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검은 옷인 남자가 검을 내리쳤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던 소녀의 단말마가 들리고, 곧 이어 몸이 책장으로 변하여 사라졌다. 

곧 이어 또다른 남자 또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들고있던 날붙이를 떨어뜨리며 남자의 검에쓰러졌다.

 쓰러지기 전에 늘 귀에 피가 나도록 얘기했던 내꿈 어쩌고 하는 헛소리를 마지막으로 하고 죽은것 같긴 하지만, 망치의 귀에는 확연하게 들리지 않았다.

망치는 무언가 이상한것을 느꼈다.

분명 세명이서 동시에 남자에게 공격을 가하였는데, 남자는 마치 쥐 3명을 각각 일 대 일로 상대하듯 차례차례 막아냈다.

해결사와 쥐의 실력의 차이가 크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되질 않을만큼 이상한 현상이었다. 특히나 저 한번도 본적없는 해결사의 검술은 쥐 3인방을 압도하고도 차고도 넘쳐 흘러 보였다.

’이렇게 죽게된거, 저 두놈과 나는 왜 죽는지, 그리고 평범하게 죽는건 아닌것 같은데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이것만 물어보자.‘

망치는 이미 검정 해결사의 검에 다리가 한번 베인 몸을 연장에 의지하여, 비틀거리며 일으킨다.

“으… 거기 해결사 양반. 어차피 곧 죽을것 같은데,  몇가지 질문에 대답좀 해줄수 있어?“

검정머리 해결사는 검을 마지막으로 내리쳐 망치의 숨을 끊으려 하다, 멈칫한 후에 대답한다.

“물론이지. 근데, 사실 나도 잘은 몰라.“

“책이라는 게 정확히 뭐야? 우리가 받은 초대장에 나온 내용이나, 엔젤라…? 라고했나. 아무튼 그 재수없어 보이는 파랑 머리의 사서가 말한 내용으로는 시련을 이겨내고 받을수 있는것이라는데. 아까도 생각해봤지만 평범한 책은 아닌것 같아서 말이지. 아, 그리고 하나더. 아까 피트와 레니를 보니 책장으로 흩어지던데, 나도 죽으면 저렇게 되는건가? 여기서 죽으면 어떻게 되는거야?”

망치는 무언가 명쾌한 해답을 기대했다. 

그래야 죽은 뒤에 무엇이 —뒷골목 사이비들이 말하는 지옥, 피아니스트 추종자들이 말하는 음악의 ’천국‘, 23구 요리사들이 말하는 인육과 피로 가득찬 연옥, 미쳐있던 전 L사 깃털이 말하는 괴물로 가득찬 숲, 이 무엇도 아니라면 피트가 늘 말하던 도시— 있던 적어도 마음의 준비 정도는 할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검은 해결사의 대답은, 첫말을 때는것을 들었을때 그런 망치의 생각에 부응하는듯 했다.

“나도 아직 들은건 없지만, 내가 아는것은 대답해줄게. 나는 내가 이 접대라는 걸 하고나서 너희를 죽이면, 너희가 책이 된다는것만 알아. 굳이 책을 만들려면 직접 싸워야 하는게 좀 이상하긴 하지만… 나야 모르지. 도서관장 나으리께서 감정이 고조되야 책이 정제된다고 말하는데 정확한건 엔젤라도 모르는것 같아. 이정도면 충분히 대답이 됐으려나.”

해결사가 검을 다시 들어올리려 하자마자 망치는 다급히 말을 이어간다.

“잠ㄲ- 잠깐! 그래서 그 책이란게 되면 나는 뭐가 어떻게 되는거야! 아까 보니까 죽으면 무슨 빛나는 종이들로 흩어지던데, 그대로 죽는거야? 뭐라도 말이라도 ㅎ- 아아악!“

그 단말마를 끝으로 검은 해결사의 칼에, 망치도 옆의 두사람과 같이 쓰러졌다.



“일어나…”

“…일어나…. 하… 뭔…“

”기다려봐, 이거면 충분할거야”

단검이 손가락을 살짝 찌르는 충격에 망치는 비명을 지르며 나는 일어난다. 등에 차갑고도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눈앞에 보이는건 단검으로 내 손을 찌르고있는 레니…하고 피트다. 둘다 여전히 먼지투성이다.

뭐지, 난 분명히 그 해결사의 칼에 베여 죽었는데. 나는 죽은뒤에 사후세계에 온것 같아 피트의 손을 건들여본다.

“갑자기 뭐야! 일어났더니 정신이 반쯤 나갔냐?”

손이 만져진다. 피트가 내 손을 귀찮듯 뿌리치는 것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우리 셋다 유령이 아니고, 내가 보고있는 것도 환영이 아닌것이다.

“피트, 레니, 우리 셋다 죽은거 아니었어?“

“글쎄… 나하고 피트 둘다 눈떠보니 여기던데.”

”당황스러운건 우리도 마찬가지야. 죽지는 않았으니까 다행인거지.“

“결국에는 다시 도시인거네… 나는 또 어디 천국같은곳에 엤는지 알았지.”

피트는 괜히 한심하게 나를 쳐다본후 말을 이어간다.

“사람을 몇명이나 분해했는데, 우리가 천국에라도 갈수 있을줄 알았어? 헛소리 하지 말고, 주변이나 둘러보면서 앞으로 뭐할지나 결정하자고. 곧 장기수확을 할지도 모르니 몸좀 풀어두고.”

나는 몸을 다시 일으킨다. 

이 쥐 생활은 언제 끝날까.