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완결낼 수 있을까? 근데 이거 포커스라이터에서 복붙한건데 폰트 왜이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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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의 공기는 차가웠다. 

분명히 나 말고도 여러 사람들이 있었다. 

모두가 발만 내민 채 누워있었다. 마트에서 파는 소시지 묶음처럼, 차곡차곡 쌓여 있는 채.

내 등 밑에서도 차디찬 육체의 촉감이 느껴졌다.


나 말고는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모두가 죽어 있다시피 했다. 


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산의 맨 꼭대기 층에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보니 이곳에서 바닥까지의 높이는 그리 높지 않은 듯 했다.


난 점프해서 땅에 착지했다.


“아얏!”

 

착지를 잘못해서 땅에 주저앉고 말았다.

무릎부터 세워서 서서히 몸을 일으켜 보았다.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복도였다. 

복도의 양옆에는 사람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고, 가운데는 비어 있어 마치 길다란 복도처럼 느껴졌다.


나는 복도의 끝을 향해 걸어갔다.

스테인리스로 된 문이 있었고, 문의 위쪽에는 “re-life”라고 써 있는 표지가 있었다.

밑에 한글로 조그맣게 “리라이프, 다시 한번 살아 봐요.” 라고 써 있는 것도 눈에 띄었다.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문을 열었다. 그런데 내 쪽에서 연 것이 아니였다. 


“뭐야?”


검은 옷을 입은 청년 둘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이 계집애가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당장 쏴 버려!”


나는 가만히 있으면 죽을 것임을 직감하고 오른쪽에 있던 청년의 팔 사이로 빠져나갔다. 

전속력으로 달렸다. 


“아아. 여기 E-38번 모듈 보관실인데요. 방금 모듈 하나가 탈출했습니다.” 


그들은 양쪽에서 날 공격해 왔다. 탄환이 내 뺨을 가르고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정신없이 직원 화장실로 들어갔다. 


“이 새끼, 어디로 들어간 거지?”


나는 화장실 끝에서 열려 있는 창문을 발견했다. 

창문을 여는 순간, 끼익거리는 소리가 화장실 전체에 울려 퍼졌다. 


“저깄습니다!”


“당장 사살해!”


나는 재빨리 창문을 타고 밖으로 넘어갔다. 


“탕!”


“으앗!”


탄환 하나가 내 어깨를 관통했다. 


붉은색 피가 철철 흘러나온다.


나는 창문에서 밖으로 굴러 떨어졌다. 

피범벅이 된 어깨를 부여잡고, 나는 최대한 빠르게 달렸다. 


“놓쳤습니다! 계집애가 안 보여요!”


“이런 썅! 따라 나가 봐!”


그들이 대화하는 것이 들릴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지만, 나무 뒤에 있던 탓에 그들은 날 발견하지 못했다. 

이곳은 숲이였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다.

나는 숲길을 따라 급하게 걸었다. 이러다가는 그들이 날 잡을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 의식은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걸음을 옮긴 곳에는 바닥이 없었다.


나는 절벽 아래로, 그대로 떨어졌다. 




1.


“그게 무슨 소리인가? 제품이 고장났다라?”


“죄송합니다, 고객님. 지금은 어쩔 방도가 없네요.”


“아니, 이 리라이프사의 제품이 고장난 적은 한 번도 없다 하지 않았나? 그리고 고장이 났으면 고치거나 새로 만들거나 하면..”


“고객님, 저희 사의 제품은 매우 민감해서 한번 고장 난 것은 다시 고쳐 쓸 수 없습니다. 또한 다시 만들려면 최소 14년이 걸리는데,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으신지요?”


“뭐? 14년? 이봐, 상담원 양반. 내 나이는 69야. 눈 한번 깜빡하면 70이 될 나이라고. 게다가 지금 내 췌장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나? 암세포가 장을 꾸역꾸역 갉아먹고 있다고. 치사율이 낮게 잡아도 90%야, 낮게 잡아도!”


“죄송합니다.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겠습니다. 또한 사죄의 의미로 하와이 여행권도 드리겠습니다.” 


“뭐? 여행권? 이봐, 고객이 호구로 보이나 본데, 지금 사람의 목숨이 간당간당하는 상황에서 여행? 퍽이나 가고 싶겠네. 돈으로 배상하는 것도 아니고, 여행이 말이 되..


딸깍.”


전화는 끊겼다. 나는 속에서부터 끓어 올라오는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이런 젠장! 내 인생은 어떻게 할거야!”


“여보, 참아요. 신속하게 처리한다잖아요. 화 내는 건 몸에만 안 좋아요.”


“당신 같으면 화가 안 나겠어? 내가 췌장암으로 뒤지든 화병으로 뒤지든 난 죽게 되어 있어! 언젠간 죽을 거라고! 리라이프사가 내게 죽음에서 빠져나가도록 희망을 줬는데, 도로 뺏어갔다고!”




리라이프사.


그들은 재창조한다. 


그들은 한 사람의 삶을 재시작할 수 있다.


리라이프사의 환생 기술은, 보통 2010년대 SF영화에서 나오는 귀족들만의 사치품 같은 것이 아니다.

단돈 3만원. 


3만원이면 인생 2회차가 시작된다.


“모듈"이라 불리는 인생 2회차를 위한 인공 신체를 구매하게 되면 몇 가지 주의사항과 안내문 및 서류가 발송된다.


==안내 밑 주의사항==

Re-life가 소중한 고객 Christopher Moss님에게 드림


일단 다시 한번 삶을 살게 된 것을 축하합니다! 우리 리라이프사는 최고의 경험을 위하여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본격적으로 환생을 하기에 앞서, 필히 아래의 내용부터 읽어주시고 숙지하여 두십시오.


1. 기존 생의 기억은 모두 사라집니다. 따라서 당신의 새로운 생은 기존 생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습니다. 다만 당신이 환생하였다는 사실은 알고 있게 됩니다.


2. 당신은 14살~16살 사이의 사춘기가 막 시작된 소녀 또는 소년으로 환생합니다. 성별과 나이, 외모와 인종은 고객님의 기존 생에 최적화되어 결정되며 이름을 제외하고 나머지 세부사항은 고객이 직접 선택할 수 없습니다. 


3. 모듈은 인공육체이기 때문에 이전의 삶과 느낌이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의 삶을 전혀 기억 못하시게 될 것이기에 큰 신경은 안 써도 됩니다.


4. 이전에 사용했던 육체, 즉 시신은 소각처리 됩니다.


5. 인구 과포화 방지법에 따라, 모듈의 생식능력은 제거되어 있습니다.


6. 절대로 이전 삶에 영향을 주었던 물건 또는 사람과 접촉하지 마십시오. 이것은 당신의 가족, 지인, 반려동물, 물건 및 장소까지 모두 포함됩니다. 전화와 인터넷도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당신의 지인들에게도 이를 숙지하라고 당부해 두십시오. 만약 이 경고를 무시하고 그들 또는 그것과 접촉할 경우, 당신의 모듈은 그 즉시 비활성화 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생을 사는 당신은 이전 생에 무엇을 했는지 전혀 알 수 없기에 지인이 작정하고 새로운 당신이 누구인지 찾아서 오지 않는 이상 비활성화되는 사태는 거의 벌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수로라도 이전 삶과 관련된 물건 또는 사람과 접촉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전 삶에서 살았던 국가는 입국 금지 조치 됩니다. 다만 Re-life사에서 허가해주는 경우 제한적으로 입국은 가능합니다. 당신의 지인들과 가족에게도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당신의 거주지가 어디인지 통보되며 가족들은 그 국가에 입국할 수 없습니다. 만일 이를 무시하고 무단입국하여 손해가 발생할 경우 Re-life사에서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으며, 100% 당사자 책임입니다.


7. 위의 내용을 다 숙지하였다면 별도로 발급한 정보 서류의 서명란에 서명하신 뒤 안내서와 정보 서류를 포함한 서류 두 가지를 필히 지참해 주시고 정보 서류에 명기된 날짜에 아래의 주소로 와 주십시오.


대한민국, 대전광역시 동구 판암동 123-45 리라이프타워 15층


==정보==


고객명: Christopher Moss

성별: M

생년월일: 1964년 3월 4일

서류 발급일: 2033년 9월 29일


Christopher Moss씨, 2034년 10월 8일 이후에 Re-life를 방문하신다면 즉시 환생할 수 있습니다.


*나는 위 내용을 모두 틀림없이 숙지하였고 육신 포기 및 환생에 동의합니다. 서명란:________




오늘은 2034년 10월 1일. 

난 시한부 환자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 있지 않다.


모듈이 고장났단다.

그것도 다시 만들려면 말도 안되는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

그때까지 살아 있을 수가 없다.


내개 선택지는 두 개 뿐. 

하나, 하와이 여행하다가 뒤지던가, 둘, 본사에 가서 새로운 모듈을 받아내던가.

리라이프사에 모듈이 얼마나 많은데, 최적화고 뭐고 그냥 다른 모듈을 받아오면 되지 않나?


“여보, 난 한국으로 떠나겠어.”


“그게 무슨 소리야? 헛소리 하지 말고 전화나 다시 걸어봐.”


“걔들한테 전화로는 더 이상 말이 안 통해! 면전 앞에서 얘기하던가 주먹으로 다스리던가 해서 말이 통하게끔 해야지. 난 이대론 못 죽어.”


“미쳤어? 초거대기업과 개인이 싸워서 개인이 득 볼 일은 거의 없어! 무슨 수로 싸우려고?”


“가서 그냥 다른 모듈을 받아오면 되잖아!”


“최적화된 모듈을 사용하라는 데에는 이유가 다 있겠지! 그러다 잘못되면 어쩌려고? 게다가 리라이프가 그 말을 순순히 들어줄 거 같아? 고객은 당신만 있는 게 아니잖아!”


“그럼 내가 죽길 원해? 가만히 앉아서 췌장암으로 죽으라고? 뭐라도 해봐야지.”

아내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이내 몇 분 동안 핸드폰을 만지더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래, 당신이 이렇게 죽을 순 없지. 방금 인천행 비행기 끊었어. 10월 4일 출발이야.”


“제시, 고마워. 이제 내가 알아서 해볼게.”



2034년 10월 5일, 대전 리라이프 본사 15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직원이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환생하러 오셨나요?”


“그래.”


“따라 오세요.”


검은 나비리본을 한 여직원은 나를 한 남자 앞으로 이끌었다.


“회장님, 환생하러 왔다고 합니다.”


“어서 오게나. 신분증 좀 확인하지.”


영어 발음이고, 턱을 괴는 저 행동이고.. 도통 맘에 들지 않는다.

나는 신분증을 건네주었다.


“크리스토퍼 모스?”


“제 이름 맞습니다.”


“미안하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자네 모듈은 고장났어. 전화로 통보 못 받았나?”


“압니다. 다른 모듈을 주면 되잖습니까.”


“그건 안 되겠네.”


“돈을 더 지불하겠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지금 이게 돈 때문인 줄 아나? 구매자에 맞는 모듈을 사용해야 안전해. 우리는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잘못되면 다 우리 책임이 돼.”


“제..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그는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자네가 죽으면 책임은 고스란히 우리한테 가! 기자들이 그걸 가만히 냅둘 리가 있겠어?”


“이런 썅! 말이 안 통하는군! 그냥 주라면 줘!”

“이런.. 김 양, 이 사람 좀 내보내.”


김 양이라고 불리는 여직원은 내 팔뚝을 잡고 끌어당겼다.


“가시죠.”


나는 내 팔을 있는 힘껏 휘둘렀다.


“꺅!”


“모듈을 내놓으란 말이다!”


난 있는 힘껏 소리쳤다.


“이렇게 죽을 순 없어! 모듈 내놔!”


“여기서 난동 피우시면 안됩니다, 고객님. 나가시죠.”

내 뒤로 건장한 사내 두 명이 나타나 나를 끌고 갔다.


저항하려 했으나, 두 사내의 힘은 너무나도 컸다. 


그렇게 난 건물 밖까지 끌려나왔다.


“다시 들어올 생각 마십쇼.”


“잠깐..!”


쾅.


회사의 문은 굳건하게 닫혔다.


해는 저물어 갔다.


나는 이제 어쩌지?

그 순간, 뒤에서 트럭 시동음이 들려왔다.

트럭에는 “리라이프 모듈창고"라고 적혀있다.


뭐야? 창고로 가는 트럭인가?


그 순간, 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저 트럭을 타고, 모듈 창고로 가서 환생하면 되는 것이였다.

당연히 방법은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다.


나는 트럭의 뒷꽁무늬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으아아!”


나는 있는 힘껏 점프했고, 트럭 뒤 작은 발판에 착지할 수 있었다.

트럭에 달려있는 사다리를 타고 트럭의 천장에 올라탔다.


아무도 날 발견하지 못했다.

난 그렇게 트럭 위에 타고 오랜 시간을 달렸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 벌써 깊은 밤이였다.

트럭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깊은 숲이였다.

깊은 숲 안에, 네모난 건물이 있었다.


트럭 기사는 운전석에서 내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트럭 뒤 창고 문을 열었다.


트럭 기사가 창고에서 꺼낸 것은, 소년과 소녀들이였다. 

순간 너무 인간과 비슷해서 착각했다. 당연히 모듈이겠지.


“뭐야!”

트럭 기사가 소리질렀다. 나를 본 것이였다.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너무 내밀고 있던 탓이였다.


“침입자가 나타났다! 지원 바람!”

무전기에 대고 한국어로 소리질렀기 때문에 알 수는 없지만, 건물에서 몇 명이 나오고 있는 것을 보니 나를 잡으러 온 것이 확실하다.

나는 트럭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한부 판정을 받은 노인의 몸은 너무나 약했다.


나는 얼마 가지 못할 것이 확실했다. 


지칠 때까지 가다 보니 앞은 절벽이였다. 하지만 그다지 높지 않았다.

뒤에서는 몇 명이 쫓아오고 있었다.


“잡아!”


나에게 남은 선택지는 뛰어내리는 것 뿐. 


나는 그대로 뛰어내렸다.


푹신한 나뭇잎 위에 떨어져서, 그다지 아프진 않았다.


절벽 밑에는 공간이 있어 몸을 숨길 수 있었다.


“이 노친네가 어디로 간 거지?”


절벽 위에서 말소리가 들리다, 잠시 후 사라졌다.

아직도 심장이 벌렁벌렁거린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제 집에 어떻게 가지? 묵을 곳은 있..


“아저씨..”


옆에서 갑자기 한국말이 들려왔다.


“나 잡으러 온 건 아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