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네. 오늘 같은 날에..."

입에 담배를 물고 창문을 연 남자가 말을 하자
뒤에서 탄식이 들려왔다.

"아~ 여행 왔는데 또 안에 있어야 하는거야? 애들에게 말해야겠네. 늦게 오는 애들 중에 게임기 가져올수 있으면 가져오라고 해야겠다."

"뭐... 마음대로 해. 그나저나 비가 내리는 걸 보니까. 예전 일이 생각나지 않냐. 이은주"

"왜 갑자기 그래? 의대생이면서 문과감성이라니 오늘따라... 오 뭐야 저 빗줄기 그날 이후로 처음 보는거 아니야?"

"그렇지. 내가 오녁고에서 너를 처음 만난 날이 떠오르더라."

은주는 박수를 치며 대답했다.

"아~ 진석이 너가 그 기운을 내뿜으면서 온 날?"

"그거 나름 숨긴다고 열심히 씻은 날인데 안숨겨졌나보네."

"당연하지. 딱 봐도 나 몇십 명 죽인 사람입니다~ 이런 기운이었으니까."

"하긴... 그때는 내가 나를 몇십 아니지... 거의 4천번 정도 죽였으니."

오진석은 창틀에 기대어 바깥을 바라봤다.

그리고 옛날 일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
.
.

비가 심하게 내리는 날 두 명의 남녀가 비를 맞으며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주황머리의 여자는 고개를 저으며 주저앉아있던 남자에게 말했다.

"그거... 저주 아니야. 저주라면 내가 전부 아는데 그건... 저주가 아니야."

남자는 믿을수 없다는 듯이 여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웃기지마... 내가 저주에 걸린게 아니라고? 그럼... 나는 왜 계속 이런 일이 일어나는건데!"

"일종의 능력이겠지. 그건 저주가 아니니까."

"개소리하지 말라고!!! 너가 주황마녀잖아. 내 저주를 풀수 있잖아!!!"

"앗 차가..."

오진석이 옛날 일을 생각하고 있었을때 이은주가 맥주캔을 가져와 그의 뺨에 맥주를 갖다댔다.

진석이 옆을 보자 이은주가 신난 표정을 지으며 맥주캔을 들고 있었다.

"자! 어차피 밖에 못나가고 일기예보 보니까 사흘동안 내린다는데 오늘 맥주 마시자."

창 안으로 들어오는 몇 줄기의 빗방울은 그녀의 주황색의 머리를 적셨고 그는 맥주캔을 받았다.

"그래, 어차피 담배도 못 피는데 맥주나 마시자."

진석은 창문을 닫고 뒤에 있던 소파에 앉아 맥주캔을 깠다.

탄산이 빠지며 경쾌한 소리가 들려오자 그는 가만히 캔을 보다 옆에 앉은 은주에게 물었다.

"은주야 그때 왜 저주가 아니라고 생각했었어?"

은주는 한모금을 마시다 진석의 질문에 사레가 걸려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켈록... 켈록... 커흑... 갑자기 4년 전 일은 왜 물어봐?"

"아니 뭐... 비가 오니까. 생각나서 물어보는거야."

"아니 뭐... 그야 당연한거 아니야? 내가 알기로는 그런 저주의 부류는 없었어. 게다가 시간 역설이 일어날만한 저주를 만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서 너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건 신의 영역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했지."

"타임 패러독스라... 현실적으로 만들수 없는 일은 전부 신이 저지른 짓인 걸까..."

"당연하지. 신이 누군가에게 능력을 일깨운 것처럼 우리가 할수 없는 일은 전부 신이 한 거겠지."

"그런가..."

오진석과 이은주는 가만히 앞에 있는 난로를 보며 이야기를 하다 옛날 일을 다시 꺼내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네 덕분에 나도 정상적인 생활을 할수 있게 되었으니 고맙다."

"뭘 또 그렇게 말해. 근데 너 요즘 밥 잘 안먹어? 전보다 더 말랐는데?"

은주는 진석의 마른 몸을 흩어보며 말했다.

"어? 뭐... 그렇지. 먹을 시간도 없이 바빴으니까. 방학이 되서 겨우 이렇게 쉴 시간이 생긴거야."

"하긴 공부도 하고 너네 집 가게 운영하는거도 돕고 그러면 많이 힘들긴하겠다."

"그치. 많이 힘들어. 너는 요새 어떻게 지내냐. 자주 보긴 했지만 너무 자주 보는게 아닌가 싶어서 말이야."

"나는 뭐랄까... 요새 마녀를 부르는 일이 더 없어져서 말이야. 그냥 돌아다니면서 놀고 있지."

"나름 프리랜서로 살아가는구나. 좋네."

진석은 은주의 어깨를 잡고 끌어안기 시작했다.

당황한 은주는 오진석을 밀어내려고 했으나
그는 밀리지 않고 그녀를 더욱 끌어안았다.

"어어어 뭐야? 너 왜 그래. 취했어?"

"그냥... 좋아보여서..."

진석은 그 상태로 잠들었다.

"나 참... 그래 자라 자... 나도 이상하게 졸리네... 하암..."

은주도 진석의 품 안으로 더 가까이 가서 그를 안고 잠들기 시작했다.

몇시간이 지나자 방 안으로 누군가 들어와 은주를 깨우기 시작했다.

"으응... 진석이야...?"

"어이어이 이은주씨 분위기 뭐야? 둘만 술마시고 그렇게 꽁냥거려도 되겠어? 둘이 사귄다고 대놓고 꽁냥꽁냥질하면 모솔인 내가 슬픈데?"

그녀를 깨운 것은 그녀의 친구인 유은정이었다.

"어어... 은정아... 빨리 왔네..."

"장난 아니였어 비가 무슨 설사하듯이 내리냐. 진짜 고생해서 왔다."

은주는 웅얼거리면서 은정이에게 물었다.

"지금... 몇시야...?"

"곧 자정이 되는데 왜?"

"자정이야... 진석이 그럼 죽겠네..."

"맞다. 아직 자정이 안지나서 안죽었구나 생각해보니까."

그때 창문이 깨지며 남자가 들어왔다.

"시발 뭐야? 야 오진석 너냐?"

푹 젖은 남자는 이마를 짚고 비틀거리며 벽에 기대었다.

"어우 씨... 머리 깨지겠네... 다음부턴 이런 날씨에는 술 마시지 말아야겠어."

"진석이야...?"

"그래. 그러니까 안심하고 자."

"알겠어..."

이은주는 다시 잠들었고 오진석은 그녀의 옆에 있는 자신을 잡고 유은정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야 유은정 너가 은주 데리고 옆방으로 가. 비위 약한 여자애가 이걸 보면 안되잖아."

"에휴... 그냥 죽여 뭐하러 쟤도 이제 익숙하겠지. 그리고 너가 은주를 좋아해서 그러는건 알겠는데 나도 여자야 이새끼야."

"너가 여자면 뭐가 달라지냐? 얼른 가."

"근데 옷이 달라진거 보니까 오랜만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거 같은데 결과 말해봐."

"별거 아니야. 그냥 누가 내 옷에 토해서 그런거니까."

"너만?"

"아니 단 한명만 빼고"

"그게 누군지 알아?"

진석은 한숨을 크게 쉬었다.

"하아... 그게 너야. 오늘 너 토 하나 안하나 볼거니까 너가 아니길 바란다."

유은정은 어이가 없어서 크게 웃었다.

"아~ 진짜 어이가 없네. 이번에 몇명이나 오는데 오는 사람들 중에서 나만 멀쩡하다고? 어떻게 나만 멀쩡해? 내가 뭐 대공포처럼 대공토를 뿜냐? 하늘에 촥 뿌려서 뽝 떨어지게?"

"너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게다가 우리 2학년때 8반 애들이랑 1반 애들이면 한 40명 가량인데 절반은 개인적인 일때문에 못오고 그러면 20명 거기에 민정이랑 종수도 오면 22명 정도 될테니까. 너라면 가능해."

유은정은 떳떳하게 말하는 진석을 보고 생각했다.

'이새끼는... 병신인가? 역시 의대생이 미치면 저렇게 논리적인 병신이 되는 걸까. 아니면 저 병신이 병신인 상태에서 의대생이 된걸까.'

진석은 자신의 손에서 작은 칼을 꺼내 잠들어있는 자신의 목에 갖다댔다.

"자, 이제 시작할거니까. 조금 있다가 말하자. 얼른 데려가."

"알겠어. 에휴... 이은주는 어쩌다 저런 병신이랑 사귀는지..."

"너 일부러 그러냐?"

유은정은 양팔로 이은주를 들고 오진석을 보며 말했다.

"아니 그럴리가. 우리 참으로 대단하신 의대생 나으리께서 나가라는데 나가야지요... 그나저나 이번 일에 이름을 붙인다면 뭐라 할거야?"

"음... 토한 범인을 찾아라겠지. 이건 아침에 따로 만나서 이야기 하자."

유은정은 고개를 끄덕이고 이은주와 함께 방에서 나갔고 오진석은 잠들어있는 자신을 보며 중얼거렸다.

"적어도 난 아니겠지. 그러니 빨리 찾아야 해. 그때의 결과는 내가 범인으로 지목당했으니... 여기선 내가 범인으로 몰리기 전에 진범을 빨리 찾아야해..."

그리고 잠들어있는 자신의 목에 칼을 꽂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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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간단소개

이은주(22)

마녀
저주해제 전문

현재 오진석과 사귀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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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석(22)

스포일러: 12시가 되기전에 다음날의 자신이 결과만 알고있는 상태로 나타난다. 어떠한 이유로 다음날의 자신이 12시가 지나기 전의 자신을 죽여야만한다.

현재 이은주와 연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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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정(22)

?

18살때 이은주와 오진석과 같은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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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더 쓸일이 있을까...
막상 쓰긴 했는데 더 쓸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이야기가 산을 타고 올라갔지만 내려 올 일이 있을지.... 이번에도 글을 쓴게 아니라 싼거로 봐야겠네요.

제목을 뭐로 해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