 모두 다.


난 이 시간이 계속되길 바랬다. 


"야, 야."


"어 왜?"


"저기 등대 올라가서 볼래? 이미 얘들 많이 올라간 거 같은데."


등대 위를 보니 넬이 보였다.


"응, 가자." 거절할 필요가 없었다.


우린 자리에서 일어나 광할한 바다로 뻗어있는 등대로 걸어갔다.


물론 그 순간들에도 불꽃은 계속해서 쏘아올려지고 있었다.


모든 곳에서 말이다.


우린 등대의 좁은 회전계단을 올라가, 등대 위 손잡이를 잡았다.


아래서 보는 것과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아, 내려갈려는 순간, 갑자기 어떤 손이 턱 잡혔다.


"....그니까...말야...엇. 미안해." 


넬이었다.


실수로 잡은 거라는 걸 알았어도, 설렘은 숨길 수 없었나 보다. 난 그대로 몸이 굳어졌다.


"뭐해, 내려가자며." 친구가 굳은 내 몸을 깨워주었다.


"아 그래, 그렇지." 난 정신을 차리고 내려갔다.


그리고 등대 앞 장소로 나아가 돌들 사이에 앉았다.


그 때쯤 마지막 불꽃이 하늘에서 요란하게 터졌고, 그대로 축제가 끝났다. 


축제가 끝나고 나니 남은 건 고요한 파도 소리, 어두운 바다, 이따금씩 들리는 모래 밟는 소리였다. 


그 후에 다시 숙소로 돌아오고 나니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남은 얘들은 이미 거의 다 들어왔다. 


"할 거 뭐 없나...?" 난 그렇게 말하며 tv를 켰고, 기능들을 살펴보았다.


tv 기능들을 보니 DVD, 영화, 예능 다시 보기 등이 있었다.


근데 마지막 기능을 보니 노래방 기능이 있었다.


난 감탄했고, 그 소리에 1층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반응했다.


그리고 곧장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난 tv아래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고, 마이크 두 자루가 나란히 놓여있었다.


"아, 아, 마이크 체크. 마이크 체크."


마이크는 잘 작동하고 있었다.


갑자기 어떤 얘가 나의 등을 두드렸다.


보니까 글렌, 금색의 장발을 가지고 있는 여학생으로, 우리 학과에서 제일 예쁘다고 소문난 얘였다.


"어...왜?" 내가 당황하며 물어보았다.


"아, 나 이거 써도 돼? 이거 쟤랑 쓰게." 그녀가 멀리 보이는 남학생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 맞다. 쟤 남친 이미 있었지...'


난 그냥 마이크를 건네주었고, 둘이서 노래를 열창하기 시작했다.


난 옆에서 마이크와 같이 찾은 탬버린을 열심히 흔들었고, 분위기가 과열되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절정일 때 쯤, 다른 커플이 바톤 터치를 받았고, 또 다시 분위기를 흥분시키기 시작했다.


"한 곡 끝날 때마다 한 사람이 다른 아무 사람에게 마이크 주는 건 어떠냐? 재밌을 거 같은데?" 어느 사람이 말했고, 사람들은 모두 맘에 들어했다.


그 후 노래방은 계속되었다.


힙합, 댄스, 록, 팝 등 다양한 곡들이 나왔다. 물론 발라드같이 분위기 깨는 곡들도 있었지만, 곧 복구되기 마련이었다.


그 동안 분위기를 즐기며 난 열심히 탬버린을 흔들고 있었다.


그러다, 내 손에 마이크가 덥석 잡혔다. 


벌써 곡이 끝난 것이었다. 


그래서 중앙으로 나가며 같이 할 상대방을 보았는데,


우연도 이런 우연도 없었다. 넬이었던 것이다.


난감했다. 좋게 보이고 싶은데 난 음치였기 때문이다.


"나 음치인데 어떡해야해?" 넬이 옆에서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괜히 설렜지만 티는 내지 않았다. 


그래서 둘이서 곡 선정에 난항을 겪는 중에 답답했던 한 얘가 노래 추천을 해주었다.


"썸 해라. 그럴 거면."


"그래, 잘 어울린다." 다른 얘가 거들었다.


딱히 할 것도 없었기에 그걸 선택했고, 곧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가끔씩 나도 모르게 짜증이나..." 


첫 소절부터 난감했다. 시작부터 음정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우물쭈물하다 내 파트가 끝났고, 넬 파트가 되었다.


"텅 빈 방 혼자 멍하니 뒤척이다..."


역시 시작부터 음정이 엇나갔고, 나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후렴구가 시작되고, 보다못한 다른 얘들이 지원사격을 해주었다.


"요즘 따라 내꺼인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 


거의 합창 수준이었다. 우리 목소리는 거의 묻혔다. 오히려 다행이었다.


후렴구가 끝나고 다시 우리 파트로 돌아갔는데, 이번엔 달랐다.


물론 음정은 여전히 안 맞긴 했지만, 그래도 이번엔 둘다 끝까지는 불렀다.


그렇게 난감했던 노래를 끝내고, 다른 사람에게 바톤을 넘겼다.


"잘 부르던데?" 내 친구가 말했고,


"나 맥이냐?" 난 이렇게 대답하였다. 얼굴이 붉어졌다. 


노래방은 10시 30분이나 되어 자러간다는 사람이 나오고서야 끝났다.


근데 열기는 아직 안 식은 듯 했다. 


사람들을 리드하던 내 친구가 보드게임을 가방에 들고 들어왔다.


그래서 자러 간 얘들 빼고는 그 열기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다.


젠가, 블루마블, 카드게임 등등... 참 많기도 했다. 


거기에 직접 틀어놓은 브금까지 더해졌다. 


한 동안 카드 바닥에 놓는 소리, 젠가 탑 무너지는 소리, 환호성과 곡성 등 많은 소리가 들렸고, 


그리고 그 짓을 자정이 되서야 그만두었다. 


밤이 되니 또다른 색다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밤 바람 소리라던가, 맴맴 거리는 매미 소리라던가. 


하지만 방에 들어가서 자야만 하는 법은 없는 법.


난 들어가자마자 핸드폰으로 해외축구를 관람하기 시작했다.


시험 기간에는 이 시간에도 공부하기 바쁘기에, 난 이런 시간들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네이마르 선수...골입니다!!"


"와아아!" 난 밤인 사실을 잊고 실수로 큰 소리를 내었다.


"...안 자냐?" 옆에 있던 룸메이트가 뒤척이며 말했다.


"미..미안 잘게." 내가 사과했다.


그 후 내가 응원하는 팀이 2:0으로 이기는 걸 보고서야 잠에 들었다.


새벽 1시 20분였다. 

.

.

.

.

.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야, 야, 일어나."


"?"


이제 마지막 날의 아침이 밝았다. 


부스스한 털을 털고 일어나보니, 매미의 맴맴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침에도 매미는 우는 모양이었다.


"몇 시야?"


"지금...9시 30분. 10시까진 나가야하고, 11시에 기차니까 지금 쯤엔 일어나야해."


"아으... 오랜만에 푹 잤네..."


"그럴 시간 없어. 식빵 토스터기에 구워놓았으니까 알아서 잼 발라서 먹어."


"아 그리고 버터도 있다."


"으응..."


그러고 창문을 열고 잠시 날씨를 만끽했다.


날씨는 어제와 같이 화창했다. 


이제 막 시작된 여름이었으니 말이다.


방문을 열어보니 토스터기와 그에 의해 나온 냄새가 확 와닿았다.


토스트를 먹고 나니, 다들 짐을 챙기고 있는 모습이 보였고, 그 후 나도 짐을 전부 쌌다.


그리고 우르르 나가는 다른 얘들을 따라 숙소를 출발했다.


밖엔 각자 캐리어들을 가지고 서있는 얘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들은 여러 것들을 손에 쥐고 있었다.


커피, 핸드폰, 셀카봉, 카메라... 카메라를 들고 있는 얘들은 아마 사진을 찍으려는 모양이었다.


'그치, 이런 여행 오면 사진은 찍어줘야지.' 


난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내 생각이 맞았는지, 내 친구가 어느샌가 핸드폰을 들고 서있었고,


"하나...둘...셋!" 


찰칵 소리와 함께 사진이 찍혔다.


각자의 사진 스팟은 다양했다.


누군가는 유채꽃이 가득 핀 들판을, 누군 끝 없는 바다를, 어느 누군가는 전봇대를 사진 스팟으로 설정했다.


전봇대를 선택한 얘에게 들은 말은 이런 유니크한 장소가 인스타에서 많은 좋아요를 받는다고 한다.


뭐...믿거나 말거나였다. 


"자, 이제 기차역으로 가자." 내 친구가 결과물에 만족한 듯 말했다.


난 이어폰 한 쪽을 내 귀에 끼고, 어제 걸어왔던 그 길을 다시 걷기 시작하였다.


기차역까지 가는 시간은 20분. 우리는 그 동안의 기억들을 입에 담으며 걸어갔다.


추억들을 되새기며,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걷다보니 어느새 기차역에 다 와있었다. 


"여기가 붕어빵이 맛있대." 내 친구가 내게 말해주었고, 난 곧바로 붕어빵을 파는 집이 보이자 바로 10개를 사왔다.


10개를 혼자 다 먹기엔 양이 많아 다른 친구들과 나누어먹었다.


기차 표를 다같이 사고, 그 다음은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난 역에만 있기 답답해 밖에 나왔다.


초록색으로 물든 나무들 사이로 바닷바람이 불어들어왔다.


산뜻하고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난 숲 속 넘어진 통나무 위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눈을 감고, 자연의 향기와 소리를 만끽하였다.


바람 소리, 새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 흙내음 등이 느껴졌다.


30분 정도 후에 다시 기차역으로 돌아왔고,


전광판엔 기차 도착까지 5분 정도 남아있다고 써져있었다.


그리고 곧 쇄애애액하는 소리와 함께 기차가 도착했다.


약간 투박한 기차였다.


우린 그 기차에 타서, 각자 배정된 자리로 향했다.


나의 자리는 A-18 좌석. 창가 옆 자리였다.


그리고 그 앞 좌석은 마치 운명 같이 넬의 좌석이었다.


꼬리가 높게 들여올려졌다. 이렇게 단 둘이 있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름 넬 맞지?" 내가 먼저 대화를 걸었다. 

 

"응. 맞아."


지금도 그녀는 내가 그녀에게 처음 관심을 가졌던 그 때처럼 밀짚모사를 귀 위에 눌러쓰고 있었다. 


"풍경 참 예쁘다. 그치?"


기차는 막 움직이기 시작한 참이었다.


"그렇네."


"중간고사는 잘 봤어?"


"중간고사 얘기는 꺼내지 마. 망했으니깐."


"아...알겠어."


아직 그녀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난 억지 주제까지 대화 주제를 꺼내며 대화를 전개해나갔다.


예를 들면,


"넌 무슨 날씨가 제일 좋아?"


"난 이렇게 화창하면서도 바람 불어오는 날씨가 좋아."


와 같은 날씨에 대해 묻는 주제말이다. 


이렇게 설레는 이성과 단둘이 있는 시간은 흔치 않기 때문에, 난 최대한 열심히 대화가 끊어지지 않게 노력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그녀가 말했다.


"너, 나 좋아하는 거야?"


정곡을 찌르는 질문이었다.


내 뇌는 당장 "응"이라 말하라 하고 있었지만, 입에서 그 말이 쉽게 떼어지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진짜 좋아하는 거 같네. 네 얼굴 보니까. 완전 빨개졌는데~."


"응?" 


"거울 보여줘?" 그녀는 자기 가방에서 거울을 꺼내 나를 비추었다.


부끄러워 얼굴이 붉게 물든 게 눈에 보였다. 


"너 나 좋아하는 거 맞지?" 그녀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어...응." 내가 수줍어하며 말했다.


"그럼 사귀자!" 그녀가 활짝 웃었다.


"그...그래?" 그녀에 박력에 난 살짝 당황했다.


"뭐야, 너 나 좋아한다며, 사귈꺼야, 말 거야?"


"당..당연 사귀어야지!" 내가 재빠르게 대답했다.


"진작 그렇게 말하지."


그녀가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우린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기차 안에는 창가에서 들어온 청명한 햇살이 맴돌고 있었다.


마치 한 편의 청춘드라마 같은 장면이었다.


"저기~ 드시고 싶으신 간식 있으세요?"


간식차 아주머니였다.


"아 저는 푸카칩이랑 삶은 계란이랑..."


"야 너 오징어 좋아하냐?" 그녀가 갑자기 나에게 물어보았다.


"어..좋아해."


"그럼 오징어 주시고요, 음료는 콜라..."


그렇게 주문이 끝나고, 영수증엔 10400원이 적혀있었다.


"뭔 간식 사는데 10000원 넘게 쓰냐."


"내 맘이지, 안 그래?"


"그래, 맞지." 


"너도 먹어. 나 이거 혼자서 다 못 먹어."


"알겠어." 내가 간식이 수북히 쌓인 테이블을 보며 말했다.


기차에서의 나머지 시간은 즐거웠다.


우린 음료수와 간식들을 먹으며 수다를 떨거나,


슉슉 지나가는 청명한 경치를 보거나,


가끔씩 마주치는 새들이나 동물들을 관찰했다.


기차에서 내릴 때, 우린 아쉬워하며 헤어졌다.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니, 봄은 지나가고 완전한 여름의 하늘인 듯 하였다. 


.

.

.

.

.


난 아직 그 날 보았던 바닷가를 기억하곤 한다.


그 불꽃, 식사, 그 외 여행에서 했던 모든 것들도 아직 내 가슴에 남아있었다.


이 여행은


이제, 시작할 뿐이었던 그 여름이


어리숙했던 나에게 다가왔던 순간이었다. 


 -이제, 여름 끝-


작가의 말: 힐링물임. 소설 오랜만에 썼는데 이거 보고 힐링 많이 했으면 좋겠어. 소설이지만 주인공의 수필이라고 봐도 될 거 같아. 왜 오늘 올리나면 여름의 시작이라고도 보는 5월이 시작되는 날이니까. 


P.S) 최종 분량은 14500자 정도. 쓰는 데 힘들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