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문제

함몰아비



* 본 작품은 픽션이며, 절대로 종교적, 정치적 목적이 아닌 허구의 이야기임을 밝힙니다.*








그아이가 가져다 주었던 충격은 아직도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어린 시절, 나는 전중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전중은 특이한 아이였다, 전중은 아주 어릴때부터, 뇌에 감정을 담당하는 부분이 고장이 나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전중은 다른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으며, 전중의 유일한 친구는 나 뿐이었다.


나도 솔직히 전중이 별로 좋진 않았지만, 전중과 함께 다니면, 전중의 어머니께서


항상 군것질 거리를 사주셨기 때문에 나는 항상 전중과 붙어있었다.


어느날이었다. 길을 가다가 우리또래에 한 여자아이가 중학생 교복을 입은 남학생 두명에게


돈을 뜯기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문성이형이다.. 중학교 들어가자마자 짱먹고 고등학생 형들하고 노는 문성이형.."


나는 전중을 힐끔 보았다. 혹시 괜히 전중이 나서서 앞으로의 생활이 나빠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전중, 그냥 가자 엮여봤자 좋을거 없어"


전중은 무엇이 무섭냐는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아씨...! 야 그냥 반대방향으로 튀자고..! 멀뚱멀뚱 서있지 말고..!!"


"왜? 우리집은 이쪽인걸."


"아니.. 나.."


나는 말문이 막혔다. 어떻게 하면 감정이 없는 전중에게 빨리 설명을 할 수 있을까,


초등학생의 뇌는 빠져나갈 임기응변을 생각하고있었다.


"이걸 확! PC방 가게 빌려달라고 씨발!"


문성이 형이 소리치며 바깥을 힐끗 보았다.


주위를 휙휙 둘러보던 문성이형은 우리들에게로 시선이 고정되었다.


"야, 너네도 일루와봐"


문성이 형이 손짓하며 말했다.



그때였다. 운동하고 난 뒤로 보이는 아저씨 한 명이 돈 뜯는 장면을 목격했는지 그 여학생에게 달려왔다.


"이 새끼들이 삥을 뜯어? 너네 어디 중학교야, 니네 이런짓 하고 다니는거 부모님이 알아?"


그 아저씨가 무서운 얼굴로 말하자 중학생 두명은 뻘줌히 서있었다.


중학생들의 표정은  여자아이가 중학생들에게 지었던 표정과 비슷했다.


"아..아니에요, 저희 길가고 있는데 얘가 우리돈을 훔쳐서..다시는 훔치지 말라고 훈계하고 있었단 말이에요..!"


여자아이는 무언가 해명하려 손짓한다, 수화였다. 하지만 달려온 아저씨는 수화를 모르는 눈치였다.


잠시 고민하던 아저씨는 입을 열었다.


"그걸 내가 어떻게 믿어, 여자아이가 니네같은 애들 돈을 뺏었다고?"


아저씨는 그 남학생들이 걸친 가방과 시계와 신발들을 보았다.


전부다 명품에 신상이었다.


아저씨는 여자아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아이는 소매가 튿어져가는 옷을 입고있었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 뺏으려던 돈은 고작 오천원 남짓한 돈이었다.


아저씨는 난감한듯 주변을 둘러보더니, 전중에게로 시선이 옮겨갔다.


"얘야, 너 얘네들이 뭐하는지 봤니?"


아저씨는 전중에게 물었다.


나는 전중과 아저씨 뒤로 무서운 얼굴로 전중을 노려보는 형들이 보였다.


'말하면 죽는다'라고 눈으로 말하고 있었다.


전중이 말했다.


"저 형들이 여자아이를 삥뜯고 있었어요"


"뭐라는거야 이 개색.."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저씨가 중학생 두명의 구렛나룻을 잡아올리며 말했다.


"야이 새끼들아! 니들이 깡패냐? 폭력배야? 중딩새끼들이 꼴에 삥을 뜯어? 삥을?"


아프다며 신음소리를 내는 중학생형들이 보였지만, 전중은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그 골목길을 지나 집의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는 후다닥 전중의 곁으로 달려가며, 전중한테 말했다.


"왜 말했어? 그형들한테 찍히면 진짜 힘들어지는데"


"진실이니까. 진실이니까 말했어."


전중의 대답은 당연했지만, 당연한것이 아니었다.


"나였으면 걍 구라치고 튀었다."


전중을 이해못하겠다는 말투로 말했지만, 사실 전중의 행동에 감탄했다.


전중의 행동은 정직했기에, 전중의 행동은 선했기 때문이었다.


전중은 감정이 없을뿐, 선한 마음은 가지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이 틀렸다는것을 안것은 그 일이 있던 주의 일요일이었다.


 전중과  나는 교회에 오면 문상을 준다는 말에, 교회에 갔었다.


낡았던 교회가 리모델링을 하면서, 교회가 넓고 깔끔해지자 청소년부 인원을 늘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청소년부에는 장애인인 고등학생 형 한명과, 중학생 일곱명.


그리고 문화상품권에 넘어가 새로 견학 온 6학년 네명이 있었다.


6학년 무리들과 같이 청소년부실로 들어가자, 

한 사람이 휠체어를 끌고 와 우리를 맞이했다.



"바..바..반가워..나는...청소년부....를 제일 오..오래 다닌 김형철..이라고 해..."



"안녕하세요 형" "형 안녕하세요"



몇몇 철없는 녀석들은 더듬거리는 말투가 웃긴지 킥킥 웃곤 했지만 

대부분 형철을 배려해 아무렇지도 않은듯 인사를 받아주었다.


그런데 중학생 중 한명이 비웃는 몇명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무서운 말투로 말했다.


"야 너 웃지마, 죽을래?"


원래 교회를 다니던 중학생이 웃는 아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현수야...하..하지마.."


형철은 현수라 불리는 중학생을 향해 말했다.


"형..저 초딩새끼들이 형 비웃었어요. 야 이새끼들아 니들은 우습냐, 형이?"


"혀..현수야...그만해..!"


그 형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말을 이어갔다.


"하..하느님은 우리 모두를 공평하게..똑같이..사..사랑하시는데..

네가 저..저아이한테 응징을 하면..하느님도 슬퍼하실..거..거야..그러니까..

그리고...내 말투가.. 웃..웃기긴 하잖아..처음이면...웃을만해...쟤네 초등...헤...헤..학생이잖아.."


그 형은 웃어보이며 그를 저지했다.


장애인인 그  형은 인성이 매우 좋은사람이었다.


"죄송합니다. 형들 입장을 생각 못해서...."


"저도 죄송합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비웃었던 그 두명은 그렇게까지 철이 없는 학생은 아니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비웃었던 그 형에게 사과를 전했다.


"아..그...나도 미안하다.. 다짜고짜 욕해서'


"야 쫄지마, 이새끼 원래 후까시 겁나 잡아 조빱인데"


"애들도 있는데 왜 욕지거리야 임마..!"


"푸하하하하하하하!"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게


얼어붙었던 분위기는 다시 밝아졌고, 별탈 없이 넘어갔다.


아니 넘어간줄알았다.


초등학생들 무리 사이로 고사리같은 손이 올라왔다.


마치 초등학교에서 발표를 하는 반장같은 모습이었다.


"질문있어요"


전중이었다.


"뭐...뭔데..?"


그 장애인 형이 답했다.


"하느님은 모든 사람을 공평하게 사랑한다고 했잖아요..?"


"그렇지?"


"그러면..어제 뉴스에 나왔던 그 연쇄살인마도 똑같이 사랑하시나요?"


"뭐?"


"사랑하지 않나요?"


순간, 그 형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중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연쇄살인마'. TV에 나온 전재철을 말하는것이었다.


그는 열두명의 여자를  강간후 전부 목을 졸라 살해했으며, 

시체들 중 다섯개는 허벅지와 눈 부분이 훼손되었는데,


그이유는 전재철이 그 부위를 잘라 먹었기 때문이었다.


살인 후 전재철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범행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전재철의 행보와 태도를 보고, 자살한 유가족들까지 합하면 전재철이 살해한 사람은  열 다섯명인것이나 마찬가지었다.



'악마'


'사탄'


'희대의 악인'


'살인범'


'쳐죽일놈'


국민들이 전재철을 묘사할때 가장 많이 썼던 말이다.


그런데, 그런 전재철을 신께서 사랑하냐고 묻다니!


신을 믿는이들에게, 그것은 신을 능멸하는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렇기에, 그 질문은 그들에게 불쾌할 수 밖에 없었다.


"너 지금 우리한테 괜한 시비거는거냐?"


아까 성질이 꽤나 있었던 중학생이 말했다.


그러자, 전중은 무심하다는듯 말했다.


"아니요, 그냥 궁금해서요."


전중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내보였다,


중학생은 당장이라도 주먹을 내비치고 싶었지만, 그냥 꼬맹이의 철딱서니 없는 질문이겠거니 해서 말했다.


"아니, 그런놈들은 신께서도 사랑하지 않으실거야"


"신은 그럼 모두를 사랑하는게 아니네요?"


그 말뒤로, 조금의 정적이 흘렀다. 


힐끗 본 장애인 형의 얼굴은 굉장히 좋지 않았다.


분노와  당혹감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그 중학생은 잠깐 당황하더니, 이내 심호흡을 하며 말을 이어갔다.


"죄짓지 않은 사람들만 사랑해"


"죄를 나누는 기준이 뭔데요?"


바로 전중이 되물었다.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그런거.. 판사들이 잘 알겠지 그런건 나한테 묻지마."


말을 꽤나 잘 돌렸지만, 그것은 전중에게 통하지않았다.


"법은 사람들이 만든거잖아요"


"야이 씨발..! 그..너..말대꾸......아.."


말문이 막혀 끙끙대던 중학생에게 전중은 한마디를 덧붙였다.


"죄짓지 않은자들은, 천국에 가고 죄지은자들은 지옥에 간다잖아요, 교회에선"


"그런데.. 그 기준이 어어어어어어엄청 높아서 간디같은사람만 천국에 가면 어떡해요?

 아니면 기준이 어어어어엄청 낮아서 세명을 죽였는데도 천국에 갈정도면?"


전중의 질문은 초등학생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정도로 날카로웠다. 


신이 선악을 나누는 기준이 무엇인가, 

아니, 애초에 신이 존재한다는것을 어떻게 아는가.


허나 그 질문은 그 누구도 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누구도 신을 만나본적이 없고, 누구도 신의 기준을 아는 사람이 없기에,


목사나 수녀 아니, 교황조차 답할 수 없는 질문,

청소년부를 다니는 한 소년이 답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신은 언제나 공..공평한 기준으로 우리를 심판할거야"


그러나 그 장애인 형은 전중에게 애써 웃어보이며 말했다.


신의 기준은 누구나 납득할 수 있을정도로 공평할것이라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그것에대한 어떠한 근거나 증명도 없었기에, 그 대답은 전중의 의구심을 해결해 줄 수 없었다.


그러므로, 전중은 질문을 멈출생각이 없었다.



전중은 다른 예시를 들어보기로 하였다.


"여기에서는 하느님을 안믿으면 지옥에 간다고 하잖아요"


"만약에 천억을 가진사람이 어려운 이를 위해 전재산을 기부해서,

 십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살렸는데, 그사람이 하느님을 안믿으면 천국에 못가는거에요?"


그 형의 미간이 더욱 일그러졌다.


"야..야..그만해.."


나는 필사적으로 전중을 말렸다.


하지만 전중은 호기심을 절대 참지 못했다.


"만약에 엄청 큰 폭탄을 가진사람이 심심해서 십만명을 죽였는데, 

그사람은 하느님을 믿으면 천국에 가나요?"


"아니! 못가 그사람은..!"


장애인 형이 씩씩대며 대답했다.


"그럼 첫번째 사람은 가요? 못가요?"


"하나님은 공평하게 모두를 사랑한다고 하였잖아요.."


"그러면 개미나 모기같은 곤충들도 똑같이 사랑하면...벌레잡거나

 도축하는사람들은 어짜피 지옥에 가니까 신을 안믿어도.."


"그..그만하라고!!!!"


그형은 전중에게 날아들어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사탄! 사탄! 사탄의 자식이야! 내게 희망을 준건 신의 구원이었어!"


"켁..형...이..그렇게 생각하고 싶으니까..아닐까요.."


전중은 목이 졸리면서도 말을 이어갔다.


전중의 목 주변의 핏줄이 터져가는것이 눈에 보일정도였다.


"형! 형 그만해요!"


"오빠 얘 아직 애라..!"


전중은 얼굴이 시뻘개졌다.


그러나 전중은 웃고있었다, 진실을 알아낸 철학자의 당당한 모습같았다.


나는 소름이 끼쳤다.


일곱명이 붙어서야, 전중은 손아귀에서 떨어질 수 있었다.


"놔! 놓으라고! 죽여버릴거야! 저녀석을 죽여버릴거라고!"


그 형은 전중을 향해 소리쳤다. 분노로 가득찬 모습이었다기보단 


장난감을 빼앗긴 아기의 모습과 비슷해보였다.


전중은 손을 뿌리치고 나서도 몇번 캑캑거리더니 내 귀에다 입을 가까이 대며 말했다.


" 나 알아냈어, 역시 신은 없나봐, 진실을 알아냈어. 이거 어디다 제보하면 깜짝 놀라겠다 그치!"


전중은 쓸데없는데서 순수했다.


하지만 그점은 오히려 전중에 대한 무서움이 들게 하였다.


순수한 호기심에서 나오는 질문,


누군가의 믿음을 박살내는것은 전중이 가장 좋아하는 행동중 하나였다.


전중은 정직하지만, 선하지 않았다, 그저 진실을 목말라하는 미치광이였을 뿐이었다.


설령 진실을 밝혀 만명이 넘는 선한 사람이 


전중의 눈앞에서 죽는다고 하여도, 전중은 진실을 밝힐 사람이었다.


전중이 교회에서 보여줬던 광기는, 그날밤 나를 잠 못이루게 하기 충분했다.









..몇달뒤, 장애인이었던 그 형이 자살했다는 소식이 동네에 퍼졌다.


원래 정신병을 앓고있던 사람이었긴 했지만, 그래도 자살을 할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한다.


아니, 오히려 교회에 다닌 후 호전되고 있던 상태라고 하였다.  


나는 동네 아줌마들과 아저씨들이 그형에대해서 말할때, 은근슬쩍 대화를 들었다.


"걔가 걔잖아, 중학교때 시대회 나가서 은메달 땄던애"


"육상하다가 트럭에 치여서 휠체어 탔대, 그래서 죽은거 아니야?"


"아니..근데 사고 일어난지 4년뒤에 죽은건데.. 그동안 마음에 상처가 쌓였나보다.. 에고.." 


"아녀, 내가 들었는데, 유우..서에 신이 정말로 어쩌고... 뭔가 써놨다는디..

 김반장네 아들 정신병 있었다고 했잖아 그래서 홰까닥 한거 아니여?"


"아니에요 제가 몇달전에 물었는데 점점 호전되고있다고..'


어른들은 그 형의 죽음에 대한 원인을 모르는 눈치였다.


아저씨 아줌마들은 며칠 동안 생각해도 답이 안나오자, 그냥  우울감에 자살을 한것이라고 결론이 났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형의 죽은 진짜 이유는, 전중때문이다.


그형은 신이 있는지 없는지 의심하지 않았었고 그냥 믿었다.


술을 들이키고 트럭을 운전해 자신의 꿈과 육체를 박살낸 

그 기사를 지옥에 보냈을거란 확신을 가지고 말이다.


그 믿음에 대한 의심이 생기는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을것이고, 그

 \고통은 자살을 백번 해도 지워지지 않을 고통이었을것이다. 


..옛 동화에서 나오듯, 트럭기사가 지옥에 갔을거란 믿음, 

그리고 자신을 구원해줄것이라 기대한 신에대한 믿음은 그 형에게 목숨과도 같은 동앗줄이었다.


그 동아줄을 스스로 끊은것은 그 형이지만, 그 동아줄을 썩게 만든것은 분명 전중이었을것이랴.


전중의 진실을 향한 목마름은 여느 과학자나 철학자보다 더 뚜렷했다


하지만 그 진실이 선한이들의 목에 칼이 들어와도, 선악의 구분이 없이 전중은 진실만을 추구했었기에,


나는 전중이 두려웠다.


그래서 나는 그 후로 전중을 아는척 하지 않았다.


학교에서도, 우연히 만난 길목에서도,동네 매점에 마주쳤을때도,


하지만 중학교가 지나도 전중은 내게 떨어질 생각을 안했다.


질문 할 대상이 사라지자, 전중은 나를 질문의 대상으로 삼기 시작헀다.


"성악설이 맞을까? 성선설이 맞을까?"


"사후세계는 정말 존재할까? 죽으면 환생을 하는걸까?"




이런 답을 말 할 수 없는 애매한 질문들을 말이다.







..그러다, 고등학교 1학년, 전중은 그날 그 형을 죽였던 그 질문을 나에게 했다.


"신이 있다고 생각해?"


"....몰라, 신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어 그럼 이만."


대충 수습하고 가려고 했지만 오히려 그말은 전중의

가르치고 싶어하는 욕구를 자극했다.


"어릴때부터 생각해왔는데 역시 신은 없는거 같아,

여기 봐봐. 근거를 명언집에서 찾았어."


전중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것을 티내며 나에게 말했다.


"사람들이 믿는 신은 나쁜사람은 싫어할까!? 좋아할까!?"


대답을 하지 않으면 화장실까지 따라올 기세라, 대충 말만 맞춰주기로 하였다.


"싫어하겠지"


"그러면 악인을 왜 신은 벌하지 않는걸까? 그럴능력이 없는걸까?"


전중이 눈을 부릅 뜨며 말했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말투였다.


"그럴 능력이 있다면, 그는 악인을 보고도 벌하지 않은자가 되고"


"그럴 능력이 없다면, 전지전능하다는 신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잖아"


"만약 악인을 벌하려 하고, 벌할 능력도 있다면, 악인은 존재하지 않잖아."


"에피쿠로스가 한 말이야.. 어때, 신기하지? 기원전에 살았던 사람이 한 말이야"


"관심없어"


"진짜로? 아무도 신이 없다고 증명하지 못했는데, 기원전 사람이 이걸 증명해냈는데?"


나는 한숨을 쉬었다. 


"안궁금해, 내가 궁금한건 오직 이번에 본 내 중간고사 성적 뿐이야, 학교도 바쁜데, 그딴거 신경 쓸 시간 없어."


"공부? 지구 나이에 반의반의반도 안되는 네가 공부를 해서 뭘 알아낼 수 있는데,


 이건 생명과 신의 존재에 대한 '근본'에 관한 토론이라고, 둘의 가치는 명백히 달라."


"네가 아무리 공부해 봤자 죽은뒤에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어?"


"그러면, 너는 이 쓸데없는 토론으로 죽은뒤에 씨발 파라다이스가 있는지 불지옥이있는지 알 수 있냐?"


"아니아니. 궁금하잖아, 각종 종교와 문화매체들이 죽은뒤에도 육체의 기억을 완전히 보존한채 돌아다닌다는데,


정작 왜 사람이 뇌를 다치면 정신적으로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지 말이야! 난 영혼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 말이 안된다고, 

정확한건 죽어봐야 알겠지만 사람들이 영혼상태로 있진 않을거라고 추측할 순 있잖아."


전중은 숨을 고르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왜 사람들이 이런 증거들을 무시한채 신앙심을 유지할 수 있는거지? 진화론이 정설처럼 여겨지는 지금에 미싱링크를 들이대며

진화론자들을 이단자 취급을 하고 있다고,  1과 3사이에 2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에대해서 궁금해 미치겠다고"


"관심없다고, 난 신을 믿지도 부정하지도 않고, 사후세계고 뭐고, 공부때문에 머리 터질것 같단말야"


"아까 말했듯이 난 공부같은 이미 밝혀진 진실에는 관심이 없어 나는.."


"아..씨발..이제 지친다.."


사실, 전중에대한 두려움은, 중학교때부터 짜증과 귀찮음, 그리고 분노로 바뀐지 오래였다.


남에게 왠만해서 짜증을 내지 않는 나도, 전중의 몇년간의 애매한 질문을 통한 괴롭힘때문에,


전중을 향해 짜증을 내었다.


"야, 나 너랑 엮이기 싫다고!"


전중은 갸웃해했다.


"응?"


"아..그래 씨발.. 니 말대로 신이 없다고 해, 그래, 사후세계고 뭐고 좆도 없어!

그런데 뭐! 다른 사람들 믿음을 그렇게 개박살을 내버려야 속이 후련해? 절

이나 교회 가는사람들이 죽은뒤에만큼은 나쁜놈들보다 잘 살겠거니하고 착하게 사는데, 그게 잘못됐냐고"


"잘못됐지 그건 거짓이니까"


"나도 신이 있는지 없는지 확실하게 단정짓지 않아! 하지만 믿을게 신밖에 없는 사람들,

 신을 믿으며 선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신은 없다고 말하는 또라이는 아니라고!"


나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네가 말한 질문들, 씨발, 그게 그렇게 궁금해? 난 모른다고, 그런데 왜 자꾸 나한테 질문하는거야 어?

궁금하면 네가 직접 해결하란말이야! 신이 있는지 없는지 물어보고싶으면 목사나 스님한테 말해,

사후세계가 있는지 없는지 알고싶음 그냥 뒈져보란말이야 사람들 기분 엿같게 만들지 말고!"


전중은 아무말 없이 그냥 나를 쳐다만 보았다.


"야..너.."


전중이 입을 열었다.


"그래..확실하게 아는 방법이 그거라면..대화를 통해 알 수 없다면..."







"차라리...큭큭... 고맙다! 친구야!"


놀랍게도, 전중의 반응은 나의 예상에서 벗어났다.


아무리 감정이 고장난 전중이어도, 자신이 친구로 믿었던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한번쯤은 당황하거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예상말이다.



그러나 나의 화는 개의치 않다는듯이 말한 전중의 태도에, 나는 한번 더 열이 솟구쳤다.


"네 말대로 저기 교회로 가서.."


"..야..이!"


앞발을 내딛으며 나의 주먹이 어깨 뒤로 움직였다


"개 씨발 또라이같은 새끼!!"


퍽,


내 주먹이 전중의 인중에 꽃혔다.


허리를 굽히며 중심을 잡으려던 전중은 그만 앞으로 고꾸라졌다.


퍼석.


전중의 이마가 바닥에 부딫혔다.


전중의 이마밑으로 새빨간 피가 흐른다.


나는 당황해 전중을 향해 소리쳤다


"야! 전.."


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중이 일어나서 중얼거렸다.


"..고맙다고 했는데..고맙다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전중은  폭력에 대한 아무런 응징도 하지 않고, 


그저 죽은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아무런 생기도 머금지 않은 그의 눈은, 마치 저승사자가


나를 보고 있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전중에대한  짜증과 귀찮음, 그리고 분노들이


그것이 다시 두려움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나는 집으로 도망쳤다. 전중이 폭력으로 경찰이나 학교에 신고하지 않을까 두려웠지만,


그 자리에 전중과 계속 같이 있는것이 갑절은 더 두려웠기에, 나는 그자리를 필사적을 피했다.


전중은 나를 쫒아오지도 피를 닦지도 않은채 멍하니 내가 달려가는것을 지켜만 보았다.


"씨발..! 전학..전학을 갔어야했는데..!"


이제 나는 전중이 뉴스에 나오는 살인마보다 훨씬 두려웠다.









다음날, 걱정과는 다르게 전중은 학교와 경찰에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끈질기게 달라붙었던 전중이 이상하게 보이지 않았다.


'설마 어제 내가 때려서 뇌출혈로 병원에..'


'아니지, 머리가 까져서 난 상처같았고, 전중도 그렇게 아파해 보이진 않았어..


뭐야, 뭐지, 전중은 왜 안온거야.'


다음날, 그다음날도 전중은 오지 않았다.


"전중 이새끼 드디어 자퇴했나?"


학생들은 모습을 비추지 않는 전중의 행방에 대해 궁금해했다.


워낙 또라이로 유명한 전중이었기에, 전교생이 전중을 알고있었다.


그런 전중이 하루도 안뺴먹던 학교를 빠지다니, 그것은 큰 이슈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럴지도, 워낙 또라이라 학교따윈 필요없다고 자퇴한거 아니야?"


"야, 전중남친, 넌 아냐?"


전중이 항상 붙어있던 나를 지칭하는 별명이었다.


"그딴식으로 부르지마"


나는 나를 역겨운 별명으로 부른 그녀석을 노려보며 말했다.


"쨌든, 아냐고"


그녀석이 귀찮은듯 말했다.


"몰라, 나도 그새끼랑 연락 안해"


"모르면 말고..빙신새끼.."


나한테 말을걸던 그놈은, 내가 아무런 정보가


 없다는걸 알자 싱겁다는듯 나를 떠났다.


전중의 행방은 아무런 떡밥도 없자 학생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져갔다.


학교 제일의 또라이는, 그렇게 모두의 기억에서 지워지고있었다.


고등학교 삼학년이 되고, 나 마저도 입시와 공부에 묻혀, 전중에 대한 기억이 잊혀지려할 때 쯔음..,


학교에서 오백미터쯤 떨어져있는 교회에 사람이 몰려있는것을 보았다.


구급차 한대와 경찰차 한대 그리고 동네 사람들이었다.


그곳에는 검붉은 피를 뿜어내며 축 늘어져있는 시체가 있었다.


그 시체의 주인은 그동안 잊고 있었던 전중이었다. 


"우욱..! 전중..!?"


시체를 난생태어나서 처음 본 나는 주변 골목 하수구에 오늘 아침에 먹었던것들을 전부 비워냈다.


"우욱...우웨에에엑...!"


"크윽..씨발..뭐야...저거.."


속을 게워내며 정신차리고 다시 전중쪽을 보았을때,


경찰들이 시체에 천을 덮고, 인원들을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피덮인 전중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피가 묻어 빨간 천에 감싸진 한 시체만이 남았다.


"아니야! 아니라고! 내가 무슨 압박을 주었는데! 그냥 저새끼가 교회에서 이상한 소리를.."


수갑을 찬 채로 끌려가는 목사가 보였다.


어제 목사와 전중은 교회에서 이야기를 하였다고 했다.


교회를 다니던 사람들은, 목사가 얼굴이 벌개지며 전중에게 욕설과 구타를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 목사가 전중에게 심리적 압박과 구타를 통해 자살로 몰아갔다고 판단해, 목사를 체포한것이다.


아마 재판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겠지.


경찰차로 밀려들어가는 목사는 억울함을 드러내며 소리쳤다.


"그새끼 웃고있었다고! 그새끼 맞고나서 웃었다고! 웃으면서 돌아갔다고!"


다른 이들은 목사가 죄를 피하기위해서 끔직한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죄없는 아이를 죽음으로 몰아갔음에도 사과는 커녕 변명밖에 못한다며 그 목사를 욕하였다.


나는 안다, 목사의 말이 사실임을, 전중이 고작 구타와 욕설따위로 자살하는 인물이 아니라는것을.


전중은 왜 자살을 하였을까,


신이 있는지 없는지 정말로 확인을 하기 위해서?


사후세계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아니면 내가 모르는, 전중 자기 자신이 죽음으로서 풀수있는 궁금증을 위해?


그것도 아니라면, 이 세상에 대해 싫증이 나서인가?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전중만이 알고있다.


전중의 머리위로 새로운 하얀 천이 덮힌다. 구급차가 싸늘한 전중의 몸을 싣고 달린다.


구급차가 지나간 자리에 오열을 하는 전중의 어머니가 보인다.


구급차가 떠나자 벌떼같이 모였던 사람들이 십분도 채 안되서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전중의 어머니만이 남아있다.


고개를 돌렸다. 전중의 엄마를 볼 자신이 없었다.


왜인지 몰라도 그저 상상일뿐인 전중과 목사와의 대화가


마치 방금 본 것 마냥 머릿속에 생생하게 박혀온다.


분명 전중은, 어릴때 그때처럼 신이 없다는 증거를 대며 목사의 화를 돋구었겠지,


그리고 자신이 가진 신과 사후세계와 생명체들에 대한 호기심을 풀기위해, 자살했을것이다.


눈을 질끈 감으며,  지나갔던 사람들의 죽은 뒤에 대해 생각해본다.


삥을 뜯기던 가난한 소녀, 삥을 뜯던 양아치 두명, 열두명을 살해한 살인범과 그로인해 자살한 세명의 사람.

신을 믿지만 빨간줄이 그어져버린 목사와 신을 믿지않는 아들을 둔 어머니 

믿음을 의심해 자살한 그 장애인 형, 전중의 말을 무시했던 나.


그리고 전중.


만약, 만약에.. 전중이 주장한 '무신론'이 틀렸고

 신이 존재해 선과 악에대한 그의 기준을 잡아 이들을 심판한다면


, 누구를 지옥에 보냈고 누구를 천국에 보냈을까.



아니지,


만약 내가 신이었다면, 내가 선과 악에 대한 확실한 기준을 가지고있다면,

 그가 죄지은이와 죄짓지 않은이를 천국과 지옥으로 보낼 수 있다면.


이들중 누구를 천국에 보내고 누구를 지옥에보낼것인가.


"윽.."


복잡한 생각을 머리에 떨쳐내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오늘의 하늘은 유난히 맑고 푸르렀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구름만은 짙은 회색을 띄며 하늘을 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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